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145화
“단장님이 살아 있어!”
“머리가 잘려나간 사람이 어떻게 살아 있어?!”
“저, 저길 봐! 머리가 움직여!”
용병들은 하나둘 공황상태에 빠졌다.
제론이 아론 다이트가 아니라 마법으로 모습을 바꾼 흑마법사라고 믿었다.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와 몸이 분리된 레온 프라츠가 살아 있었고 기괴한 소리를 내는 것에서 더욱 큰 공포를 느꼈다.
상식적으로 사람은 머리와 몸이 분리되면 죽는다.
엄청난 재생력으로 유명한 트롤조차도 머리와 몸을 오랜 시간 분리시켜 놓으면 살아나지 못한다. 머리가 절반만 남아서 뇌를 재생시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케이스였다.
그런데 레온 프라츠는 사람이었다.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으니 죽어야 맞았다. 하지만 지금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자석의 S극과 N극처럼 머리와 몸이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 귀찮은데 그냥 없애버릴까?’
제론은 점점 레온 프라츠의 합체(?)를 기다리는 게 지루해졌다.
주변에서 용병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꼴사나웠다. 그래도 저 녀석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며 마음속에 최대한 자비를 품었다. 합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모략으로 인한 작은 오해를 풀기 위함이었다.
사실 그 오해가 생긴 과정도 잘 생각해보면 허점이 많다.
말콤이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히지 않았을 가정도 있다. 굳이 밝힐 이유도 없다. 하지만 적재적소처럼 상황을 잘 이용해서 포인트를 오직 제론이 흑마법사일지도 모른다고 꽂아버리며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정말 대단하다고 진짜로 박수까지 쳐준 것이다.
‘허허. 이럴 때 보면 내 마음속에도 부처가 있구나.’
어느 땡중의 말까지 인용하며 기다린 끝에 레온 프라츠가 합체 로봇이 되어 팔다리를 기괴한 각도로 틀며 짐승처럼 그르렁거렸다.
“다…… 단장님?”
‘라이언 하츠’의 한 단원이 조심스럽게 레온 프라츠에게 다가갔다.
제론은 그를 말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앞서 저놈한테 죽을지도 모르니까 50m 정도 벗어나 있으라고 경고를 했다. 그런데도 다가간다는 건 그 경고를 무시했거나 믿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녀석들까지 챙길 이유가 없었다.
오해를 풀려는 건 그냥 억울해서였다.
‘그리고, 보통 저런 경우에는 100프로 죽지.’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커헉!”
“사망 플래그니까.”
제론은 중얼거리며 레온 프라츠에게 다가간 용병이 놈의 손에 머리가 척추뼈째 뽑히는 광경을 지켜봤다. 그제야 다른 용병들은 상황파악이 됐는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서거나 도망쳤고, 레온 프라츠가 뜨겁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크르르르! 어떻게 안 거냐?”
“아까 리자드 맨 비스무리한 걸 처리했거든? 그 녀석한테서 너랑 비슷한 기운이 풍기더라고. 그게 아니었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크르르르!”
“아까는 리자드 맨인데 이번에는 개X끼인가? 크르르르! 밖에 할 줄 모르네.”
이 정도면 충분히 오해를 풀었다 싶은 제론이 검을 들어 레온 프라츠에게 겨눴다. 녀석의 모습은 서서히 괴물처럼 변하고 있었다. 아까 싸웠던 녀석이 리자드 맨이라면 레온 프라츠는 늑대인간에 가까웠다.
“웨어 울프? 라이칸스로프? 흠. 뭐라고 불러야 할지 헷갈리긴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지.”
제론은 앞으로 달려가며 검을 휘둘렀다.
도적단의 새로운 두목처럼 마수인으로 변한 레온 프라츠의 반응속도는 아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뛰어났다. 제론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반응해 검을 쳐내고 역으로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검이 아닌 손톱을 뽑아내 심장을 노렸다.
“그건 아까 겪어봤어.”
서걱-!
제론이 손톱을 잘라내고 손가락과 손목까지 전부 토막 냈다.
레온 프라츠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다.
“끄아아아아-!”
“차라리 검을 쓰지 그랬어. 아니면 그 몸에 익숙해지고 덤비지.”
상대가 나빴다.
아까 박수를 쳐주고 한 말은 아직까지도 유효했다.
두 눈이 충혈된 채 팔을 재생시키려고 하는 녀석의 사지를 베어내고 머리부터 몸통까지 반으로 갈랐다. 아직 땅으로 떨어지지 않은 놈의 몸을 삼매진화로 태우며 강기를 넓게 펼쳐 그대로 압축시켰다.
레온 프라츠는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재가 되었다.
1분도 걸리지 않은 짧은 결말에 용병들은 여전히 공포에 질린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고, 제론은 그런 용병들을 뒤로한 채 흑마법사의 시체를 갖고 마을로 내려갔다.
제론이 사라진 뒤 용병들은 서서히 상황이 실감되었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레온 프라츠의 재가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은 ‘라이언 하츠’의 단원들뿐이었다.
* * *
도적단의 주둔지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레온 프라츠가 최후를 맞이할 무렵 이웨인과 트리스탄은 가까스로 오우거를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피를 몇 번이나 게워냈던지 안색이 새하얗다 못해 유리처럼 투명해졌다. 부러진 어깨와 갈비뼈로 거동이 불편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상태는 많이 나은 편이었다.
