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150화
제론은 육포를 꺼내 질겅였다. 꽤 질기긴 했지만 침으로 적셔서 계속 씹다 보니 조금씩 흐무러지며 먹을 만해졌다. 꿀꺽 삼키고 생각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몬스터는 더 없나 보네.’
에르딘에게 아이언 골렘을 맡기고 구경만 하는 게 아니었다. 주변으로 기감을 퍼트려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500m 반경까지 훑어보자 짐승을 제외하고는 몬스터가 없었다.
잠시 더 기다려보고 더는 없다고 확신을 내린 후 다시 에르딘을 쳐다봤다. 녀석은 아이언 골렘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등에 티끌 같은 흠집을 낸 마지막 공격 이후 별다른 유효타를 내지 못했다.
‘도와줄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하며 살펴본 결과 아이언 골렘은 오우거와 비슷한 전투력을 가졌다. 공격속도나 움직임은 오우거에 비해 현저하게 느렸지만 몸 전체가 마법으로 처리된 철이라서 그런지 엄청 단단해서 방어력은 더 뛰어났다.
오우거의 옆그레이드(옆+업그레이드)보다는 살짝 위라는 종합평가가 내려졌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도 오우거를 혼자서 상대하지 못한다. 하물며 그런 오우거보다 강한 아이언 골렘이다. 본래라면 지금의 에르딘이 상대하지 못할 강력한 존재였다. 무공을 익혀서 효율적으로 내공을 다룬다고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경험을 쌓기는 좋지.”
에르딘은 속성코스로 수련해서 지금처럼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강력한 존재와 싸워 벽을 조금씩 뚫어놔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건데.”
메이엔 선배와 비슷한 목소리의 여자가 몬스터의 공습이 실패한 것을 뻔히 알고서도 아이언 골렘을 보냈다는 건, 두 사람이 도착하기 전까지 더더욱 확실하게 상대할 준비시간을 벌겠다는 뜻이다.
“그건 좀 골치 아프지.”
제론이 흑마법사를 손쉽게 해치운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녀석에게 무언가를 할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은 점점 더 커져 갈 것이다. 준비가 끝나기 전에 여자의 목을 베는 게 좋다.
“에르딘!”
“알아요! 그래도 잠시만요!”
제론은 에르딘의 표정이 아까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기다려줘야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머리를 벅벅 긁은 뒤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에휴. 나도 모르겠다. 무슨 수작을 부려 놨던 다 박살 내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따악-!
제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투명한 상태로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눈처럼 생긴 몬스터가 터지며 체액을 뿌렸다.
* * *
“꺄악-!”
메이란은 시야를 공유하던 비홀더Beholder가 터져 죽자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며 엄청난 통증으로 비명을 질렀다.
“개X끼! 벌레 같은 새X! 샤벨 타이거의 똥 찌꺼기 같은 X끼!”
손수건을 꺼내 피눈물을 닦아내며 악독한 욕설을 뱉었다. 비홀더는 몸뚱이와 사지가 없는 대신 투명하고 거대한 눈 한 개와 작은 눈 10개를 번갈아 쉬며 24시간 동안 무언가를 감시하는 데 쓰는 패밀리어Familiar였다. 마탑에도 몇 개체가 없는 워낙 희귀한 녀석인데 공중에 떠다녀서 기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녀석의 존재를 알아차릴 방법은 마법으로 탐색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 사실로 인해 방심하고 있던 메이란은 비홀더가 죽기 전에 패밀리어의 계약을 끊지 못했고, 계약이 강제로 끊어지며 그 피해가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눈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었다.
“크윽!”
메이란은 피눈물을 전부 닦아내고 비약을 꺼내 상처를 치료했다. 강제로 끊어진 계약으로 인한 것이라서 상처가 커 회복이 더뎠지만 놈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찌 회복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눈의 상처가 아니었다. 예비로 갖고 있는 비홀더로 더 멀리서 제론과 에르딘을 감시하기 위해 보냈는데 경악할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제론이 돌을 던질 때마다 나무가 반으로 부러지며 쓰러졌다.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아악! 저 미친 새X는 또 뭘 하고 있는 거야!”
메이란은 히스테릭한 고함을 질렀다.
심지어 숲속이었다.
늪지대가 있을지언정 멀리멀리 퍼질 냇물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서, 설마……!”
‘침묵의 안개 숲’을 뒤덮고 있는 안개는 마법으로 인해 생긴 인조안개였다. 나무 몇 그루를 부러트린다고 해서 영향이 미칠 리가 없었지만 수백 그루가 넘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일부 구역의 안개가 걷히리라.
“아닐 거야. 절대로 아닐 거야!”
메이란이 이쁘게 잘 다듬어진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 * *
“건너편에 앉아서! 나무를…….”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 좀 해요!”
제론은 에르딘이 버럭 소리치자 쭈글해지며 노래를 부르던 걸 멈췄다. 하지만 돌을 들어서 던지는 건 멈추지 않았다. 나무를 수십 그루 부러트리자 안개가 조금씩 옅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까칠하다니까. 저래서 나중에 여자 친구를 사귈 수나 있을까 모르겠어.”
작게 투덜거린 제론이 이번에는 양손의 손가락 사이마다 돌을 끼고 던졌다. 한 번에 최소 10그루에서 15그루가 쓰러졌다. 제법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데도 에르딘은 성 골렘…… 아니, 아이언 골렘을 상대로 집중하고 있는지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는다.
‘게다가 아까보다 더 내공을 다루는 솜씨가 섬세해졌어.’
