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
제19화
19화
“에취!”
형이 태극구공을 막 시연하려는 순간 세게 재채기했다. 얼마나 세게 했던지 콧물이 길게 흘러내렸다. 제론의 눈앞에서 만화처럼 대롱대롱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형.”
제론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짓으로 코를 가리켰다.
‘설마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설마 그랬겠어.
하지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흠흠. 미안하다.”
형이 콧물을 눈치채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봤다.
“아냐. 괜찮아. 그보다 이거.”
“그럼 시작하마.”
“형, 그…… 콧물 흘러나왔어.”
형이 잠깐 당황하더니 소매로 슥 닦아낸다.
저런 인간적인 모습의 형을 처음 봤던 제론은 살짝 당황하고 말았지만 애써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후우.”
곧 분위기가 잡히자 형이 태극구공을 시연했다.
말 타는 자세를 유지한 채 양 손바닥을 천천히 움직였다.
제법 능숙한 모습.
혼자서 많이 연습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나무 공을 움직인다.
속도도 빠르지 않고 적당하다.
말 타는 자세도 흔들리지 않고 고정된 것처럼 유지되었다.
나무 공은 형의 손바닥 안에서 정해진 레일을 달리는 기차나 전철처럼 매끄럽게 연계되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빠졌다.
태극구공에서 5성은 가장 크고 높은 벽!
무림에서도 날고 긴다는 절정고수들을 데려와서 해보라고 해도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상승의 기공술이다.
물론 시간을 며칠 줘서 연습하게 한다면 금방 하겠지만 5성에 다다르거나 그 이상으로 뛰어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회전하며 순환하고 있지만 돌려보내지를 못하고 있네.’
태극구공은 기의 응용력을 키우고 태극의 묘리가 섞인 이화접목을 연습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형의 시연에서 빠진 것은 이화접목에서 ‘접목’이었다.
이화접목移花接木.
꽃이 핀 나무를 다른 나무에 접붙인다는 뜻이다. 무공으로 설명하면 공격한 상대가 모르게 그의 힘을 이용해 또 다른 적을 치는 수법이다.
정말로 쉽게 설명해서, 찔러져 오는 검을 쳐내 다른 사람을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즉, 형은 나무 공을 손바닥으로 회전시키고 있지만 공격한 상대 혹은 또 다른 적에게 돌려주는 ‘접목’이 안 되고 있는 상태였다.
태극구공이 5성에 오르면 ‘접목’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시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잠시 지켜……?’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형의 움직임이 변했다.
단순히 나무 공을 손바닥 안에서 굴리고만 있던 형인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말 타기 자세를 유지한 채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허!’
제론은 형의 집중이 깨지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감탄사를 토해냈다. 형의 5성에 오른 것 같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축소된 감이 있었다.
‘이건 5성이 아니잖아.’
제론이 헛웃음을 삼켰다.
형의 태극이 점점 커졌다. 손바닥 안에서만 놀던 나무 공은 손등으로 올라갔고, 곧 팔과 어깨를 타고 등 위로 옮겨졌다.
말을 타는 자세가 변했다.
보폭의 넓이와 굽혀진 무릎은 고정되었지만 허리가 앞으로 깊게 숙여지며 나무 공이 등에서 목으로 굴러 내려갔다.
이윽고 꼿꼿하게 펴지는 허리!
나무 공이 높게 떠올랐고, 다시 떨어질 때 형은 손등으로 받고는 부드럽게 원을 그려 보이지 않는 적을 품 안으로 잡아당기며 밀어내는 몸짓을 했다.
마지막으로 양팔로 원을 만들어 나무 공을 팔 안에서 크게 회전시켰고, 회전하는 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손바닥 안으로 움켜잡으면서 시연이 끝났다.
“후우.”
짝, 짝, 짝.
형이 힘겨운 한숨을 내쉬자 제론은 감탄사를 대신해 박수를 쳐 줬다.
‘적어도 6성은 되겠어.’
역시 형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나머지 무공만 봐주면 될 것 같았다.
