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6)
제 196화
196화
“666마리의 마수? 설마 베헤못을 상징하는 666이라는 숫자가 마수를 말했던 거였어?”
아타시아가 눈썹을 가운데로 좁히며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아이오닉 교국에도 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악마의 존재에 대해 기록해 놓은 책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가진 힘과 능력은 저술되어 있지 않았다. 악마의 힘과 능력을 알게 되면 그것에 미혹되어 악의 길로 들어서는 자가 나타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오직 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진 교황과 광적인 신앙을 갖고 있는 이단 심문관 간부에게만 악마의 힘과 능력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 그래서 제2 성녀였던 그녀 역시 베헤못이 부린다는 666마리의 마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끌끌. 분명 페르트나 커프스, 네크롬께서 더욱 위대하고 대단한 힘을 지니시긴 했지만 베헤못께서는 다른 의미로 엄청난 존재들을 거느리고 계십니다. 그게 바로 666마리의 마수입니다. 마수들을 이용해서 전 대륙의 몬스터들을 조종하면…….”
악마술사는 흠칫 놀라며 말을 멈췄다.
언데드의 파도를 뚫고 4명의 인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호오? 제법이군요.”
악마술사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4명을 바라봤다.
4명의 정체는 예상했겠지만 제론의 일행들이었다. 수많은 언데드를 물리치고 아타시아를 추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4명의 몸은 성하지 못했다. 신체의 일부가 상하거나 장애가 생길 정도로 큰 상처는 없었지만 자잘한 상처가 온몸에 새겨져 있었다.
또한 모두가 지쳐 있었다.
메이엔조차 빗자루를 잡고 있는 손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에르딘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창을 고쳐 쥐었다.
선방 필승이라는 제론의 지론처럼 등장하자마자 악마술사한테 닥치고 공격부터 하고 싶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호흡을 고르며 다리에 힘이 풀리지 않게 서 있는 것이 한계였다.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몸이 조금은 회복되겠지.’
하지만 어느 멍청이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까?
지금 당장만 해도 악마술사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기 바빴다.
“아주 훌륭한 제물이 될 수 있겠군요.”
따악-!
악마술사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에서 언데드가 일어섰다.
머리를 깨부순 놈들은 일어서지 못했지만 사지를 부러트린 녀석들은 다시 조립된 것처럼 멀쩡히 일어나서 사악한 기운을 흘리며 일행을 둘러싼다.
“……오우야.”
에르딘이 저도 모르게 제론을 따라 했다. 네크로맨서가 위험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실제로 이번 언데드 역병의 사건으로 철저히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진 적은 없었다.
“당신들은 지금까지 반푼이 네크로맨서만 상대해왔을 겁니다. 하지만 저와 그들을 동급으로 취급하시면 곤란합니다.”
악마술사는 나머지 한 손을 매개체에서 떼지도 않고 있었다. 말마따나 마법 무효화 아티팩트로 죽인 악마술사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가졌다.
‘이번에도 통할까?’
통할 것이다.
눈앞의 악마술사가 이전까지 만난 네크로맨서나 다른 악마술사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신화시대의 그랜드 위자드보다 위대하지는 못할 테니까.
다만 그런 공격의 기회를 만들 힘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드러눕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과자나 냠냠 집어 먹으며 며칠은 내리 푹 쉬고 싶었다.
까딱.
“죽이세요.”
악마술사가 손가락으로 일행을 가리키며 말하자 언데드들이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왔다.
에르딘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씨. 요즘 악당들은 기다려주고 그런 게 없네.”
“소설을 너무 많이 봤네.”
에르딘은 쟌느가 혀를 차며 말하자 멋쩍게 웃었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어떻게 알았지?’
사실 제론과 가족을 포함해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영웅전기나 영웅일대기의 독서가 그의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였다.
쟌느는 고개를 젓고 질문했다.
“잡담은 나중에 하고…… 이제 어떡할까?”
“우선 사제님, 신성 보조 마법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아 있는 신성력이 없습니다.”
“……아, 네. 그럼 메이엔 님, 사역마를…….”
“저도 무리예요.”
“어, 음. 저도 슬슬 다리에 힘이 빠지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말한 에르딘이 눈을 끔뻑끔뻑 뜨며 주변에서 밀려오는 언데드를 쭉 훑었다. 숫자가 엄청 많다.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얼핏 수백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포위망을 뚫는 것도 무리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쓰러트린 녀석들만큼이나 많다.
또한 아까도 말했지만 그럴 힘이 남지 않았다. 이미 한계였다. 아주 잠깐 쉴 시간이 생기며 눈곱만큼의 체력이 회복되었지만 몇 마리를 상대하며 버티는 게 고작이다.
“…….”
“…….”
일행들이 끔뻑끔뻑 서로를 쳐다봤다. 다들 곤란하거나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런 일행의 기색을 알아차린 악마술사는 의아했다.
“설마 빠져나갈 방법이 있는 건가요? 그런 건 불가능할 텐데 말이죠.”
악마술사가 미간을 가운데로 좁히며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불현듯 거대하고 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머리 위에서였다.
“……!”
악마술사는 다급하게 손을 저어 상시로 걸어둔 일곱 겹의 방어마법을 발동시켰다. 아타시아 역시 신성 마법을 몸 주위로 둘렀다. 이윽고 그 위로 무자비한 폭격이 쏟아졌다.
콰가가가가강-!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오며 일곱 겹으로 두른 방어마법이 전부 깨졌다.
“으허헛?!”
