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
제2화
2화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이리가 나긋나긋한 말투로 조용하게 속삭였다.
지금은 두 아이, 아니 배 속의 아이까지 세 명의 자식을 둔 엄마가 되어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원래는 남자도 두들겨 패고 다녔을 만큼 왈가닥이던 아이리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조차 사랑스러워했던 쥬페토였고.
“손이 따뜻하오.”
쥬페토는 싱긋 웃으며 사랑하는 여인이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길 기다리며 부푼 배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얹었다.
부푼 배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릿해졌다.
“뭐가 신기하냐면… 이번에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처음에만 입덧을 하고 그 뒤로는 쭉 안 하고 있잖아요.”
임신을 하면 보통 5주에서 6주 사이 입덧을 시작한다.
9주와 10주에 가장 심하고 16주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심할 경우 18주까지 입덧을 하지만 그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리가 바로 그 마지막 경우였다.
첫째를 낳을 때는 20주까지 입덧을 했고, 둘째를 낳을 때는 24주까지 입덧을 하며 왕국의 입덧 기록을 갱신(?)했다.
그런데 셋째는 5주가 되어 입덧을 하더니 8주가 되자 더 이상 입덧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내심 불안해져서 치료 마법사를 불러 혹여나 유산을 한 것은 아닐까 진단했고,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로 몸속에 마나가 늘어나고 있어요. 아주 조금씩이지만 꾸준하게 말이에요. 참 신기해요.”
“마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정말이오?”
쥬페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 *
아이리의 배 속 바깥(?)에서 그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유민현은 몰려오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한 잠들기 직전의 상태였다.
‘음. 좋아. 오늘도 운기조식을 무사히 마쳤군.’
아이리가 조금씩 마나가 늘어가는 이유.
그것은 바로 유민현의 운기조식 효과였다!
유민현은 운기조식을 하며 상단전에 내공을 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탯줄을 통해 아이리-엄마에게도 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나중에 출산을 할 때가 되어 자신을 무사히 낳아달라고 나눠주는 것이었다.
‘태어나기 전에 하단전까지 만들어놓으면 건강하게 잘 자라겠…지……?’
이대로만 잘 자라자.
유민현은 쏟아지는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운기조식을 반복하며 8개월이 지났다.
앞서 8주까지 합쳐, 도합 10달이 지나 출산의 때가 임박했다.
* * *
“남작 부인!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
아이리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힘을 줬다. 노파가 그녀의 하반신을 가린 비단을 들어 상황을 확인했다. 머리가 살짝 빠져나왔다.
“거의 다 나왔습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힘을 주세요!”
“아악! 이 나쁜 놈아!”
아이리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한 손으로 쥬페토의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윽!”
쥬페토는 머리가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참으며 주춤거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나은 편이다. 첫째를 낳을 때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뒤통수에 작은 땜통(땜빵)이 두 개나 났다.
둘째가 태어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셋째를 낳기 전에 다시 머리칼이 자랐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땜통이 3개가 아니라 4개로 늘어날 위기가 닥쳐왔다.
“야! 이! 나쁜……!”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던 아이리가 돌연 축 늘어졌다.
쥬페토는 주춤거렸다가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노파가 손짓으로 그를 막았다.
노파의 신분은 평민으로 감히 귀족에게 손짓으로 막아 세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적어도 출산을 하는 여인을 도울 때만큼은 국왕도 부럽지 않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다.
지금이 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발휘하는 때였다.
“미안하오.”
쥬페토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이리가 갑자기 축 늘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다가선 것이었다. 작게 목례로 사과하며 물러섰다.
노파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리의 하반신을 덮고 있는 비단 아래에서 갓난아이를 조심스럽게 꺼내 준비해둔 따뜻한 물과 부드러운 털이 붙은 천으로 핏물을 닦아냈다.
“하아. 하아.”
아이리가 축 늘어진 채 노파의 손에 들려진 핏덩이를 쳐다봤다. 눈도 뜨지 못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세상 무엇보다도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그런데.
“아이가, 아이가 울지 않아요.”
노파가 살짝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 * *
‘아이고. 머리 아파라.’
유민현은 긴고아로 고통받는 손오공의 기분을 이해했다.
바깥세상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머리가 몇 번이나 조여지듯 아팠는지 모르겠다.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엉금엉금 기어서 나가고 싶었지만 짧은 팔과 다리는 아직도 그의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엄마인 존재가 어디라도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돼서 못 그러겠다. 덕분에 한참을 긴고아로 고통받는 손오공이 되어 참아야 했고 체감상 30분이 지나서야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정말로 답답한 거였어.’
드디어 태어났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잠만 자고 나머지 시간에는 짬을 내 운기조식을 했다.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상쾌한 공기가 피부를 간지럽히는데 그조차도 반가웠다.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입 주변 근육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아무렴 어때! 무사히 태어난 거 같으니 됐다!’
혹여나 자신의 몸에 어디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원영신으로 확인도 해봤다. 아주 튼실하고 건강했다. 이대로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
곧 따뜻한 물로 적셔진 수건이 몸을 닦아낸다.
‘수건치고는 많이 보들보들하네. 음. 무림인지 현대인지는 몰라도 갓난아이니까 아무래도 피부가 안 상하게 최대한 좋은 걸 쓰는 거겠지?’
