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11)
제 211화
211화
“미안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제론이 해명했지만 병사들의 눈초리는 여전히 귀신을 본 사람처럼 떨리고 있었다. 은신의 진법에서 나오며 말했으니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셈이다. 자신을 귀신이라고 오해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용무가 있어서 찾아온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던 게 제론의 입장이었다.
‘게다가 일행들은 쉬어야 하기도 하고.’
다들 필사적으로 야만족의 공격을 막고 생존자를 구조하느라 잔뜩 지쳤다. 일행들이 깨어 있어도 어차피 자신은 가야 한다. 그럴 거면 푹 쉬라고 내버려 두고 혼자 다녀오는 게 낫다.
기사는 병사들에게 손짓으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병사들과 달리 그는 놀라지 않았다.
제론의 일행들과 성문을 사수하기 위해 싸웠던 기사였기 때문이다.
일행들의 능력을 코앞에서 목격했으니 귀신처럼 나타난 것도 마법의 힘을 빌렸다고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신분.
제론이 불쑥 튀어나왔다고 하지만 그들과 정말로 ‘저희’라고 말할 수 있는 일행인지 일행을 사칭하는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성문에서 함께 싸우신 분들과 어떤 관계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동료입니다. 그때 저 역시 성벽에서 야만족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하니 저를 보지 못하셔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아, 그러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기사가 순순히 사과했다. 제론의 말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야만족의 공격에 맞서 싸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제론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의심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야만족의 습격을 막아낸 이후로 성문을 굳게 닫고 외부인의 출입을 받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성벽이라도 넘어오지 않는 이상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다.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본 그들과 같은 일행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제론은 기사의 생각을 눈빛으로 읽었다.
천막으로 들어가 에르딘을 들고 나왔다. 녀석은 자신의 몸이 옮겨지는 와중에도 깨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죽은 듯 잠을 자고 있었다. 숨소리가 나지 않고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죽었다고 말해도 믿어질 정도였다.
기사가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제론과 에르딘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에게도 눈이 있으니 에르딘이 성문에서 함께 싸운 그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하지만 쥐죽은 듯 자고 있는 그를 들고 나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믿습니다.”
“혹시 믿지 못하신다면 깨우려고 했는데 아쉽군요.”
“음냐. 음냐.”
에르딘이 입맛을 다시며 침까지 흘렸다. 제론은 어깨에 침이 뚝뚝 떨어지자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을 다시 안에 집어넣고 나왔다. 기사가 본론을 꺼냈다.
“영주님께서 여러분들을 뵙고자 하십니다.”
“음.”
제론이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행들을 보자고 요청했다면 나쁜 일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꼭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고마움의 답례를 하고 무언가의 부탁을 할 확률이 높다.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게 일반적인 클리셰지.’
제론은 고민하던 척을 끝내고 기사에게 물었다.
“혹시 일행들이 전부 가야 합니까? 방금 보셔서 아시겠지만 긴 싸움의 피로가 쌓여서 모두 기절하듯 곤히 잠들어 있는 상황인지라.”
“그건… 확답은 드릴 수 없겠지만 아마도 다 같이 가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그럼 저 혼자 가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일행의 리더이기도 하니까요.”
“으음. 그렇게 하십시오.”
기사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융통성을 발휘했다. 도시의 영주도 제론과 그의 일행을 불러올 때 최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말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기사는 생각했다. 자신이 영주라도 괜찮다고 할 것이다. 야만족의 습격을 막을 수 있던 것도 어떻게 보자면 제론의 일행 덕분이었다.
모두가 우왕좌왕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성문으로 달려왔고, 싸움이 끝난 뒤에도 인명구조를 발 벗고 나섰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영웅이라 불려 마땅했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제론은 기사를 따라서 영주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영주성은 야만족의 첫 습격에서 폭발로 인해 무너진 상태였다. 영주는 영주성 앞에 만들어진 임시거처에서 그의 식솔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었다.
영주가 일어나 퀭한 얼굴로 제론을 환대했다.
“파웰 영지의 영주인 데리만 파웰 자작이라고 하네.”
“제로니아 페리안이라고 합니다.”
“…귀족이셨소?”
파웰 자작의 말투가 바뀌었다.
“오른 왕국에 있는 페리안 자작 가문의 차남 됩니다.”
“으음.”
파웰 자작이 신음을 흘린다.
페리안 자작 가문은 몰라도 오른 왕국은 안다.
처음에는 사칭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슬쩍 옷차림을 살펴보니 용병들은 입지 않을 고급재질의 옷이었다. 감히 겁을 상실한 자가 아니라면 사칭은 아닐 것이다. 우연찮게 여행을 왔다가 이번 일에 휘말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곤란하게 되었군.’
파웰 자작의 낯빛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드러났다.
도시의 상황이 이러해서 사례를 할 겸 부탁도 하려고 했는데, 가던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정말로 큰일이다.
타국의 귀족이 자신의 부탁을 받고 행동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것만큼 골치 아픈 일도 없다.
‘역시는 역시였네.’
제론은 그가 무언가를 부탁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처음부터 정체를 밝힌 것도 혹시 모를 부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파웰 자작의 표정에 근심이 어리자 살짝 생각이 변했다.
