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89)
제 189화
189화
“수도에서 만나요.”
메이엔이 마지막으로 말하고 빗자루를 들어 땅을 찍었다. 화려한 빛이 일행을 감쌌다. 제론이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일행의 모습이 사라졌다.
“갔네.”
진짜로 갔어.
한 명 정도는 남아서 ‘전 으리로 함께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다.
제론은 그 한 명이 바로 에르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엄청난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
“짜식.”
으리는 개뿔.
이제야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구나.
웅장해진 가슴과 엄청난 배신감은 별개로 괜히 흐뭇해졌다.
물론 응징을 안 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감히 나를 두고 가?”
에르딘이 알았다면 ‘네가 가라며 미친 새X야!’라며 분통을 터트렸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제론과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네로밖에 없었다.
“둘만 있는 건 오랜만이네.”
제론이 네로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로가 불쾌하다는 듯 꼬리로 제론의 손등을 탁- 쳤다.
나중에 반드시 참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수도로 향했다.
‘수도까지 5일.’
일행들은 수도 근처로 이동해서 움직인다고 했으니 어림잡아 몇 시간 뒤면 도착할 것이다. 제론이 날고 긴다고 하지만 절대로 따라가지 못할 거리였다.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면 하루나 이틀까지 시간을 좁힐 수 있다. 혼자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방해만 없다면 말이지.’
일행이 사라진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날벌레가 꼬이기 시작했다. 언데드가 아니었다.
언데드는 기척을 감지할 수 없지만 특유의 기운이 있다.
바로 죽음의 기운이다.
죽음의 기운이 안개처럼 깔려 있는 상황이라면 느끼지 못했겠지만 후미드 자작령을 벗어난 뒤로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서 제론이 언데드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쉬워졌다.
‘거리는 대략 300m 밖.’
제론은 잠시 고민했다. 놈들의 위치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은신술이 뛰어나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티팩트 혹은 마법으로 존재를 감춘 것이리라.
예전에는 그런 것을 이용해도 자신의 기감을 속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쟌느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그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일행이 사라진 것을 알자 잠깐의 시간을 두고 나타났다.
‘혼자가 되기를 기다렸어.’
꽤나 오래전부터 지켜봤으며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적을 살려둘 이유가 없다.
결정이 내려지자 제론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위치는 안다. 오차 범위는 1m도 되지 않는다. 단숨에 접근하자 복면을 뒤집어쓴 자들이 은신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복면인들은 제론을 발견하자 공격해왔다.
제론이 목젖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칼을 손으로 잡아서 부러트렸다.
복면 속에서 놈의 두 눈이 부릅떠진다.
“……!”
제론의 주먹이 복면 위를 사정없이 가격한다.
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복면인은 코와 광대의 뼈가 부러지며 뒤로 날아갔다. 폭발음의 크기에 비하면 작은 상처였다. 하지만 복면인의 두개골 속은 곤죽으로 다져졌다. 대충 후려갈긴 것으로 보이겠지만 주먹에는 발경이나 침투경 같은 원리의 경勁이 깃들어 있었다.
“둘.”
제론은 곧바로 옆에 있던 다른 복면인의 목을 손으로 잡아서 닭 모가지 꺾듯 부러트렸다. 그런 뒤 등을 노려오는 단검을 발로 쳐올리고 흉부에 일장을 꽂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3명이 죽었다.
“셋.”
“……!”
복면인들은 제론이 세던 숫자의 정체를 파악했다.
“넷.”
셋 다음의 숫자가 세어지며 또 한 명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동료의 희생을 발판삼아 복면인들은 재빨리 제론과 거리를 벌렸다. 제론이 그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그래서…… 누가 보냈냐?”
“그런 건 공격하기 전에 묻는 게 정상 아닌가?”
복면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이를 갈며 반문했다.
제론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물어봐도 대답 안 할 거잖아.”
“……!”
제론의 몸이 흐릿해졌다.
복면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다섯.”
카운트가 또다시 세졌다. 사방에서 제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그들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디서도 제론은 보이지 않았다.
복면인 대장이 당혹감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순간 머리 위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위!”
“늦었어.”
제론이 히죽 웃으며 손바닥을 뻗었다.
내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바닥이 복면인들을 향해 떨어졌다. 그들은 피하려고 했지만 엄청난 중압감이 전신을 짓눌러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뭉개져 버렸다.
“커헉-!”
“……여섯, 일곱, 여덟.”
제론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복면인들 앞으로 걸어갔다.
숨이 끊어질 듯 가늘다. 치료를 하더라도 죽는다. 내장이 전부 파열돼서 상급 사제가 오더라도 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전부 다 죽은 것 같은 상태는 아니었다.
딱 한 명.
복면인들의 대장만 유일하게 전신의 뼈가 부러진 상태로 살아남았다.
제론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마지막 기회야. 누가 보냈는지 대답하면 살려준다.”
“…….”
복면인 대장이 눈매를 일그러트렸다. 곧 그가 눈을 감는다. 대답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제론이 그의 사혈을 짚고 품속을 뒤졌다. 반지 크기의 금이 간 작은 구슬이 나왔다. 1회성 아티팩트였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건 나오지 않았다.
“역시 뭐 없네.”
