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72)
제 172화
172화
메이엔이 당황한 표정으로 묻는다.
“선 제시……요?”
“네. 뭘 주실지 말해주세요.”
그녀의 눈빛이 갈 곳을 잃어버린다.
위에서 아래. 다음은 오른쪽. 마지막으로 왼쪽. 4개의 방위를 몇 차례 찍고 나서야 간신히 정면을 쳐다본 메이엔이 말했다.
“지금 저희 일족이 가난해서 그런데…… 혹시 아티팩트 같은 것도 괜찮을까요?”
“으음.”
제론은 침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메이엔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
이해를 시키기 위해 말하려는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온 것처럼 나무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제론이 말을 끊으며 일어섰다. 제론의 일행들도 풀어졌던 긴장을 다시 조이며 무기를 들었다.
메이엔은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이리저리 휘둘리던 어리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날카로운 눈빛으로 허공을 노려봤다.
‘뭘 보는 거지?’
제론이 곁눈질로 그녀를 보고는 생각했다.
* * *
일백의 그림자는 숲으로 들어갔다.
땅을 통해.
또는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종이에 물감이 떨어진 것처럼 천천히 스며들었다.
숲의 방어체계가 발동했다.
빼곡하게 자란 나무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흡사 트렌트를 떠올리게 만들었지만 몬스터가 아니라 진짜 나무였다.
나뭇가지가 길게 늘어나 그림자를 묶었다. 땅속에서 뿌리가 움직여 땅을 통해 침투하던 녀석들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림자의 사지가 찢겨져 나갔다. 하지만 지렁이처럼 꾸물꾸물 기어와 금방 달라붙는다.
트롤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재생력이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해야 맞았다. 트롤의 사지는 잘려나가더라도 저것처럼 꾸물꾸물 기어오지 않으니까.
그림자는 몸을 보자기처럼 넓게 펼쳐 나무를 덮었다.
나무가 날카로운 무언가에 힘으로 뜯긴 것처럼 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 이윽고 나무를 덮었던 그림자의 크기가 성장을 한 것처럼 2배로 커졌다.
그 그림자만 특별한 게 아니었다. 숲으로 침투한 모든 그림자가 나무 혹은 다른 무언가를 집어삼키며 조금씩 변했다.
나무를 집어삼킨 그림자는 트렌트처럼 변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묘사를 하자면 두 다리로 걷는 나무였다. 색깔은 여전히 검었지만 말이다.
짐승을 삼킨 녀석은 그 짐승의 모습을 닮게 변했다.
그렇게 그림자는 점점 숲을 침식해갔다.
* * *
메이엔이 허공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숲을 탈출하셔야 할 것 같아요.”
“왜죠?”
“그림자 사역마가 왔어요. 아마도 언니의 짓이겠죠.”
씁쓸한 표정으로 말한 그녀가 품속에서 2m 길이의 빗자루를 꺼냈다. 제론과 그의 일행이 휘둥그레 눈을 떴다.
곧 아공간 주머니의 존재를 떠올리자 금방 납득했다. 자신들도 가지고 있는데 마녀 일족의 정통 후계자라는 그녀가 갖고 있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으음. 그냥 다 쓰러트리는 건 안 돼요?”
에르딘이 잠깐 고민하고 묻는다.
메이엔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언니가 직접 이곳으로 온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림자 사역마는 무척이나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예요.”
통상적인 의미로 그림자란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을 뜻한다. 말인즉슨 빛을 가린 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림자의 형태가 바뀐다는 것이다.
그림자 사역마도 그런 통상적인 의미와 비슷하지만 다른 능력을 갖고 있었다.
“생명체나 물체를 삼키면 그와 유사한 모습으로 변한답니다.”
“그러니까…… 나무를 삼키면 나무처럼 변한다는 거죠?”
“맞아요. 트렌트라는 몬스터처럼 말이에요.”