일단 무슨 부탁인지 듣고 결정하는 쪽으로 말이다.
단순한 직감이었다.
이번에는 좋은 쪽으로 말이다.
“혹시 부탁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그게…….”
머뭇거리는 파웰 자작에게 제론이 말했다.
“저희는 아침이 되면 도시를 떠나 수도로 향할 예정입니다.”
“……?!”
표정이 마치 ‘그 위험한 곳을?’ 혹은 ‘잘 됐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혹시나 부탁하실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게…….”
“수도로 가는 도중 일정에 지장만 없다면, 또한 적절한 성의를 표시해주신다면 흔쾌히 받겠습니다.”
성의라는 말에 파웰 자작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용병으로 치자면 의뢰비를 달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말보다는 이게 더 믿음직스럽다.
“편지를 부탁하겠소.”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제론의 질문에 파웰 자작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 * *
아인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수레바퀴가 빠르게 굴러갔다. 야만족을 배제하고 다시 계획을 짰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야만족은 쓸모를 다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가정을 깔고 계획을 새로 짜니 새로운 도안이 금방 나왔다.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
“응? 어디를 가려고? 얼마나 오랫동안?”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거다.”
“하아. 그러니까 얼마나 오래…… 아니다. 그보다 나 혼자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메이란이 투덜거렸다.
“그가 새로운 간부 후보를 데리고 올 거다.”
“아… 후보 녀석들을 데리고 시험을 해보라는 말이네. 젠장. 그래도 불행 중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알겠어. 다녀와.”
아인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사라졌다.
* * *
파웰 자작이 귀족의 예법으로 감사를 표시하며 말했다.
“파티라도 열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못 되어서 미안하오.”
“아닙니다. 이미 과분한 성의를 받았습니다.”
제론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
“혹시나 언제라도 파웰 자작령을 들를 일이 있다면 꼭 나를 찾아오시오. 그때는 성대한 연회를 열어 못다 한 고마움을 표시하겠소.”
제론은 알겠다며 말하고는 파웰 자작의 인장으로 봉인된 편지를 품속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기사의 안내를 받아 천막으로 돌아갔다.
일행들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잠버릇이 얼마나 심한지 천막에 누울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에르딘을 옆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누웠다. 곧 수마에 빠져들었다.
해가 뜨자 번쩍 눈이 떠졌다.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했다.
고고하고 드넓은 내공의 바다가 몸속에 흐르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운기조식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숨을 마시고 내뱉는 것만으로도 운기조식을 하는 효과가 느껴졌다.
소위 말해 대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것이다.
과장이 섞인 표현이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내공을 전부 바깥으로 흘려보냈는데도 눈 깜짝할 사이에 단전이 빵빵하게 차올랐다.
지금의 자신은 우화등선을 하기 직전의 유민현보다 강했다.
‘하지만 부족해.’
베헤못을 쓰러트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아직도 필패必敗다. 하지만 까마득하게 높은 벽,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처럼 느껴졌던 때보다는 나았다. 조금씩이지만 그 벽을 기어오르고 있고, 낭떠러지를 내려가고 있었다.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일행들은 점심이 다 돼서야 눈을 떴다. 그만큼 피로가 많이 쌓였다는 것이다. 눈을 뜨고서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1시간이 지나서야 흐리멍덩했던 눈빛이 또렷해졌다. 그런 일행들의 입 앞으로 식사가 대령되었다.
제론이 만든 고기 스프였다.
일행들은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도시에서는 더 이상 볼 일이 없어서 천막을 거두고 움직였다. 성문을 통과할 때 병사들 중 몇 명이 제론 일행을 알아보고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며 고맙다고 인사를 해왔다.
에르딘과 로건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새벽에는 어디를 다녀오신 거예요?”
“영주를 만나고 왔어.”
“어? 무슨 일로요?”
“수도에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겸사 고맙다는 인사도 듣고 왔지.”
“아. 그렇구나.”
“그리고… 텔레포트 게이트의 사용권을 받았어.”
“아. 그렇…구나?!”
텔레포트 게이트는 먼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시켜주는 마법 장치였다.
메이엔의 이동술은 제론의 빌어먹을 운명 때문에 통하지 않지만 텔레포트 게이트는 순수하게 사물을 이동시켜주는 거라서 문제가 없을 거라고, 그녀가 말했다.
“타호른 왕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말이야.”
“텔레포트 게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거예요!”
에르딘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텔레포트 게이트는 이용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다.
구동시키기 위해 마정석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중요한 거점에만 설치하지만 타호른 왕국은 이례적으로 백작령 이상에는 전부 설치되어 있다. 야만족의 침략을 빠르게 막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파웰 자작령 옆에 있는 코르쿤 백작령으로 가면 바로 수도로 직행하는 것이다.
“수도로 가면 침대에 누워서 푹 쉬…….”
에르딘은 신나서 말하다가 수도가 야만족의 공격에 전복된 사실을 상기해냈다.
수도에 설치된 텔레포트 게이트가 멀쩡할 리가 없다.
“…쉬기는 개뿔. 하아.”
풀이 죽어서 시무룩해졌다.
그런 에르딘을 바라보며 제론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