현대가 아니라 무협 세상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이런 감촉의 수건은 거의 찾기 힘들다. 웬만한 대관大官이나 부호, 대문파, 무림세가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이왕이면 집안에 돈이 많은 게 좋지.’
현대에서 살 때 부모를 잘 만나는 것도 능력으로 취급한다.
괜히 금수저나 은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탄생한 게 아니다.
무림도 현대와 다르지 않았다.
무재武才-무공을 익히는 재능-가 뛰어난 사람도 흙수저로 태어나 평범하게 살아가거나, 깡패들의 졸개로 사는 경우도 흔했다.
무림고수의 눈에 띄어 제자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엄청 운이 좋아야 하는 케이스다.
물론 유민현은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해도 상관없기는 하다.
계속 무공을 수련해 어른이 되어 돈을 잔뜩 벌어오면 되지 않은가!
태어나기 전부터 무공을 수련하고 있으니 보나 마나 엄청난 고수가 될 것은 확실시되었다. 또한 현대에 이어 무림까지 두 번의 자수성가를 이룬 경험 때문인지 기억을 갖고 태어난 지금은 더더욱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금수저나 은수저로 태어나면 좋은 게 당연했지만 말이다.
‘응? 시야가 흐릿하네.’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부모님인 존재의 얼굴도 보고. 그런데 눈꺼풀이 천근의 추처럼 무거웠다. 힘겹게 겨우 뜨고 나니까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게다가.
찰싹!
누군가 볼기를 때렸다.
‘악!’
유민현은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애써 삼켰다.
남자가 되어 고작 볼기 한 번 맞았다고 비명을 지르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찰싹! 찰싹!
정체 모를(?) 노파의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뭐라 말하더니 연달아 볼기를 세차게 때렸다.
‘모, 못 참겠어!’
유민현은 비명을 참지 못하고 토해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응애애애애애애-!”
비명이 아니라 아기의 울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맙소사! 쪽팔려!’
57살의 정신연령을 가지고 태어나서 그런지 미치도록 부끄러웠다.
* * *
“응애애애애애애-!”
“휴우.”
노파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쳐냈다.
갓난아이는 산모의 배 속에 있는 동안 폐로 호흡을 해본 적이 없다. 양수로 둘러싸여 마치 물속에 사는 물고기처럼 수중생활과 비슷한 환경에서 수개월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어나면 폐로 호흡을 시작한다는 신호로 우는 것이다.
만약 갓난아이가 태어났는데도 울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그대로 죽는 거다.
갓 태어난 아이의 엉덩이나 발바닥을 때려서 자극을 주는 게 바로 위의 이유 때문이다.
노파가 식은땀을 흘린 것도 그래서였다. 페리안 영지에서 거의 백 명의 아이를 받아낸 경험이 있었지만 귀족의 아이를 사산시킨다면 노파 역시 무사하지 못한다.
물론 쥬페토가 경우도 모르는 몰상식한 귀족은 아니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적어도 일평생을 살아온 페리안 영지에서 추방당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행히도 볼기를 다섯 대나 때리고 나서야 울음을 터트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추방당하기 이전에 간이 먼저 떨어져서 죽을 뻔했다.
“아주 건강하고 튼실한 사내입니다.”
노파는 지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돌아가서 하루 종일 잠이라도 자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우선 아이를 부모의 손에 넘겨줘야 했다.
“고…생 많으셨소. 절대로 부족하지 않게 사례를 하겠소.”
“흘흘. 감사합니다.”
노파는 겸손한 척 거절도 하지 않았다. 귀족의 말을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지만 정말로 오늘처럼 심력 소모로 고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쥬페토는 노파의 손에서 셋째를 받고 그녀가 문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다가 문밖에서 첫째인 6살의 아들과 둘째인 4살의 딸이 주먹을 꽉 쥔 채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들어 오거라. 얘가 바로 너희의 동생이란다.”
아들과 딸이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왔다.
두 아이에게 동생을 보여주기에 앞서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상체를 일으킨 아이리에게 유민현을 먼저 안겨줬다.
“이쁘…네요.”
아이리가 잔뜩 힘을 주느라 충혈된 눈으로 주름이 자글자글한 핏덩어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자글자글한 주름이 예뻐 보였다.
코를 벌렁벌렁거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배가 귀여웠다.
이번이 세 번째 출산이었지만 매번 느끼는 감정이 새로웠다.
생명의 존귀함과 신비로움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작으면서도 큰 핏덩이를 10개월 동안 자신이 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얘야. 내가 바로 너의 엄마란다.”
아이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핏덩어리의 몸을 안았다.
혹여나 부서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 * *
유민현은 시야가 뿌예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따스한 무언가가 자신을 안고 있다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한 가지 걱정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 얼굴이 붓지는 않았으려나?’
이왕이면 처음 보는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펑펑 울고 말았으니 얼굴이 퉁퉁 붓다 못해 두 배는 커졌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던데.’
첫 번째는 태어났을 때고…….
유민현이 띠용! 하고 놀랐다.
‘지금이 바로 그때잖아?’
그랬다.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운기조식을 해와서 그렇지 지금 막 태어났다.
‘그럼 울어도 괜찮았던 거네.’
내심 히죽 웃으며 유민현은 수마에 몸을 맡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