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54)
제 154화
154화
“제론이 성문을 통과했다고?”
쥬페토는 집무 도중 소식을 전달받았다. 깃펜을 내려놓고 밑으로 내려가자 저택 앞에서 제론이 언제 오나 기다리는 아이리의 뒷모습이 보였다.
“부인.”
“제론이는 언제 올까요?”
“그렇게 보고 싶…….”
“등짝을 아주 제대로 때려줘야 하는데.”
아이리의 말을 들은 쥬페토가 난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큰일이군.”
잠시 잊고 있었지만 아이리는 화가 많이 났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낸다는 제론의 말을 믿고 꿋꿋이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몇 달 동안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자 화가 났었고 반년이 지났을 때는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까지 했다.
그 이후로 도착한 편지에 쓰여 있기를 상단 호위 의뢰-제론이 던전을 공략한 이후 어떤 변명을 해야 엄마의 화가 풀릴지 한참 고민하다가 쓴 내용이었다-로 인해 도시에 들르지 못해 편지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편지의 내용을 본 아이리는 걱정을 멈췄고 화가 사르륵 녹아내렸다. 하지만 이런 일이 없도록 한 번쯤은 단호하게 말해야겠다고 했다.
‘그 말이 등짝을 때린다는 것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쥬페토가 쓴웃음을 지으며 저 멀리서 오는 마차를 바라본다. 아이리의 눈매가 점점 가늘어졌다. 이윽고 마차가 도개교를 건너 영주성으로 들어온다. 그사이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해 받은 가른이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로 나왔다.
“아버지. 어머니.”
“네 동생이 왔다더구나.”
“제론이요?”
“…….”
첫째 아들이 아무런 말이 없는 엄마의 눈치를 힐끗 살핀다. 입꼬리가 꿈틀거린다. 쥬페토는 가족이기에 첫째 아들의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차렸다.
‘걱정하고 있군.’
쥬페토는 오랜만에 집으로 오는 제론이 속상해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아이리의 눈매는 어딜 봐도 화난 사람의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려고 하자 아이리가 눈짓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잠시 후 마차가 저택 앞으로 도착했다.
“워워워-!”
마부는 말을 세우고 쥬페토와 아이리에게 정중한 인사를 올렸다.
곧 마차의 문이 열리며 제론이 내렸다.
“아빠! 엄마! 형!”
활짝 웃으며 외친 제론은 가족을 향해 달려갔다.
“제론아!”
쥬페토가 양팔을 벌리며 제론을 받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제론은 쥬페토를 지나쳐 아이리의 품속으로 쏙 들어갔다.
“하… 하하……!”
쥬페토는 어색하게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제론이 아이리에게 애교를 부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엄마아! 보고 싶었어요오오!”
* * *
제론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엄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은 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선수필승을 펼쳤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며 엄마의 품속으로 달렸다.
아빠가 자신을 안아주려고 양팔을 벌렸지만 애써 외면하고 엄마의 품에 폭 안겨서 비비적거리며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다.
“엄마아! 보고 싶었어요오오!”
“…….”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느낌이 싸했지만 곧 엄마의 손길이 등을 부드럽게 감싸며 토닥이자 내심 안도했다. 그 순간 손으로 갑자기 등짝을 찰싹-! 후려치셨다.
“그동안 잘 지내셨…… 흐익?!”
제론은 아픈 척 온몸을 비틀었다.
‘척’이라고 한 이유는 정말로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공이 전생의 수준에 가깝도록 회복되며 피부가 오러를 두르지 않은 검으로는 상처조차 내기 쉽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질겨졌다.
물론 여행을 가기 전에는 그 정도가 아니었지만 맨손으로 때려도 아프지 않다는 것을 엄마는 알고 계셨다. 정말로 아프라고 때리는 거였으면 내공을 담았어야 했는데 엄마는 순수한(?) 손바닥으로 등짝 스매쉬를 날리셨다.
‘우리 여사님. 걱정을 많이 하셨구나.’
제론은 배시시 웃으며 엄마와 아이 컨택을 했다. 눈살을 찌푸리시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우신지 사랑의 쌍권총을 날리며 윙크를 해주자 또다시 등짝에 스매쉬가 날아왔다.
“아얏!”
“엄살 부리지 말렴.”
엄마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빠와 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뒤따라 내린 에르딘도 분위기가 좋아진 것을 파악하고 귀족의 예법으로 인사를 올렸다.
“자작님과 자작 부인을 뵙습니다.”
“…….”
사제는 조용히 성호를 긋고 양손을 모았다. 뒤늦게 그를 발견한 가족들은 사제처럼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제론에게 묻는다.
“사제님께서는 어쩌시다가……?”
“아.”
제론은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아빠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엄마와 형도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물리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요리사에게 식사를 준비하라고 말한 뒤 티타임을 가졌다.
제론은 사제에게 동의를 구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쥬페토가 설명을 듣고 말했다.
“이건…… 조금 곤란하구나.”
왕국법에 반하는 중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교단에서 처리해야 한다. 제론이 사제를 데려와서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모든 것은 신의 사…… 으읍!”
제론은 다급하게 사제의 입을 틀어막았다.
쥬페토와 아이리가 무슨 무례냐며 쳐다보자 제론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뗐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에르딘은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넣으며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았다.
“신의 사…… 뭐라고요?”
“신께서 당신의 아들을 구하시려 사도를 보내셨으니,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도를 보내셨다고요?”
