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149화
제론은 람보르기니의 엔진을 탑재한 탱크처럼 질주했다. 한차례의 공습이 끝나고 몬스터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으으으음!”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나른하게 웃었다. 몸이 개운해졌다. 던전에서 흡수한 잔존 마나를 90프로 정도 녹여냈다. 단전이 확장되며 내공의 양이 족히 2배는 늘었다.
나머지 10프로의 잔존 마나는 배출시켰다.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고, 갖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찌꺼기였다.
나른한 표정의 제론과 다르게 에르딘은 반쯤 죽어가는 몰골이었다. 다크서클이 녀석을 언데드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턱 끝까지 짙게 내려왔다.
“와! 세상에! 맙소사!”
녀석은 벌러덩 누워서 위의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운기조식을 하라며 말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얼마나 깊숙하게 들어왔는지 가늠이 안 된다.
‘침묵의 안개 숲’의 안개는 트롤 샤먼이 주술로 만들어낸 것과 달리 꿰뚫어 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안개가 계속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숲의 중심을 향해 직진했지만 어느새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살짝 곤란했다. 이대로는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
“몸은 좀 풀렸는데 이제부터가 난관이네.”
“…….”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하고 있는 에르딘을 봤다. 거칠어졌던 호흡이 고르게 흐르며 주변의 기운을 빠른 속도로 흡수한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기의 밀집도가 1.3배가량 높으니까 녀석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거다.
물론 밀집도가 높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마냥 좋다면 많은 사람들이 오러 마스터가 되기 위해 기의 밀집도가 높은 곳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가 밀집된 곳에서 오러 연공법을 수련하면 오러 홀에 쌓이는 양이 많아지고 흐르는 속도가 빨라지지만 제어를 실패해서 폭주하게 될 확률이 높다.
무림 식으로 말하면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부작용이 적은 최상급의 오러 연공법을 배운 사람들은 기의 밀집도가 보통만 되어도 쑥쑥 빨아들이니까 굳이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기의 밀집도가 높은 곳을 찾아다닐 시간에 1분 1초라도 더 많이 오러 연공법을 수련하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에르딘은 속성코스로 수련을 해서 금방 강해지는 대신 한 번 정체하는 순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한다.
설령 내공이 폭주하더라도 옆에서 손봐줄 사람이 있으니 괜찮다.
제론은 에르딘의 운기조식이 끝나기 전까지 기다리며 자신의 단전을 확인했다. 내공의 양이 2배로 늘었으니 확인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내공의 양만 늘어난 게 아니라 순도도 좋아. 그런데 속성내공은 왜 쌓인 거지?’
속성내공은 에르딘의 뇌기처럼 특별한 기질을 띠는 내공을 의미한다. 제론의 단전에 쌓인 속성내공은 화기火氣와 수기水氣였다. 추측되는 건 타락한 정령들이었다. 그것들은 시체를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 기운이 제론의 몸속으로 스며든 것으로 예상되었다.
‘으음. 아무래도 좋은 일이겠지.’
속성내공은 특별한 기질을 띠고 있어서 쌓는 것도 어렵다. 1갑자가 멀지 않은 에르딘의 내공에서도 뇌기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10프로도 되지 않았다. 특별히 속성내공을 수련한 적이 없던 제론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아. 죽겠다.”
에르딘이 운기조식을 끝내고 일어나며 피로를 호소했다. 턱 끝까지 내려왔던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색이 짙었다. 거의 1시간 동안 몬스터와 싸웠으니 운기조식만으로 피로를 회복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거 다 운동 부족이야. 평소에 운동을 좀 열심히 하지 그랬어.”
“그런 거 같아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근데…… 제론 님은 멀쩡해 보이시네요?”
에르딘의 시선이 마치 괴물을 보는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했으니까.”
“지금은 안 하잖아요.”
“육체의 수련이 필요 없는 단계거든.”
“이게 소야, 말이야.”
제론은 뜬금없었지만 소시지 야채 볶음이 먹고 싶어졌다.
달콤하고 짭짜름하며 시큼한 케첩과 비엔나소시지, 그리고 양파와 파프리카를 넣어 사사삭- 강한 불로 볶아주며 훈향까지 입히면 소주 2병은 그냥 뚝딱 비운다.
‘땀을 흠뻑 흘려서 그런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옛날부터 자주 떠오르곤 했다.
“이제 슬슬 움직이자.”
“기사도를 발휘하셔서 저 좀 잘 지켜주세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제론 님은 오른 왕국의 기사 작위를 갖고 계시잖아요. 그러니까 기사도에 나온 것처럼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거예요.”
“네가 약자라고?”
“제론 님보다 약하니까 약자죠.”
제론은 이론상 맞는 말이라서 반박하지 못했다. 침묵을 유지한 채 성큼성큼 걸어가자 뒤에서 에르딘이 히죽거리며 따라온다. 잽싸게 뒤돌아보자 녀석이 흠칫 놀라며 멀어진다.
“풉.”
“아! 진짜 장난 좀 그만 쳐요!”
“쫄았네. 겁쟁이 에르딘.”
“나중에 조심하세요. 절벽에서 밀어버릴 거니까. 꼭 밀어버릴 거야. 아니면 창으로 찔러버릴 거야. 으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수하고 말 거다!”
두 눈에 불을 켜고 말하는 에르딘에게 비웃음을 날려준 제론이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에르딘은 저도 모르게 움찔 떨며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생각해서 긴장했지만 제론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몬스터도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상 장난치는 건 아니었다.
“제론 님. 설마 몬스터가 또 오고 있는 건 아니죠?”
