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09)
제 209화
209화
제론은 유성우의 정체를 간파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도시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운의 혼란에 빠져 있던 상태라서 냉철하게 판단할 상황이 못 됐다.
모두가 멍하니 유성우를 올려다봤다.
누구도 도망치거나 숨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그럴 생각이 들지 못한다는 말이 맞았다.
도시를 향해 떨어지는 유성우를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가짜 유성우라고 하여도 마찬가지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대기를 찢으며 떨어지는 소리가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진짜 유성우보다 조금 덜 절망적일 뿐이었다.
“아, 아아아……!”
지금부터 전력으로 뛴다면 도시를 벗어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벽과 성문에서 야만족이 습격을 해온 상황이다.
야만족에게 죽임을 당하느냐, 유성우 폭격을 맞고 죽냐의 차이일 뿐이다. 막말로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이곳에서 멀쩡히 걸어 나가는 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주, 죽을 거야……!”
“여기서 죽을 거라고!”
유성우가 점점 가까워진다. 작은 점만 했던 것이 주먹처럼 커지고, 성인 남자의 머리만큼 확대된다. 혼란이 숲을 덮친 화마처럼 순식간에 사람들 속으로 번졌다. 죽음의 공포까지 피어오른 바로 그때 작은 기도문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싹을 틔우리라. 희망은 반딧불과 같고 믿음은 불이 붙기 전의 심지와 같으니…….”
목소리가 작았으나 모두의 귓가에 들려온다.
로건은 도시의 중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모았다.
천천히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오며 입술을 달싹인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나 그것을 따르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니…….”
빛의 꽃이 그를 중심으로 피어올랐다. 봉오리를 맺는다. 도시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해진다. 사제 한 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신성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로건의 얼굴에 땀이 맺힌다.
뚝. 뚝.
작은 물방울이 시냇물로 변해 흘러내리고 홍수가 난 강물처럼 불어난다. 안색이 파리해진 순간 그의 목에 걸린 평범한 목걸이가 빛을 발했다.
외견은 대충 쇠를 녹여서 만든 흔하디흔한 액세서리였지만 그 정체는 놀랍게도 아주 오래전 아이오닉 교국이 세워질 때 솔라와 루나가 힘을 내려준 태양과 달의 성물이다.
쿰베 왕국을 떠나기 전 성녀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에게 넘긴 물건이었다.
로건의 신성력을 수십 배에 가깝게 증폭시켜준 것이 바로 성물이었다. 하지만 성녀가 충고하길 한낱 인간의 육신으로는 버티지 못할 만큼 강력하단다. 그래서 오랜 시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렇게나 빠르게 쓰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로건은 쓴웃음을 지었다. 벌써부터 몸이 반동으로 욱신거리며 아파 온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 따위는 얼마든지 던질 수 있었다.
“무리하지 마세요. 사제님.”
쟌느가 옆에서 작게 속삭였다. 신의 목소리처럼 감미롭게 들려온다. 이성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이 아니다. 말로만 동료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믿는 진짜 동료였기 때문에 의지가 된다는 의미였다.
“…그리하여 나는 믿고 의지하며 진실을 추구하니…….”
홍수처럼 불어나던 땀방울이 천천히 식는다. 진짜 동료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진정되었다. 신성력의 컨트롤이 안정화된다. 기도문을 읊는 목소리가 점차 빨라진다.
“…성천사 라파엘라여, 파발을 부소서. 만물을 치유하고 생명의 기운을 내려주소서. 당신의…….”
“칫.”
쟌느가 작게 혀를 찼다. 이쪽으로 달려오는 기척을 느낀 탓이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야만족 몇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로건이 피어 올린 신성력의 꽃봉오리를 발견하고 막기 위해 온 것이다.
그래도 몇 놈 안 된다. 수준도 그다지 높은 것 같지 않고 말이다.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살짝 버거웠겠지만 지금은 거추장스러운 정도에 불과했다.
“뭐…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이곳이 안전했다면 제론이 로건을 부탁했을 리가 없다.
단검을 뽑아 빙글빙글 돌렸다.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눈은 달려오는 야만족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야만족이 그녀의 ‘선’을 넘어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좋았어.”
쟌느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에서 단검이 사라졌다. 던지는 동작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손이 너무 빨라서 가만히 있었던 것처럼 보인 거다.
달려오던 야만족 한 명의 이마에 단검이 꽂혔다.
“#$%@?!”
“&&%$@!”
야만족들이 놀라며 뭐라고 외친다. 쟌느는 앞으로 달렸다. 양손에 단검을 빼 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야만족들 사이로 파고든다. 단검이 허공에서 화려하게 수를 놓았다.
오러가 짙게 맺히며 블레이드로 승화한다. 꽃을 그리듯 아름답게 움직인다. 그것은 곧 핏빛으로 물들었다. 야만족의 몸이 조각나며 땅으로 떨어진다. 놈들의 표정은 의문으로 범벅되었다. 무엇에 당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
“$%#*&^$?!”
맨 뒤에서 달려오던 두 놈이 주춤 멈춰 섰다. 동료를 고기 방패로 삼아 살아남은 녀석들이다. 또한 가장 강한 놈들이었다.
“대충 익스퍼트 상급은 되려나?”
오러 연공법을 익힌 것 같지 않았다.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세로 추측해봤다. 곧 아무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육체가 동강 나서 땅으로 떨어진 놈들보다는 강하다는 것이다. 굳어진 몸을 풀기엔 안성맞춤인 상대였다.
