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56)
제 156화
156화
“흡!”
형은 당황하지 않고 숨을 참았다. 몸을 회전시키며 튕겨져 나간 검을 회수했다. 이윽고 각법을 펼쳐 발등으로 제론의 목을 때렸다.
순식간에 이뤄진 연계였다.
“엇!”
수련장 바깥으로 빠져서 구경하던 에르딘이 깜짝 놀라 헛숨을 들이켠다. 하지만 형의 물 흐르는 자연스러운 연계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제론이 형의 각법을 막음과 동시에 발목을 잡아서 던졌기 때문이었다.
제법 세게 던진 탓인지 형은 가까스로 착지했다.
카가각-!
두 발이 땅을 강하게 긁으며 밀려났다. 고개를 든 순간 제론이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검 끝은 미간을 겨누고 있었다. 실전이었다면 죽었다.
맹렬하게 공방이 오간 대련을 했던 에르딘과 다르게 단 몇 수만에 승부가 갈렸다.
제론이 검을 거두며 말했다.
“형은 지나치게 신중해. 그래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 아까 에르딘한테 한 말이지만 비슷한 상대에게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강한 상대한테는 통하지 않아.”
‘오히려 형은 신중함을 버리고 과감할 필요가 있어.’라고 덧붙여 말하자 형은 일어서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형은 분했는지 목소리가 살짝 울렸다.
제론이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준의 차이는 형이 에르딘보다 높아. 완성도도 훨씬 깊어. 하지만 싸운다면…… 글쎄. 누가 이길지 장담하기 어려워. 타입이 달라서 그때 그때마다 승패가 달라질 거야.”
에르딘은 지나치게 과감하다.
형은 지나치게 신중하다.
완전히 상반된 타입이라서 형이 상대의 공격을 몇 수 앞서 예측하냐, 에르딘이 얼마나 과감하게 공격을 해서 상대를 당황시키나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기질을 조금씩 섞을 필요가 있어.’
제론은 형과 에르딘에게 대련을 지시했다.
이상하게도 두 사람은 대련을 할 때마다 뜨겁게 타오른다. 예전에도 그랬다. 형은 신중함이 사라지고 에르딘은 과감함이 사라진다. 50프로씩 섞이는 것 같다. 그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지만 최대한 많이 붙여놓을 생각이었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발전에 큰 이바지가 되기도 하지.’
에르딘은 형과의 대련을 통해 오러 익스퍼트 중급이 되었다. 형으로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제론이 보기에는 형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 비슷한 수준의 대련 상대가 있다는 사실부터가 큰 복이다.
“혹시나 한 가지 말해두는데. 형은 지나치게 신중해서 발전이 더딘 거야.”
“으음.”
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옆에서 에르딘이 묻는다.
“그럼 저는요?”
“넌 지나치게 과감해서 발전이 더딘 거야.”
“반반씩 섞이면 좋다는 뜻이구나.”
형은 말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에르딘이 잠시 멍하니 눈만 깜빡이다가 뒤늦게 알아듣고 ‘아!’ 하고 탄성을 흘린다.
“맞아. 형과 에르딘은 기질이 반반씩 섞이는 게 좋아.”
형과 에르딘은 이해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납득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해와 납득의 영역은 달랐다.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깊이의 차이였다. 분명하게 구분해서 이해는 ‘내용’이고 납득은 ‘결론’이다. 어떠한 말을 해서 알았다면 이해한 것이고, 동의를 한다면 납득했다는 것이다.
제론이 거기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이 대련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도달할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을 세트로 묶어서 보냈다. 마지막 순서인 유한 차례가 되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죠?”
“아니. 많은 깨달음을 주더군.”
유한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형과 에르딘의 대련을 보며 무언가 깨달음이 있던 모양인지 오러의 흐름이 며칠 전보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애당초 유한한테 필요한 것은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박살내는 거다. 두 사람의 대련은 오히려 틀을 고정시킨다. 그래서 다시 비워야 한다.
“유한 경과 저는 대련을 하지 않을 거예요.”
“……?”
“아,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면 상호작용이 생기는 게 아니라 도리어 상호반작용이 생길 테니까요.”
“이해는 되지 않지만 따르지.”
유한은 제론의 지시를 순순히 따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가 선생이었는데 지금은 위치가 반대로 역전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제론의 경지가 너무나도 높았다.
‘무인은 무인으로서 대하는 법.’
유한은 철저한 무인이었다. 어린아이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면 그를 찾아가 스승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물며 12살에 오우거를 쓰러트린 제론이라면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꿇을 수 있었다.
“우선 기초부터 확인할게요.”
“……?”
“검을 휘둘러보라는 거예요. 수련하듯이.”
“알겠다.”
유한은 검을 들고 천천히 휘둘렀다. 옛적에 제론이 시연한 적 있던 삼재검법이었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사선으로 베는 건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를 합친 것이다.
하늘을 향해 찌르는 건 찌르기를 메인으로 세로 베기를 합친 것이다.
그 외에도 무수한 검로가 삼재검법의 초식이 합쳐지며 만들어졌다. 그런 이유로 옛날에 말한 적이 있었지만 모든 검술은 삼재검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삼재검법은 모든 검술의 시작과 끝, 동시에 완전무결한 검술이었다.
유한의 삼재검법 시연을 지켜보며 제론이 생각했다.
