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13)
제 213화
213화
“1시간입니다.”
기사가 제론에게 다시 한번 말한다. 여기서 갑자기 웬 기사가 나타났고 웬 1시간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국왕이 감사의 표시로 왕실의 보고에 있는 보물을 주겠다고 했거든.’
기사의 정체는 왕실의 보고를 지키는 로얄 가드였다.
물론 제론이 파웰 자작의 편지를 들고 왔다는 이유로 왕실의 보물을 준다는 게 아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슝- 이동했다는 건 편지에도 적혀 있을 테니까.
진짜 이유는 바로 파웰 자작령을 지킨 영웅들에게 내리는 치하였다.
사돈을 살려준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할 거다.
‘여기서 5개를 골라서 가면 된다는 거잖아.’
5개인 이유는 일행들의 숫자를 더했기 때문이다.
왕실의 보고라고 하지만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은 없을 것이다. 그런 보물이 보고에 있을 리가 없다.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면 아무도 찾지 못할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놨을 것이다.
‘그래도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아티팩트 정도는 있겠지.’
나름 보물이라고 하는데 흔하디흔한 것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티팩트뿐만이 아니라 마정석과 오러 연공법 등 여러 종류가 있었다. 친절(?)하게도 이름과 짧은 설명문이 아래에 붙어 있었다.
일행들에게 최대한 필요한 것들을 골랐다.
“에르딘은 갑옷이 좋겠어.”
“쟌느에게 신발 아티팩트가 없었지?”
“메이엔 선배는 보호 마법이 걸린 목걸이가 좋겠군.”
“로건 님한테는…….”
마지막으로 제론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정하면 된다.
남은 시간은 대략 10분.
여유를 갖고 둘러보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남은 10분을 이용해 쭉 살펴본 결과.
“음. 없네.”
상큼하게 웃으며 코밑을 훔쳤다.
그나마 차선… 아니, 차차차차차선까지 생각해도 베헤못의 공격에 넝마가 돼서 더 이상 입고 다니지도 못하고 있는 친구-로한의 선물인 로브보다 하위 버전인 로브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찾다 보니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그렇게 남은 시간은 1분.
왕실의 보고 입구에서 자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기사의 기척이 느껴진다.
바로 그때 제론의 눈에 검 한 자루가 보였다.
아까까지는 못 봤던 것이다.
정확하게는 눈길을 끌지 못했다는 말이 정확했다.
아무런 기운이 안 느껴졌다.
평범한 검이었다.
길거리에 있는 어느 대장간을 들어가더라도 있는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눈길이 간다. 자꾸만 손이 간다는 새우깡처럼 자신을 가져가라고 검이 말한다.
‘지금 쓰는 검은 수명이 거의 다 했어.’
베헤못과의 싸움에서 검에 금이 갔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건 야만족의 주술을 해제하기 위해 결계를 뚫고 갈 때였다. 결계를 단숨에 베어내려고 했는데 검을 뽑자 검신에 거미줄처럼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하몬에게 가져가도 수리하지 못한다.
대장장이 기술을 배워본 적 없는 제론이지만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느꼈다.
설령 수리를 하더라도 그건 기존의 검이 아니다.
새로운 검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싹 바꿔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30초가 지나갔다.
새우깡처럼 눈길을 끄는 검의 이름과 설명을 읽었다.
“저주받은 검?”
설명도 이름과 같았다.
-저주를 받은 검이다.
이름과 설명을 보자면 절대로 가져가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진 지금의 제론은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한 짐승이었다.
고민 따위는 하지 않고 검을 들고 나갔다.
“시간이 다 됐…….”
기사가 보고 안으로 들어와 말하려는 순간 제론이 나왔다.
“다 골랐습니다.”
“잠시 반품 목록을 확인하겠습니다.”
기사는 보고 관리자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제론이 가지고 나온 물건을 살펴봤다. 일행들에게 줄 아티팩트를 볼 때까지만 해도 담담하던 눈빛이 ‘저주받은 검’에서 멈춘다.
“이…걸 들고 나오셨습니까?”
기사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말로는 정중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눈빛은 과격하게 ‘도대체 왜 이딴 걸 고른 거냐?’라고 추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왕실, 그것도 국왕의 허락으로 보고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이었다.
제자리에 돌려놓으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보고 관리자가 안에서 확인을 하는 동안 제론이 물었다.
“이 검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저도 자세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무성한 소문만 들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 검과 관련된 일화를 적어놓은 기록이 왕실 서고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사는 그 이상 말할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제론이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왕실 서고?’
서고라고 지칭하지만 편하게 대형 도서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 기록이나 자료, 책을 열람하려면 국왕이나 1왕자를 통해 긴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기사가 알고 말해줄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기록을 볼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1왕자한테 부탁하면 되겠네.’
타이에몽, 아니 타이레논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들어줄 것 같았다.
잠시 후 보고의 관리자가 나왔다.
그가 말하길 아무 이상이 없고 반품 목록도 정확하단다.
제론은 아티팩트를 전부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돌아왔다.
“재미는 좀 보셨는가?”
“저주받은 검이 있더군요.”
“…….”
타이레논은 바로 인상을 찌푸리고 제론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주받은 검이 그거냐고 묻는 것 같았다.
“왕실의 서고에 저주받은 검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열람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가능하긴 하네만…….”
