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83)
제 183화
183화
고양감이 전신을 지배한다. 하지만 제론은 극적으로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아냈다.
신화시대의 존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었다.
“자자. 일단 식사부터 합시다. 밥 먹고 힘내야지.”
“밥 안 먹고 힘 안 내면 안 돼요?”
“그럼 여기서 계속 살던지.”
에르딘이 웅얼웅얼 뭐라고 투덜거리며 일어난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메이엔은 언데드를 조사한다고 살짝 멀어졌다. 해부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나타난 그녀가 말했다.
“언니가 무슨 짓을 한 것 같지는 않아요.”
“다행이네요.”
제론은 메이엔의 눈치를 살짝 보며 얼버무렸다. 잔뜩 이를 갈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새벽이 되었다.
일행들은 곤히 취침을 하고 있었고 제론이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까지 한참 멀었다.
‘꽤나 많이 돌아다니네.’
산 아래에서 언데드가 돌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1시간 동안 숫자를 세다가 392에서 포기했다.
같은 녀석인지 구분도 되지 않을뿐더러 시간을 죽이기 위해 하고 있던 짓이었다.
불침번 교대를 하기 위해 에르딘을 깨웠다.
녀석이 기지개를 펴고 교대를 하며 묻는다.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전부 저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것들처럼 언데드가 되었겠죠?”
“그렇겠지.”
제론이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새벽이 되어서 그런지 유독 감성적이다.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싸울 때 주저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그러나 기우도 잠시.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거예요.”
녀석의 분노가 섞인 목소리를 듣자 피식 웃고 말았다.
제론이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밤까지만 해도 산 아래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언데드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마지막 불침번인 쟌느에게 묻자 그녀가 대답하길.
“해가 떠오르기 전에 어디론가 간 녀석들도 있고, 땅속으로 숨어든 녀석들도 있었어.”
“어제 갑자기 우리를 포위한 녀석들은 땅속에서 나타났다고 봐도 되겠어.”
주변을 정리하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쟌느의 말처럼 언데드가 땅속으로 들어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땅을 파보자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있는 언데드가 나타났다. 나뭇가지로 찔러봤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해가 뜨면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언데드는 태양의 생명력이 충만한 낮에는 안식을 취해야 해요. 만약 무시하고 돌아다니면 몸이 불타올라요. 강한 힘을 가진 언데드라면 경우가 다르지요.”
메이엔이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그럼 낮이라도 항상 안전한 건 아니겠네요.”
“해가 저물기 전에 빠르게 움직이죠.”
“으음. 이쪽으로 가면 돼.”
쟌느가 지도를 확인하고 방향을 가리켰다. 제론 일행은 낮에 움직이고 밤에는 안전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이동했다.
* * *
아타시아는 로브를 깊게 눌러썼다. 피난민을 구호하기 위해 온 사제가 곁을 지나친다.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확률이 높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니는 이단 심문관일지도 모른다.
아타시아가 입술을 작게 깨물고 피난민 속으로 숨어들었다.
‘악몽의 집행자’의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던 도중 자신의 방으로 가는 이단 심문관들을 발견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봉인지로 함께 향했던 성기사 단원을 해치운 뒤 바로 도주했다.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이단 심문관은 배덕의 증거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자신의 방으로 가고 있다는 건 배덕행위의 증거가 확보되었다는 뜻이다.
거기에서 의문이 들었다.
봉인지에서 악신의 유물들을 빼돌린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봉인지에 들어가기 전에 접촉한 하급 사제는 정신을 조작해서 기억하지 못한다.
성기사 단원도 자신의 수족이라서 입을 열지 못한다.
‘설마 내 정체를 예전부터 알아차리고 있었던 건가?’
제1 성녀의 얼굴이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그년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낌새를 비추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심증만 갖고 있다. 그래서 여태까지 말로만 그만두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아타시아는 ‘악몽의 집행자’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자신은 아직 그들에게 쓸모가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교국을 무너트리려면 아타시아의 존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우선 게드린 백작령으로 간다.’
악신의 유물을 그곳에 있는 흑마법사들에게 넘길 예정이다.
그래야지 뻔뻔하게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
‘믿지 않으면 어쩌겠어?’
흑마법사 중 한 명이 자신으로 위장해서 봉인지로 숨어들어 갔다고 주장하면 된다. 의심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이 상황만 모면하면 어떻게든 다른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아타시아는 피난민 속에서 숨어 있다가 밤이 되자 조용히 떠났다.
그리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를 뒤따르는 그림자가 있었다.
* * *
“조금만 더 가면 돼.”
쟌느가 지도를 펼쳐서 확인했다. 역병이 시작된 마을이 멀지 않았다.
“해가 떠 있을 때만 움직이니까 시간이 꽤나 걸리네요.”
“제가 없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사제님 덕분에 저희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좋은 일을 하면 나중에 다 복으로 돌아온다잖아요?”
에르딘이 씨익 웃으며 로건을 다독였다. 그럼에도 로건은 침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으나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며칠 뒤 해가 질 무렵 역병이 시작된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의 기준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말했다.
언데드가 된 마을 사람들이 해가 저물자 하나둘씩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태껏 봐온 언데드와는 달랐다. 온몸이 검은색 촉수로 뒤덮여 있었다.
