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1)
제 191화
191화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마법이 펼쳐졌다. 웬만한 도시에서는 감히 설치할 상상도 하지 못할 대규모의 대大 방호 마법진이었다.
폭발은 성벽을 박살 낼 것처럼 터져 오르다가 진화되었다.
처음부터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간을 되감기 시작한 것처럼 말 그대로 폭발이 역행했다. 하지만 폭발음마저 멎게 만들지는 못했다. 이미 사방으로 울려 퍼진 소리였다.
성문이 폐쇄되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무슨 일인지 나왔다.
“공격을 받았어!”
“누구한테 공격을 받았다는 거야?”
정확한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대충 성벽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태도가 반반으로 갈렸다.
무슨 일인지 구경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거나, 위험할지도 모른다며 물러났다.
전자는 네크로맨서가 일으킨 역병-언데드 사건을 겪어본 적 없는 부류였고, 후자는 멀리서나마 지켜보거나 피해를 입은 부류였다.
제론의 일행에게는 전자나 후자나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쟌느가 외쳤다.
쿰베 왕국의 왕실은 무능하지 않았다. 무능했다면 오래전 북대륙에서 지워져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설령 이름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네크로맨서의 공격이 맞는다면 철저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
수도를 보호하는 마법진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모두 올라타요!”
메이엔이 새 형태의 사역마를 소환하고 외쳤다.
일행 모두가 올라타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큰 사역마였다.
일행들이 재빨리 올라타자 사역마가 날아올랐다.
“이거 잘못하면 격추되는 거 아ㄴ…….”
에르딘이 말을 멈췄다. 허리를 뒤로 젖혀 날아오는 화살을 피했다. 메이엔의 사역마를 적이라고 판단한 경비병이 화살을 쏜 것이다.
“하여간…….”
메이엔이 혀를 차며 원망스럽다는 듯 에르딘을 바라봤다.
“죄, 죄송합니다.”
에르딘은 사망 플래그를 세운 잘못이 있어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곧 메이엔이 사역마를 더욱 높게 띄워 화살이 닿지 않을 정도까지 떠올랐다. 성벽 위의 상황이 대충 확인되었다. 폭발은 있었지만 적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이 사역마를 발견하고 시위를 겨눴다.
한마디로 제론의 일행이 적으로 간주된 것이다.
네크로맨서들이 이것을 예상하고 폭발을 일으킨 것이라면 꼼짝없이 당한 상황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로건이 말하고 성호를 긋자 허공에 태양의 교단을 상징하는 문양이 생겨났다.
활을 쏘려고 겨누던 병사들이 당황해서 서로를 바라본다.
“저, 적이 아닌 겁니까?”
“방금 폭발이…….”
그런 병사들의 뒤로 이상한 물체가 다가왔다.
에르딘이 그것을 발견하고 사역마에서 뛰어내렸다. 병사들은 당황했지만 사고회로가 마비되어서 공격도, 방어도 하지 못했고, 곧 그들의 머리 위로 에르딘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비켜요!”
“……!”
에르딘이 외치자 병사들은 저도 모르게 양옆으로 갈라져 섰다. 본능적으로 공격하려는 게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에르딘은 낙하하며 순식간에 창을 조립해서 병사들의 등 뒤로 접근하던 이상한 물체를 꿰뚫었다.
그런데 손끝에 남은 감각이 이상했다.
‘뭐지?’
비가 쏟아져 내린 뒤의 흙을 찌른 것처럼, 늪 속을 찌른 것처럼 끈적끈적하고 물렁했다.
바로 그때 이상한 물체가 보자기처럼 몸을 넓게 펼쳤다.
에르딘은 멍청하게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창에 내공을 불어넣으며 손목을 비틀었다.
넓게 펼쳐진 이상한 물체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
언어로는 이해하지 못할 괴상한, 굳이 비유하자면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며 흩어졌다.
“스펙터예요!”
메이엔이 사역마 위에서 외쳤다.
스펙터는 언데드 계열의 유령 몬스터다.
검은색 식탁보를 둘러쓴 형태를 하고 있어서 언뜻 귀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에 빙의해서 악몽을 선사하고 생기를 빨아들이는 아주 무서운 놈이었다.
세상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저게 어딜 봐서 귀엽게 보여!”
에르딘이 표정을 사납게 일그러트리며 주변에서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 스펙터를 사정없이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병사들은 멍하니 에르딘의 신위를 구경했고.
“뭐 하고 있어요?!”
에르딘의 일갈이 터져 나오자 무기를 허겁지겁 창으로 바꿔 들었다.
“스펙터한테 물리력은 통하지 않아요!”
“그, 그럼 어떡합니까?”
“네크로맨서가 공격했다고 보고해요!”
“……!”
“빨리!”
병사들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허겁지겁 계단으로 내려갔다.
사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이런 게 통하는 거지 평상시였다면 허튼소리 하지 말라며 창부터 들이밀었을 것이다.
에르딘이 풍차처럼 창을 화려하게 돌리며 하늘에 떠 있을 일행들을 향해 외쳤다.
“쟌느 님! 메이엔 님! 로건 님! 여긴 저한테 맡기고 어서 가……?”
…….
