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85)
제 185화
185화
메이란이 아타시아에게 사역마를 붙여놓은 건 꽤나 오래전의 일이다. 아타시아는 6인의 간부 중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간부이자 비전투 인원이었다.
앞서 조직을 유지해온 간부들로 인해 조직의 전투력은 충분한 상태였기에 비전투 인원이 간부로 들어온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첫 만남은 유쾌한 편이 아니었다.
어려 보이는 외모와 특유의 가녀린 목소리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참을 만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분을 정말로 불쾌하게 만든 것은 곳곳에서 느껴지는 신의 흔적이었다.
마녀는 신화시대가 종막을 고하며 아스트랄로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마녀 일족은 미들어스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그 끝이 멸종이라는 운명이 정해졌다.
마녀 일족이 스스로 정한 운명이 아니었다.
아스트랄로 떠난 존재들에 의해 강제로 정해진 운명이었다.
메이란은 그 진실을 안 뒤로 아스트랄의 존재를 증오하게 되었다. 또한 그런 아스트랄의 존재-신의 흔적이 묻어 있는 아타시아가 역겹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를 언젠간 죽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감시하려고 사역마를 붙여 놨었다.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아이오닉 교국에 아타시아의 배덕행위를 알린 것도 그녀였다.
증거를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세팅까지 해줬다. 덕분에 더럽고 추잡한 저년이 하루아침에 나락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 아타시아의 뒷모습을 향해 비릿하게 웃어준 메이란이 품속에서 통신 구슬을 꺼냈다. 신호를 조작해서 보내자 상대방이 곧 연결된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통신 구슬에서 흘러나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되었어?”
-페르다인 추기경이 이단 심문관과 함께 교국을 나섰습니다.
메이란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배덕행위가 확실해져야만 움직이는 것들이 이단 심문관이다. 자신이 상을 차려준 증거가 확실하다는 뜻이다.
“아, 기분 좋아.”
-메이란 님께서 기분이 좋다고 하시니 저 역시 기분이 좋군요.
“큭큭. 아…… 그러고 보니 ‘그녀’는 어떻게 하고 있어?”
-그 부분……이라면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아니, 알아낼 수 없다고 하는 말이 정확하군요.
아타시아의 몰락에 웃고 있던 메이란의 표정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알아낼 수 없다고? 어떻게 된 일이야?”
-개인기도실에서 한 달째 두문불출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만나는 사람은 화이트 루나의 단장 제임스가 유일합니다. 식사를 비롯한 모든 것이 제임스를 통해 전달됩니다.
“화이트 루나라면 달과 어둠의 신 ‘루나’의 성기사단이네.”
-맞습니다. 그에게는 정신계열의 주문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달과 어둠의 신 ‘루나’를 섬기는 사제와 성기사는 정신계열의 공격에서 강한 방어력을 갖고 있다. 달과 어둠의 힘으로 정신이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에게 정신계열의 주문을 걸어 ‘그녀’에 대해 알아보는 건 불가능했다.
“제임스 말고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교황과 추기경들밖에 없겠어.”
-예, 하지만 그들 역시 정신계열의 주문으로부터 강력한 방어수단을 갖고 있지요. 설령 주문이 성공하더라도 후폭풍이 엄청날 겁니다. 또한 현재 상황으로는 저 역시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요. 죄송합니다.
“아냐.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
통신 구슬이 침묵했다.
메이란은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상상이 되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 * *
“찾았어요! 어떻게 할까요?”
“부숴.”
제론은 매개체를 찾았다는 에르딘의 말에 대답했다. 녀석이 매개체를 부수자 해가 저물기 시작하며 드리우던 안개가 흩어졌다.
“이로써 5개째인가?”
“6개 아냐? 처음에 제거한 것도 포함시켜야지.”
쟌느가 오류를 지적하자 제론이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론과 그의 일행은 지난 3일 동안 가짜 역병을 일으킨 자들의 흔적을 쫓아가며 총 6개의 매개체를 제거했다. 각 매개체마다 크기가 달라서 그런지 안개가 걷히는 범위가 달랐지만 제법 넓은 땅을 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땅을 정화하는 건 순수하게 사제인 로건의 몫이었다.
중급 사제에 불과한 로건으로서는 많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신성 마법 퓨리파이를 단일 개체도 아니고 넓은 땅에 펼친다는 건 상급 사제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신의 언어를 문신처럼 몸에 새기고, 신성력을 증폭시켜주는 마법진을 그려 광역 정화에 성공했다.
물론 로건이 멀쩡한 건 아니었다.
정화를 마친 뒤 로건은 반쯤 시체가 되어 쓰러진다. 쟌느의 아티팩트가 그를 보조하고 있음에도 무척이나 고되다는 뜻이었다.
“끝……마쳤습니다.”
로건은 이번에도 광역 정화를 끝마치고 쓰러졌다. 에르딘이 그가 땅에 부딪치기 전에 몸을 부축했다. 눈빛으로 고맙다고 인사한 로건이 에르딘에게 반쯤 안긴 채 천막으로 들어간다.
“땅을 정화하는 건 좋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제론이 쟌느의 말에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하며 흘려보낸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제론 역시 안다. 하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의 기운에 오랜 시간 노출을 당한 땅은 결국 황폐해지고 영원한 죽음이 도사리게 된다.
끝내 그 땅에는 생명체가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아마도 언데드만 득실거리는 곳으로 변하게 되겠지.’
