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0)
제 160화
160화
“으음. 맞아. 가르칠 건 다 가르쳤어.”
정곡을 찔린 제론은 살짝 당황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형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자 말했다.
“이건 약간 도박이야. 확실하게 될지 안 될지는 나도 몰라. 그래서 고민을 좀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심룡연단신공을 개량해야 할 거 같아.”
“내공심법을 개량한다고?”
“응. 간략해서 말하자면 내단을 쪼개서 2개로 만들려고 해.”
“내단을 2개로 쪼갠다라.”
형은 큰 흥미를 드러냈다.
표정으로 뚜렷하게 드러날 정도니까 굉장한 것이다.
“사실 하루를 비워달라고 한 것도 혹시 모를 상황 때문이었어. 내가 옆에서 봐주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만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그런 걱정은 안 한다.”
제론은 형의 굳은 믿음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알겠다.”
형이 가부좌를 틀자 제론이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도르래의 원리를 알아?”
“톱니가 맞물려서 쉽게 물건을 들어 올리는 거?”
“이럴 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누나랑 너무 차이가 많이 나. 누나였으면 1시간은 설명해야 하는데 말이야.”
형이 쓴웃음을 지었다.
제론은 계속 설명했다.
“아무튼, 내단을 2개로 쪼개려는 게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하려는 거야. 그렇다고 내공이 더 빠르게 모이는 건 아니야. 힘을 더욱 빠르게 내도록 만들어주는 것에 가까워.”
“이해했다.”
“내가 걱정하는 부작용은 쪼갠 뒤의 일이 아니야.”
“내단을 쪼개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군.”
“그렇지.”
제론은 설명하는 맛이 없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답답해서 속이 터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형에게 내단을 쪼개보라고 말했다.
형이 눈을 감고 집중했다.
10초가 지난 뒤 눈을 뜨며 말했다.
“쪼갰다.”
“……?”
제론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형이 멀뚱멀뚱 눈을 뜬 채 다시 말했다.
“내단을 2개로 쪼갰다.”
“벌써?”
“응.”
“나 원 참.”
제론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들이켰다. 형이 대단하다는 건 알지만 10초 만에 내단을 2개로 쪼갤 줄은 몰랐다.
“확인해볼게.”
“그래.”
형의 단전에 내공을 살짝 불어넣었다. 정말로 내단이 2개로 쪼개져 있었다. 내공의 흐름은 좋았다. 처음부터 2개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단전에서 손을 떼며 허탈하게 웃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보다.”
“가족이니까.”
제론은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감동적이었지만 2개로 쪼개진 내단의 출력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럼 내공을 움직여봐.”
“…….”
형은 평소처럼 내공을 움직였다. 검에 검기를 형성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검기가 검강에 비견될 정도로 짙게 응축되었다.
제론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실화인가?”
“진짜 검강과 부딪치면 소용없을 거다.”
“물론 조금 손색이 있긴 하지만…… 형의 내공은 30년이라고!”
무림 역사상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없을 거다.
제론, 아니 유민현의 손목을 2개 다 걸어도 자신 있었다.
“이게 나라냐?”
“으음?”
형이 제론의 드립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더 어이없는 건 짙게 응축된 검기가 점점 더 안정화되며 정말로 검강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후우. 힘들군.”
물론 오랜 시간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30년의 내공으로 검강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경악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산해. 형은 더 이상 내가 가르칠 게 없어.”
제론은 우화등선을 앞둔 도사처럼 미소를 띤 채 말했다.
* * *
“아빠.”
“왜 그러니?”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요?”
“갑자기 무슨 질문이 그러니?”
“그런 게 있어요.”
“……? 아빠 바쁘니까 가봐라.”
“네에.”
* * *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무슨 일 있으면 무조건 선생님…… 아니,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고. 도착하면 꼭 편지하는 거 잊…… 아니다. 한 달에 한 번도 안 바라니까 생각날 때마다 써주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엄마의 말을 뒤로 한 채 제론은 마차에 올라탔다. 미리 타고 있던 에르딘과 사제가 엉덩이를 움직여 자리를 만들었다. 잠시 후 마차가 출발하자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 가족에게 인사를 했다.
영주성을 벗어나 도시를 빠져나갔다.
검문소 밖에서 내린 제론 일행은 미리 준비된 말을 타고 움직였다. 말을 타고 움직이는 이유는 사제 때문이었다.
유유자적 이동하던 도중 사제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녀석들도 생각이 있다면 이 근처에서는 난리를 안 피울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신의 사도께 죄송스러워서…….”
“죄송할 건 아니고요. 책임질 생각 없었으면 구하지도 않았어요. 아 참. 혹시 이거 뭔지 알아요?”
제론은 문득 성녀에게 받았던 배지가 떠올랐다. 혹시나 사제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내 사제에게 보여주자 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교국의 통행증입니다.”
“통행증이요?”
“일반적으로 쓰이는 통행증이 아닙니다. 으음. 제가 알고 있는 부분만 말씀드리자면…… 이것을 가지고 가신다면 다른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성자님과 성녀님을 바로 만나 뵐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하이패스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마땅히 비교할 만한 표현이 없어서 하이패스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성자가 교국의 왕인 교황임을 떠올리면 말도 안 되는 물건이다.