쟌느와 사제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제론과 에르딘은 그보다 더한 일을 겪은 탓인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치우는 방법은요?”
“사역마를 다루는 마녀 혹은 매개체를 제거해야 돼요.”
에르딘이 끙, 하고 앓았다.
이번에는 제론이 묻는다.
“힘으로는 없애지 못해요?”
“가능하기는 하지만…… 많이 힘들 거예요.”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거네요. 그러면 됐어요.”
“네?”
제론은 의아한 듯 쳐다보는 메이엔을 등진 채 집중했다. 기감의 범위를 넓혔다. 그림자 사역마를 찾았다. 놈들이 어떤 기운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날뛰고 있는 것들이니까.
“숫자가 좀 많네요.”
“그래서 탈출해야 한다고 말한 거였어요.”
“메이엔 선배는 숲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죠?”
“네.”
“혹시 저한테도 그걸 알려줄 수 있나요?”
“……?”
-어렵지 않은 일이네요.
머릿속으로 메이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종의 텔레파시나 전음, 메시지 마법 종류 같았다. 확인이 끝났으니까 움직일 시간이 되었다.
“에르딘과 쟌느는 같이 움직여.”
“굳이요?”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들 같아. 한 번 싸워보고 그 뒤에 각자 따로 움직일지 계속 함께 움직일지 정해.”
“알겠어.”
쟌느와 에르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자, 잠깐만요!”
메이엔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감지하고 다급하게 제론을 붙들었다. 제론이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우선은 물러나는 게 좋아요. 그림자 사역마는 처음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에요!”
“그럼 선배는 도망칠 준비를 하면서 숲의 상황을 저한테 말해줘요. 만약 안 될 거 같으면 바로 돌아올 테니까.”
“무모해요!”
“이대로 도망치는 건 괜찮고요?”
“……!”
제론은 피식 웃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메이엔을 보고 있자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
이곳은 마녀 일족이 살아가는 숲이다. 일평생 살아온 집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든든하게 준비나 해둬요.”
“무슨 준비를……?”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제론이 사라졌다.
메이엔은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곧 시선을 돌려서 허공을 응시하자 숲의 맵이 켜졌다.
제론이 점으로 표시되었다.
그런데 제론-점이 빠른 속도로 숲을 돌파한다.
“어……?”
크게 확대하니까 얼마나 빠른지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요?”
“그러자고.”
에르딘과 쟌느도 준비를 마치고 사라진다.
사제가 혼자 남아 멋쩍게 웃는다.
메이엔이 숲의 맵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에게 묻는다.
“제론 후배님께서 무슨 준비를 하라고 하시는 건지 사제님께서는 아시나요?”
“아마도…… 그림자 사역마라는 존재들을 전부 퇴치해주고 숲에서 도망치지 않게 만들어주는 대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어느샌가 제론의 본심을 꿰뚫어버린 사제였다.
* * *
제론은 돌아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특별한 이유랄 것도 없었다.
고양이 수인 치즈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온 익숙한 길이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는 도중 곳곳에서 마녀의 일족으로 느껴지는 기척들을 감지했다. 그림자 사역마라는 존재와 싸우고 있었다.
잠깐 도와줘야 할까 생각했지만 금세 관뒀다.
마녀의 일족과 그림자 사역마의 싸움은 마녀 쪽으로 승기가 확실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엔이 탈출하자고 말한 것은 단순히 그림자 사역마가 마녀보다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녀의 일족은 숫자가 적지만 강했다.
혼자서 그림자 사역마 2마리를 상대했다. 하지만 놈들을 없애지는 못하고 있었다. 싸움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결국 먼저 지친다는 것이다.
또한 ‘악몽의 집행자’와 싸우며 마녀 일족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아직 그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그림자 사역마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숲을 버리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겠어.”
그러나 제론의 존재를 간과했다.