“이번에는 몬스터가 아니야.”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에르딘이 제론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이번에는’과 ‘몬스터가’였다. 몬스터가 아니라면 다른 존재가 오고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몬스터 말고 다른 게 오고 있어요?”
“응. 추측하기로는…….”
쿵!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을 울리는 진동. 마차가 달리거나 켄타우로스 무리의 질주로 흔들리는 것과는 종류가 달랐다.
‘마치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라고 할까나?’
그런데 몬스터가 아니라고 말했다. 에르딘이 침을 꿀꺽 삼키며 뭐냐고 재촉하자 제론이 흐릿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정확한 건 직접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골렘이 아닐까?”
“……골렘? 골렘이요? 제가 알고 있는 그 골렘이요? 몸과 팔이 크고 두꺼우며 우람한 그 골렘?”
“뭔가 좀 이상한 게 연상되긴 한데 그 골렘 말하는 거 맞아.”
쿵! 쿵!
골렘으로 추측되는 물체가 점점 가까워진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에르딘이 허겁지겁 창을 고쳐 쥔다. 그런데 오우거를 비롯해 대형 몬스터를 상대해본 경험이 없어서 골렘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몰랐다.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으로 제론을 쳐다보자 그가 말한다.
“나도 골렘은 처음이야.”
“우와! ……가 아니라 오우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으음. 어떤 골렘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제론도 골렘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조금 더 단단하긴 해도 베지 못하지는 않을 테고.’
음음.
정 못 베면 한 번 더 검을 휘두르면 되겠지.
고개를 끄덕인 제론이 말했다.
“근데 나는 안 나설 거야.”
“그럼 얼른 가야 하지 않아요?”
“네가 싸울 거야.”
“무슨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그 미친 소리를 하신 거군요.”
“너 아까부터 계속 나한테 욕하는 거 같다?”
에르딘은 제론의 말을 무시하고 창을 고쳐 쥐었다. 대충 오우거와 싸운다고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에르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통할지 말지는 모른다. 처맞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하아.”
에르딘이 짙은 한숨을 내쉰다.
50m 안으로 접근한 골렘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쇳덩어리다. 성Castle처럼 팔과 다리, 어깨가 멋지게 꾸며졌다. 머리로 추측되는 곳에는 붉은빛 2개가 반짝거린다. 아마도 눈일 것이다.
제론이 골렘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마치 거대한 성이 눈앞에 서 있는 것 같네. 어…… 그럼 성 골렘인가?”
“아이언 골렘이라고 하죠? 보통은.”
에르딘이 제대로 정정해주며 창날에 오러 스피어를 둘렀다.
성 골렘…… 아니, 아이언 골렘이 제론을 한 번 쳐다보고 그다음으로 에르딘을 바라본다. 자신을 공격하려는 대상을 먼저 타깃으로 삼는 모양이다.
번뜩-!
아이언 골렘의 눈이 크게 빛나며 팔을 휘둘렀다. 아까 누군가가 한 말처럼 크고 두꺼우며 우람한 팔뚝이 무서운 파공성을 터트리며 그 누군가를 노렸다.
“하앗!”
에르딘이 높게 뛰어 공격을 피했다.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다람쥐처럼 아이언 골렘의 팔에 올라타서 달렸다. 오러 스피어가 둘러싸인 창으로 아이언 골렘의 눈을 노렸다.
자고로 눈은 모든 생명체에게 존재하는 공통적인 급소였다. 아이언 골렘이 생명체는 아니었지만 사물을 구분하기 위해 눈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르딘의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골렘의 눈은 시야를 확보하며 사물(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 위해 존재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아이언 골렘의 ‘아이언Iron’은 철을 의미한다. 또한 골렘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병기였다. 몸뚱이를 구성하는 철이 마법적인 처리가 되었다는 뜻이다. 오러 스피어가 철-쇠를 가른다고 하지만 마법적인 처리의 수준에 따라서 강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팅-!
“어……?”
에르딘은 튕겨져 나가는 창날을 바라봤다. 오러 스피어가 아이언 골렘의 눈을 갈라내기는커녕 흠집도 내지 못했다.
쿠오오오오-!
아이언 골렘이 포효한다. 마치 에르딘을 비웃는 것처럼 두 눈을 반짝인다. 휘둘렀던 팔을 회수하고 다시 에르딘을 노린다.
“미친!”
에르딘은 욕설을 토했다. 허공에 뜬 채로 몸을 회전시켰다. 튕겨 나간 창에 힘을 가해 억지로 궤도를 꺾어 아이언 골렘의 어깨를 때렸다.
몸이 좀 더 높게 떠오르며 아이언 골렘의 공격을 피했다.
발밑으로 지나가는 크고 우람한 쇳덩이에 안색이 창백해진 에르딘이 땅으로 착지하고 신법을 펼쳐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에르딘! 힘내라!”
“좀 닥쳐요!”
에르딘이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제론은 쭈글해졌다.
‘미치겠네.’
벌렁거리는 심장을 호흡으로 진정시켰다. 아이언 골렘은 자신의 위치를 놓치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탐색하고 있었다. 소리로 타깃을 포착하는 게 아니다. 두 개의 눈으로 발견해야만 움직인다.
“후우.”
호흡이 완전히 진정되자 용형보를 펼쳤다. 아이언 골렘에게 접근해 아까보다 더 응축시킨 오러 스피어로 등을 찔렀다.
탱-!
쇠젓가락으로 프라이팬을 때린 소리가 났다. 아까처럼 맑은 소리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까 찌른 등에 흠집이 나 있었다.
‘통했다!’
아까처럼 흠집도 내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에르딘의 눈빛이 이글거리며 불타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