“형, 태극구공은 앞으로 혼자서 해도 문제없을 것 같아.”
“많이 부족해 보였을 건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그럼 다른 것도 확인해보자.”
곧 형이 검을 뽑았다.
* * *
형의 무공을 전체적으로 손봐주는 게 끝나자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된 것이다.
‘오늘 저녁은 가족이 전부 모여서 먹기로 했지?’
아티팩트를 팔고 2년이 지났다.
사무관을 두 명이나 늘렸는데도 쓴 돈보다 남은 돈이 더 많다.
덕분에 아빠와 엄마가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다.
그래서 가족 전부가 모여서 저녁을 먹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아, 형과 누나가 아카데미로 교육을 받으러 가니까 다른 의미로 특별하기는 했다.
식탁에 앉자 음식이 나온다. 절반 이상이 고기였다. 몸속에 탁기가 쌓이지 않게 선식을 하는 건 무림에서도 정파나 하는 짓이다.
“아빠, 엄마. 이따가 시간 되세요?”
제론이 고기를 잘라서 한 입 먹고 말했다.
“나는 2시간 뒤쯤 시간이 날 것 같구나.”
“엄마는 저녁 식사 끝나고 바로 가능하단다.”
“으! 아빠, 엄마. 쟤 밥 먹는데 더러운 이야기해요!”
아빠와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왜 누나가 질색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론이 지그시 누나를 노려보자 낯빛이 사색으로 변하며 그의 시선을 피한다.
‘음, 역시 짜릿해. 늘 새로워.’
저 반응이 보고 싶어서라도 자주 괴롭힐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역시 자신은 변태가 맞나 보다.
* * *
제론은 저녁 식사가 끝나고 엄마부터 무공을 점검했다.
옥녀궁의 선술을 배운 엄마는 이전보다 피부가 곱고 탱탱해졌다. 본래도 주름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아주 옅게나마 있었던 것도 사라졌다. 3번의 출산으로 늘어진 살도 원상 복구되었다. 아니, 탄탄한 몸매로 변하며 군살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쉬운 점이 없던 건 아니었다.
누나가 왜 권장지에서 취약한지 알게 되었다.
바로 엄마의 영향이었다.
외모만 닮은 게 아니라 하필이면 거기까지 닮아버린 것이다.
“대신 연검은 잘 다루니까 괜찮겠지.”
의외로 엄마는 활이 아니라 연검에 재능이 있었다.
옥녀궁의 선술을 익혔기 때문일까?
또한 연검으로 검술을 펼칠 때는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옆에서 아빠가 지켜보다가 눈에서 핑크빛 기운을 뿅뿅 발사할 정도였다.
그날 밤의 부모님은 신혼 때처럼 뜨거웠다.
‘흠흠. 괜히 나까지 낯 뜨거워지네.’
소리가 들려오자 바로 귀를 닫았지만 이미 들은 것까지 처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직 혈기왕성한 나이(?)의 제론이었기에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호호. 그러니? 아들 덕분에 엄마가 호강하네. 다시는 처녀 시절의 피부와 몸매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점점 더 곱고 탱탱해져 가는 자신의 피부를 손으로 쭉 늘리며 말했다.
이게 모두 주안술 덕분이었다.
“얼마 전에 귀부인들 모임에 다녀왔는데 다들 부럽다고 난리를 쳤지 뭐니. 어떻게 날이 지날수록 젊어지냐고, 어떻게 관리해서 피부가 곱고 탱탱하냐고, 막 물어보는데 대답하기 곤란해서 진땀을 뺄 정도였단다.”
제론은 엄마의 말투와 외모에서 살짝 이질감을 느꼈다.
대학생이 아줌마처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옥녀궁의 주안술은 효과가 아주 뛰어났지만 이런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아빠.
“형의 재능이 아빠한테서 나온 것이었네요.”
