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7)
제147화
147화
“에이 또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에르딘이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위험하다고 맨날 떼놓고 가더니 지금도 그런 말을 하니까 괜히 심통이 난 것이다. 그러면서 슬쩍 제론의 눈치를 살펴보니 이번에는 혼자 가겠다고 말하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침묵의 안개 숲’을 바라봤다.
‘안개 색이 어떻게 저런 거지?’
색깔이 한 가지였다면 이해한다.
회색빛이거나 하늘색이면 숲에 독의 늪이 있어서 독소 때문에 그런 색이 나왔다고 생각해도 되고, 빨간색의 안개는 용암이 들끓어서 빛이 반사되어 그런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것처럼 구역처럼 다채로운 색깔로 나누어져 있으니 기괴하면서도 신비해 보였다.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침묵의 안개 숲’이 왜 금지가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어?’
한참을 구경하던 에르딘의 시야에 ‘침묵의 안개 숲’으로 다가가는 인영이 들어왔다. 두 눈으로 내공을 불어넣으니 인영이 확대되어 크게 보였다.
커다란 배낭을 멘 모험가였다.
“제론 님?”
“왜?”
“저기 사람이…….”
“모험가인가 보네.”
에르딘이 가리킨 모험가를 제론은 흥미롭게 바라봤다.
모험가는 짧은 도검으로 나무줄기와 넝쿨을 베며 ‘침묵의 안개 숲’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끔찍한 귀곡성과 모험가의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꿀꺽.”
에르딘은 긴장해서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제론이 말했다.
“저 안으로 함께 들어가고 싶다면 명심결明心訣을 배워야 해.”
“배울게요. 무조건 배울 테니까 얼른 알려줘요.”
제론은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곧 에르딘이 조금 전에 숲으로 들어간 모험가의 비명 소리와 귀곡성을 듣고 잔뜩 긴장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식 웃었다.
“겁 없는 줄 같더니 아니었네.”
“전 세상에서 귀신이 제일 무서워요.”
녀석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져 있었다. 제론은 살짝 장난기가 돌았다.
“레이쓰Wraith나 스펙터Spectre가 나오면 어떡하려고?”
“무슨 말이에요? 그건 몬스터지 귀신이 아니잖아요?”
“어?”
제론은 에르딘의 반박에 잠깐 당황했다.
엄연하게 분류를 하자면 귀신은 귀신이고, 레이쓰와 스펙터는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였으니 녀석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 전에 들린 귀곡성은 상식적으로 귀신의 것일 리가 없었다.
레이쓰나 스펙터일 확률이 높았다.
‘이 자식, 지금 제정신이 아니구나?’
어리바리한 게 딱 그 상태다. 피식 웃은 제론이 녀석의 맥문을 잡고 천주혈에 내공을 흘려보냈다. 정신이 맑아진 녀석이 조금 전의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깨닫고 머쓱하게 웃는다.
“그런데 명심결은 뭐예요?”
“쉽게 설명해서 정신을 맑게 유지해주는 무공이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공은 아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심공心功이었다. 하지만 내공을 사용하기에 무림에서도 포괄적으로 무공에 분류시킨 것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에르딘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배우고 그대로 내공만 운용하면 돼요?”
“맞아.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어. 명심결은 정신을 방어해주는 게 아니야. 너의 정신이 맑도록 유지를 해주는 거지.”
외부의 정신공격을 막아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에르딘 스스로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명심결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
“으으. 알겠어요.”
“좋아. 그럼 구결을 알려줄게.”
제론은 명심결의 구결을 반복해서 말해줬다.
한 시간 뒤 구결을 전부 외운 녀석이 명심결을 운용하더니 말했다.
“이거 신기하네요. 머릿속에서 안개가 싹 걷혀진 느낌이에요.”
과장을 보태면 흐릿하던 아기 때의 일도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아장아장 걸으며 아바바! 옹알이하던 자신의 모습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러운 기억도 좀 더 자세해졌다.
“이거 부작용? 단점? 아무튼. 그런 것도 있네요.”
“네가 익힌 무공과 상성이 잘 맞아서 그래. 정파의 내공심법과 명심결은 기의 흐름이 비슷하거든. 아, 뇌기는 빼고. 그건 좀 예외야. 뇌기는 패턴과 흐름이 무척이나 불규칙하니까. 어쨌든 명심결을 내가 익히면 그냥 정신만 맑게 유지해주는 정도인데 큰 소용은 없어. 그래서 다른 걸로 채우는 게 좋지.”
“그렇군요.”
에르딘은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충이나마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휴식하며 운기조식을 했다. ‘침묵의 안개 숲’ 안으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제론의 말 때문이었다.
“우리 돌아가면…….”
“그런 거 사망 플래그라면서요!”
금지로 들어가기 직전 제론이 애틋한 눈빛으로 말하려는 순간 에르딘이 다급하게 제론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윽고 제론이 히죽 웃자 장난친 것임을 깨닫고 이를 갈았다.
“그럼 가자고.”
‘침묵의 안개 숲’은 경계가 확실했다.
안개가 뒤덮인 곳부터 시작된다. 안개 속에 발을 내딛자 귀곡성이 들려왔다.
-끼아아아아악!
“어후.”
에르딘이 인상을 찡그리며 귀를 막는다.
귀곡성은 귓가에서 소리친 것처럼 크고 선명했다. 또한 사람의 정신을 흐트러트리고 부정적으로 현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침묵의 안개 숲’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절대로 귀곡성을 듣지 말라는 것이었다.
