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2)
제 192화
192화
“이- 미친 새X야-!”
에르딘이 포효하듯 소리치며 달려갔다.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도르래를 가까스로 잡는 것에 성공했다. 성문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줬다.
“끄으으윽-!”
손바닥 껍질이 벗겨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엄청나게 아팠다. 비명을 참지 못하고 흘릴 정도였다. 하지만 에르딘은 손을 놓지 않았다.
끄그극!
성문이 열리다가 멈췄다. 그러나 잠깐에 불과했다.
열리기 시작한 성문을 닫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에르딘의 힘이 기사에 비해 약해서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죽은 자가 다시 일어나 산 자를 찾아 공격했기 때문이다.
에르딘 역시 산 자였다.
언데드는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젠장!”
에르딘은 좀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도르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만 했다.
쿵-!
도르래가 완전히 돌아가며 성문이 열린다. 그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에르딘의 표정은 구겨진 종이처럼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좀비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했다. 안식을 얻지 못한 이들에게 평온을 선사했다.
“허억- 허억-!”
에르딘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지쳐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일찍 떠올렸으면 성문이 열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솟구치며 호흡이 흐트러졌다.
“서, 성문이 열렸어!”
“성문이 왜 열려?!”
한편 성벽 위의 경비병들은 언데드와의 처절한 전투로 성문이 열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 뒤늦게 활짝 열린 성문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열린 성문을 닫으러 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병력은 없었다.
스펙터에게 죽은 경비병이 좀비가 되어 일어나 다른 경비병을 덮쳤고, 또다시 좀비로 변하는 연쇄작용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사방이 언데드로 들끓었다. 이대로는 성벽과 성문은 언데드의 소굴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 놀랄 만한 일은 열린 성문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 사람들이 성문으로 몰려옵니다!”
“뭐? 그게 무슨 미친 소ㄹ……?”
한 경비병이 더듬거리며 외쳤다.
선임 경비병은 웬 헛소리냐며 성벽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성문 밖에서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이 정말로 성문으로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밤이 되어 사람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주 조금 더 먼 뒤에서 이상한 생명체도 함께 봇물이 터진 것처럼 밀려오는 것 역시 보였다.
“어, 언데드가 왜……?”
언데드가 성문 밖의 사람들을 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모두가 당황했다. 왕실에서 아직 역병-언데드를 일으킨 것이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병사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지가 없는 언데드가 집단사냥을 하는 것처럼 움직이자 그로 인해 혼란은 더욱 커졌다.
혼란을 잠재운 것은 에르딘이었다.
다시 성벽 위로 올라간 에르딘은 병사들에게 흑마법사가 언데드를 일으켰으며 흩어지지 말고 모여서 싸우라고 외쳤다.
“마법사나 사제는 없습니까?!”
“…….”
“당직이 있습니다!”
에르딘의 질문에 한 병사가 대답했다.
최고선임으로 보이는 병사였다.
횃불의 불빛으로 에르딘의 어려 보이는 얼굴이 드러났다.
“……!”
병사들은 흠칫 놀랐지만 창에 깃든 오러-내공-의 불길을 보고 정체를 감추고 있던 기사 혹은 떠돌이 자유 기사라고 생각했다.
“어딥니까?!”
“아마 경비초소에……!”
“스펙터는 마나나 오러가 깃든 공격이 아니면 통하지 않으니까 최대한 피해서 싸워요! 좀비는 관절을 노리면 돼요!”
에르딘은 빠르게 외치고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쿵-!
땅에 착지해서 경비초소로 달려갔다. 벌써 좀비의 숫자가 수백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성문 밖에 있던 사람들이 언데드에 쫓겨 안으로 들어오며, 성안의 언데드에게 죽고 되살아나 산 자를 죽이는 일이 연속해서 벌어진 것이다.
“젠장! 젠장!”
쿰베 왕국의 왕실은 뭐 하고 있는 거지?
설마 아직까지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모르는 건가?
에르딘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게드린 백작령이나 후미드 자작령에서 벌어진 역병처럼 번진 죽음의 기운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재앙이었다.
* * *
에르딘이 성벽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사이, 나머지 일행은 사역마를 타고 왕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도의 내부도시를 벗어나 왕궁의 성벽에 도착했다. 수많은 병사들이 무장한 채 포진해 있었다.
수도 내부도시 성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
쟌느는 실컷 욕설을 지껄이고 싶었지만 입술을 세게 깨물며 참았다. 빨리 대응을 해도 모자란 판국인데 왕궁을 지키기 바쁘다. 얼마나 큰 재앙이 닥쳐왔는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파밧-!
왕궁을 지키던 병사들이 일행의 사역마를 적으로 인지했다. 화살이 쏘아졌다. 하지만 메이엔의 비술에 막혀 힘없이 떨어졌다.
“마법사다!”
“저 괴상한 새를 추락시켜라!”
마법사들이 단체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제론의 일행은 적이 아니라며 외쳤지만 귓등으로 듣는지 무시하고 마법을 끝내 펼친다. 화염구와 번갯불이 날아왔다.
“개X끼들!”
쟌느가 욕설을 내뱉으며 매직 디스펠이 인챈트 된 아티팩트를 꺼내 휘둘렀다. 날아오던 화염구와 번갯불이 사라졌다. 고위 마법만 아니라면 몇 번은 더 디스펠이 가능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로건이 성호를 그어 태양의 교단을 상징하는 문양을 만들어냈다. 병사들과 마법사들이 당황했다. 잠시 공격이 멎는 듯싶었지만 지휘관의 ‘태양의 교단 사제를 사칭하는 것이다! 속아선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새X 죽일 거야.”
