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5)
제15화
15화
‘이걸 어떻게 하지?’
쥬페토는 시작하기 전부터 골치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건 좋다. 그에게 학구열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아들의 일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방금 본 글자는 적어도 이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자였다. 저 먼 북방이나 남방, 대륙에서 살짝 떨어진 섬까지 가면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본 글자 1개만으로도 문자의 체계 자체가 오른 왕국이 위치한 중앙대륙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시간조차 없다.
마지막으로 함께 외출을 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부인과 티타임을 가진 것도 한 달에 1번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문자를 배운다고?
쥬페토는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그래도 해야지.”
가족의 일이었다.
잠을 1시간이라도 더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익혀야 한다.
그는 오러 익스퍼트Expert.
하루에 잠을 4시간만 자도 충분한 철인이었으니까.
“괜찮으시겠어요?”
부인의 목소리.
걱정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실제로 쥬페토는 지금도 하루에 5시간만 자고 있다. 페리안 남작령의 모든 업무가 그의 손을 거쳐서 처리된다.
몇 가지만 다른 사람에게 맡기더라도 최소 2시간은 여유가 생기겠지만 갑자기 사무관을 고용하자니 허덕이는 재정이 떠오르며 속이 쓰리다.
‘아티팩트만 처분하면…….’
쥬페토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멈추려고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그건 아들의 것이다. 지금은 잠시 수중에 보관(?)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돌려줘야 한다.
“아티팩트 팔죠.”
“……!”
쥬페토는 막내가 자신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 말하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개를 내려 굳은 결의로 반짝이는 눈빛과 시선을 마주쳤다. 아까워하는 감정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아티팩트가 얼마나 값어치가 높은 건지 모르는 것일까?
아니, 영특한 우리 막내가 그 사실을 절대로 모를 리가 없다.
알기 때문에 압수당했을 때 시무룩했겠지.
‘우리 막내가 아빠 힘든 걸 알고 그런 거구나!’
코끝이 찡했다.
벌써부터 가족을 챙기는 5살짜리 막내의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 * *
‘아, 겁나 아까워.’
제론은 쓰라린 속을 애써 겉으로 티가 나지 않게 감췄다.
살아온 세월만 57… 아니, 62년!
이 정도 연기는 껌 씹는 것처럼 쉬웠다. 사실 현대의 27년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무림에서 30년 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 사고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하… X발. 끔찍한 과거는 떠올리지 말자. 나는 지금 유민현이 아니라 제론이니까. 환생까지 했는데 안 좋은 전생의 기억을 계속 마음속에 담아둬서 좋을 건 없지. 암, 그렇고말고! 난 유민현이 아니라 제론이다! 부모님과 형, 누나가 있는 제로니아 페리안!’
무림에서 있었던 안 좋은 기억들을 재빨리 지우고 아빠의 표정을 살펴봤다. 수억 원짜리 물건을 상납(?)받고 기쁨에 눈시울을 붉힌 모습을 보니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이런 맛에 자식을 키우는 거지!’
무림 식으로 표현하자면 금의환향-출세해서 고향에 돌아온-이었다. 이번의 경우에는 출세했다기보다는 땅에 떨어진 금덩이를 주운 격이었지만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빠의 말을 들어보니까 페리안 남작령이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제가 안전하게 쑥쑥 크고요. 그러니까 아티팩트를 팔아서 사무관도 고용하고, 아빠도 좀 더 편하게 일하고,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런 표현들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니?”
아이리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제론이 머쓱하게 웃으며 “책에서요.”라고 대답했다.
[하찮은 인간 꼬마야. 거짓말하지 마라.]24시간 내내 그의 옆에서 딱 붙어 있다시피 한 네로가 꼬리로 제론의 뺨을 툭툭- 치며 말했다. 부모님이 제론을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네로 역시 자신의 계약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지 오래였다.
‘이놈의 자식. 언제 한 번 교육을 하던지 해야지.’
제론은 속으로 네로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며 자신의 생각이 어떻냐는 표정으로 부모님을 쳐다봤다. 잠시 고민에 잠기신 모습이 무척이나 멋있고 아름다웠다. 가족이라는 콩깍지를 떠나서 아빠는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고 사내다운 외모를 가졌고, 엄마는 아이를 3명이나 낳았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주름 하나 없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했다.
‘키야- 오른 왕국에서 양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더니 이거 양손이 아니라 한 손으로 줄여야 하는 거 아냐? 게다가 그런 엄마를 차치한 아빠라니! 사실 인성이 아니라 외모로 홀린 걸지도 모르겠어.’
제론이 부모님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도중 결단을 내렸는지 쥬페토가 아티팩트를 처분하겠노라며 말했다.
“공짜로 받지는 않겠다. 우리 영지를 위해 쓴다고 해도 제론 너는 소영주로서의 책무가 주어지지 않은 차남이다. 최대한 빠르게 아티팩트의 값을… 아니, 그 이상으로 돌려주마.”
“헤헤. 나중에 독립할 때까지 저축한다고 생각할게요!”
“그래, 고맙다.”
쥬페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도 제론의 눈에는 멋있게 보였다. 뭔가 시크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순적인 두 가지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미소였다.
‘나중에 거울이라도 보면서 따라 해볼까?’
아빠를 닮아서 나중에 꽤나 미남 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했다. 실실 웃는 것보다는 여자 몇 명(?) 정도는 홀릴 그런 미소를 미리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튼, 결정 난 대로 할 테니 이만 가보거라. 아빠는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 같구나.”
쥬페토가 제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제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다. 곧바로 서고로 향했다.