에르딘은 싸우면서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싸운다고 해서 무작정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수준으로는 바후르와 다시 싸운다고 해도 예전처럼 큰 성취를 얻지 못한다.
그런데 눈에 띌 정도로 성취를 얻고 있다.
‘설마 저 새X도 천재는 아니겠지?’
사람마다 재능의 분야가 다르다.
제론의 형 같은 경우에는 육체적인 능력을 떠나 뛰어난 암기력과 쉬지 않는 노력, 그리고 엄청난 오성이 재능이었다.
에르딘이 암기력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노력도 머리로 생각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친 걸 반복하는 학습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오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 지금의 현상은 제론의 예상을 뛰어넘는 다른 무언가로 인해 벌어졌다는 뜻이었다.
“뭔가 좀 빡치네.”
에르딘이 강해진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건 도를 넘어섰다.
잘 생각해봐라.
무공을 배운 지 5년 만에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이 되었다. 무림으로 치면 절정과 초절정의 사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익스퍼트 최상급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고작 5년! 만에 초절정의 고수가 된 셈이다.
도를 넘어섰다는 제론의 말이 절대 오버하는 게 아니다. 막말로 에르딘의 존재를 다른 곳에서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하려고 했을 것이다.
“와! 내가 무슨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아니고!”
아니야.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녀석이 강해지면 좋은 거지.
앞으로 녀석한테 전부 싸움을 맡겨도 되니까.
“그래. 이왕 준 거 엉덩이 붙일 밑동까지 내어주마.”
“에취!”
에르딘이 아이언 골렘의 머리를 창대로 내려쳐 찌그러트리고 공중에서 떨어지다가 갑자기 재채기를 하며 휘청거렸다. 겨우 착지했지만 곧 아이언 골렘의 주먹을 가까스로 막고 멀리 튕겨져 나간다.
“정신 안 차려!”
“아니! 그게! 갑자기 오한이……!”
“전투 중에는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제론은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의 줄임말)한 표정으로 에르딘을 꾸짖었다. 갑자기 왜 저런 건지 대충 예상은 됐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그래도 전투 중이라서 이 정도로 끝냈다. 하지만 이따가 한소리를 할 생각이었다.
‘사실 잘 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정신이 분산된 에르딘은 더 이상 아이언 골렘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쩔쩔매기 시작했다. 제론이 뒤로 나오라고 말했다. 녀석이 아이언 골렘한테서 물러나자 검을 뽑아 휘둘렀다. 마법처리가 된 쇳덩어리가 반으로 깨끗하게 잘려나가며 골렘의 핵도 함께 갈라졌다.
아이언 골렘이 작동을 멈췄다.
핵은 이미 쓸모가 없어졌지만 혹시 몰라서 챙겼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서 전속마법사-아직은 없지만 언젠가 생길지 모르는-한테 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이제 가자.”
“어? 그런데 안개가 좀 옅어진 거 같아요.”
호흡을 고르던 에르딘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말했다.
“아까부터 이랬어.”
“나무는 왜 다 저렇게 쓰러져 있는 거지? 내가 골렘이랑 싸우면서 그런 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녀석한테 따끔거릴 정도로 꿀밤을 때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고성을 향해 걸어갔다.
‘아마도 저기에 있겠지?’
* * *
“……!”
메이란이 아이언 골렘을 일검에 베어내는 제론의 솜씨를 보고 얼어붙었다. 아이언 골렘은 단순한 마법처리가 된 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고대시대에서 가장 마도 공학이 뛰어났던 시절의 기술로 만들어진 최상급 아이언 골렘이었다.
그 능력은 오러 마스터와 비견될 정도로 뛰어났다.
물론 끝까지 싸운다면 오러 마스터가 이기겠지만 처음부터 오러 마스터의 발목을 붙잡는 용도로 만들어졌기에 어느 정도 능력이 확실하다시피 했다.
“그래! 100프로 똑같은 녀석이 아니라고 하지만 말도 안 된다고!”
말인즉슨 제론의 힘이 오러 마스터 중에서도 수위로 꼽힐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퓨리온 공작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다.
메이란은 충격에서 벗어나 고민했다.
이대로 싸우면 그녀가 진다. 애당초 데카론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왔다. 완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곳에 있는 존재가 자신이 아니라 데카론이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놈은 죽었다.
“내 힘을 100프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통신 구슬도 박살 나서 다른 ‘악몽의 집행자’와 연락을 하지 못한다. 아무런 말도 없이 도망친다면 ‘그’에게 큰 질책을 당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징벌을 받으리라.
“징벌만큼은 안 돼.”
차라리 이곳에서 죽거나 죽은 척 잠시 숨어 있다가 나중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두 가지 고민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그녀의 머릿속으로 텔레파시가 전달되었다.
‘그’의 목소리였다.
[복귀하라.]“뭐, 뭐라고?”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다. 지금 당장 복귀하라.]‘그’의 목소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와 동시에 환한 빛무리가 일어나며 1인용 워프 아티팩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
메이란이 아티팩트를 손에 쥔 순간 마법 트랩으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제론과 에르딘이 포착되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제론과 시선이 마주쳤다.
“안녕?”
제론이 입술을 달싹인다. 그런데 목소리가 귓가에 대고 말한 것처럼 뚜렷하게 들려온다. 메이란은 등골이 오싹해져 주춤 뒤로 물러났다.
곧 제론이 먼저 높게 뛰어 창문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메이엔 선배랑 비슷하게 생겼네.”
“……네가 메이엔, 그 아이를 어떻게 알고 있지?”
메이란은 아티팩트를 뒤로 숨기고 침착하게 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