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3)
제 163화
163화
“허허허!”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던 아이언하트 공작은 곧 얼굴에서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운 채 뼈만 남은 칠면조 다리를 내려놨다. 칼을 들어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었다. 썰린 스테이크 단면으로 육즙이 뚝뚝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 겉으로 드러낸 옆집의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모습이 아니었다.
저게 바로 아이언하트 공작의 실체였다.
‘철혈의 재상’이라 불리었던 옛 선조처럼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한 표정으로 제론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묻는다.
“자네는 내가 왜 아는 것이 몇 가지 없다고 한지 아는가?”
무심한 듯 담담한 목소리.
다른 귀족이었다면 이미 아이언하트 공작의 분위기만으로도 압도되어 식은땀을 흘리며 눈치를 살피기 바빴겠지만, 제론에게는 서글서글했던 평소의 모습이 더욱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저런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제론은 스테이크를 통째로 입속으로 넣어 씹어 삼켰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
아이언하트 공작은 의아했다. 자신의 앞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자는 여태껏 없었다.
턱의 짧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의뭉스럽게 쳐다보자 제론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하죠. 정말로 모르기 때문이에요.”
“……!”
아이언하트 공작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스테이크를 썰고 있던 칼이 순간 멈칫했다.
그것을 보며 제론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충 찍어봤는데 맞나보네요.”
아이언하트 공작이 제론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자신의 동요를 알아차린 눈빛이다.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무엇이 최선일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시 서글서글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자 녀석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 틀리지 않았다.
“……허! 이제 보니 자네는 뱃속에 수십 년 묵은 귀족을 품고 있었군.”
“과찬이십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자네의 말이 맞아. 나는 정말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정보를 거래하지. 1골드의 값어치를 가진 정보를 주면 우리 역시 그만한 가치의 정보를 주겠네. 어떤가?”
“기브 앤 테이크. 제가 좋아하는 말이네요.”
제론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며 물로 입을 헹궜다.
아이언하트 공작은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귀여운 수작(?)을 부렸지만 실패로 돌아가자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거의 우X르 급 태세전환이었지.’
물론 단순히 주도권을 쥐기 위한 수작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아이언하트 공작을 흑마법사의 조직의 일원이 아닐까 의심한 것처럼, 반대로 그도 자신을 의심했을 테니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제일 상대하기 곤란하단 말이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스테이크를 썰어서 접시를 슥 내미는 아이언하트 공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다. 그가 공작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압박하며 입을 열려고 했다면 마음 편하게 상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X르 급 태세전환을 이용해서 옆집 할아버지가 돼버렸으니 아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았다.
“허허.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시게.”
“…….”
이번에는 칠면조를 먹기 좋게 발라서 슥- 내민다.
이제는 뻔뻔하게까지 느껴지는 표정이다.
* * *
아이언하트 공작과의 대화가 길어졌다.
두 사람은 소화가 덜 된 상태로 점심밥을 먹어야 했다.
공작가의 모든 식솔이 식탁 앞에 앉았다.
잠시 후 코스 요리가 나왔다. 아침에 이어 점심도 고기였다.
제론의 맞은편에는 누나가 앉았다. 남산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보았다. 움직이기 불편할 텐데 아이언하트 공작의 앞으로 고기를 작게 썰어서 권한다.
“아버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허허. 맛있구나.”
아이언하트 공작은 거절하지 않고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고기를 천천히 씹어 삼켰다.
제론도 소화가 덜 됐는데 그가 멀쩡할 리가 없었다. 고기를 한 점 한 점 씹어 삼킬 때마다 얼굴의 미소가 기묘하게 비틀렸다.
제론은 그 모습을 보며 꼬시다고 생각했다.
식사가 끝나고 누나한테 갔다.
“왔어?”
누나가 침대에 기대듯 누워서 제론을 맞이했다.
“응.”
“곧 떠날 거지?”
“내일 가려고. 볼일이 끝났거든.”
예정대로라면 아침에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언하트 공작과의 대화가 길어지며 예정이 바뀌었다. 하루를 더 머무르고 가기로 했다.
누나가 묘하게 반가운 표정으로 웃는다.
“내일 간다니까 좋아?”
“당연하지. 오랜만에 가족을 보는 거니까. 마음 같아서는 며칠 더 있다가 가라고 하고 싶은걸?”
“욕심이 과하네.”
“가족이니까.”
“치사하게 자꾸 가족이라고 그러지 마.”
제론은 피식 웃으며 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누나가 손목을 내밀었다.
맥문을 잡고 천천히 내공을 흘려보냈다. 어제는 간단하게 상태만 파악했지만 지금은 상세하게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누나도, 아이도 건강해.’
아이가 건강한 건 누나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누나가 무공을 익히며 몸이 튼튼해졌고 공작가에서 영양가 넘치는 음식과 영양을 섭취해서 아이에게 제공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공작가 특유의 체질이었다. 나이가 들며 양기가 부족해지는 그 체질 말이다. 해결할 방법은 있었다. 바로 벌모세수를 해주는 것이다.
‘사실 태아에게 벌모세수를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지.’
아직 여물지 못한 물렁물렁한 뼈와 혈도가 내공의 힘을 버티지 못한다. 명문정파나 대문파에서 아이가 6살이나 7살 남짓 되어 벌모세수를 하는 게 괜한 이유가 아니다.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제론에게는 해당 사항이 못 됐다.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벌모세수의 방법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했다.
“누나, 나 믿어?”
“당연히 믿지.”
“……이렇게 감동을 주네.”
0.1초의 틈도 없이 튀어나온 대답에 제론의 코끝이 찡해졌다.
누나가 키득 웃으며 말했다.