‘도비는 자유의 몸이에요!’
벌써부터 마음껏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생각에 잔뜩 들떠버렸다.
서고에 도착하자 바로 깃펜을 들었다.
“우선 심법부터 써야지.”
무림에서 익힌 모든 것을 책으로 쓸 생각이었다.
물론 좋은 것만이다.
마공 같은 건 자신이 익힌 역혈마공만으로도 충분했다.
남에게 전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음. 이왕이면 정파의 무공이 좋겠지?”
형과 누나에게 전수한 심룡연단신공도 정파 무림의 무공이었다. 사파의 무공이나 마공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효율이 극악무도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형의 경우에는 신체와 잘 맞는지 거의 상승의 심법처럼 내공이 잘 모인다.
“형은 심룡연단신공으로 충분하고. 누나 걸 좀 생각해봐야겠어. 아빠랑 엄마 거도. 이왕이면 주안술도 알려주면 좋겠지?”
아직은 젊은 부모님이지만 세월이란 녀석은 너무 야속해서 순식간에 지나가고는 한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얼굴에 잔뜩 주름이 질 것이다. 그 모습을 최대한 늦게 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손주 볼 때까지는 젊게 사셔야죠.”
벌써부터 결혼을 하고 자식의 자식까지 보게 할 생각에 신난 제론이었다.
아직 손이 작아서 가족의 특성에 맞는 심법을 전부 써 내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신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심법서를 전부 적었다.
그다음으로는 심법과 속성이 맞는 무공을 써야 한다.
“아, 맞다. 한자는 어떡하지?”
잠시 손을 풀고 깃펜을 든 순간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심법서를 읽으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
유민현으로 무림을 주유할 때 꽤나 고생했던 부분이었다.
현대에서 사용되는 한자가 많지 않고, 시대가 다른 탓인지 무림이라는 전혀 다른 세상이기 때문인지 한자 모양이 전혀 다른 것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랄 것은 이곳에 한자가 없는 것이랄까!
제론은 이내 활짝 웃으며 자신이 아는 한자를 전부 써 내리기 시작했다.
“뭐, 내가 외우는 거 아니니까!”
내가 고생하나.
부모님과 형, 누나가 고생하지.
제론은 히죽 웃으며 깃펜을 마구 휘날렸다.
* * *
가족들에게 전수할 무공을 정리하는 데 시간만 무려 10일이 넘게 걸렸다.
손이 작아서 무공서를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탓도 있지만 알고 있는 한자를 최대한 상기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심법을 제대로 익히려면 기경팔맥과 임독양맥을 비롯해 그 외로도 내공이 흐르는 혈도를 모두 외워야 한다. 또한 무공서에 주석注釋과 그가 스스로 깨달은 심득-설명을 달아놓으며 추가적으로 시간이 더해졌다.
“아이고. 고작 당장 필요한 것만 했는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네.”
제론은 손아귀가 저리는 것을 느끼며 깃펜을 잠시 내려놓았다.
오래전에 익히고 어느 정도 경지를 이룬 뒤 완전히 손에서 놓아버린 무공이 제법 많아서 직접 몸으로 시연하기까지 하니 10일로도 사실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런 부분은 가르쳐주면서 따로 알려주면 될 테고.”
사실 가족 중에서 가장 무공을 배우기 힘든 사람이 아빠였다.
아빠는 무림의 기준으로 초일류에서 절정 사이로 보였다.
아마도 가문의 오러 연공법과 검술을 익혔을 것이다.
말은 즉, 이미 몸에 습관이 잔뜩 배여 있으리라 추정되었다.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치기 힘든데.”
게다가 초월적인 어떠한 존재가 내려준 지식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가르쳐주는 건 아들이었다. 장성한 성인도 아니고 5살짜리 어린아이다. 이내 고민을 내려놓았다. 앞서 머릿속에 이상한 문자와 지식이 떠오른다고 했으니 움직임 같은 것도 동영상처럼 재생된다고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고지식한 정파의 꼰대는 아닌 것 같으니까.”
물론 바쁜 아빠에게 제일 먼저 무공을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 실험대상이 2명이나 있었으니까.
깃펜을 내려놓은 제론이 무공서를 들고 실험대상을 찾아갔다.
“형! 누나!”
“음?”
“그 책은 뭐야?”
제론의 부름에 가른과 헤샤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곧이어 네로가 게슴츠레 뜬 눈으로 2명의 꼬마를 보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불쌍한 하찮은 인간 꼬마들.]형과 누나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 * *
“아우! 이런 걸 왜 내가 해야 하는 거냐고!”
헤샤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잉잉 발버둥 쳤다. 우다다- 뛰어놀기도 바쁜데 이상하고 꼬부랑(?)한 기호를 가져와서 대뜸 외우란다.
처음에는 당연히 코웃음을 쳤지만 아빠와 엄마가 명령이라며 지시하자 억지로 붙잡고는 있었다. 하지만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나가서 놀 거야!”
“안 돼.”
“나는 누나고, 너는 동생이야!”
헤샤가 누나라고 해도 제론과는 고작 4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9살 꼬마 숙녀였다.
아직 부모님의 말을 무서워할 때라는 것이다.
“아빠랑 엄마의 말을 거역할 셈이야?”
“이익!”
제론이 바로 부모님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자 씩씩-거리더니 다시 앉아서 무공서를 익히는 데 필요한 한자가 적힌 책을 한참 들여다본다. 하지만 인내심이 바닥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반면 가른은.
“참 신기하구나.”
천자문을 쭉 읽어보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눈빛에서는 흥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