악마술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어마법을 새롭게 캐스팅했다. 하지만 캐스팅이 완성되기도 전에 빛이 번쩍이며 악마술사의 팔 한 짝이 날아갔다.
푸슛-!
“……?”
악마술사는 잘려나간 팔의 단면을 내려다봤다. 피 분수가 뿜어지고 있었다. 현실감이 떨어졌다. 이윽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으아아아악-!”
악마술사가 매개체를 잡고 있던 손으로 잘린 팔의 단면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마법사에게 방어마법이 깨진 뒤에 대처를 하는 건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악마술사가 악마를 신봉하는 자들이라고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마법사였다.
말인즉 방어마법이 깨진 순간 무방비상태가 된 것이다. 그러하니 저런 꼴이 된 것이 당연했다. 더불어 일행들을 포위하고 있던 언데드들도 폭격에 휘말려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널브러졌다.
물론 일행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무자비한 폭격의 대상은 철저하게 악마술사와 언데드로 국한되어 있었다.
그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제론 님! 젠장! 믿고 있었다고요!”
“아아…… 신의 사도시여!”
“휴. 사실 지팡이를 들고 있을 힘도 없었어요.”
“우리 자기가 왔으니까 이제 좀 쉴 수 있으려나.”
일행들이 한 마디씩 던지며 고개를 위로 올렸다. 투명한 벽을 밟고 서 있는 것처럼 제론은 허공에서 검을 뽑고 아래를 겨누고 있었다. 평소 입고 다니는 아티팩트-로브가 바람에 펄럭였다. 그 위로 베헤못의 소환진이 여전히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문득 에르딘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어…… 그런데 저거 약간 흑막 뒤의 보스 느낌 아닌가?”
* * *
제론은 도착하자 일행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했다. 허공답보를 펼쳐 공중으로 떠올라 강기의 다발을 뿌렸다. 악마술사와 메이란이 말한 ‘우리’의 한 명으로 보이는 여인을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어마법이 생각보다 더 견고했다.
“쯔읍.”
아쉬움의 입맛을 다신 순간 에르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런데 저거 약간 흑막 뒤의 보스 느낌 아닌가?”
“기껏 살려줬더니 뭐라는 거야?”
“앗. 들렸나요? 죄송해요.”
“죄송할 짓을 하질 말던가!”
“헤헤. 그러게요.”
에르딘이 쑥스럽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핏물이 굳어지며 엉겨 붙은 머리카락이 투두둑- 뜯겨졌다. 눈물이 핑글 돌 정도로 따가웠지만 긴장감이 풀어져서 그런지 눈물이 흐르는 대신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어? 몸이 왜 이러지.”
“으휴. 하여간 칠칠치 못하긴.”
제론이 걸어 내려오며 손을 저었다. 일행들의 몸이 천천히 떠오르더니 멀찍이 옮겨진다.
악마술사와 아타시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악마술사는 잘려나간 팔을 붙이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었다. 검강에 당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큰 위협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그 옆에 서 있는 아타시아를 쳐다봤다.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성녀랑 기운이 비슷하네.”
제론이 고개를 갸웃했다.
메이란에게 조직의 간부 중 한 명이 아이오닉 교국의 관계자라고 듣기는 했지만 성녀일 줄은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는 성녀였다고 하는 게 맞겠지.’
대체적으로 대부분의 일에 무관심한 제론이라고 하지만 아이오닉 교국의 성녀 후보가 처음에는 2명이었고 최종적으로 1명이 정식 성녀가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정식 성녀가 된 녀석은 오래전에 만난 그 말썽쟁이라는 사실 역시 안다.
‘아마 달과 어둠의 신인 루나의 아바타였지.’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전前 성녀는 태양과 인간의 신 솔라의 아바타라는 것이다.
제론은 눈썹을 가운데로 모은 채 턱을 쓰다듬었다.
흑마법사…… 아니, 네크로맨서와 악마술사와 결탁해서 세상에 혼란을 야기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신성력이 느껴진다. 그것도 평범한 사제들의 신성력과는 다른, 현現 성녀와 다르지만 비슷한 신의 본질적인 힘을 갖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단순히 신성력이었다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부패한 사제들 역시 신성력을 갖고 있었으니까. 악행을 저지르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치부해도 된다.
그러나 신의 힘이라면 상황이 틀리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직감이 불길함을 경고한다.
‘일단 제거하자.’
제론은 검을 세우고 내리그었다. 참격이 아타시아를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찬란한 빛의 장막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며 참격을 막아낸다. 티끌 같은 상처 하나 없다.
“빨리 저자를 처리해요!”
아타시아가 악마술사에게 소리쳤다. 팔을 단면에 붙이기 위해 발버둥 치던 악마술사가 괴성을 지르며 완드를 꺼내 휘둘렀다.
“죽엇-!”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와 박쥐 떼로 변해 제론에게 날아갔다. 자세히 보니 단순한 박쥐 떼가 아니었다. 박쥐처럼 작은 악마였다. 진짜 악마는 아니었다. 사악한 기운이 악마의 형상을 띤 것에 불과했다.
키리리릭-!
악마들이 발톱과 이빨을 날카롭게 세운 채 날아들었다.
검붉은 눈동자는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오줌이 찔끔 나올 정도로 섬뜩했다. 하지만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산산조각으로 갈려져 나갔다.
제론은 아타시아를 먼저 처리하려고 했던 생각을 바꿨다.
신법을 펼쳐 악마술사에게 접근했다. 녀석의 머리를 베고 몸을 갈랐다.
“……?”
악마술사는 자신의 죽음을 깨닫지 못했다.
쩌저적-!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