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7)
제 197화
197화
툭-!
악마술사의 머리가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표정.
“……!”
아타시아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로 주춤 물러선다.
제론은 녀석의 생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고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회색빛 초승달이 길게 뻗어져 날아갔다.
아타시아는 서둘러 신성 마법을 펼쳤고 또다시 찬란한 빛의 장막이 나타났다.
서걱-!
회색빛 초승달이 빛의 장막을 썰었다.
“크윽!”
아타시아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제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목을 베려고 했는데 팔뚝에 긴 자상을 만든 게 끝이었다.
빛의 장막이 생각보다 견고했다.
‘베헤못의 소환이 멀지 않았어.’
그전까지 최대한 변수는 제거한다.
빛의 장막이 생각보다 단단하긴 했지만 부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절삭력을 높이면 된다. 제론은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보다 압축된 검강이 아타시아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목을 베어내리라.
그러나 아타시아는 제론의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해서 검강을 피했다.
“……허? 이걸 앞으로 굴러서 피해?”
그랬다.
아타시아는 제론이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앞으로 몸을 굴렀다. 뿐만 아니라 악마술사의 품속을 뒤져서 악신의 유물을 회수하는 게 아닌가. 제법 동작이 날렵했다. 전투 요원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간부쯤 되니까 어느 정도 운동신경은 있는 것 같았다.
‘엉뚱한 짓은 못 하게 막아야지.’
제론의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길어 뻗어진 검강이 그녀의 목덜미를 노렸다. 단숨에 꿰뚫어 절명시키려는 생각. 하지만 이번에도 어처구니없게 실패하고 말았다.
악신의 유물을 들어서 검강을 막았다.
검강이 튕겨져 나가 주작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게 안 잘려나가네?”
제론은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타시아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손아귀가 찢어져 핏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검강으로 공격해도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변수가 계속되면 우연이 아니다. 저건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한 행동이다.
또한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갑자기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겁고 시야가 흐릿했다. 피부도 따끔거린다.
아마도 저주나 독이라고 생각되었다.
‘악신의 유물에 대한 정보는 듣고 올 걸 그랬나?’
어떤 능력이 있는지 듣고 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메이란이 일부러 정보를 누락시킨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양패구상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여시 같은 것.’
볼기짝이라도 뻥- 하고 차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잡다한 생각을 지우고 저주인지 독인지 모를 것을 내공으로 저항했다. 제법 지독해서 전부 밀어내는 데 몇 초가 걸렸다.
그사이 언데드가 일어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지팡이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언데드를 소환해서 부리는 거지.’
몇 초의 시간을 더 번 아타시아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베헤못의 소환진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뒤를 쫓기 위해 크게 검을 휘둘러 언데드를 모조리 도륙했다. 그 후 그녀의 등을 향해 검을 찔렀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검강이 다리를 관통했다.
“아악-!”
아타시아가 비명을 질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매개체와의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제론은 다리를 관통한 검강을 옆으로 그었다. 다리가 반쯤 잘려나가 덜렁거렸다. 하지만 금방 재생되어 달라붙었다.
이쯤 되면 적들의 기본 패시브가 재생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환진의 매개체에 도착한 아타시아가 악신의 유물을 던졌다. 그 뒤에 바로 제론의 검강이 그녀의 양팔을 썰었다. 핏물이 꿀렁꿀렁 흘러내리며 아타시아가 쓰러졌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의식이 암전된 순간 소환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콰드드드득-!
수도가 엄청난 지진으로 흔들리며 멀쩡하던 건물마저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잔해가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 속에서 시체를 비롯해 죽은 자가 날아올라 소환진에 흡수되었다.
양팔이 잘려나간 채 쓰러진 아타시아의 몸도 떠올랐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소환진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드래X볼’의 피콜로처럼 새로운 팔이 돋아나며 두 눈을 번쩍 떴다.
‘다른 존재다.’
시선을 마주친 제론은 깨달았다.
껍데기는 아타시아였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른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성녀는 성자와 다르게 처음부터 신을 대신해서 미들어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태어난 화신-아바타라는 것이다.
즉, 신의 매개체였다.
하지만 저런 사악하고 흉악한 기운을 태양과 인간의 신 솔라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베헤못!’
머릿속에서 경고가 울렸다.
그 순간 아타시아라는 껍데기가 입꼬리를 올렸다.
씨익-!
소환진이 거대한 검붉은 빛 구체로 뭉쳐졌다. 그리고는 아타시아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m 60cm 크기의 육체가 점차 커졌다. 살갗이 꿀렁이며 피부가 검게 물들어가고 짐승의 털이 돋아났다.
제론은 그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검강을 뽑아서 다발로 날렸다.
물론 털끝 하나 상하게 만들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럼에도 계속 검강을 날리고, 또 날렸다.
“그건 해봐야 아는 거지.”
[……!]땅에 서 있던 제론의 몸이 흐릿해졌다. 아타시아였던 ‘그것’의 뒤에서 나타났다. 이형환위였다. ‘그것’의 등에 칼침을 놨다. 피부가 방어막이 둘러싸인 것처럼 뚫리지 않았다. 엄청난 반탄력이 손을 타고 내장까지 침범해 속을 뒤집었다. 버텨내며 내공을 불어넣었다. 검강이 응축되어 가느다란 침처럼 가늘어졌다. 작은 구멍 하나만 만들면 된다.
