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4)
제 194화
194화
아타시아가 가늘게 뜬 눈으로 악마술사를 쳐다봤다.
가까이 가는 것조차 속이 울렁이고 역겨울 정도로 짙은 마기가 흘러나온다.
왕궁 위에 떠 있는 소환진을 만든 녀석이라는 뜻이다.
‘베헤못이 소환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겠어.’
악마는 단순히 제물을 많이 바친다고 소환되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악마를 섬기는 이들-마족이라면 모를까, 어린아이 666명을 산 채로 바쳐도 악마가 넘어올 만한 아스트랄과 미들어스 사이의 통로를 열지 못한다.
‘그래서 악신의 유물을 빼돌린 거지만.’
악신과 악마는 동일한 존재다. 사람들이 입맛에 따라 바꿔서 부르는 것에 불과했다. 또한 감히 신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낮춰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악신의 유물이야.”
“오! 악신 커프스의 유물이 아닙니까?!”
악마술사는 아타시아가 내민 목걸이를 건네받았다.
이로써 3개의 유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소환진이 제물을 모두 흡수한다면 악신의 유물들을 매개체로 삼아 베헤못을 강림시키리라.
“당신은 이제 어떡하시렵니까?”
“나는…….”
아타시아가 대답하려는 순간 거대한 도끼가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
콰득-!
* * *
아이오닉 교국의 성기사단과 신병이 성문을 통해 내부로 진입했다. 수도 경비대와 기사들이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성기사단과 신병은 언데드를 퇴치하는 전문가지만 수도의 구조를 잘 알고 안내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수도를 탈출하며 지쳤기에 다른 역할로나마 도우려는 것이었다.
한편 동문에서는 부자父子의 상봉식이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페르다인 추기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몇 년 만에 본 아들이었다. 포옹이라도 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동료더냐?”
페르다인 추기경이 로건의 뒤에 선 에르딘과 쟌느, 메이엔을 힐끔 쳐다보고 물었다.
“예. 소중한 동료들입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한 분이 더 계시지만요.”
“나중에 소개라도 시켜주려무나.”
페르다인 추기경은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이단 심문관들이 그를 뒤따라 움직였다. 곧 에르딘이 로건에게 다가가 말했다.
“혹시……?”
“예. 교국의 추기경…… 아니, 아버지이십니다.”
“인사라도 드릴 걸 그랬네요.”
“그 정도로 관계가 좋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신의 사도께서는 언제쯤 도착하실까요?”
로건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에르딘은 그가 가족 관계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마 몇 시간 이내로 도착하지 않을까요?”
수도를 탈출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림잡아 2시간? 3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그렇군요.”
로건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 * *
수도에서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 안에 꼭꼭 숨어 있거나 한곳에 모여 언데드를 상대했다.
“젠장! 구조대는 언제 오는 거야?!”
“지금 투덜거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럴 시간에 저 빌어먹을 좀비들한테 몽둥이질이라도 한 번 더 해!”
사람들은 탁자의 다리를 분질러 무기로 만들었다. 좀비들의 움직임은 느려서 상대하기 쉬웠다. 하지만 놈들을 밀어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좀비를 해치우는 방법은 뇌가 있는 머리를 박살 내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관절을 부러트리는 것이다.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가구로 막았지만 구멍이나 틈새가 있었고, 그곳을 통해 좀비들의 팔이 뻗어져 들어왔다.
퍽! 퍽!
몽둥이로 열심히 팔을 때렸다. 좀비가 되며 빠르게 부패한 신체가 몽둥이질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팔이 부러진다고 해서 놈들이 지치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놈들이 모여들었다.
“너무 많이 몰렸어!”
“이대로는 문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장롱을 가져와!”
“부엌의 탁자도 같이!”
집 안에 숨어서 좀비 떼를 막던 사람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문과 창문을 가구로 막았지만 점점 더 힘들어져 갔다. 좀비의 손톱에 스쳐도 안 된다.
용병들처럼 상처를 빠르게 잘라내고 포션으로 치료하면 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담을 갖고 있을 리도 없었고 집 안에 포션을 구비해 놓지도 않는다.
“오오! 잭슨!”
“아아아……!”
가장 괴로운 순간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친구나 가족, 또는 연인이 좀비로 변해 찾아왔을 때였다.
신전과 가까운 곳에 살던 사람들은 허겁지겁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에 있던 사제들이 신성 마법을 펼쳐 언데드의 침입을 막았다.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안전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언데드가 강해지며 상황은 반전되었다.
“구울!”
“뭐? 구울이라고?!”
구울은 강화된 좀비였다. 성인 남성을 상회하는 근력과 속도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위험한 언데드였다. 구울이 나타나면서 또다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산 자의 뇌수와 피, 살점으로 배를 채우고 새로운 언데드 동료를 늘려갔다.
“트, 틀렸어……!”
“우리는 모두 죽고 말 거야!”
모두가 절망에 빠진 그때 동문을 통해 아이오닉 교국의 성기사단과 신병들이 들이닥쳤다.
성화를 몸에 두른 그들은 언데드에게 안식을 선사했다.
“아이오닉 교국이다!”
“아아…… 신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어!”
성기사단과 신병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구하며 왕궁으로 진격했다.
“맙소사! 이런 사악한 기운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더 썬 성기사단의 단장 펠롬 마이트가 베헤못의 소환진을 보며 경악했다. 멀리서도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가까워질수록,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운이 강력해지고 있었다.
“신성한 기도문을 읊으십시오!”
