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17화
“응, 아니야.”
제론은 허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바빴다.
형과 누나가 돌아오기 전까지 두 사람에게 맞는 최적의 무공을 찾아서 책으로 만들어둘 생각이었다.
당연하지만 훈련방법도 체계적으로 짜둬야 한다. 무공마다 수련하는 방법이 제각기 다르니까. 마공과 정파 무공의 수련방법이 똑같다면 어찌 다른 무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누나가 알았다면 또다시 치를 떨었겠구먼.”
그건 그거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현대에 존재하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괴로워하는 누나의 모습을 보며 나름 성취감까지 느꼈다.
“나 변태구나!”
문득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처럼 경지를 한 단계 뛰어넘고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변태가 자기 자신이 변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니까.
“아빠랑 엄마한테 맞는 무공도 생각해봐야 하고.”
정말로 허전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어떤 의미로는 남작가의 누구보다도 바쁜 몸이 되어버린 제론이었다.
“……응?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한참 깃펜을 놀리던 제론이 문득 형과 누나를 떠올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이 심룡연단신공을 익힌 지도 2년이 지났다.
가른의 좁쌀만 했던 내단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콩처럼 커졌고 내공의 양으로 치환하면 무려 3년 치에 해당한다.
누나의 경우에는 그것보다 적은 2년 치의 양밖에 안 되지만 2년 동안 심룡연단신공을 익혔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엄청난 것이다.
“이야, 내가 10년 어치의 내공을 모았을 때 정령이 보였었지?”
이번에는 혼잣말이 아니었다.
어깨 위에서 그루밍을 하는 네로에게 묻는 것이었다.
[…….]네로는 제론의 질문을 듣지 못한 것처럼 열심히 혀로 털을 정리했다.
물론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염병할 놈.”
[하찮은 인간 꼬마야. 욕하지 마라.]“한국어로 욕했는데 어떻게 안 거지?”
제론은 가끔씩 네로의 직감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왜 내 눈에는 정령이 보였고 형이나 누나한테는 왜 안 보이는 건지 설명이나 좀 해줘 봐. 내공의 양 때문이냐?”
[나도 모른다.]네로가 발을 핥으며 대답했다.
이 녀석이 제론 자신을 냥무시(?)하기는 하지만 입을 열면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정말로 모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형과 누나한테는 없고 나한테만 있는 것 때문이라는 건데.”
[그 거칠고 파괴적인 기운 때문이겠지.]“아니, 아니. 그건 절대로 아니야. 형과 누나한테도 체계는 다르지만 심법을 심어주긴 했으니까. 오히려 내가 익힌 것보다 훨씬 더 정순해. 안정적으로 내공을 모을 수 있기까지 하고.”
짐작이 가는 게 있긴 하다.
‘백회혈!’
백회혈은 대자연과 하나로 이어지기 위해 사용하는 통로였다.
정령의 축복을 받지 않은 자신이 어둠의 정령을 보고 네로와 계약을 할 수 있는 게 백회혈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백회혈이 아니라면 심룡연단신공 때문이 맞겠지만.’
안전한 심법이 그런 부작용(?)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설령 심룡연단신공 때문이라고 해도 다른 심법을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본래 심룡연단신공은 내단을 만들고 1년이 지나야 0.3년 어치의 내공이 늘어난다.
그런데 형은 2년이 지났는데 3년 어치의 내공을 모았다.
궁합이 잘 맞는 거다.
이대로 십수 년의 시간만 지난다면 이쪽 세상에서는 마스터라고 불리는 존재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Aura blade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굳이 다른 심법을 알려줘서 3년 어치의 내공을 흩어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기의 응용을 잘 알려주면 굳이 마스터 급의 내공을 모으지 않아도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고.’
가른에게 알려줘야 할 것은 새로운 심법이 아니라 그의 응용과 권법 혹은 검법 같은 무공이다.
“누나…는 조금 고민을 해봐야겠어.”
누나도 심룡연단신공의 효율이 꽤나 좋지만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아직 시간은 여유로우니 방학이 돼서 돌아오기 전까지 고민해보면 될 것 같았다.
“다음은 엄마 차례인가?”
아빠는 마지막 순서로 정했다. 아티팩트를 팔아서 사무관을 고용했지만 아직 일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지 않았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엄마한테는… 옥녀궁의 무공이 딱 맞겠어.”
옥녀玉女라는 단어에는 많은 뜻이 있지만 옥녀궁이 뜻하는 건 ‘선녀-여자 신선들이 모인 장원’이었다.
옥녀궁의 무공은 선술仙術이다.
쉽게 설명해서 여자 신선이 되기 위해 익히는 정파 무공이다. 여자 신선을 목표로 무공을 익히는데 얼굴이 할머니가 되면 안 돼서 주안술이 빠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제론은 엄마에게 옥녀궁의 무공을 가르칠 생각을 했다.
“펄~ 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제론이 동요를 흥얼거리며 옥녀궁의 선술을 빠르게 써 내렸다.
옥녀궁의 선술은 무림에서도 상당히 대단한 평가가 내려진다.
대단한 경지를 이루면 좋겠지만 적당히 성취를 얻어도 괜찮다.
“이거 이 세상 여자들이 알면 눈이 돌아가서 덤벼들겠는데?”
깜빡하고 빼먹은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제론은 자신의 무공수련도 꼬박 챙기기까지 하니 남작가의 누구보다도 바쁜 몸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무림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그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습관도 무림에서 생겼다.