“제론이 신의 사도라고요?”
쥬페토와 아이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동시에 묻는다.
사제가 경건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딘도 웃음을 참지 못할 것 같아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거니?”
“제론아?”
“그…… 아까 말한 그 이야기로 사제님께서…… 하아.”
제론은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 * *
폭풍우가 한차례 지나가고 식사시간이 되었다.
감격의 해우는 사제의 등장으로 흐지부지 넘어갔고 신의 사도에 대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요상하게 물들었다. 하지만 사제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사실에서 아빠와 엄마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밖에 나가서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 좋은 일을 했다는 것에서 순수하게 기뻐하신 거다.
제론은 화끈거리는 볼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의 사도라니!’
사실 ‘신의 사도’라는 말만 두면 무척이나 좋은 칭호였다.
무려 신이었다.
이쪽 세상은 신이 실재하기 때문에 그런 존재의 사도라는 건 가히 교국의 성자나 성녀에 비견되는 인물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르는 사람이거나 밖에서 만난 사람이었다면 부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가족 앞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괜히 데려왔나?’
포기하면 편하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형마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쳐다보니까 도저히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감사히 먹었습니다.”
게다가 사제는 순수해서(?) 부모님의 마음에 쏙 들어 했다.
사실 저 사제만큼이나 청렴결백한 사제는 보기 드물었다. 교리를 따른다고 하지만 결국은 한 명의 사람인지라 욕망을 완전히 죽이는 건 힘들기 때문이다.
무림에서도 소림의 승려라는 작자들이 하는 짓을 보면 딱 사이즈가 나온다.
‘속세와 멀어지기 위해 속세를 가까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미친놈들인가 싶었지.’
그런 의미로 보면 저 사제는 진지하게 신을 섬기는 독실한 신자였다.
“저는 잠시 산책을 다녀올게요.”
“너무 늦게 돌아오진 말아라.”
제론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슬쩍 일어서자 아빠가 말했다.
엄마는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허락하셨는데 아까 사제의 말로 엄청 쪽팔려 하던 자신의 모습이 기억나셨는지 그로 인해 보내주신 느낌이었다.
“앗. 저도 같이 가요!”
에르딘이 뒤따라 붙는다.
아까 웃는 소리를 들어서 꺼지라고 말할까 생각했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제론도 그건 참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번만 봐준다.”
“뭐를요? 뭐를 봐줘요?”
“…….”
지그시 노려보자 녀석은 깐족거리던 것을 멈췄다. 이윽고 유한 선생님, 아니 유한 경을 먼저 찾아갔다. 그는 자신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성급하게 찾아오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수련장으로 가자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유한이 보였다.
‘심득서를 읽긴 하셨나 보네.’
‘에단의 은신처’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제론의 예상보다는 수준이 낮았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극으로 도달하여 오러 마스터의 벽에 부딪쳤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이 모자랐다. 이대로 쭉 수련해도 언젠간 오러 마스터가 되겠지만 말 그대로 ‘언젠간’이었다.
오러 마스터는 수련만 반복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단순한 경지가 아니었다. 초인超人이다. 평범이라는 범주를 벗어난 사람이다. 오롯이 수련으로만 탈피가 가능하다면 세상에는 수많은 초인들로 북적거렸을 것이다.
“유한 경.”
뚝.
제론이 유한을 부르자 그의 검이 허공에서 땅으로 떨어지다가 중간에 멈췄다.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네.’
숨을 고르기 시작한 유한에게 다가갔다. 유한이 고개를 돌려 제론을 쳐다봤다. 곧 제론의 뒤에서 걸어오는 에르딘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녀석의 경지를 알아본 것이다.
“어, 어떻게……?”
유한이 당황하더니 더듬거리며 묻는다. 그는 에르딘을 알고 있었다. 집사 후보생이라며 제론을 따라다녔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오러와 내공의 차이 때문이었다.
또한 에르딘의 경지가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기운을 감추는 게 서툴러져 은은하게 기세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기세로 에르딘이 오러 익스퍼트의 경지라는 사실을, 그것도 결코 자신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녀석은 치트키를 써서 갑자기 확 강해진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똑같은 조건에서 싸운다면 유한 경이 열 번이면 열 번 다 이길 테니까요.”
몇 년 뒤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랬다.
유한은 애써 침착성을 유지했다.
“그보다 심득서는 보셨어요?”
“매일! 하루에 한 번씩 보고 있다.”
“흐음.”
제론이 유한의 위아래를 쭉 훑었다. 아카데미 학생일 때 삼재검법의 시연으로 깨달음을 얻기에 그것을 토대로 제작한 심득서였다. 하지만 잘못 생각한 모양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그를 변화시킨 것이다.
“새로운 심득서를…… 아니 제가 직접 손봐드릴게요.”
“정말이냐?”
“오러 마스터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잖아요. 아, 오늘은 말고요. 유한 경의 머릿속에 틀어박힌 사고방식을 좀 뜯어고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
“우선은 들어가셔서 머리를 차갑게 식히세요. 그리고 머릿속에 든 것을 전부 비워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시고 내일 점심에 수련장으로 나오세요.”
“……알겠다.”
유한은 잠시 고민하더니 순순히 돌아갔다.
에르딘이 뒤에서 광대를 씰룩거리며 중얼거렸다.
“또 어떤 사악한 짓을 저지르시려는 건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