‘일국의 대통령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문제는 성녀가 이걸 왜 자신한테 줬냐는 것이다.
정황상 자신을 찾아오라고 준 것 같기는 한데.
“그리고…… 단순한 소문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성역으로 들어가면 신을 영접할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신을 만날 수 있다고요?”
제론의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아까와는 확 달라진 반응에 사제가 잠시 당황했지만 그렇다며 대답했다.
‘신을 만날 수 있다고?’
제론은 진지하게 교국으로 가야 하나 고민했다.
‘침묵의 안개 숲’으로 가면 신화적인 존재 혹은 전설상의 존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만난 것은 흑마법사의 동료이자 메이엔 선배의 가족으로 보이는 악당 여자였고, 몬스터만 득실거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사제의 말로는 단순한 소문에 불과하지만 이 배지를 들고 성역으로 들어가면 신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10프로가 50프로까지 올라갔다.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가 생겼다.
“성역이 어디에 있나요?”
“교국의 교황청에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역시나였네요.”
빼도 박도 못 하게 교국으로 가야 한다.
그런 제론의 반응을 사제는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였다.
“혹시 교국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사제는 눈에 띄게 화색을 띠었다. 곧 그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런데 그 통행증을 누구한테서 받으셨습니까?”
“성녀요.”
“네?”
“성녀한테 받았어요.”
“역시 신의 사도가 맞으셨군요!”
사제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제론이 잠시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쳐다봤지만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끝냈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부끄럽지도 않았다.
해가 저물 때쯤 적당한 곳을 정해 천막을 쳤다.
겨울바람이 매서웠다.
제론은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에르딘과 사제는 아니었다.
“그럼 사냥을 하고 올게.”
“제가 다녀올까요?”
“아냐. 네가 가면 하루 종일 걸려. 겨울이라서 짐승들이 많이 없거든. 다 동면하느라.”
“알겠어요. 다녀오세요.”
제론이 사슴을 사냥하고 돌아오자 사제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모닥불 하나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하나를 더 피워주자 사제의 안색이 좀 나아졌다. 주변에 은신의 진법을 설치하고 사슴을 도축했다.
“아, 혹시 고기 못 먹고 그런 거 아니죠?”
“저희 교단에는 그런 교리는 없습니다.”
“그럼 됐어요.”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구웠다. 바람이 세게 불어와서 훈제는 불가능했다. 날씨가 추워서 상하지도 않으니 상관없었다. 적당히 익힌 사슴고기를 분배하자 배가 많이 고팠는지 에르딘과 사제가 허겁지겁 뜯어 먹었다.
“천천히 먹어요. 그러다가 배탈 나요.”
“그럴 때는 신성 주문을 외우면 됩니다.”
‘치트키 쓰네…….’
배를 충분히 채우고 에르딘과 사제가 용변을 보고 왔다.
제론의 차례가 되었다.
오줌을 한 발 빼는 동안 이곳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영주성을 벗어난 뒤로 따라붙은 추격자들이었다.
은신의 진법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서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있던 모양이었다. 추격자들의 욕설이 들려왔다. 바지를 올리고 접근했다.
“어디 있는지 찾기만 해봐!”
“찾으면 뭐 어떻게 하려고?”
“모가지를 따…… 응? 내가 아는 목소리가 아닌데?”
“응. 네가 아는 사람은 아니야.”
“헉!”
“으악!”
추격자들은 땅에서 솟았는지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모를 제론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무기를 빼 들고 주위로 퍼졌다.
“누구냐?!”
“그 질문은 내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설마…….”
제론은 추격자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주먹으로 턱을 돌려버렸다. 머리가 180도 돌아가며 죽었다. 다른 추격자들은 비이상적인 광경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금세 현실을 자각하고 제론을 공격했다.
“물어볼 사람은 한 명이면 충분하겠지.”
* * *
“…….”
유일한 생존자는 덜덜 떨며 제론의 판결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결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잖아?”
“그…… 그렇습니다!”
“근데 왜 다 죽이려고 했어?”
“도, 돈을 많이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 돈을 많이 준다는데 그럴 수 있지.”
생존자는 제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까지 살려달라며 비명을 지르던 동료의 옷으로 검에 묻은 핏물을 닦아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금도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치던 녀석들의 최후를 봤기 때문인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 죽을 각오도 하고 왔겠네?”
“그…… 그건……!”
“설마 안 하고 왔겠어.”
제론은 투명한 눈으로 생존자를 바라봤다.
“…….”
그 시선을 마주친 생존자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쯧.”
제론이 검을 휘둘렀다.
생존자의 몸에서 목이 분리되며 땅으로 떨어졌다.
천막으로 돌아가자 에르딘과 사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 죽이고 오셨어요?”
“어.”
사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다. 하지만 추격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비를 베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들의 죽음을 묵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들이더군.”
“미끼였네요.”
“우리 실력을 알아보겠다고 보낸 거겠지.”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냥 처음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면 돼.”
아이언하트 공작령을 거쳐 수도로 간다. 그 뒤에는 북쪽으로 향해 북대륙으로 넘어가 아이오닉 교국으로 향한다.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이 있더라도 바꾸지 못할 최적의 경로였다.
“계속 따라붙으면 모조리 제거하는 수밖에.”
제론은 담담하게 말하며 차갑게 식은 고기를 뜯어 먹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