“가라! 네로!”
[흥!]네로가 순순히 제론의 명령에 따랐다.
제롬의 검에 어둠이 드리우며 ‘그것’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당혹스럽다는 듯 표정을 짓는다.
[어둠의 정령?]“그래. 그러니까 순순히 너희 세상으로 돌아가자.”
제론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뚝.
‘그것’의 피부에 구멍이 생겼다. 정말로 아주 작은 구멍이었다. 빗물조차 스며들어 가지 못할 정도로 분자 크기였다. 하지만 모공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내공이라면 침투가 가능했다.
“죽어라.”
모든 내공을 불어넣었다.
펑-!
‘그것’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터졌다.
* * *
“맙소사…….”
메이엔이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바라봤다. 허공으로 떠오른 아타시아의 몸이 아스트랄의 존재가 강림할 매개체가 되었다. 베헤못의 소환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그 수준을 넘어선 전대미문의 사태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 그게…….”
메이엔은 에르딘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대륙의 그 누가 이 자리에 있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랄 광경은 지금부터였다.
제론이 매개체의 몸을 폭죽처럼 터트렸다. 아직 완전한 소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서 가능하다곤 하지만 상대는 아스트랄의 존재였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거지?’
메이엔도 대륙 어디를 가더라도 강자의 축에 낀다.
부리는 사역마를 포함시킨다면 대륙 최강의 마스터로 꼽히는 몇 명에 비비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해낼 자신은 없었다.
격이 틀리다.
차원이 다르다.
정말로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힘이다.
에르딘과 마찬가지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쟌느가 풀썩 드러누우며 중얼거렸다.
“뭐…… 어쨌든 해치웠나 보네.”
“쟌느 님!”
“응? 왜?”
“그런 말은 함부ㄹ…….”
에르딘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끔찍한 기운이 전신을 휩쌌다.
그것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적어도 이 중에서는 없었다.
“아, 아아…… 신이시여……!”
로건이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제론이 피를 게워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 * *
제론은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거지?’
‘그것’의 몸에 칼침을 꽂고 내공을 불어넣어 터트렸다.
폭죽처럼 펑! 펑! 터지는 것을 지켜봤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방심한 것이 아니다.
무림에서는 심검心劍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존재를 소멸시켰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것’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사라졌으니까.
문제는 그 뒤였다.
사라진 ‘그것’의 기운이 다시 나타났다.
보다 짙고 강했다.
보다 사악하고 흉악했다.
터진 몸뚱이가 시간을 되감는 것처럼 모여들었다. 여태껏 맞닥뜨렸던 몬스터나 마수인처럼 재생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진짜’로 시간을 되감았다.
몸이 폭죽처럼 터지기 전으로.
내공을 불어넣기 전으로.
칼침을 꽂기 전으로.
마지막으로 ‘그것’의 뒤로 나타난 순간으로.
그 위화감을 깨닫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은 파리를 쫓아내듯 담담하게 손을 흔들어 자신을 쳐냈다.
전신이 으깨지는 충격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
‘아직 내 몸이 추락하고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구구절절 따지고 생각하는 것도 우스웠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그것’의 몸을 폭죽처럼 터트리며 모든 내공을 쏟아부었다.
진짜로 시간이 되돌려졌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부 사용한 이후의 상태였다. 이대로 땅으로 추락하면 몸이 으깨져서 죽는다.
내공을 모아야 한다.
전신이 아팠지만 추락하는 과정에서 내공을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화경’의 경지에 이르며 세상과 조화를 이루었다. 죽지만 않으면 어떠한 상황과 상태에서도 내공을 모으는 게 가능했다.
물론 정신을 잃고 있으면 내공을 모았다고 해서 사용하지 못하니 죽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휘리릭-!
한 줌의 내공이 모이자 제론은 몸을 움직여 중심을 잡았다.
허공답보를 사용해 큰 충격이 없이 착지했다.
“제론 님!”
“……소리치지 마. 머리 울리니까.”
제론은 에르딘의 고함 소리에 머리가 띵- 울렸다. 도움이 안 되니까 오지 말라거나 도망치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것’이 마음만 먹으면 수도뿐만이 아니라 몇 배에 달하는 지역까지 송두리째 세상에서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몸 상태도 멀쩡하지 않다. 뼈가 한두 군데만 부러진 것도 아니다. 어렴풋이 갈비뼈 몇 대와 쇄골, 팔과 다리가 부러진 것이 느껴진다.
부러진 뼈야 금방 회복되겠지만 내공이 제일 큰 문제였다.
운기조식을 할 시간이 없다.
‘게다가 네로도 많이 다친 것처럼 보여.’
윤기가 쫘르르 흐르던 검은색 털이 시든 화초처럼 변했다.
[하찮…… ……간아. 나는 괜…….]네로가 텔레비전의 노이즈처럼 흐릿해지길 반복했다. 제대로 활약 한 번 안 해본 녀석이 이제야 제 역할을 하나 싶었더니 영 틀렸다.
‘정확하게는 내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게 맞지만.’
네로의 상태가 나쁜 것은 제론의 상태도 안 좋다는 뜻이다.
정령은 정령사의 상태에 따라 능력이 달라지니까.
어쨌건 상황이 최악이라는 건 확실했다.
[재밌는 인간이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