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5)
제 195화
195화
제론이 성문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언데드들이 덤벼들었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 떼처럼 몰려든다. 순식간에 제론을 뒤덮는다. 그러나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평범한 인간의 신체 능력을 상회하는 구울도 다르지 않았다.
제론의 기준에서 일개미와 병정개미의 차이였다. 개미가 아무리 대단해 봐야 결국 손가락 하나로 짓눌러 터트릴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제론은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주변을 둘러봤다. 살아 있는 사람의 기운이 느껴졌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발로 땅을 가볍게 찼다.
쾅-!
폭탄이 터진 것처럼 엄청난 소리가 났다. 언데드들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또다시 몰려들었다. 근처 여관의 입구를 막고 언데드와 맞서 싸우고 있던 생존자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젠장! 방금 그거 무슨 소리야?!”
“혹시 구조대가 온 거 아냐?! 방금 그거 마법인 거 같은데?!”
“시X! 지금 그게 중요하냐? 빨리 탁자나 의자부터 가져와! 어서 빨리! 놈들이 몰려온다고!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죽을지도 몰라!”
“하, 하지만 이제 입구를 막을 만한……?”
여관의 입구로 몰려들던 언데드들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생존자들이 기이한 현상에 당황해서 어리바리 탔다.
곧 언데드들은 합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쓰러졌다.
그 사이로 제론이 걸어왔다.
여관의 생존자들이 멍하니 제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저 사람이 한 거야?”
“비리비리해 보이는 저 녀석이?”
제론은 비리비리해 보인다는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묵묵부답으로 손짓했다.
까딱.
“나오라는 거 같은데?”
“괜찮으려나…….”
“방금 언데드들을 쓰러트린 게 저 사람이라면…….”
생존자들은 고민했다.
물론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여관 안에서 방어만 하다가는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죽는다. 가정이 아닌 확신이었다. 언데드가 끊임없이 밀려든다. 놈들은 자신들과 다르게 지치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조금 전 두 눈으로 목격한 엄청난 무용을 선보인 제론을 따라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부 모여! 탈출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몰라! 모두 단단히 무장하고 간다!”
여관의 생존자 중에서는 용병이 제법 많았다. 새벽까지 술과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다가 언데드의 출몰을 뒤늦게 알아차려서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전투 인원이 많은 덕분에 여관의 생존자는 이 주변에서 제일 많았다.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노인과 아이, 여인들까지 있었다.
“앞장설 테니까 잘 따라와요.”
“…….”
생존자들은 제론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은 표정이었다.
혼자입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겁니까?
그 외에도 많은 질문이 머릿속으로 떠올랐지만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다.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언데드들이 10m 안으로 들어온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몸이 찢겨져 나갔다. 생존자들에게 손끝 하나 닿지 못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10m는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잘못 옮겼다가는 언데드에게 당하기 십상인 거리였다.
“흠. 저쪽인가?”
제론은 기감을 퍼트려 생존자를 탐색했다. 위치를 파악하자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생존자를 구해가는 이유는 상공에 떠 있는 소환진의 제물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수도에서 죽은 사람은 피가 빠져나가 소환진으로 흡수되고 언데드가 된다.
제론은 짧은 시간 동안 그 사실을 파악했다.
소환진을 파괴해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강기를 다발로 쏟아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꿎게 힘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존자를 탈출시키는 방향으로 돌린 것이다.
“빨리 나와!”
“숨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른 합류하세요!”
제론이 구한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숨어 있는 생존자가 아닌 언데드들이 몰려들었지만 제론이 전부 처리했다.
점점 불어나는 생존자들.
1천 명에 가까운 숫자가 제론을 따르기 시작했다.
‘너무 많아.’
제론이 인상을 찌푸렸다. 혼자서는 지킬 수 있는 한계가 있다. 1천 명의 생존자들이 아무리 옹기종기 모이더라도 수도의 길을 빽빽하게 채운다. 언데드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했다.
여기서 제론의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아깝긴 해도 어쩔 수 없지.”
생존자가 없는 건물을 언데드와 함께 모조리 부숴버렸다.
“……!”
제론을 따라다니던 생존자들이 여러 가지 의미로 경악했다.
엄청난 힘을 목도한 것도 있지만 쿰베 왕국 수도가 언데드의 공격과는 다르게 초토화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중얼거렸다.
“……살아남는 게 먼저지 건물 몇 채가 무너지는 게 대수냐?”
“맞아! 일단 살고 보자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해!”
“우리는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적어도 우리가 저분의 방해가 되지는 말자고!”
제론은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생존자들을 바라봤다.
건물을 부순 건 시야를 트기 위해서였다. 기감으로 하나하나 다 잡아내기에는 힘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의도와는 다르게 생존자들이 무기를 들며 의기투합했다.
‘사기를 끌어 올리려고 한 짓은 아니었지만…… 잘된 일이겠지?’
나쁜 일은 아니다. 질질 따라오기만 하거나 어떤 사람의 말처럼 방해가 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래도 너무 의욕적으로 나서다가 언데드에게 공격을 당하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였다.
