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6)
제146화
146화
“……함부로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사견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유클리안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 제론이 자꾸만 거슬렸지만 퓨리온 공작도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자 무시하지 못하고 대답했다.
“예, 제가 이곳에서 하는 말의 대부분은 사견으로 받아들이셔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이면 될까요? 유클리안 마법사님의 지식만을 기반으로? 아니면 흑색 마탑의 마법을 알고 있는 다른 마법사님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나요? 확실하게 대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꼬치꼬치 캐묻는 듯한 말투에 유클리안이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단언컨대 저와 비슷한 흑마법의 지식을 갖고 있는 마법사라면 모두가 똑같이 말할 겁니다.”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어어…… 아닙니다.”
유클리안은 제론이 갑자기 물러나자 살짝 당황했다.
제론은 그에게 고개를 작게 숙인 뒤 퓨리온 공작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확실히 일리가 있군. 사실 나도 마음속으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어. 하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선뜻 뭐라고 말하기 어렵더군.”
퓨리온 공작이 그렇게 말하곤 생각에 잠겼다.
그사이 제론은 에르딘에게 먼저 여관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알겠어요.”
짧게 대답한 에르딘이 군막을 나갔다. 유클리안도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더는 할 말이 없어 보이자 이만 가보겠다며 말했다.
제론은 퓨리온 공작이 고심에 잠겨 있는 사이 생각했다.
‘마탑에 소식을 전하러 갔네.’
악마술사는 흑마법사와 다르게 악마-마족에게 제물을 바쳐 힘을 얻는 방식이었다. 큰 힘을 얻기 위해서는 큰 제물을 바쳐야 한다. 금기가 괜히 금기라 불리는 게 아니다.
악마술사의 흔적이 발견된 이상 마탑에서도 비상이 걸릴 것이다.
‘퓨리온 공작은 유클리안 마법사를 통해 그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린 것이나 다름없지.’
악마술사가 나타났으니 너희도 대비해라.
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또한 퓨리온 공작이 황실에 숨어든 쥐새끼들을 솎아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조력을 얻어야 하니, 그 조력자가 악마술사를 잘 찾아낼 능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마탑에게 경고하고 동시에 정보를 건네주는 거래였다.
‘나도 해야 할 게 늘었네.’
오른 왕국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었다.
우선 페리안 자작령으로 편지를 보낼 생각이다.
아빠-아버지라면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국왕이나 아이언하트 공작과 끈이 닿아 있으니 어떠한 수단을 강구하리라.
로한이랑 카론에게도 보낼 테지만 두 명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만에 하나 혹시 몰라서 보내려는 것이다.
“대충 정리가 되었군.”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정리가 끝나면 돌아가야지. 쥐새끼들을 모조리 박멸시켜야 하니까.”
퓨리온 공작이 눈빛을 번뜩였다. 표정은 티가 나지 않지만 꽤나 분노한 듯했다.
당연한 분노였다.
그냥 쥐새끼도 아니고 기둥 안쪽부터 서서히 갉아 먹어 집을 무너트릴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는 놈들이다.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서 모조리 박멸하고 싶은 심정이리라.
“더 할 이야기가 없으면 이만 일어날게요.”
제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폴른 제국의 일이다. 외인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퓨리온 공작이 도움을 청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고서는 오지랖을 부릴 필요가 없었다.
“아 참. 에버로스트 산맥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요.”
“말하시게.”
“우리가 갔던 곳은 외각이었나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군.”
짐작이 맞은 모양이었다.
제론이 씨익 웃으며 고별을 알렸다.
“나중에 또 보게나.”
“좋은 일로 봤으면 좋겠네요.”
군막을 벗어나자 기병대장과 마주쳤다. 그가 귀족의 예법으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제론도 예법으로 인사하고 여관으로 갔다.
“일찍 오셨네요?”
“이야기가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돌아오면서 의뢰보수와 관련된 문제는 처리했어요. 확인해보실래요?”
“아니.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에르딘은 그럴 줄 알았다며 돈주머니를 건넸다. 금화가 잔뜩 들어서 엄청나게 묵직했다.
제론은 아공간 주머니에 탈탈 털어 넣으며 물었다.
“말콤은?”
“어, 음. 그게…….”
“같이 안 간다고 했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럴 것 같았으니까.”
말콤은 자신의 주제를 잘 안다. 나쁜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색했고 에르딘의 발꿈치도 쫓아오지 못한다. 그 사실을 깨닫고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똑똑.
“들어와.”
“응? 형씨, 벌써 돌아왔네.”
문을 두드린 사람은 말콤이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와 제론을 보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곧 에르딘에게 눈짓을 하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가지 않는다고 제론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으음. 들었겠지만 나는 같이 안 가기로 결정했어.”
“응. 그 결정 존중해.”
“지금보다 강해져서 5년 후에 찾아갈게. 형씨가 대륙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제론은 말콤의 눈빛에서 의지를 읽었다.
재능이 없는 녀석도 아니니까 잘 해낼 것이라 예상했다.
헤어지기 전에 술과 음식을 함께 했다.
또한 제론과 에르딘, 두 사람의 정체를 밝혔다. 말콤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금세 담담해졌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튿날 그를 떠나보내고 제론과 에르딘이 마을을 벗어났다. 말콤이 없어서 마차를 탈 필요가 없어졌다. 평소처럼 달리는 게 더 빨랐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거예요?”
“아, 내가 그걸 말 안 했구나.”