제론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아빠의 재능은 형에 못지않았다. 나이까지 있으니 그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가문의 오러 연공법을 자신이 가르쳐준 무공과 합쳐서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켰다. 새로운 무공을 만든다는 건 대종사급의 무인이라고 해도 되지만 옆에서 제론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사실상 대종사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그래도 대단하단 말이야.’
아빠는 오러 익스퍼트 중급의 경지에 오른 검사였다.
오러 익스퍼트를 무림으로 치면 일류에서 절정 사이의 경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말은 즉 익스퍼트 중급인 아빠는 초일류의 무인인 셈인데, 몇 년 안에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몸에 밴 습관이나 수련 방식이 2년 사이에 고쳐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아빠는 해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하더니 며칠이 지나 검술을 처음 수련하는 사람처럼 검의 파지법부터 자세까지 전부 싹 다 뜯어고쳤다.
적응하는 데 몇 달이 걸리긴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하. 재능이랄 것이 있나. 누구나 다 하는 거지. 남들한테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형의 인성도 아빠한테 전수 받은 것이 분명했다.
물론 겸손이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긴 하지만 가족끼리니까 상관없었다.
“그나저나 무공이라는 건 참 신기하구나. 상승의 오러 연공법이나 검술을 접해본 적은 없지만… 가문의 것과 비교해도 체계가 완전히 틀려. 특히나 전신에 오러를 퍼트리는 게 아니라 단전에 가두고 필요할 때마다 혈도라는 통로로 흐르게 만들어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폭발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마치 대륙의 십대검공 중 한 명을 떠올리게 만들어.”
제론도 나중에 안 사실이긴 하지만 오러 연공법도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했다. 외공처럼 전신으로 퍼트려 신체를 강화시키는 것도 있고, 내공처럼 오러 홀에 저장해서 필요할 때 끌어와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물론 엄청난 힘을 가진 신체가 기반을 잡고 있지만 말이다.
‘초식 자체는 세심하지 못해. 하긴, 당연한 건가?’
오러 연공법은 무림처럼 하급 무공으로나마 널리 퍼지지 않았다.
오러가 없는 일반인은 순수하게 힘으로 몬스터와 싸워야 했고, 두껍고 단단한 갑옷을 입고 싸우는 기사나 두껍고 질긴 가죽을 몸에 두른 몬스터를 상대하다 보니 무겁게 내려치는 중검이나 강하게 내려치는 강검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내공처럼 오러 홀에 저장해서 필요할 때 끌어와 사용하는 방법도, 양념 반 후라이드 반처럼 외공이 어느 정도 필수적 전제로 깔려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제론은 중검과 강검을 제외한 다른 검을 아빠한테 전수했다.
“흐음.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단다.”
“뭔데요?”
“이걸로 바실리스크나 오거 같은 대형 몬스터의 가죽을 베어내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구나.”
“음. 아마 가능할 거예요.”
마스터의 전유물인 오러 블레이드는 그의 응용력이 탁월하면 익스퍼트 상급만 되어도 어느 정도 구현이 가능하다.
진짜 오러 블레이드와 부딪친다면 소용이 없겠지만 절삭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다. 또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격으로 머리를 자르거나 약점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신은 하지 말아야지.’
제론은 이 세상의 검술이 강검과 중검으로 발전한 이유를 간과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고 하니까 괜히 치킨 먹고 싶어지네.’
이유식을 뗀 지도 어연 몇 년째.
갑자기 식욕이 폭발적으로 샘솟기 시작한다.
“오늘은 이 정도까지만 하고… 혹시 제가 말하는 레시피대로 간식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까요?”
“그건 총주방장에게 물어봐야 알 것 같구나. 그런데 무슨 간식을 만들려고 그러는 거냐?”
“닭에 밀가루를 발라서 튀기는 건데… 아마 한 번 맛보시면 눈이 튀어나올지도 모를걸요!”
“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식 중에서는 별 게 다 있구나.”
“헤, 헤헤. 그러게요!”
제론은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치킨! 치킨을 먹을 수가 있다!’
이왕이면 탄산음료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제론은 아빠의 무공 수업을 마치고 후다닥 주방으로 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