오우거와의 싸움을 돕겠다고 나선 다른 용병들은 최악의 경우 곤죽이 되거나 운이 좋아도 장애가 생길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더더욱 큰 문제는 아직 몬스터가 많이 남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싸움이 길어질수록 점점 지쳐 갔고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와아아아-!
위기에 달한 순간 토벌대가 등장했다. 세찬 함성을 내지르며 나타난 그들은 갈퀴로 나뭇잎을 쓸어 담듯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짓밟으며 진격했다.
이윽고 부상자를 위주로 보호하며 진격한 토벌대는 몬스터가 두려워하며 도망치자 승리의 나팔을 불었고, 다른 용병들이 있는 전장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전장의 정리를 맡기네.”
“알겠습니다.”
퓨리온 공작은 기병대장에게 전장의 정리를 맡기고 소수의 병사들을 이끌었다. 에르딘과 기사들을 찾아 합류한 뒤 도적단의 주둔지로 향했다. 이윽고 주둔지가 초토화된 것을 확인했다. 퓨리온 공작의 감상은 짧았다.
“……바후르 도적단의 최후로군.”
그 뒤로 전투의 흔적을 쫓아 움직였다.
마지막 장소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마법으로 인한 흔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로 내려간 발자취 역시 발견했다. 그것을 쫓아 내려가자 마을로 내려가던 용병들과 만났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게…….”
용병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제론과 레온 프라츠의 일에 대해 말했다.
그 말을 들던 말콤의 표정이 어둡게 물들었다. 에르딘이 슬쩍 눈치를 살펴보자 그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허. 그런 일이 있었군.”
퓨리온 공작은 전부 듣고 짧게 감탄했다. 이윽고 제론이 마을로 내려갔다는 말에 용병들과 함께 서둘러 이동했다.
제론이 군막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다가 잠들 뻔했어요. 에르딘, 너는…… 아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에르딘은 제론의 눈이 가늘어지자 어색하게 웃었다.
“말콤은?”
“그게…… 무슨 일이 있는지 먼저 여관으로 가서 쉬고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흠.”
제론은 ‘무슨 일’이 무엇인지 예상돼서 고개를 끄덕였다.
퓨리온 공작을 바라보자 그는 흑마법사의 시체를 확인하고 있었다.
“녀석의 품속에서 나온 거예요.”
제론이 아티팩트들과 폴른 제국 황실의 증표를 보여줬다. 통신 구슬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며 놈과 나눴던 대화를 전하자 퓨리온 공작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황실의 보고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물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황실의 관계자 중에서도 중요한 인물 몇 명밖에 없다.
“허! 쥐새끼의 정체가 황족일 줄이야. ……다른 특징 같은 건 없었는가?”
“눈동자에 육망성이 그려져 있었어요.”
“그건…… 나도 짐작되는 게 없군. 황실과 관련된 건 아니야. 기병대장!”
“예, 공작 각하.”
기병대장은 퓨리온 공작의 부름에 즉각 대답했다.
“흑마법에 조예가 있는 마법사를 불러주시게.”
“알겠습니다.”
“마법과 관계가 있는 건 마법사에게 묻는 것이 제일 좋지.”
마법사를 부르러 간 사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퓨리온 공작의 표정은 점점 분노로 물들어갔다.
“돌아가면 할 일이 많겠어.”
쥐새끼가 황족 한 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의 힘으로는 황실의 보고에서 아티팩트와 정보를 빼내지 못한다. 적어도 십수 마리. 어쩌면 수십 마리의 쥐새끼들이 황실에 굴을 파 작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화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마법사가 도착했다.
“마법사 유클리안입니다. 부르셨습니까?”
“오. 유클리안 마법사, 들어오시오.”
군막 안으로 마법사 유클리안이 들어왔다. 퓨리온 공작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그는 제론의 손에 있는 완드로 시선을 옮겼다. 마나의 기운에 민감한 마법사였기에 완드에 깃든 강력한 힘을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개의치 마시오. 그보다 편하게 앉으시오.”
퓨리온 공작은 유클리안이 자리에 앉자 다과를 내오라고 말한 뒤 제론에게 들은 이야기의 일부를 풀었다. 리자드 맨처럼 생긴 마수인과 레온 프라츠가 목이 잘린 뒤 늑대인간처럼 변했다는 내용이었다.
전부 말하고 나서야 흑마법에 대해 질문했다.
“인간을 리자드 맨이나 웨어 울프로 변하게 만드는 흑마법이 있소?”
“236년 전 흑색 마탑이 존재할 당시까지는 없었습니다. 흑색 마탑의 비의秘議 마법이라면 제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마법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극히 드뭅니다.”
“극히 드물다는 말씀은 1퍼센트의 확률이라도 있다고 해도 무방하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고 말한 이유는 흑마법과 인간을 다른 종족의 모습처럼 변하게 만드는 마법의 궤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클리안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으음. 쉽게 비유를 하자면 화염계열 마법과 얼음계열 마법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마법은 적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결과 값은 같지만 피해를 입히는 과정이 다릅니다. 화염계열은 태우는 것이고 얼음계열은 얼리는 것이지요. 캐스팅에 사용되는 룬어 역시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새로 개발된 흑마법이거나 신체개조를 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군.”
“그럴 수도 있지만 흑마법이 아니라는 가정도 포함시켜야 합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오?”
“말하기 조심스러우나 사견으로는 금기시된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악마술사들의 짓이라는 거죠?”
마지막 질문은 제론의 것이었다. 유클리안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당황한 게 아니었다. 악마술사 자체가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금기였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마법사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쉬쉬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유클리안이 말했다.
“그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