베드릭 추기경이 외치자 성기사단과 신병들이 기도문을 외우며 진격했다. 하지만 소환진의 기운은 약해지기는커녕 더욱 빠른 속도로 제물을 흡수하며 강해져만 갔다.
베드릭 추기경은 일단 시민을 탈출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시했다. 이윽고 페르다인 추기경이 도착했다. 그 역시 소환진의 기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악마 소환진이라고 생각됩니다.”
“저걸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교황께서 오신다면…… 아니, 성녀께서 함께 오셔도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베드릭 추기경이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마땅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말을 흐렸다.
“그럼 본 추기경은 배덕자를 우선적으로 찾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페르다인 추기경은 베드릭 추기경에게 뒷일을 맡기고 성물을 꺼내 들었다. 아타시아의 기운이 성물에 감지되었다. 이단 심문관들에게 말하자 그녀를 추격했다. 페르다인 추기경도 이단 심문관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전 제2 성녀이자 추기경이었던 아타시아는 악마술사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의 발 앞에 그녀를 쫓던 이단 심문관이 시체가 되어 싸늘하게 식고 있었다. 곧 악마술사가 페르다인 추기경과 이단 심문관들을 발견하고 악신 네크롬의 지팡이를 휘두르자 시체가 된 이단 심문관을 비롯해 주변의 모든 시체가 일어났다.
페르다인 추기경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감히……!”
“킬킬. 이거 훌륭한 제물들이 계속 오는군요.”
“…….”
악마술사가 비릿하게 웃었다. 아타시아는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모두 처리해요.”
“아타시아 데이라잇! 신을 등지고 배덕을 저지른 자여! 심판을 받으라!”
이단 심문관들이 움직이자 언데드가 그들을 막았다.
부정한 것들은 신의 힘 앞에 무너지고 사라지리라!
허나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악마술사가 일으킨 언데드는 평범한 좀비나 구울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날렵하고 강력했다. 아니. 이단 심문관들이 약해진 것이었다.
“고작 이단 심문관 따위로 나를 막으려고?”
악마술사가 악신 커프스의 목걸이로 저주를 내린 것이었다.
약해지는 저주, 느려지는 저주, 어지럽게 만드는 저주 등…….
수십 가지의 저주가 이단 심문관들의 성화를 뚫고 침범했다.
“커, 커헉……!”
이단 심문관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페르다인 추기경이 다급하게 신성한 기도문을 외웠지만 아타시아가 신성 마법을 펼쳐 방해했다.
“까드득-!”
“여기서 죽어주세요.”
“어찌하여 신을 버린 것이냐! 그러고도 한때나마 제2 성녀였던 말이냐!”
“신을 버리지 않았어요. 여전히 신의 뜻을 따르는 겁니다. 그 증거로 제 신성력은 그대로잖아요?”
“……!”
그러고 보니 그랬다. 아타시아가 배덕을 했다면 신성 마법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사악한 마술을 펼쳤다면 차라리 의심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어, 어찌하여……?’
충격에 빠진 페르다인 추기경을 향해 언데드가 된 이단 심문관이 달려들었다.
페르다인 추기경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기 위해 도끼가 휘둘러졌다.
“헉?”
캉-!
도끼가 머리를 반으로 쪼개기 직전 창이 도끼의 날을 쳐냈다.
“뒤로 물러나세요!”
에르딘이었다.
페르다인 추기경은 새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끼에 머리가 쪼개질 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신께서 배덕자의 힘을 거둬가지 않아서 충격에 빠진 것이었다.
촤르륵-!
메이엔이 마녀의 비술을 펼쳐 언데드와 악마술사, 그리고 아타시아를 속박했다. 악마술사와 아타시아는 손쉽게 속박에서 빠져나갔지만 언데드는 아니었다. 쟌느와 로건의 합공이 언데드에게 안식을 안겨줬다.
“아주 훌륭한 제물……!”
에르딘이 킬킬 웃는 악마술사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악마술사가 다급하게 방어주문을 펼쳤다. 그러나 단검은 방어주문을 종이처럼 찢고 악마술사의 안면에 박혔다.
“끄, 끄윽……?”
악마술사는 허망하게 죽었다.
아타시아가 당황했다.
“휴. 혹시 몰라서 제론 님한테 받아두길 잘했네.”
단검의 정체는 서대륙에서 얻은 마법 무효화 아티팩트였다.
그랜드 위자드의 마법마저 무효화시키는 엄청난 아티팩트를 고작 현시대의 악마술사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칫.”
아타시아는 악마술사에게서 악신의 유물을 전부 거둬들이고 도망쳤다. 일행이 쫓으려고 했지만 아직 언데드가 많이 남아 있어서 쫓지 못했다.
“아버지.”
“……미안하구나.”
페르다인 추기경은 침음을 흘렸다.
처음으로 믿음이 흔들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로건은 그런 아버지에게 양손을 모은 뒤 아타시아의 뒤를 쫓았다.
* * *
아타시아가 악신의 유물을 수습해서 도망칠 무렵 남문에 제론이 도착했다.
혀를 길게 뺀 마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았다.
제론이 마수의 등에서 내린 뒤 녀석에게 수고했다며 가볍게 두드려줬다. 이내 성문과 성벽을 보며 중얼거렸다.
“개판이군.”
언데드가 사방에서 즐비했다. 진화한 좀비-구울이 제론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놈들은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한 채 몽땅 썰렸다.
가느다란 검기가 제론의 손끝에서 뽑아졌다.
“게다가 저건 뭐야?”
검붉은 마법진이 공중에 떠 있었다. 피부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하고 사악한 기운이다. 베헤못의 소환진이리라.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제론은 호신강기를 두른 채 성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