조금 전까지 머리 위에 있던 일행들이 타고 있는 사역마가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에르딘은 엄청난 배신감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입술을 깨물고 그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는 스펙터에게 창을 휘둘렀다.
-!
스펙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에르딘은 곧바로 시선을 돌려 스펙터에게 둘러싸인 채 무기를 휘두르는 병사에게 달려가 그들을 구했다. 병사들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에르딘을 경계했지만 적대시하지는 않았다. 적이었다면 이미 자신들의 목숨은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
“감사의 인사는 뒤로 미루고! 빨리 내려가서 네크로맨서가 공격을 했다고 보고해요!”
에르딘은 병사들이 스펙터를 처치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병사들의 무기는 평범한 활과 검이었기 때문이다.
품질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었다. 수도를 지키는 병사-경비병은 정예다. 그들이 보급받는 무기 역시 왕실로 납품되는 질 좋은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스펙터는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최소한 오러나 마나 혹은 신성력이 깃든 무기만 스펙터를 베어낼 수 있다. 상성이 좋지 않다. 그래서 에르딘은 병사들과 힘을 합치는 대신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보낸 것이었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곧 증명되었다.
수도의 성벽은 크고 넓었다. 다른 곳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이 스펙터에게 저항하지 못해 단체로 빙의되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그들은 천천히 악몽 속에서 생기를 잃어갔다.
“젠장!”
에르딘은 처음으로 몸이 하나라는 사실에 화가 났다.
* * *
수도의 성벽에서 전투가 시작될 무렵.
제론은 내공과 체력을 적절하게 분배하며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이 원만하지는 않았다. 사방에서 날벌레가 잔뜩 꼬였다. 대부분 잔챙이에 불과했다. 언데드-역병으로 인한 혼란을 이용해 한몫 건지려는 도적 떼와 날강도로 변신한 용병들이었다.
“그런 놈들은 봐줄 필요가 없지.”
제발 살려달라며 양 손바닥이 닳아 없어질 지경으로 싹싹 빌었지만 제론의 말마따나 그들을 살려줄 필요가 없었다.
살려줘도 다른 곳에 가서 똑같은 짓을 저지를 기생충들이었다.
몬스터의 먹잇감이 되라고 무덤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나저나 슬슬 거리가 좁혀지고 있어.”
지금까지 쫓아가고 있던 네크로맨서의 흔적이 반나절 차이로 좁혀졌다. 몇 시간 안에 맞닥뜨린다. 제론이 내공과 체력을 분배하며 움직인 이유였다.
* * *
에르딘은 병사들의 몸에 빙의한 스펙터를 베어냈다.
창으로 어떻게 검처럼 베었냐고 의아해하겠지만 그냥 휘두르면 됐다. 창날이 날카로워서 가능했다. 물론 병사들의 몸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
에르딘의 창술은 그 정도로 조악하지 않았다.
문제는 스펙터 다음으로 나타난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였다.
“좀비!”
에르딘이 구하지 못한 병사들은 스펙터에게 생기가 흡수당해서 죽었고, 곧 안식을 얻지 못하고 일어나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변방에 위치한 세력이 약한 귀족의 도시도 아니고, 한 왕국의 수도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성벽에서 일어난 폭발이 이해가 안 됐다.
수도는 대大 방호 마법진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성벽만 그런 것이 아니다.
수도 전체가 대 방호 마법진에 의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공격이 외부에서 시작되었다면 성벽 위가 아닌 마법진이 발동해야 했다. 하지만 폭발은 성벽 위에서 일어났다.
두 눈으로 똑똑히 봐서 안다.
그 말은 곧 내부에 폭발을 일으킬 어떠한 요소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내부에 협조자가 있어.’
누구일까?
에르딘이 좀비를 쓰러트리며 생각했다.
경비병들은 일정 시간마다 순찰을 돈다.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폭발물을 설치했다. 보초를 서는 시간과 순서, 교대 및 순찰하는 시간까지 알고, 그것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런 것이 가능한 사람은 몇 명 없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
‘경비대장.’
에르딘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면 다행일 것이다. 고작 기사 1명이니까. 혼자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어쩌면 더 윗선일지도 모른다.
“X발.”
에르딘이 작게 욕설을 뱉어냈다.
네크로맨서의 공격을 보고하기 위해 내려간 경비병들이 생각났다. 내부협조자가 경비대장 혹은 그 이상이라면 보고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경비병들의 목숨도 장담하지 못한다.
‘모든 성문의 경비대장이 내부협조자는 아닐 거야.’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면 가능성이 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제론이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
“칫.”
경비대장보다 윗선이 포섭되었다면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문은 열면 안 돼.’
수많은 사람들이 수도의 성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저들 중에 네크로맨서의 일당이 섞여 있다면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또한 모두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안전을 위해서는 열려선 안 된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에르딘은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젠장!”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성문을 연다. 자신도 어렵지 않게 생각해낸 그것을 네크로맨서가 떠올리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끼기긱-!
에르딘이 땅으로 착지한 순간 성문의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사가 도르래를 돌리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병사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멈……!”
에르딘은 기사를 제지하려고 달려갔다. 하지만 한발 늦은 뒤였다.
쿠궁-!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에르딘을 발견한 기사가 어둡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문을 열어서는 안 됐다.
푹-!
“……!”
기사가 검을 뽑아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