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9)
제 199화
199화
베헤못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머리가 늑대처럼 생겼는데 어떻게 알아보냐고 묻는다면 얼굴 근육이 그런 모양으로 변했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진짜로 그렇게 보이거든.’
제론은 히죽 웃으며 베헤멧의 발톱을 쳐낸 검을 회수했다. 동시에 놈의 복부를 터트릴 것처럼 발이 뻗어져 나간다. 상단전의 기운을 신성으로 오해하고 충격에 빠지기라도 했는지 녀석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베헤못의 복부가 제론의 다리 길이만큼 뒤로 튀어나왔다.
그 힘을 받아내지 못하고 튕겨 나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제론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한 번으로 부족했다.
두 번, 세 번, 네 번.
검을 휘두르는 횟수가 수십 번을 넘어 일백에 달할 무렵 칠흑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자가 아가리를 벌린 채 쏘아진 화살처럼 날아왔다.
기운이 유형화된 것이 아니었다. 뚜렷한 실체를 가진 ‘진짜’ 사자였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제론은 의아한 듯 중얼거리며 사자를 베어냈다.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땅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손끝에 남은 감각으로 알아차렸다.
사자의 몸은 뼈와 살로 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땅으로 떨어지던 사자가 폭염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그 사이로 머리에 날카로운 뿔이 달린 흑마가 돌진해왔다. 뿔에서 매서운 번갯불이 쏘아졌다.
제론이 검을 회전시켜 검막을 펼쳤다. 번갯불이 검막에 막혀 흩어진다. 이후 흑마의 목을 베어냈다. 목의 단면에서 검은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어디서 나타났건 상관없어.’
몸에 과부하가 찾아오기 전까지 싸움을 끝내야 한다.
유민현의 혼을 받아들이며 마선으로 불리었던 과거의 힘을 전부 회복했다. 제론으로 태어나 새롭게 갈고 닦은 힘을 더한다면 과거의 힘 이상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말했듯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신체가 받아들인 힘이 많아질수록 조금씩 적응을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건너뛰고 힘을 발산한다.
폭주하는 기관차였다.
심지에 불이 붙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이었다.
‘펑- 하고 터지기 전에 끝내야 해.’
제론은 등 뒤에서 나타난 사자의 몸을 4조각 냈다. 몸이 뼈와 살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단순히 검강이 아닌 상단전의 힘으로 베어냈다. 사자의 몸이 녹아내리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한다.
사자와 흑마.
두 마리가 끝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수많은 짐승의 형상을 한 것들이 덤벼들고 있었다. 그중에서 한 마리가 낯이 익었다.
“이게 666마리의 마수들이었나?”
666마리…… 이제는 664마리가 되어버린 마수들이 제론을 덮쳤다.
파앙-!
호신강기를 터트리자 마수들이 튕겨져 나간다.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쉬웠다.
까다롭지 않았고 강하지도 않았다.
‘아니. 내가 너무 강해진 거야.’
90프로와 100프로.
벽을 뛰어넘냐 마냐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컸다.
“……그래서 언제까지 구경만 하려고?”
[…….]베헤못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제론을 응시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초월자도 아닌 인간이 신성을 가졌다.
신성이란 단순히 힘이나 권능의 집결체가 아니다.
존재의 의미 자체를 뜻한다.
[그것을 어떻게 가진 거지?]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신성을 가진 인간이 눈앞에 떡하니 있었으니까. 베헤못이 진정으로 궁금한 것은 어떻게 신성을 갖게 되었냐는 것이다.
“너희가 신성이라고 부르는 거?”
[그렇다.]“원래부터 갖고 있었는데?”
제론은 천천히 몸의 열기를 식혔다. 조금이라도 몸의 과부하를 늦추려는 것이다. 베헤못은 그런 것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신화시대의 종막 이후 신성을 갖고 태어나는 존재는 없었다.]“왜?”
[그것이 ‘약속’이었으니까.]“호오. ‘약속’이라고 하는 걸 보니까 무언가가 있던 모양이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건가?”
[상관없다.]“그럼 몇 가지 질문을 좀 하고 싶은데.”
[말해라.]“지금의 너는 본래의 너보다 얼마나 약하지?”
[절반 정도다.]“생각보다 약하다 싶더니 절반 정도라…….”
[초월자도 아닌 존재가 절반의 힘을 갖고 강림한 나 베헤못과 이 정도로 싸웠다는 사실에 기뻐하여도 좋다.]제론은 피식 웃었다.
기뻐하여도 좋다고?
누구 마음대로?
하여간 지네들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두 번째 질문. 어떻게 성녀였던 녀석의 몸으로 강림할 수 있던 거지? 태양과 인간의 신 ‘솔라’의 아바타로 말이야.”
[아바타는 신의 힘을 최대한 온전히 몸에 담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솔라’의 아바타라면 다른 신 역시 강림하는 것이 가능하다.]“그렇다면 너의 강림에는 ‘솔라’의 동의가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베헤못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달은 낮을 대신해서 밤에 대지를 밝게 비추고 어둠은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포용한다.
달과 어둠의 신 ‘루나’는 사악한 어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화신이 발을 내디딘 땅에서 사악한 어둠을 거둬갔다. 더럽혀진 땅에 생기가 돋아나며 살아 있는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감사해요. 어머니.”
