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8)
제148화
148화
“진짜네.”
제론이 에르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수인의 모습이 서서히 번듯하게 생긴 30대 남자로 변해 있었다.
“수인이 죽으면 인간으로 변한다는 말은 못 들은 거 같은데?”
“반대의 경우는 들어봤어요. 그러니까…… 수인이 인간의 모습일 때 죽으면 본래의 모습, 수인으로 돌아간다는 거요.”
결론만 말해 두 사람 다 수인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뜻이었다. 애당초 수인족을 만날 일이 없다 보니까 아카데미에서 수업내용으로 들은 것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네로야. 너는 뭐 아는 거 없냐?”
[…….]네로가 게슴츠레 눈을 뜬 채 쳐다본다. 수인족에 대해 알고 있는데 말해주기 싫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건지 의미를 짐작할 수 없었다.
제론은 깔끔하게 녀석의 대답을 듣길 포기하고 고양이 수인이었던 남자의 품속을 뒤졌다. 그러자 통신 구슬이 나왔다. 이 흐름이 낯설지 않았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그게 뭔데요?”
에르딘이 가까이 다가가 묻는다.
제론은 말했다.
“흑마법사가 갖고 있던 통신 구슬이랑 똑같은 거야.”
“그럼 한번 통신 연결해 보세요.”
“작동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줘보세요.”
에르딘이 제론한테서 통신 구슬을 받더니 이리저리 만졌다. 곧 통신 구슬이 반짝이며 통신을 보냈다. 저쪽(?)에서 통신을 받으며 고혹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누구야?]흑마법사의 통신 구슬로 짧게 대화를 나눴던 목소리였다.
제론은 에르딘을 보며 감탄했다.
“와! 어떻게 한 거야?”
“몇 번 사용해봐서 알아요.”
“너 은근히 다재다능하네.”
[너 누구냐고!]고혹적인 목소리는 무시를 당하자 분노에 찬 하이톤으로 외쳤다.
제론이 키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누구인지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런 미친 새X가!]“사랑과 진실, 어둠을 뿌리고 다니는! 용병계의 감초! 귀염둥……!”
[아악!]통신이 끊겼다. 제론은 아쉬워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쉽네. 꼭 해보고 싶었는데.”
“장난칠 분위기는 아니지 않았어요?”
옆에서 에르딘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제론은 무림에 있을 때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어느 유명한 만화의 악당들 대사여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너무 마려웠어.”
“그렇게 마려웠으면 화장실이라도 가시지 그랬어요?”
제론은 구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어는 모르지. 이런 내 맘 모르지.”
“어휴. 진짜 가지가지 한다.”
에르딘이 포기했는지 한숨을 푹 내쉰다. 하지만 제론은 아까 녀석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말은 저러지만 분명히 그 순간에는 웃겼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방금 그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적 있지 않아요?”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어디서 들어봤을까요? 흐으음.”
에르딘이 말끝을 늘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옛 기억을 더듬어가는 것이다.
제론은 그사이 수인이었던 남자의 몸수색을 이어갔다.
내심 통신 구슬로 또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렸지만 기대는 배신당했다. 10분이 지나도 통신 구슬이 반짝거리지 않았다. 섭섭한 마음에 입술을 삐죽 내밀 때쯤 에르딘이 ‘아!’ 하고 탄성을 흘린다.
“혹시 누구인지 기억났어?”
“네. 그런데…… 조금 의외의 인물이에요.”
“누구?”
“메이엔 선배…… 기억하시죠?”
제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계수가 새겨진 별 모양의 배지를 주고 떠난 아카데미 선배였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 중 하나였지.’
그런데 의아했다.
‘메이엔 선배의 이름이 왜 튀어나온 거지?’
통신 구슬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무척이나 고혹적이었다. 비유하자면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의 목소리 같았다.
반면 제론의 기억 속에 있는 메이엔 선배의 목소리는 풋풋하고 가녀렸다.
두 개의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매칭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몇 년 만에 사람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리 그래도 메이엔 선배랑 목소리가 비슷하……?”
제론이 말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문득 정말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카데미 당시의 선배를 생각하면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5년 뒤의 선배 목소리가 어떨지 상상해보고 목소리의 억양을 고혹적으로 바꾸니까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됐다.
‘에이 설마…….’
사실 믿고 싶지 않았다.
‘존경하던 아카데미의 선배님이 사실 알고 보니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악당이었습니다?!’라는 식의 라이트 노벨 제목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 그럼 그 배지는 나를 조직으로 영입하려고 준 건가?’
진짜라면 소름 돋는다.
* * *
“아악!”
메이란은 통신 구슬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유리 조각이 튀어 팔과 다리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신경 쓸 만큼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다.
“그 새X야. 그 X끼가 틀림없어.”
데카론의 통신 구슬로 도발한 그놈이 틀림없다.
까드득-!
이가 저절로 갈렸다. 곧 화를 삭인 메이란이 중얼거렸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그날 이후로 반드시 제론-아직은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을 찾아내 찢어 죽이고 말겠다며 다짐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몰라도 제 발로 무덤에 걸어 들어왔으니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까마귀의 먹이로 던져 주리라.
“아니. 여기까지 오기 전에 몬스터의 먹잇감으로 만들어주마.”
마법진을 조작해서 놈의 위치를 파악하고 ‘침묵의 안개 숲’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보냈다.