‘기초는 훌륭해.’
삼재검법만 두고 평가하자면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어.’
사람은 체형에 따라 맞는 옷이 있다.
박스티나 오버핏이 유행하며 엄청나게 큼지막한 종류의 옷도 많이 나왔지만 떨어지는 라인에 따라서 그것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한이 그런 상태였다.
기초는 훌륭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았다.
말인즉슨 검술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심득서를 보고도 왜 정체되어 있나 했더니 이래서였구나.’
옛적에 유한의 앞에서 삼재검법을 시연했던 일이 독으로 작용했다.
‘어쩌면…….’
그날 깨달음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멈춰야 했던 일이 조금씩 심마로 변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옛날에 있었던 일 기억나세요?”
“옛날? 정확하게 언제를 말하는 거지?”
“제가 처음으로 검술을 시연했던 날.”
“……!”
유한이 흠칫 놀란다. 정곡을 찔린 표정이다. 제론은 그가 그날의 기억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생각했다.
‘심마로 접어든 것은 아니야.’
심마였다면 눈이나 얼굴에서 나타났을 것이다. 그보다는 낮은 단계인 마음속의 짐에 가까웠다. 하지만 짐이 무거워져서 심마로 변하는 것이다.
“평소에 이렇게만 수련하세요?”
“그건 아니다.”
“그럼 평소처럼 수련을 해보세요.”
유한은 잠시 머뭇거렸다. 정곡이 찔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깊게 숨을 토해낸 그는 천천히 평소처럼 검술을 수련하기 시작했고, 제론은 몇 시간에 걸쳐 그 모습을 면밀히 지켜봤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어서 모든 것이 틀어졌어.’
유한이 ‘사자검’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사자같이 물어뜯는 듯한 거친 검술을 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칠어 보이지만 투로가 정직했다. 제론이 돌아오기 전 그와 대련을 한 쥬페토가 유한의 검술에 감탄을 했지만 부드럽게 검을 올려쳐 낼 수 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기세는 거칠지만 투로가 정직한 검술.’
유한은 필요한 부분을 버리고 불필요한 부분만 습득했다. 다른 의미로 근본을 저버렸다. ‘사자검’이라는 별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러의 양이 늘었지만 그것은 시간을 투자-희생해서 얻은 결과일 뿐이다.
“그만!”
“후우! 후우!”
제론이 외치자 유한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의아해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이제부터 고치면 된다.
“한 번 붙죠.”
* * *
가른과 에르딘은 한차례 대련을 끝냈다.
거칠어진 숨결을 고르고 옹기종기 모여서 대련을 복기했다.
“확실히 소영주님과 제가 대련을 하면 제론 님과 대련하는 것과 달라지네요.”
“으음. 나도 많이 과감해지더군.”
“그리고 제론 님이 말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확실히 알 것 같아요.”
“반반씩 섞이라는 거였지.”
“처음에는 제가…….”
“점점 대련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렇게 복기가 끝날 때쯤 제론과 유한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구경할까요?”
“물론.”
두 사람은 제론과 유한의 대련을 기대했다. 유한이 자신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들어서 지켜보면 조금이라도 얻을 게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
“음?”
유한은 제론의 일검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검을 놓쳤다.
가른과 에르딘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
“아직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시겠죠?”
제론이 유한에게 묻는다. 말로 해주면 직관적으로 알아듣겠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대련을 통해 문제를 깨닫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한은 멍하니 놓쳐버린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다시.”
“…….”
“다시 검을 들어요.”
제론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유한이 정신을 차리고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하지만 멘탈이 와르르 무너졌는지 검이 흔들렸다. 대련을 관람하던 가른과 에르딘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흔들림이 컸다.
“다시 할 거예요.”
“그…… 그래.”
제론이 검을 높게 들고 내려쳤다. 내공이 깃들지 않은 평범한 세로 베기였다. 하지만 유한은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검을 상대하는 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허둥지둥 자신의 검을 눕혀 막았다.
챙그랑-!
이번에도 검을 놓쳐서 떨어트렸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
유한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서 떨어진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 * *
“무슨 일이에요?”
“본 그대로야.”
제론은 퉁명스럽게 에르딘의 질문에 대답했다. 에르딘과 마찬가지로 방금 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가른이 묻는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줄 수 있겠니?”
“형은 자신의 검술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
“정직한 땀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럼 에르딘, 넌?”
“자유롭게 흘러가는 구름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 유한 경의 검술은 뭐라고 생각해?”
이번에는 두 사람의 대답이 동시에 나왔다.
“사자의 검.”
“사자의 검이요!”
제론은 두 사람의 대답이 맞다고 말하며 설명했다.
“방금 전에 본 유한 경의 검술이 사자의 검 같아 보였어?”
“아……니요. 따라 하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나도 에르딘처럼 느꼈다. 사자의 움직임을 따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처럼’이 문제야.”
무림에는 수많은 무공이 존재한다.
짐승을 흉내 내서 만들어진 무공도 있고 어떠한 사물이나 자연현상을 본떠서 만든 무공도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유한의 검술은 사자였다.
“따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아직은 유한에게서만 나타난 문제였다. 하지만 언젠간 형과 에르딘도 맞닥트릴 거대한 벽이었다.
“흉내를 뛰어넘어 그 자체가 돼야 해.”
“……!”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