마녀가 부리던 사역마를 집어삼킨 그림자 사역마가 제론을 발견하고 박쥐의 날개로 날아올랐다. 입으로 초음파를 발산했지만 그것이 도착하기도 전에 제론은 사라진 뒤였다.
박쥐의 모습을 한 그림자 사역마 뒤에서 나타난 제론이 목을 잡고 그대로 꺾었다.
우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지만 목뼈는 아니었다.
속이 텅 빈 나무를 부러트린 느낌에 가까웠다.
그림자 사역마가 목이 부러진 상태로 제론을 공격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손과 팔을 찍으려고 했다. 내공으로 호신강기를 두르자 발톱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큰 충격이 남지 않았다.
호신강기가 단단하고 충격을 상쇄시켰기 때문이 아니었다.
발톱에 담긴 물리적인 힘 자체가 약했다.
“뭐지?”
제론이 의문을 중얼거린 순간 그림자 사역마가 보자기처럼 몸을 넓게 펼쳤다.
-조심……!
화악-!
메이엔의 경고가 들려옴과 동시에 그대로 제론을 집어삼켰다.
그림자 사역마는 슬라임처럼 꿀렁거렸다. 하지만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
펑-!
폭발이 일어나며 그림자 사역마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튀었다.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제론은 어깨에 묻은 조각을 손으로 털어냈다.
-괘,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요. 잠시만. 이 녀석들로 실험을 좀 할게요.”
메이엔의 메시지를 잠깐 멈췄다.
곧 꾸물꾸물 기며 한곳으로 모이는 조각들을 관찰하며 삼매진화로 태웠다.
“불로 태우면 효과가 있나 보네.”
삼매진화로 태운 조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평범한 불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다음은 강기로 썰었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강기를 넓게 펼쳐 압축시켰다. 가루처럼 잘게 부서졌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조각이 전부 모이길 기다리고 강기를 넓게 펼쳐 압축시키며 삼매진화로 태웠다. 그러자 완전히 소멸됐다.
“꽤나 까다롭군.”
제론은 다시 한번 메이엔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내가 없었다면 말이야.”
그림자 사역마를 해치울 방법을 알아냈으니 이제부터는 바쁘게 움직이면 된다.
* * *
“내 그림자 사역마들 어디 갔어?”
“내가 잠시 빌렸어요.”
메이란이 묻자 가녀린 목소리가 대답했다.
“누구 마음대로?”
“정식으로 허락을 받은 거예요. 따질 거면 ‘그’에게 말하세요.”
“하아. 내가 잠깐 상처를 회복하는 사이에 하필…….”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이 정 신경 쓰인다면 제 것을 드릴게요. 당신의 그림자 사역마들을 제가 빌리기도 했으니까요.”
메이란은 잠시 고민이 되는지 미간을 좁혔다.
“됐어. 다른 걸 쓰면 돼. 그런데 뭐 하느라 그것들을 빌려 간 거야?”
“조직의 자금줄로 사용하던 대주교의 비리를 알아차린 사제가 나타났어요. 하필이면 아이오닉 교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고작 사제 한 명인데 그림자 사역마를 전부 가져갔다고?”
“사제 한 명이었다면 필요 없었겠죠. 하지만 정말로 운이 없게도 엄청난 강자가 근처에 있었고, 그를 구했다고 하더라고요.”
“더럽게 꼬였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꼬리가 잡힐지도 몰라서 그를 반드시 제거해야만 해요. 그래서 ‘그’에게 허락을 받아 당신의 그림자 사역마를 빌린 거예요.”
“흐응. 그럼 잘 해결이 되겠네.”
메이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림자 사역마의 힘은 생각 외로 보잘것없지만 처음만 그렇다. 시간이 흐르며 엄청난 성장을 한다. 그때부터는 웬만한 익스퍼트 유저도 우습게 씹어 먹는다.
“그런데 그 엄청난 강자라는 놈이 누구야?”
“오른 왕국의 제로니아 페리안이라는 남자예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