촉수는 징그럽게 움직였고 쟌느가 그것을 보며 으- 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촉수물…….”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기에…….”
에르딘이 옆에서 헛웃음을 들이켰다.
메이엔은 촉수로 뒤덮인 마을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비스Abyss의 존재와 융합되었어요.”
“어비스는 뭐예요?”
“으음. 아스트랄은 하나이자 하나가 아니에요. 신이 사는 아스트랄과 마족…… 그러니까 악마가 사는 아스트랄로 나누어져 있어요.”
메이엔이 말하자 제론 일행은 귀를 기울였다.
“쉽게 말해서 신계와 마계라는 거예요. 같은 공간이자 동시에 다른 공간인 두 아스트랄은 하나의 단층-경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경계가 바로 어비스예요. 본래는 단순히 신계와 마계를 구분하기 위해 그어놓은 경계였는데 미들 어스의 정신 에너지가 그곳으로 흘러 들어가며 변했죠.”
의도한 바와 다르게 어비스에 새로운 존재가 만들어졌고 미들 어스에서 흘러들어오는 정신 에너지로 그 존재가 힘을 갖고 구현되었다.
“마녀가 사역하는 사역마가 어비스의 존재예요. 하지만 저런 기형적이고 사특한 존재가 아닌…… 정신 에너지에서 뚜렷한 형태를 가진 존재죠.”
메이엔도 설명하기 힘들었는지 아리송하게 말했다.
“마녀의 사역마는 잔존사념과 같은 개념이라는 거죠?”
“그 말도 틀리진 않아요. 조금 더 심오한 개념이지만요. 하지만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좋은 말이네요.”
제론은 잔존사념도 누군가를 이해시키기에는 좋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무튼, 저것들은 어비스에서도 부정적인 정신 에너지로 만들어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
메이엔이 깜짝 놀란 눈빛으로 제론을 쳐다봤다.
얼마나 반응이 격하던지 제론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방금 한 말이 정답이니까요. 저도 설명하기 힘든 것을 어떻게……?”
“어, 음…… 우연의 일치라고 대답할게요.”
메이엔이 제론처럼 말하지 못한 이유는 어렵게 설명해서였다. 아카데미의 7년을 제외하고 척하면 척 알아듣는 마녀들과 생활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메이엔이 상처받을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그럼 저걸 보면 메이엔의 그…… 사람이 끼어들었다고 생각해도 되나요?”
“그건 아니에요. 네크로맨시와 어비스는 생각 외로 밀접한 관계여서 마녀의 사역마가 아니더라도 조건만 갖춰지면 나타날 수 있어요. 확실한 건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요.”
“그렇군요. 아무튼, 네크로맨서의 흔적을 찾으려면 어쨌든 저 마을로 가긴 해야겠네.”
“그냥 기다렸다가 낮에 가면 되지 않아요?”
에르딘이 제론의 말에 갸웃하며 물었다.
메이엔이 고개를 저었다.
“어비스의 존재는 언데드가 아니라서 낮에도 움직여요.”
“그래도 다른 언데드는 안 나타나잖아요.”
“네가 간만에 똑똑한 말을 하니까 내가 다 어색하네.”
에르딘이 굉장히 합리적인 제안을 하자 모두가 수긍했다.
야영지를 구축하고 편하게 수면을 취했다.
이튿날 아침 마을로 향하며 제론이 메이엔에게 묻는다.
“쟤네들도 언데드처럼 해치우면 되나요?”
“아니요. 오러나 마나를 이용한 공격을 하면 돼요. 간단하죠?”
“와. 정말 간단하네요.”
에르딘이 창을 조립하며 영혼 없이 말했다. 언뜻 보이는 어비스의 존재만 숫자를 세어 봐도 백은 넘었다.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느껴지는 기운으로 판단하건대 꽤나 강했다.
“제론 님.”
“안 돼.”
말하기도 전에 거절부터 당했다.
에르딘이 한숨을 푹 내쉬고 마을로 걸어 들어갔다. 나머지 일행도 뒤따라 움직였다. 어비스의 존재와 융합된 언데드가 동시에 제론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오?”
제론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정확하게 마을의 입구로 들어가자 인식을 했다. 그전까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촉수가 돋아나 있다.
시각이라는 것을 의존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했다.
코를 벌렁대지도 않으니 후각 역시 마찬가지.
‘영역에 들어오면 식별을 하는 건가?’
청각이 예민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테스트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가라! 에르딘 몬! 너로 정했다!”
“……이익!”
굉장히 할 말이 많게 느껴지는 어금니를 꽉 문 소리였다.
에르딘이 가장 먼저 앞으로 달려오는 어비스의 존재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촉수가 회오리 감자처럼 움직여 창대를 감쌌다. 촉수가 하나하나마다 독자적인 생명체처럼 다른 궤적을 그렸다. 움직임도 생각보다 빨랐다.
창대에 내공을 불어넣자 불에 덴 것처럼 촉수가 떨어진다.
“언젠간……!”
에르딘은 악에 받쳐 외치며 창을 회전시켰다.
“절벽에서 밀어버리고 말 거야!”
내공이 깃든 창의 회전력에 촉수가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동시에.
-키아아아아악-!
어비스의 존재가 섬뜩한 비명을 질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