“레이쓰 같은데?”
제론은 주변에서 떠다니는 허여멀건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기겁한 에르딘이 두리번거렸지만 심안을 깨우치지 못한 녀석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법의 힘을 빌린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서 아티팩트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끼……아아악?!
투박한 단검을 꺼내든 순간 레이쓰들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귀곡성을 지르며 빠르게 흩어졌다. 마치 소림의 사자후를 듣고 도망치는 마인들 같았다.
에르딘이 어벙벙한 표정으로 묻는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제론이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투박한 단검의 정체가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아티팩트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대충이나마 짐작되는 사실이 있었다.
“레이쓰를 만들어내는 마법 아냐?”
“저 마법사 아닌데요?”
에르딘이 멀뚱멀뚱 제론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미안하다. 내가 괜한 질문 했네.”
“앞으로는 생각을 좀 하시고 질문하세요.”
살짝 욱했지만 속으로 삭였다.
제론은 투박한 단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레이쓰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발걸음을 지체하지 않았다.
* * *
‘침묵의 안개 숲’의 중앙에는 거대한 고성이 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전 대륙을 통틀어 양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왜냐면 그들을 제외한 모두가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고성의 저택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여인은 경고 마법이 발동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침입자?”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침묵의 안개 숲’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년 수백 명에 이르렀다. 이조차도 생환율이 제로에 달하자 줄어든 것이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수천 명이 들어와서 시체를 처리하느라 골치가 아플 정도였다.
“메이란 님. 다과를 내왔습니다.”
“내려놔.”
단안경을 낀 남자가 여인 메이란의 앞으로 차와 과자를 내려놨다.
“포폰.”
“예, 메이란 님.”
“데카론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가져와.”
“알겠습니다.”
메이란은 단안경의 남자 포폰이 나가자 잘 빠진 다리를 꼬며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본래대로라면 칼튼 제국의 일로 바빠서 움직이지 못할 그녀였다. 하지만 데카론이 꼴사납게 죽어버리자 일의 사안이 상상 이상으로 커져 버렸다.
놈의 죽음을 조사하라는 ‘그’의 지시까지 내려졌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그녀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와야 했다.
잠시 다과를 즐기고 있자 포폰이 데카론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가져왔다. 놈이 제대로 기록을 해놨다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충이나마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자료를 쭉 읽은 메이란이 말했다.
“흐응. 포폰. 전부 태워서 없애버려.”
“예. 알겠습니다.”
포폰이 가져왔던 자료를 가지고 나가 불태워 소각시켰다.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과 퓨리온 공작이 주요인물인가?”
메이란은 잠시 고민했다.
퓨리온 공작에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데카론이 죽었다면 정체를 들켰을 가능성이 높다. ‘악몽의 집행자’라는 사실까지는 모르겠지만 폴른 제국에 침투한 인원들이 전부 솎아내질 것이다.
“남은 건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인데.”
녀석의 종적을 파악하고 움직이면 또 늦는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바로 그때였다.
경고 마법이 또다시 발동했다. 메이란도 이번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 1차 결계를 뚫고 2차 결계로 진입해야 발동하는 경고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포폰.”
“예. 메이란 님.”
“처리하고 와.”
포폰이 스산한 미소와 함께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잠시 후 메이란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포폰과 맺은 계약이 끊어졌다. 그의 죽음이 느껴졌다.
“……!”
* * *
제론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집어넣었다. 쓰러진 그림자에게 다가갔다. 그림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검은색 털의 고양이 수인獸人이었다.
“너, 쟤랑 친구냐?”
네로한테 물어보자 녀석이 한심한 표정을 짓고 쳐다본다. 아무래도 괜히 말한 것 같다. 헛기침을 하며 에르딘을 쳐다보자 녀석이 죽은 수인을 살펴보며 묻는다.
“고양이 수인이 왜 우릴 기습한 걸까요? 혹시 모험가가 아닐까요?”
“모험가?”
제론이 수인의 복장을 살펴봤다.
수인이 입고 있는 옷은 귀족 가문의 집사들이 입을 법한 고급 예복이었다. 그래서 모험가일 확률은 거의 없었다.
사실 복장의 문제를 떠나 다짜고짜 공격을 해온 시점에서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녀석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질문을 했다기보다는 의견을 묻는 것에 가까웠다.
“혹시 숲의 주민은 아닐까?”
“으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조금 많이 난폭한 주민이기는 하지만요.”
에르딘이 제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고양이 수인이 숲의 주민이라면 자신들을 발견하자마자 공격한 것도 이해가 된다.
아주 오래전 인간들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뽐내기 위해 이종족을 노예로 삼아 장식품처럼 다루거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고, 그 이후로 이종족은 인간에게 배타적으로 변했다.
특히나 그 폐해를 많이 받은 이종족 중 하나가 수인족이었다. 그래서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절대로 혼자서 이종족-특히나 수인족을 만나지 말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금처럼 갑자기 공격을 받으니까 말이다.
물론 제론과 에르딘으로서는 옛날 사람이 아니어서 억울한 일이기도 했지만 본래 원한이란 몇 대를 이어가기 때문에 납득은 못 해도 공격을 한 이유는 이해한 것이었다.
“제론 님?”
“왜?”
“고양이 수인의 모습이 변하는데요?”
제론이 다른 적들이 또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죽은 수인을 지켜보던 에르딘이 얼른 그를 부르며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