“안 오고 뭐 해? X밥 새끼들아.”
쟌느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비릿하게 웃는다.
“&%#*$!”
“#$%&!”
야만족들이 뭐라 뭐라 소리치며 달려든다.
쟌느가 몸을 낮추고 달려가자 놈들은 동시에 덤벼드나 싶더니 한 놈이 재빠르게 발을 튕겨 뛰어넘어 로건에게 접근한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어.”
코앞에 있는 녀석의 안면에 단검을 찍으며 반대편 손을 까닥거렸다. 로건의 주변에 깔아놓은 은사의 일부가 그물 덫처럼 올라와 놈을 덮쳤다. 날카롭기는 하지만 사람의 신체를 잘라내는 건 힘들 정도의 강도를 지녔다. 하지만 오러의 컨트롤이 늘어나며 은사로 오러를 불어넣는 게 가능해졌다.
은사의 절삭력이 쇠도 두부처럼 자를 정도로 뛰어났다.
그 결과는.
투두둑-!
로건을 향해 달려간 야만족의 끔찍한 죽음이었다.
“으. 잔인해.”
쟌느가 축 늘어진 시체를 밀어내며 질색했다.
* * *
거대한 신성력의 꽃봉오리가 도시를 완전히 뒤덮었다.
가짜 유성우가 떨어지기 직전 꽃이 피어올랐다.
빛으로 이루어진 꽃가루가 날리며 가짜 유성우를 녹였다. 하지만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보던 사람들은 녹였다는 말이 맞는 건지 의구심을 가졌다. 꽃가루에 닿은 유성우가 녹기는 했지만 어떠한 잔해도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빛의 꽃가루와 함께 사라진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걸까요?”
“신의 힘을 상식으로 재단해서는 안 돼요.”
“하긴요.”
에르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되감아서 뽑혀진 머리와 척추뼈까지 원래 상태로 복구시키던 베헤못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에 비하면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쿵-!
도르래를 돌려 성문을 닫았다. 바깥에 야만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혹시 모를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이게 상책이었다. 하지만 안도하고 한숨을 돌릴 여유는 없었다. 성벽 위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한창이다. 또한 성문이 이곳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곳에도 지원을 가야 한다.
“긴 밤이 될 것 같네.”
에르딘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쿰베 왕국의 수도 때처럼 마음이 불안하거나 무겁지는 않았다.
* * *
꽃봉오리가 도시를 뒤덮기 전.
제론은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기감의 범위인 1km 안에서 주술을 펼친 야만족의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말인즉슨 더 먼 장소에서 안전하게 주술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주술의 목표인 도시가 훤히 보이는 장소.’
제론이 도시와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을 응시했다.
* * *
“……!”
야만족 남자가 흠칫 놀랐다. 그는 등골을 스치며 지나가는 한기를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렸다. 제론이 달려오는 방향을 정확하게 바라봤다. 제론의 모습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산 주변으로 설치해놓은 결계로 제론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거다.
5중으로 설치해놓은 결계가 10초 간격으로 뚫리고 있었다.
“괴물!”
야만족 남자는 신음을 흘리며 냉정하게 판단했다. 도시를 습격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건축물 따위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다시 지을 수 있다. 인명피해가 첫 공격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게다가 오러 마스터조차 최소 30분 이상은 묶어놓을 수 있는 결계를 10초 만에 뚫고 오는 괴물이 있다.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
“모두 모여! 이탈한다!”
“도시로 간 녀석들은요?”
“그 녀석들을 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죽는다.”
“…알겠습니다.”
멍청한 놈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먼저 죽는다는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이다. 도시로 쳐들어간 동료를 두고 가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알겠지만 지금 이곳으로 달려오는 괴물을 피해서 살아남아야 그다음도 생각할 수 있다.
“…나를 따르지 않겠다면 좋다. 마음대로 해도 된다.”
“정말입니까?”
멍청한 놈들이 반색한다.
야만족 남자는 그런 멍청한 놈들을 보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하지만 내 탓은 하지 마라.”
야만족 남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목걸이의 치아 중 하나를 사용했다. 그의 몸이 사라졌다. 야만족들이 사라진 야만족 남자를 욕했다.
“내 탓은 하지 말라고?”
“겁쟁이 따위가 헛소리를!”
“부족민을 버리고 가는 족장 따위는 버러지나 다름없……!”
마지막으로 욕을 하던 야만족이 몸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5중의 결계를 전부 찢어버리고 도착한 제론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정확하게는 야만족 남자가 사라진 뒤에 바로 도착했지만 대충 남아 있는 놈들의 수준을 가늠해보니 가짜 유성우를 떨어트린 원흉은 없었다.
“누구냐!”
어느 용감한 야만족이 외쳤다.
참고로 말하자면 제론이 알아듣지 못할 야만족의 언어였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야, 너희 대장 어디 갔냐? 좀 전에 있던 놈 말이야.”
“누구냐고 묻잖아!”
제론과 야만족은 언어가 달라서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서로 야만족의 언어 혹은 대륙공통어를 알지도 못했다.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몇 마디의 말을 던진 이후였다.
“…죽여!”
“살결이 보들보들하니 맛있어 보이는군!”
“저 팔은 내 거야!”
“그럼 다리는 내가 찜!”
야만족들이 탐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한 채 달려들었다.
제론은 그들의 눈빛과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침을 발견했다.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리고 목에 걸린 목걸이가 사람의 치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번쩍-!
검광이 놈들의 목을 스치며 지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