현대인-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국어로 자주 말하다 보니 남들 앞에서는 미친놈 취급당하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있을 때 말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아 참, 여기는 탄산음료가 있으려나?”
정령과 마법을 비롯해 온갖 신비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잘하면 탄산음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침을 닦아내고 다시 집필에 집중하는 제론이었다.
* * *
밤이 되어 제론은 개인 시간을 가졌다. 공적인 업무(?)가 끝났으니 사적인 일을 할 때였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유모도 몇 시간 쉬라고 돌려보내고 가부좌를 틀었다.
[하찮은 인간 꼬마. 또 그걸 하려는 거냐?]“아직 신체를 단련하기는 이르니까 내공이라도 주구장창 모으는 거지.”
[하찮은 인간 꼬마의 몸이란 참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군.]“근데 너 몸이 좀 커진 거 같다?”
문득 제론이 네로를 쳐다보다가 녀석의 몸이 조금 커진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 계약을 할 때보다 1.2배는 커진 거 같은데. 1년이 지났으니 성장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으려나?”
[하찮은 인간 꼬마야. 다른 건 몰라도 눈치는 정말 없구나.]“내 이름은 제론이라고, 제론. 그보다 눈치가 없다고?”
제론은 네로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수긍했다.
눈치가 없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안다.
무림에서만 들은 게 아니라 현대에서 살 때도 눈치 좀 기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그래서 네로의 말에도 쉽게 수긍할 수 있던 것이다.
물론 관심이 있는 대상한테는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알아차리긴 하지만.
‘음.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너무 무심한 사람 같네.’
네로랑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
한 번쯤 진중(?)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볼 필요를 느꼈다.
[계약자가 성장하면 정령도 성장한다. 정령사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기초 지식이다.]“그러니까 내가 기초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끙. 이래서 하찮은 인간 꼬마는 안 된다니까.]네로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제론은 키득거리며 네로를 번쩍 들어서 가부좌를 튼 무릎 위로 내려놨다.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게 아니다. 녀석의 몸을 구성하는 힘도 늘어났다.
아직까지도 이 녀석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모르니 야박한 주인(?)이라고 해도 변명할 거리가 없다.
“오냐. 오냐. 내가 강해지면 너도 강해진다. …이거잖아.”
[맞다.]네로가 자신의 몸을 잡고 있는 제론의 팔을 쳐내며 폴짝 뛰어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내 체취라도 묻히려는 것처럼 바닥을 뒹굴고 벽에 뺨을 비비적거렸다. 하는 꼴이 고양이 저리 가라다.
“그럼 내가 내공이 전보다 빠르게 모이는 것도 너 때문이야?”
[그렇다.]“단순히 원영신 때문은 아니었구나.”
제론은 전생에 유민현이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태어났으나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영신은 유민현의 혼으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제론의 분신이자 화신이 아니다.
그래서 환생해서 태어난 제론과는 같은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존재였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5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알아갔다.
유민현의 혼이 원영신이라는 조각으로 남아서 그를 돕고 있던 것이다.
“어쩌면 원영신 때문에 너와 그 정령들을 봤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원영신이 있기 때문에 내공을 빠르게 모으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잖아? 네가 나의 운기조식에 도움이 된다면 고마운 일이네.”
[흥.]네로가 침대에 몸을 비비적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제론이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틱틱거리면서도 은근히 잘 한다.
‘이런 츤데레 같은 녀석. 말투만 좀 고쳤으면 좋겠는데. 언젠간 고치겠지.’
운기조식에 빠져드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자신이 강해지면 네로도 성장하고, 녀석이 성장할수록 내공을 빠르게 모으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속도는 무려 2배!
역혈마공이 백회혈을 열면서 부작용이 없어져서 안정적으로 변했는데, 내공을 모으는 속도까지 빨라지니 거의 정파의 신공절학과 마공을 합쳐놓은 효율이 나온다.
마공이라 불리는 심법은 평균적으로 같은 급의 심법에 비해 3배에서 4배나 빠르다.
즉, 위의 2배까지 곱한다면 6배에서 8배가 되는 것이다.
지금 제론의 단전에 모인 내공이 25년 어치가 되니 이대로 쭉 수련에 정진하면, 10살이 되기 전에 잘하면 1갑자-60년의 내공을 쌓을 수 있다.
10살의 소년이 1갑자의 내공을 지닌다는 건 무림에서도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잠시 후 운기조식을 마친 제론이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후우. 슬슬 외공도 익히긴 해야겠네.”
신체가 약하면 내공이 엄청나다고 해도 감당하지 못한다.
무리해서 내공을 끌어올리다가 몸이 펑-! 하고 터져서 죽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몸속에 지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내공 수련을 중점에 둔 무림인들도 어렸을 때 외공을 수련하는 것이다.
제론의 경우에는 기의 응용력이 남다르게 탁월한 편이어서 그런 위협이 적지만, 엄청난 강자가 적으로 등장하면 그때는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한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25년의 내공을 한순간에 끌어올린다면 몸속 장기가 모조리 상한다.
“외공 중에서 괜찮은 거 없나?”
이왕이면 내공을 이용해서 수련하는 방법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곧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긴 했다.
“하아. 하필 왜 땡중 놈들 거냐.”
외공을 수련하다가 탈모가 오면 어쩌나 걱정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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