모든 땅을 정화하겠다는 욕심은 내지 않는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또한 오롯이 선한 마음만으로 하는 행동도 아니었다.
에르딘이 로건의 휴식을 지켜주는 사이 나머지 일행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온다.
“저쪽부터 저쪽까지 안개가 걷혔어요.”
“언데드는요?”
“이쪽으로 오지 못하고 있어요. 정화가 제대로 된 모양이에요.”
안개가 걷힌 구역을 계속 돌아다니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땅을 정화하면 안개가 걷히고 매개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과 구별이 가능해진다. 돌아다니는 시간과 로건이 회복하는 시간이 비슷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놈들의 흔적은 발견했어요?”
“네. 녀석들이 흔적을 지우지 않고 움직이네요. 방법을 모르는 건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다른 일행이 주변을 살펴보는 동안 제론은 가짜 역병을 일으킨 놈들이 남긴 흔적을 찾았다. 일행끼리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략 2시간 정도가 지났다.
로건은 그사이 기력을 회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가 100이라면 지금은 40 정도였다.
쟌느의 아티팩트 덕분이었다.
“감사히 사용했습니다.”
“좀 더 몸에 갖고 있는 게 낫지 않아요?”
“으음. 낫긴 하겠지만 좋은 건 아닙니다.”
“왜요?”
“그것에 대해 이해를 하시려면 회복마법의 원리를 설명해야 하는데…….”
쟌느가 얼른 로건의 입을 막았다. 아티팩트를 많이 소유하고 있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ㅁ’ 자도 모르는 그녀였다. 마법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았다.
“저는 아티팩트의 능력과 사용방법만 알면 충분해요.”
“그래도 알아두면 좋…….”
“메이엔 씨가 있잖아요. 나중에 물어보면 되죠.”
“마녀의 비술과 마법은 다르…….”
메이엔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하지만 쟌느가 양손으로 귀를 꽉 막았다.
제론이 피식 웃고선 그녀에게 다가가 묻는다.
“쟌느. 이쪽으로 가면 어디가 나와?”
“그쪽?”
쟌느가 제론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며 지도를 펼쳤다.
곧 주변의 지형지리를 확인한 뒤 미간을 좁혔다.
“설마……?”
“무슨 일인데?”
“잠시만. 우연일지도 모르니까.”
다시 한번 지도를 살펴봤다. 아까보다 더욱 유심히 확인했다.
“놈들이 향한 방향에 쿰베 왕국의 수도가 있어.”
“수도를 노리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충분해.”
반쯤은 확신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가짜 역병을 일으킬 정도로 사악한 짓을 저지른 녀석들이라면 왕국의 수도를 점령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런 짓을 저지를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녀석들이라면 왕국의 수도도 점령할 수 있을 거야.”
“…….”
제론은 쟌느의 말을 듣고 고민했다.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수많은 병사들과 기사들, 마법사들이 방어하고 있는 수도로 가지 않는다.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짓거리를 저지르는 녀석들에게 제정신이 박혀 있을까?
그런 녀석들에게는 윤리나 도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논리라는 것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족속이다. 놈들이 향한 방향에 수도가 있다면 99프로로 점령을 하러 가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도 된다.
제론이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놈들이 수도에 도착하기 전에 어떻게 막냐는 것이다.
쿰베 왕국에 가짜 역병이 퍼지기 시작한 시간을 생각하면 거의 다 도착했거나 멀지 않았을 것이다. 놈들이 이동수단을 갖고 있다는 가정으로 계산한 것이지만 항상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말로 최악의 경우를 맞닥뜨려도 당황하지 않고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낸다.
‘흑마법사나 악마술사의 소행일 확률이 높다고 했지.’
정말로 최악의 상황은 수도가 점령당해서 대규모 언데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는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제물이 많고 가치가 높을수록 강력한 악마가 소환되기 때문이다.
위의 두 가지가 아니라면 짐작되는 것이 없다.
그때 쟌느가 말했다.
“혹시 야만족 때문에 이런 짓을 저지른 건 아닐까?”
“야만족?”
“내가 전에 말한 적 있잖아. 역병이 돌기 시작하면 각국의 병력이 차출될 거라고 말이야.”
제론 일행의 발목을 잡으려고 역병을 퍼트린 건 아닐까 의구심을 가졌을 때 쟌느가 말한 적 있었다.
그 이후 그녀의 가문에서 온 편지에 야만족이 이상한 주술을 사용해서 설산의 방어진을 뚫고 넘어왔으며 상황이 많이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이 가짜 역병을 퍼트린 놈들이 야만족과 결탁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
“결과적으로 말하면 ‘악몽의 집행자’의 짓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는 것을 보고 야만족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이 바뀌었어.”
제론은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사이 다른 일행들은 주변의 시체를 정돈하고 야영지를 구축했다.
제론의 생각은 길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고민을 하더라도 해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쟌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그녀 역시 제론과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내고자 말한 것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 * *
설산을 넘어온 야만족은 방어선을 타고 움직여 가까운 군부대를 기습했다. 병사들은 괴상한 주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윽고 병사들의 시체는 배가 굶주린 야만족의 식량으로 전락했다.
척박한 야만의 땅과 달리 비옥한 대륙에서 살아온 탓일까.
“아주 기름지고 쫄깃하군.”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뜯어 먹던 야만족의 남자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곧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피가 뚝뚝 떨어질 것처럼 보이는 적발의 사내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오.”
야만족의 남자가 일어나 적발의 사내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