역시나 기사처럼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왜 그런 걸 가지고 나왔냐는 눈빛이다.
고마움의 답례로 왕실의 보고를 열었더니 ‘저주받은 검’을 들고나와서 어딘가에서 비명횡사라도 한다면 왕실의 입장에서는 심정이 불편해질 것이다.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었다면 나도 비슷했겠지.’
타이레논은 잠시 고민을 하고 안내해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1왕자와 함께 움직이니 서고의 입장 절차도 금방이었다. 하지만 제론이 열람할 수 있는 기록은 ‘저주받은 검’에 대한 것 단 하나뿐이었다.
덕분에 절차를 금방 밟을 수 있던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기록의 내용은 요약되어 있었다.
짧게 말하자면 ‘저주받은 검’은 수백 년 전 야만의 땅과 북대륙을 가르는 설산에서 나타난 마물의 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저주받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그 검을 한 번이라도 접촉한 모든 사람이 단명했기 때문이었다.
죽음은 검과 접촉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갔으며, 과거에 남대륙의 오러 마스터가 ‘저주받은 검’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검을 쥔 며칠 뒤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져 타죽었다고 한다.
‘진짜 저주받았나?’
기록은 ‘카더라’가 아니라 꽤나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죽은 사람의 신원과 장소, 사망원인까지. 제론은 괜히 찝찝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직감은 ‘저주받은 검’을 가져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정 거슬리면 로건 님한테 정화해달라고 하지, 뭐.’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했다.
남은 것은 타이레논의 발밑에 숨어서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녀석이다.
-야. 너 뭐 하는 녀석이냐?
전음을 보내자 타이레논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숨어 있는 게 아니었다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몸을 벌러덩 뒤집었다고 말할 정도의 반응이었다. 반응이 꽤나 재밌어서 흥미롭게 바라보며 전음을 다시 보냈다.
-너 사람은 맞냐?
-당신은 누구지? 내 은신을 어떻게 알아차린 거냐?
-내가 누구인지는 아까 들어서 알잖아. 그리고 뻔히 보이는데 뭘 어떻게 알아차려? 내 눈이 옹이구멍인 줄 알아?
스르륵.
타이레논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또한 그림자의 주인은 그 이변을 눈치챘다.
“어째서?”
그는 자신의 그림자 속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타호른 왕국의 왕가를 지켜온 그림자 수호자였다. 하지만 야만족이 수도를 공격해왔을 때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오직 차기 국왕이 될 후계자의 신변에 위협이 있을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수호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수호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될 존재가 이곳에 있다는 뜻이다.
또한 서고 안에 있는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왕자여. 뒤로 물러나세요.”
그림자가 서서히 형태를 갖췄다. 놀랍게도 수호자는 어려 보이는 여인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어리다는 건 수호자라는 직책에 걸맞지 않게 나이가 적게 보이는 외모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타이레논의 시선이 여인의 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여인의 귀가 길고 뾰족했기 때문이다.
바로 엘프Elf였다.
“이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제론이 중얼거렸다.
* * *
엘프 여인이 천천히 검을 빼 들었다.
타이레논이 당혹스러운 눈빛을 드러냈으나 곧 제론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타호른 왕국의 귀한 손님이다.”
“물러나세요.”
엘프 여인이 제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재차 말했다.
제론은 턱을 쓰다듬으며 엘프 여인을 쭉 훑어 내렸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진짜 엘프였다. 모든 엘프들이 이런 실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강하다. 퓨리온 공작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정령의 기운도 느껴졌다.
‘엘프가 왜 1왕자를 보호하고 있는 거지?’
오른 왕국의 1왕자인 카론도 수호기사가 있다. 대놓고 앞으로 나선 적은 없지만 은밀하게 가까운 곳에서, 때로는 멀리서 그를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카론의 수호기사는 엘프가 아니었다.
게다가 엘프는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로 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노예로 잡아가려 했던 인간의 탐욕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쟤도 몰랐었네.’
아까의 반응을 보아하니 타이레논도 수호자가 엘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같았다.
“왕자여.”
“물러나라고 했다.”
엘프 여인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타이레논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타이레논이 짧게 심호흡을 하고 제론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게 되었소.”
“아닙니다.”
제론은 쓸데없는 사족을 달지 않았다. 대신 전음으로 엘프 여인에게 말했다.
-성질 좀 죽이면서 살아라.
타이레논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이번에는 살의가 제법 담긴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보다 수호자와 대화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대화를……?”
“강자를 보면 피가 들끓는지라.”
제론이 어수룩한 척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본 그림자 속의 엘프 여인이 저도 모르게 쌍욕을 뱉을 뻔했다.
“그 요청은 본 왕자가 들어줄 수 없소. 수호자께서 결정하실 문제이오.”
“아. 그렇다면 제가 직접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야. 들었냐? 꼬우면 한 번 붙던가.
-……!
엘프 여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쫄?
-…….
-쫄았네.
제론이 전음으로 비웃자 엘프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 하지만 뾰족한 귀는 벌겠다. 도발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지금 무…….”
“아무래도 서고에서 대화를 나누기는 곤란하니 장소를 옮기는 것은 어떻습니까?”
제론은 엘프 여인의 말을 끊고 타이레논에게 물었다.
엘프 여인의 귀가 격하게 움직였다.
쟤 지금 화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