제론은 퓨리온 공작과 헤어지고 여관으로 돌아오며 일정을 생각했다. 집을 떠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바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다른 곳은 제쳐두더라고 한 곳만큼은 들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서대륙으로 넘어와 폴른 제국까지 온 이유.
바로 ‘침묵의 안개 숲’이었다.
에버로스트 산맥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산맥이다.
얼마나 크고 넓던지 에버로스트 산맥을 정복한 모험가는 여태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단순히 크고 넓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종류의 몬스터가 깊숙한 오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말하면 눈치챘겠지만 ‘침묵의 안개 숲’의 위치가 바로 그 깊숙한 오지였다.
수많은 모험가와 탐험가, 고고학자가 비밀을 밝히기 위해 들어갔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피해가 수만 명에 이르자 금지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강제로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침묵의 안개 숲’에 들어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개라고 하니까 왠지 트롤 샤먼이 떠오르네요. 설마 트롤 샤먼들이 잔뜩 있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닐 거야. 근처까지 탐험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 말로는 트롤의 흔적이 없다고 했으니까. 게다가 트롤 샤먼이 안개를 만든 거라면 다른 건 몰라도 북소리는 들렸을 거야.”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숙영지를 정하고 모닥불을 피웠다.
제론은 에르딘이 잠자리를 손보는 동안 멧돼지를 사냥해왔다. 가죽을 벗겨내고 내장을 손질했다.
잠자리 준비가 끝날 때쯤 잘 손질된 멧돼지가 모닥불 위로 올라갔다. 멧돼지한테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며 노릇노릇 구워졌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일부는 훈제로 했다.
배를 채우고 숙영지 주변으로 은신의 진법을 설치했다. 가까이 접근하면 두 사람의 흔적이 금방 발견되겠지만 제론의 기민한 감각이 먼저 알아차릴 것이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난 제론과 에르딘은 숙영지를 정리했다.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지도를 펼쳤다. 에르딘이 지도와 주변 지리를 두리번거리다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면 되네요.”
“너 방향치잖아.”
“언제 적 이야기를 하세요?”
에르딘은 투덜거리며 지도를 건넸다.
제론이 지도를 보자 녀석의 말이 맞았다. 멋쩍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녀석의 퉁명스러웠던 표정이 풀렸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무공수련을 거르지 않았다.
바후르와의 싸움으로 얻은 깨달음을 전부 체득한 에르딘의 무공은 가히 일취월장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늘었다.
또다시 벽에 부딪치겠지만 마스터 급이 아니라면 패배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은 됐다. 단전의 뇌기도 전보다 커져서 이제는 손가락 마디 2개 정도 크기가 됐다.
“덤벼.”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기에는 많이 이르지.”
파지직-!
제론의 도발에 순순히 응한 에르딘이 뇌기를 일으켰다. 창에 뇌기를 두르고 섬전과 같이 내질렀다.
제론은 허리를 비틀어 창격을 피했다. 손바닥으로 에르딘의 어깨를 툭 밀치며 발로 발목을 걷어냈다. 그러자 녀석이 벌러덩 자빠졌다.
“아직 많이 이르다니까.”
따악-!
마운트를 해서 이마에 꿀밤을 먹이자 에르딘이 기절했다. 녀석이 깨어난 시각은 늦은 밤이었다. 이마를 부여잡으며 앓는 소리를 내는 녀석에게 훈제한 고기를 구워서 내밀자 넙죽 받아서 맛있게 먹는다.
“몇 시간 지났어요?”
“3시간? 4시간?”
“얼마 안 지났네요. 그런데 제가 예전보다 강해졌는데 왜 달라진 게 없죠?”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나는 저 하늘 높이 날고 있어.”
“……?”
제론이 하늘을 가리키며 말하자 에르딘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하지만 꿀밤을 맞을 것 같아서 따지지는 못했다.
“그런데 너는 땅에서 달리고 있는 거지. 네가 열심히 달리면서 뛰어봐야 하늘 높이 날고 있는 내게 닿을까? 손끝도 닿지 못할 거야. 조금 더 빠르게 달린다고 해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는 거야.”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거죠?”
“그렇지. 처참하지만 적절한 비유야.”
제론은 시무룩해진 에르딘의 어깨를 토닥이며 생각했다.
‘그냥 벼룩은 아니지.’
잘못 손대면 목을 물어 뜯겨 죽을지도 모르는 아주 흉악한 벼룩이다. 위로해줄 수도 있었지만 시무룩해진 모습을 보니까 괜히 즐거웠다.
‘침묵의 안개 숲’으로 가는 도중 마주치는 몬스터는 전부 에르딘이 상대했다. 뇌기를 사용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점점 다루는 방법이 능숙해져 갔다. 단전에 모인 뇌기의 양도 손가락 마디 2개에서 3개로 늘어났다. ‘침묵의 안개 숲’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윽고 ‘침묵의 안개 숲’에 도착한 제론과 에르딘은 트롤 샤먼이 만들어낸 안개와는 다른 의미로 기이하고 장엄한 광경을 목격했다.
“와아.”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침묵의 안개 숲’의 안개는 어떤 곳은 회색빛이었고, 어떤 곳은 구릿빛이었으며, 또 어떤 곳은 맑게 갠 하늘의 색이었다.
또한 저 먼 곳에는 불처럼 빨간색의 안개가 깔려 있었다. 각 안개의 경계마다 색이 섞여 주황색이거나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여진 곳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제론이 말했다.
“너 이번에는 빠지고 싶지 않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