“가족이니까 믿는 거야.”
“자꾸 가족 치트키 쓰지 말라고.”
“치트키가 뭔지는 몰라도 네 말마따나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제론은 씨익 웃어주고선 맥문으로 불어넣는 내공을 늘렸다. 누나의 몸이 흠칫 떨렸지만 걱정 때문이 아니었다. 갑자기 몸속으로 들어오는 내공의 양이 많아져서 깜짝 놀라 그런 것이었다.
곧 편안하게 누워서 눈을 감는 누나.
안색의 변화를 계속 확인하며 점점 더 많은 내공을 불어넣었다. 무림의 명사들이 지금 제론의 벌모세수를 보았다면 무슨 짓을 하냐며 깜짝 놀랐으리라.
제론의 내공은 역혈마공으로 비롯된 것이다. 그 성질이 거칠고 파괴적이다. 또한 자칫 마음을 놓는다면 천방지축처럼 날뛰기까지 하니 한시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내공의 컨트롤이 뛰어나냐는 건 둘째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라?’
제론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내공이 평소와 다르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맑게 갠 날의 호수처럼 잔잔하고 고요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느릿느릿 산책을 나간 것처럼 말이다.
그게 왜 놀랍냐면 제론은 지금 특별히 내공을 컨트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유야 어쨌건 좋은 거지만.’
내공도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움직여주는 모양이다.
* * *
누나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벌모세수는 순탄하게 끝마쳤다. 뿐만 아니라 일부의 내공을 나눠주기까지 했다. 벌모세수를 하던 도중 아이가 빨대라도 꽂은 것처럼 내공을 빨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아이의 몸속에 단전이 만들어졌다.
좁쌀보다 작은 양의 내공이 깃들었지만 말이다.
‘내 전례가 없었다면 믿지 못했겠어.’
제론은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지만 정밀하게 검사를 해보자 좋으면 좋았지, 나쁜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대로 놔뒀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누나한테는 자주 확인해보라고 말해뒀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괜찮을 거라고 누나가 제론을 다독이는 역전된 상황이 펼쳐졌지만, 그로서는 당연한 걱정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이지 않은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제론 일행은 공작성을 벗어났다.
도시에 흩어져 있던 감시자들도 제론 일행을 쫓았다.
“얼굴에 아주 기름기가 번들거려?”
“고기가 끝내주더라고요. 그쵸? 사제님.”
“하하.”
에르딘이 사제에게 묻자 그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제론은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사실 끝내주긴 했지.’
지금까지 먹는 걸로 불평이나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아이언하트 공작가의 음식은 질적으로 차원이 달랐다.
1등급 한우를 먹다가 1++등급 한우를 먹은 격이었다.
고기라는 말을 들으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였다.
“나중에 또 와야겠어.”
“왕실로 상납되는 고기도 끝내줘요.”
“아, 그래?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자꾸 잊으시는 거 같은데 저 제이워커 가문 사람이에요.”
“미안하다. 평소에 너무 하찮아서 자꾸 잊어버리네.”
“나중에 할튼베리 협곡으로 놀러 가실래요?”
“거기는 왜?”
“밀어버리게요. 아주 발로 뻥 차서 지옥 끝까지 떨어트려 버릴 거야.”
제론과 에르딘은 살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 웃었다.
그사이 추격자들은 배를 쫄쫄 굶으며 제론 일행을 쫓았다.
밤이 되면 야숙을 하는데 연기 때문에 불을 피우지 못했다. 자연스레 고기도 구워 먹지 못했다.
말라서 딱딱해진 빵을 체온으로 덥힌 물로 적셔서 씹어 삼켰다. 눈을 붙이니까 추워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
“언제까지 이런 짓을 계속해야 되는 거요?”
“돈을 많이 준다잖냐.”
“아무리 그래도 스프 정도는…….”
추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때쯤 제론 일행은 마을에 들렀다. 수도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너야 해서 배를 타려는 것이었다.
“만세!”
추격자들은 양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밤새 덜덜 떨면서 자고 딱딱한 빵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잠자리와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드, 드디어 수프를 먹을 수 있어!”
“수프가 뭐냐! 난 고기를 잔뜩 시켜서 먹을 거다! 그리고 남겨서 버릴 거다!”
“이 자식 돈 좀 쓸 줄 아는데?!”
순수한 기쁨은 곧 절망으로 이어졌다. 제론 일행이 마을에 도착함과 동시에 바로 앞 시간의 배표를 끊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20분 뒤의 배였다.
“저 미친놈들은 잠깐 쉬지도 않나?”
“몸이 무쇠로 이루어진 건가?”
“그냥 가서 죽여 버리면 안 됩니까?”
“죽기 싫으면 아서라.”
대장은 눈이 반쯤 돌아간 부하를 말리고 배표를 사러 갔다.
“배표 다 떨어졌는뎁쇼?”
“방금 전에 사 간 사람은……!”
“그게 마지막이었지유. 다음 배표는 있는데 그거라도 사실라우?”
“됐어!”
대장은 빠르게 돌아와서 부하들을 풀어 암표를 구했다. 웃돈을 얹어서 기존의 뱃삯보다 3배나 비쌌다. 제론 일행에 대한 분노가 용솟음쳤다.
사실 진짜 나쁜 건 자기들인데도 말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추격자들은 배가 출항하자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주문했다.
예약 주문이 밀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만 당연히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고생들 많다. 다들 맛있게 먹……!”
쿵-!
식사가 나와서 포크를 든 순간 배가 크게 흔들리며 음식이 땅으로 쏟아졌다.
추격자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갑판으로 나갔다.
“어떤 새X야!”
곧 추격자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갑판에서 칼부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