제론은 일어나며 자갈을 들었다. 손가락을 튕겨 자갈을 날렸다. 10m 바깥의 나무를 잠시 쳐다본 뒤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몇 분 뒤 제론이 쳐다본 나무 위에서 복면인이 내려왔다.
“…….”
복면인은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을 움켜쥔 채 제론이 떠난 방향을 응시했다.
* * *
밤이 찾아왔다. 제론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죽일 걸 그랬나?”
마지막 한 명은 잠깐의 고민 끝에 살려 보냈다.
죽였어도 됐지만 앞으로는 쫓아오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미 시간은 충분히 지체됐어.”
날벌레가 계속 꼬이면 제때 수도에 도착하지 못한다. 압도적인 힘을 목격하고 그 사실을 전달할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된 것 같지 않네.”
그새 날벌레가 꼬인 것을 보면 말이다.
“나와.”
제론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땅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아났다.
사람이 아니었다.
어둠을 뭉쳐서 사람 모양으로 빚은 것처럼 기괴한 존재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존재였지만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안 나오면 내가 간다.”
으름장을 놓자 검은 그림자가 꿀렁이더니 메이란으로 변했다.
“호호호. 미안해요.”
고혹적인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가 정중하게 사과를 한다.
제론이 미간을 좁혔다.
“어디서 버릇없게 존댓말이야?”
“……오늘은 공적인 일로 왔으니까요.”
“아, 그랬군요. 제가 미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메이란이 작게 입술을 달싹인다. 입 모양으로 추측하건대 ‘저 씨X X끼가.’라고 했다.
피식 웃은 제론이 묻는다.
“죽고 싶어서 온 건가?”
“……호호! 그럴 리가요. 한 가지 좋은 정보를 전해주려고 왔어요.”
“무슨 좋은 정보를?”
제론이 미간을 좁혔다. 이상하다. 너무 뜬금없는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은 당연했다.
메이란과는 관계가 좋지 못했다.
그녀의 동생인 메이엔의 영향도 있지만 그녀가 몸을 담고 있는 조직 ‘악몽의 집행자’인 탓이 더욱 컸다. 서대륙에서 본의 아니게 휘말린 사건에서 조직의 일을 몇 번이나 방해했고, ‘침묵의 안개 숲’에서는 직접적인 마찰까지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른 왕국에서는 ‘에단의 은신처’로 오우거를 끌어들인 놈들이 조직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로는 원수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좋은 정보를 전해주려고 왔다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개가 두 발로 서서 다가와 좋은 말씀 전하겠다며 맞은편에 앉았다는 말이 더욱 믿을 만했다.
“지껄여봐.”
“……좋은 정보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진실부터 말할게요. 쿰베 왕국에서 벌어진 사건은 사실 ‘우리’가 한 짓이 아니에요.”
“오우. 지껄이라고 했더니 헛소리를 아주 잘 지껄이네.”
빠직-!
메이란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하지만 빈정거리는 목소리와 다르게 그의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자신의 ‘진짜’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일부러 도발을 하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알아차린 이상 참는 수밖에 없었다.
“……서대륙에서 당신이 ‘우리’ 중 한 명을 죽이면서 흑마법사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내가 너희 중 한 명을 죽였다고?”
“맞아요. 흑마법사들을 통제하던 녀석이었죠.”
“이상한 괴물 같은 것을 만들던 그 흑마법사 쓰레기를 말하는 건가? 그 녀석 하나 죽였다고 부하들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조직일 줄은 몰랐는데? 아. 내가 너무 과대평가했던 걸지도 모르겠어.”
“……너 언젠가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말 거야.”
메이란은 이를 까드득- 갈며 말했다.
제론이 피식 웃었다.
“이제야 좀 솔직해졌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하지. 서대륙에서 ‘그 녀석’이 죽은 뒤 ‘우리’ 중 또 다른 한 명이 흑마법사들을 통제하고 있었어. 그런데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독단적으로 쿰베 왕국에서 그놈들을 날뛰게 만든 거야. 그건 ‘우리’의 원칙과는 어긋나는 행동이었어.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게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를 대신해서 그 녀석들을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해. 그게 바로 너야.”
“나를 이용하려고?”
평소였다면 이용한다는 말이 불쾌했겠지만 지금은 거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네크로맨서들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이득을 갖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또한 조금은 흥미를 느꼈다.
자신과 한 번 싸웠던 메이란이라면 이런 식의 접근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무릅쓸 정도라면 정말로 쿰베 왕국의 일이 가만히 두고 보며 넘어갈 만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좋아. 대신 무엇을 줄 거지?”
“아주 좋은 정보.”
“고작 정보 따위로 내 협조를 끌어내려고?”
“당분간 페리안 자작령을 건들지 않겠어.”
“그건 조금 의외인데.”
제론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메이란은 코웃음을 쳤다.
“사자검이 마스터가 되었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또 페리안 자작령에 마스터 급에 준하는 힘을 갖고 있는 기사가 2명이 더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 정도 전력은 ‘우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해.”
“꼬리 정도는 붙잡힐 각오를 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말이네.”
“……!”
메이란의 표정이 다시 구겨졌다.
“좋아. 조건을 살짝 바꾸지.”
“…….”
“앞으로 10년 동안 오른 왕국은 건드리지 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