성녀는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부디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지금처럼 다시 천천히 걸어갔다.
* * *
[질문이 더 있는가?]“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제론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검격이 베헤못을 관통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통하지 않았다. 베헤못이 손을 휘젓자 제론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충격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의식이 잠깐이지만 꺼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거대한 크레이터Crater 속에 처박혀 있었다. 뒤늦게 찾아온 충격으로 전신이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
만약 원영신을 완전히 흡수하지 않았다면 절명했다.
‘부족해.’
그 사실을 알고 냉철하게 생각하고 판단했다.
마선의 힘은 뛰어넘었지만 베헤못을 이기지 못한다.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힘의 총량이 부족하다.
이런 전개는 싫어하지만 무림에서는 자주 겪었던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제론…… 아니, 유민현이 선택한 것은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었다. 지금보다 강해진다. 강한 적을 쓰러트리고 쟁취한다. 말로 들으면 무슨 억지냐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였다.
‘버티고, 또 버틴다.’
제론은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공중에서 자신을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베헤못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세웠다.
[……?]가운뎃손가락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베헤못이 고개를 갸우뚱한 순간 놈의 뒤통수에 검강이 작렬했다. 펑-! 베헤못의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두꺼운 두개골이 움푹 꺼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역시나 시간을 되돌린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때는 움직이지 못해.’
한 손으로 꼽힐 정도로 적은 경험이었지만 알겠다. 또한 대상의 제약이 있다. 오롯이 자신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말인즉 제론의 시간을 되감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약점 아닌 약점.’
제론은 또다시 땅에 처박히며 생각했다.
저걸 어떻게 약점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파악할 때까지 몸이 버틸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어쩌겠는가.
그럴 때는 몸으로 때워야 하는 법이다.
* * *
“도와줘야 해요.”
“어떻게?”
에르딘의 초조해 보이는 얼굴을 보며 쟌느가 묻는다.
잠시 머뭇거리던 에르딘이 대답한다.
“그건…… 열심히요.”
“에르딘, 네가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지 알겠지만 뇌까지 제론처럼 변하면 안 돼.”
“지금 욕하신 거예요?”
“뇌가 제론처럼 변하면 욕한 거다. 이거네?”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언뜻 듣자면 콩트에 가까운 대화였다. 하지만 일행들의 낯빛에는 초조와 불안이 짙게 깔려 있었다. 제론과 베헤못의 전투가 길어지며 더더욱 그런 감정이 커져만 갔다.
‘공격에 맞고 날아갔어!’
‘헉? 땅에 처박혔어!’
‘악! 피가 뚝뚝 흘러내려!’
‘팔이 부러진 것 같아!’
일행들 중에서 제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제론이 실시간으로 다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이란 끔찍하고 괴로웠다.
도움이 되고 싶다.
제론을 대신해서 적과 싸우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옆에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앞으로 걸어가고 싶었다.
“……나 더럽게 약하네.”
에르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약하다는 사실이 지금처럼 분한 적이 없었다. 다른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마스터 급으로 강한 메이엔조차 표정이 어두웠다.
“신이시여,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부디 신의 사도를 구해주시옵소서.”
로건이 기도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바랐다.
쟌느는 가지고 있는 모든 아티팩트를 꺼냈다.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제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회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때 메이엔이 새벽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제론은 죽지 않아요.”
“……?”
“보여요. 그의 운명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게 무슨……?”
에르딘이 멍하니 반문하려는 순간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모두가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로건은 눈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말했다.
“성……녀님?”
* * *
단 한 번.
제론은 재차 검을 휘둘렀다. 베헤못의 마수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 664마리가 100단위까지 줄어들었다. 단전은 텅 비었다가 차오르기를 반복하고 기경팔맥과 임독양맥은 누전이 된 전선처럼 타들어 갔다. 이번 싸움이 끝나면 회복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단전은 더 이상 못 써.’
중단전은 아직 쓸 만하다. 하지만 잠시다. 얼마 버티지 못한다. 상단전으로만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일방적인 싸움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이다.
그사이에 파악한 베헤못의 약점은…….
‘없어.’
한정된 대상의 시간을 되돌린다.
그 대상은 바로 자신.
모든 것이 원상 복구된다. 다행인 건 타인에게 간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간섭이 가능한 것보다는 낫다.
‘그래도 놈들이 신성이라고 부르는 기운의 공격은 통한다.’
아직 공격을 성공한 적 없었지만 확신했다.
괜히 신성이라고 부르겠는가?
얼핏 경계하는 느낌도 들었다.
분명히 통한다.
그것만 성공시킨다면 게임은 끝이다.
[생각이 깊군.]“……!”
베헤못의 주먹이 코를 가격했다. 코뼈가 부러지며 쌍코피가 허공에 뿌려진다.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쪽팔렸다. 생각이 아무리 깊었다고 하지만 너무 무방비했다. 하지만 녀석의 몸을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자신이 방심한 것처럼 녀석 역시 방심하고 있었다.
베헤못이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옆구리를 바라봤다.
긴 자상이 새겨졌다.
붉은빛의 선혈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역……시 그건 못 되돌리나 보네?”
확신을 두 눈으로 목격한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