* * *
에르딘이 제론의 말을 듣고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메이엔 선배가 악당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차라리 제론 님이 악당이라고 하면 납득하겠다. 안 그래요?”
“내가 악당이면 넌 이미 죽었어.”
제론이 담담하게 말하자 에르딘이 딸꾹질을 했다. 장난 같지 않은 장난에 저도 모르게 반응한 것이다. 곧 안정을 찾은 녀석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저는 메이엔 선배와 관련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가족이나 친척을 말하는 거지?”
“맞아요.”
“그것도 나름 위험한 거 아니냐? 가족이나 친척 중에서 엄청난 악당이 있다는 건 보통 사망 플…… 아니다. 아니야. 이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랬어.”
제론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메이엔 선배의 가족이나 친척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말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목소리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만나면 확실히 알게 되겠지.”
제론은 레이쓰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투박한 단검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숲속 깊숙한 곳으로 다시 움직였다. 만약 통신 구슬의 목소리가 이곳에 있다면 마중할 준비를 철저하게 할 것이다.
그럴 여유를 줄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위치를 파악하고 목을 따야지.’
제론의 생각은 바람으로 그쳤다.
이동한 지 얼마 안 돼서 엄청난 양의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제론 님? 이거 조금 위험한 거 같은데요?”
산 위에서 바라봤던 안개는 각기 색깔마다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다. 그것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제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딘이 말하지 않아도 보여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로 위험한 것은 안개의 이동이 아니었다.
“싸울 준비해.”
“네?”
“몬스터가 접근하고 있어. 그것도 꽤나 많이.”
키르르륵.
아주 작게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듣는 울음소리였다.
에버로스트 산맥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몬스터 중 하나일 것이다. 에르딘이 긴장하며 창을 움켜쥔 순간 재빠른 움직임으로 접근하는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졌다.
제론이 검을 움직였다.
서걱-!
피륙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반으로 갈라진 몬스터의 사체가 떨어졌다.
“코카트리스?”
에르딘이 몬스터의 사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코카트리스는 수탉의 머리와 두 개의 다리, 바다뱀의 몸통을 합친 몬스터였다. 쇠처럼 단단한 부리로 먹잇감의 머리를 박살 내며, 몸에 직접적으로 닿으면 석화의 저주를 받아 천천히 돌로 변한다고 알려진 위험한 놈이었다.
“또 온다.”
“어? 어어?”
에르딘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기척은 분명히 느껴졌다. 30m 안까지 접근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몬스터가 투명화된 상태로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빠르게 갈 거니까 잘 따라와.”
“알겠어요.”
제론은 히죽 웃으며 앞으로 달렸다.
아직 녀석은 모르는 것 같지만 주변 100m 안에 있는 몬스터가 30마리 이상이었다. 안개가 움직이면서 그 안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이쪽으로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전부 코볼트나 고블린 같은 약한 개체가 아니다. 최소한 중형 이상이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코카트리스는 애교 수준이었다.
몸의 길이만 10m가 넘는 대왕 뱀 킹밤이 갑자기 나타나며 마안을 부라렸다. 내공을 끌어올려 마안의 저주를 파쇄하며 검으로 몸뚱이를 토막 냈다.
키아아악!
킹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간다. 녹색의 핏물이 숲속에 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나무로 위장해 있던 트렌트Treant가 나무줄기 같은 촉수를 뻗어왔다.
제론이 검을 사사삭 움직여 촉수를 베어내며 외쳤다.
“살아 있냐!”
몬스터는 앞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앞뒤 좌우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뒤에서 덤벼드는 몬스터를 향해 창을 내지른 에르딘이 대답한다.
“아직! 아직은……요!”
녀석의 호흡은 아직 흐트러지지 않았다. 조금 더 속도를 올려도 될 것 같았다.
제론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외쳤다.
“그럼 좀 더 빠르게 간다!”
“이런 시……!”
왠지 욕설이 들린 거 같았지만 착각일 것이다.
제론은 나무꾼이 되어 검강을 날려 보내 트렌트를 벌목하고 또 다른 몬스터를 4조각으로 썰고 앞을 바라봤다.
검붉고 검푸른 구체들이 날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어깨 위의 네로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타락한 정령들이다.]“좋은 정보 감사!”
검붉은 구체들이 가까워졌다. 불길한 검은색 화염을 몸에 두른 불의 정령 샐러맨더였다. 검푸른 구체들은 물의 정령 운디네였는데 맑은 물이 아니라 폐수로 몸이 이뤄진 것처럼 보였다.
“너희들을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만들어주마!”
“야, 이 미친 인간아!”
무심코 푸흡 웃어버린 에르딘이 몬스터의 공격을 허용하며 제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미 신들린 것처럼 흥이 올라버린 제론은 에르딘의 욕설을 듣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타락한 정령들을 썰어댔다.
타락한 정령들이 괴이한 비명을 지르며 소멸됐다.
“내 검은 당신의 것이다!”
반쯤 광기로 물든 제론은 어떤 게임의 캐릭터 대사까지 외치며 몬스터를 물색했다.
“아까부터 계속 뭐라는 거야!”
[내가 어쩌다 이런 미친 인간과 계약을 했는지…….]타락한 정령들을 안타깝게 쳐다보던 네로마저 한탄한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