“너무 의욕적으로 나서지는 않게 조절해주세요.”
“믿고 믿기십시오!”
“절대로 방해가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
제론은 생존자들이 보내는 엄청난 신뢰에 내심 당황했다.
‘언제 봤다고?’
굳이 입 밖으로 꺼내 분위기를 초 치지는 않았다.
* * *
“……!”
에르딘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봤다. 감각이 기민해지며 폭발음이 들려왔다. 도심과는 먼 곳이었지만 저런 폭발음을 낼 수 있는 존재는 그가 알기론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제론 님?”
“뭐? 제론이 왔다고?”
쟌느가 제론이라는 말에 반응하며 묻는다. 다른 일행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려도 제론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에르딘이 거짓말 혹은 착각을 한 것 같지 않았다. 눈빛에 깃든 확신이 느껴졌다. 정말로 제론이 수도에 도착한 것이다.
“몇 시간 뒤에나 도착할 줄 알았는데 벌써 왔어?”
“불행 중 다행이네요.”
악마술사가 죽자 아타시아가 도망쳤다. 일행은 그녀를 쫓았으나 사방에서 밀려오는 언데드에 의해 놓치고 말았다.
도심을 휘젓는 좀비나 구울 따위가 아니었다.
후미드 자작령에서 조우한 강력했던 죽음의 기사까지는 아니어도 오러를 다룰 줄 아는 죽음의 기사를 비롯해 듀라한까지 나타났다.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단검이 없었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왕궁으로 왜 간 걸까요?”
“아마도 소환진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려는 게 아닐까 짐작돼요.”
“설마 베헤못의 완전한 강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요.”
메이엔의 긍정에 로건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 하지만 메이엔 님의 말씀대로라면 아스트랄의 존재는 미들어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제가 아는 지식의 한계로는 그래요. ……하지만 매개체가 아스트랄의 존재와 어떠한 관계가 있거나 더욱 강력한 커넥션을 이어줄 힘이 있다면 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신화시대의 종막 이후로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요.”
“만약 베헤못이 완전한 강림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미들어스는 파멸할 거예요.”
“……!”
로건은 그저 평소처럼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라며 입버릇처럼 중얼거린 뒤 신성한 기도문을 외웠다. 하지만 마음속에 피어오른 불신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진정으로 미들어스의 파멸을 원하는 겁니까?’
눈앞에 신이 있다면 어찌하여 이런 참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계시냐며 묻고 싶었다.
* * *
제론이 이끄는 생존자들은 아이오닉 교국의 성기사단과 신병들과 만나 안전한 곳으로 인도되었다. 그리곤 생존자들을 인도한 뒤 도심과 왕궁을 향해 진격할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왕궁에는 가지 마세요.”
“……?”
성기사단은 의문을 드러냈으나 성녀가 준 증표를 보여주자 당황했다. 곧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베드릭 추기경이 무슨 일이냐며 다가오자 성기사단이 제론을 가리키며 사정을 말했다.
베드릭 추기경은 제론의 손에 들린 성녀의 증표를 확인하고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자 고민조차 하지 않고 그렇게 하겠노라며 말했다.
‘성녀께서 말씀하셨던 그 청년이다.’
성녀는 제론을 만나게 된다면 되도록 그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생존자를 구하지 말하는 것도 아니고 왕궁으로 가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베드릭 추기경이 보기에도 왕궁 위에 떠 있는 소환진은 무척이나 사악하고 위협적이었다. 성기사단과 신병들이 신의 막강한 군세라고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부디 무운을 빌겠습니다.”
“어…… 제가 아는 사제님께서는 이럴 때마다 항상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라고 하시던데……?”
“…….”
베드릭 추기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평소였다면 습관처럼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짙은 회의감이 가슴을 아득하게 채웠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예전처럼 믿음이 진실하지 못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일선에서 물러나야겠어.’
베드릭 추기경은 제론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성기사단에게 생존자를 우선적으로 구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제론은 잠시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흠. 뭐 잘된 일이겠지.”
부탁을 들어준 게 성녀의 증표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너무 순순히 물러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심 의아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일행들의 기운이 왕궁 쪽에서 느껴졌다. 소환진의 매개체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또한 소환진의 크기가 펑-! 하고 터질 것처럼 커졌다.
“베헤못의 소환이 얼마 남지 않았어.”
제론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 * *
아타시아는 신성한 결계를 둘러 언데드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했다. 왕궁의 중심에는 마지막 악마술사가 있었지만 그는 현재 소환진을 유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왕궁 위를 달려갔다.
왕궁의 중심에 도착하자 악마술사가 소환진의 매개체를 붙잡고 마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아타시아가 기척을 드러내자 악마술사는 고개를 돌렸다.
“가져오셨습니까?”
“물론이에요.”
아타시아가 악신의 유물들을 꺼내며 물었다.
“그런데 왜 베헤못을 소환하는 거죠? 유물을 갖고 있는 악신 페르트나 커프스, 네크롬을 소환하면 더욱 쉬울 텐데요?”
“666마리의 마수 때문입니다.”
악마술사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