쟌느가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다른 일행들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다들 표정에 화가 잔뜩 깃들어 있었다.
메이엔이 사역마를 돌려 왕궁에서 멀어지던 그때, 왕궁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수도를 지키는 대 방호 마법진이 아니었다. 검붉은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지독하게 불쾌하고 사악한 마나로 이루어진 마법진이었다.
“무슨……!”
“아, 아아……!”
사역마에 타고 있던 일행들이 말문을 잃고 말았다. 왕궁이 폭삭 무너졌다. 수백 미터 크기의 거인이 짓밟은 것처럼 납작해지며 모든 생명체가 죽었다. 조금만 더 늦게 멀어졌다면 일행들 역시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곧 마법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다시 한번 더 발동했다. 죽은 생명체들의 핏물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 맙소사……!”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린 메이엔이 낯빛을 새하얗게 물들인 채 경악했다. 다른 일행들 역시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제물……!”
게드린 백작령에서 바친 제물은 베헤못을 소환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광역 마법진을 펼치기 위해 희생시킨 것에 불과했다. 진짜 제물은 쿰베 왕국의 왕실이었던 것이다.
고오오오-!
마법진은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이엔이 비술을 부려 마법진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사역마를 소환해서 보내자 마법진에서 뻗어 나온 촉수에 붙잡혀 끌려가 또 다른 제물이 되었다.
“저건…… 멈추지 못해요.”
“그럼 어떡해요?”
“마법진을 깨트릴 정도로 엄청난 화력…… 혹은 베헤못이 소환되기를 기다려야 해요.”
“하. 씨X!”
쟌느가 ‘엿 같은 북대륙 같으니라고!’라고 생각했다.
* * *
제론은 네크로맨서들을 따라잡는 것에 성공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놈들이 제론을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은 3명이었다. 또한 말처럼 생겼지만 다리 길이가 2배로 긴 괴상한 녀석을 타고 짜증 나게 느껴지는 미소를 지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말처럼 생긴 괴상한 녀석이 베헤못의 마수, 빛처럼 빠르게 달리는 머시깽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제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네크로맨서를 공격했다.
“이게 무ㅅ……?”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던 한 놈의 머리가 터졌다. 다음 녀석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베헤못의 마수가 피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제론은 살짝 흥미가 생겼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 조금 더 속도를 높였다.
퍼엉-!
2명째 머리가 터졌다.
푸릉?!
빛처럼 빠르게 달리는 머시깽이가 당황해서 콧구멍을 벌렁거린다.
사실 제론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일개 마수 머시깽이였지만, 녀석의 빛처럼 빠르게 달린다는 표현은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다.
단지 제론이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자, 잠깐ㅁ……!”
마지막 3명째의 머리를 박살 냈다.
제론은 뇌수가 묻은 손을 털어내고 머시깽이를 쳐다봤다.
녀석의 당황과 혼란으로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야.”
푸릉?!
놈이 뒷걸음치다가 흠칫 놀란다.
제론은 네크로맨서의 시체에서 전리품을 획득하며 말했다.
“너 빛보다 빠르다고 했지?”
푸, 푸릉!
“또 살고 싶지?”
푸릉!
놈의 머리가 거칠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럼 나 좀 태워서 쿰베 왕국의 수도로 가라. 최대한 빨리.”
빛보다 빠르다고 했으니까 1시간 안에는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다.
‘도착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마수 한 마리가 시체로 변할 뿐이었다.
* * *
왕궁이 무너지고 핏빛의 마법진이 하늘에 나타났건 말건 도시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언데드가 성벽을 넘어 내부도시까지 침범하며 시민들을 공격했다. 왕궁을 지키던 병사들이 모든 병력은 아니었다. 수도 수비대를 비롯해 왕궁의 바깥에서 잔류하던 모든 병력은 사태를 금방 파악하고 진형을 구축해 언데드와 맞서 싸웠다. 신전의 사제들과 마법사들도 지금만큼은 거만하고 오만한 엉덩이를 의자에서 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몽땅 죽게 생겼으니까.
“카악- 퉤!”
에르딘은 목까지 차오른 핏물을 뱉어내고 손바닥의 상처를 감싼 천을 다시 한번 단단히 고정시켰다.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은 생각보다 많은 숫자가 살아남았다. 전부 에르딘이 필사적으로 뛰어다닌 결과였다. 또한 그로 인해 시간이 벌리며 수비대 소속 기사들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하아…… 시X!”
에르딘은 감상에 빠질 여력이 없었다.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발악해서 단전이 텅 비었다. 운기조식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이쪽으로!”
“언데드가 몰려옵니다!”
“왕실은 어떻…… 젠장! 다 뒤졌잖아! 무능한 새X들!”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어느 기사가 왕실이 폭삭 무너진 것을 발견하고 막말을 뱉어냈다. 어차피 다 뒤졌을 건데 말을 가려서 뭐하나 싶은 것이다.
“시민들을 어서 대피시켜!”
“동쪽 성문이 그나마 피해가 적습니다!”
“길을 뚫어! 무조건 뚫어야 해! 여태껏 우리가 받은 봉급이 다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거야!”
“후욱. 후욱.”
에르딘은 거친 호흡을 골랐다.
한 방울의 내공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끔 최대한 끌어모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