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2)
제22화
22화
“어디 다친 곳 없죠?”
영주성 앞에 도착하자 아빠에게 와락 안겨 있는 엄마가 보였다. 아빠가 다친 곳은 없는지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피는 엄마의 눈빛에서 걱정과 함께 달콤한 꿀이 뚝뚝 떨어졌다.
‘허허. 우리 엄마 참으로 빠르구먼.’
제론도 승전고를 울리고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나왔는데 엄마는 벌써 도착해 있던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매일 영주성 성문 앞에서 기다리더니 제일 먼저 아빠를 맞이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훈훈하구먼.”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코밑을 슥 문지르고 총총걸음으로 다가갔다. 형과 누나도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는지 간발의 차이로 제론 다음에 도착했다.
“아버지!”
“아빠아아!”
두 남매는 엄마가 떨어지자 바로 아빠를 와락 안았다.
아빠가 풀 플레이트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형과 누나가 고목 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보였다.
“이쁜 내 새끼들. 잘 지내고 있었니?”
아빠는 형과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이 좋은지 말투가 평소보다 가볍다. 승전보를 읽어보면 당연하리라.
‘아군의 피해는 전무하다고 했었지.’
1천 명 대 3천 명의 전투에서 사상자-죽거나 다친 사람이 1명도 없었다.
사실 말도 안 되고 믿지도 못할 결과였다.
아빠가 혼자서 3천 명의 병사와 싸웠어도 상처를 입고 돌아왔을 것이다.
무공을 전수할 때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로 올랐다지만 3천 명을 상대하다 보면 체력과 지구력이 급격하게 소모되어 금방 지치게 된다.
압도적인 힘으로 두려움을 각인시켰다면 3천 명 전부를 상대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수백 명을 베어내야 했을 테고, 모든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서 전투를 이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결국 눈먼 창이나 검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1 대 3천도 아닌 1천 명의 병사와 함께 전투를 치렀다.
엄청난 난전이 펼쳐져서 막대한 피해가 생겼어야 한다.
말도 안 되고 믿지도 못할 결과라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축소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시작부터 적장을… 아니지. 베론드 남작은 죽이지 못하니까 강한 기사를 일격에 쓰러트려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압도적인 공포를 심었을 것 같네.’
놀랍게도 제론은 전황을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예측해냈다.
무림에서 30년 동안 겪은 수많은 싸움과 전쟁의 경험으로 가능했던 것이었다.
‘예측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아빠가 대단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
영지전을 승리하는 조건은 두 가지였다.
상대 영주에게서 항복을 받아 내거나, 상대 영주를 붙잡는 것이다.
아빠는 기사임과 동시에 남작령을 다스리는 영주였다.
절대로 붙잡혀서는 안 되는 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두로 달려갔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패배하지 않으리란 자신이!
‘역시 내 아빠면 그 정도는 돼야지!’
제론이 씨익 웃고선 아빠를 향해 몸을 던졌다.
“아빠!”
“어이쿠! 한 달 새 더 컸나? 전보다 무거워진 것 같구나. 하하!”
아빠가 뛰어드는 제론를 덥석 받아내며 말했다.
* * *
페리안 남작령으로 합병된 베론드 남작령의 재정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쥬페토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터트릴 정도였다.
“국왕께서 정해놓은 세율보다 더 갈취하고 있었다니!”
베론드 남작은 영지민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다.
가히 수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세율부터가 극악무도했다. 일반적인 세율의 1.6배-페리안 남작령이 다른 영지보다 세율이 0.8배 정도로 낮다-였다.
각 지역마다 세율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6배까지 높지는 않았다.
누군가 왕실에 이 사실을 알렸다면 상황이 바뀌었겠지만 대부분이 농노였고, 평민들은 베론드 남작의 횡포에 두려워하며 입을 딱 다물고 있었다.
귀족-영주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혼자만 죽는 게 아니라 가족이 노예로 전락하고 주변까지 피해를 입으니 누구라도 왕실에 베론드 남작의 횡포를 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누군가가 알리지 못하게 만류하기까지 하는 현상이 벌어졌으니, 완벽한 공포에 의한 통치를 당하고 있던 것이다.
최악에 가까운 재정상태와 달리 베론드 남작은 숨겨둔 재산이 많았다.
거둔 세금을 조작해서 왕실에 거짓으로 보고해 최소한의 국세만 납부했다. 남은 돈은 자연스레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이는 왕국법으로 중죄이자 반역에 해당하는 행위였다.
쥬페토는 페리안 남작령으로 합병된 영토의 세율을 낮추고 복지를 제공했다.
“페리안 남작님 만세!”
“만세! 만세!”
“페리안 남작가에게 신의 은총이 내려지기를!”
베론드 남작의 통치에 굴복하며 살던 영지민들은 쌍수를 들고 쥬페토의 이름을 찬양했다.
농노와 평민들은 영주가 바뀌든 말든 세금을 갈취당하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세율이 낮아지고 전보다 나은 복지가 제공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하물며 그들이 인접한 영지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할 리가 없으니.
쥬페토-페리안 남작이 영지민을 얼마나 아끼는지 유명해서 베론드 남작과 비교하며 신세 한탄을 자주 하던 그들이었다.
영지전에서 페리안 남작이 압승을 거두고 베론드 남작령을 복속시킨다는 말에 적어도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아지리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세율이 페리안 남작령과 동일하게 낮춰지고 복지혜택도 똑같이 적용되니 쌍수를 들고 페리안 남작의 이름을 찬양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 배신자 같으니라고!”
곧 쥬페토는 또다시 분노를 터트렸다.
베론드 남작의 금고에서 비밀장부가 발견되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그는 영지민을 갈취하고 있던 것만이 아니라 칼튼 제국과 금지목록의 물품을 은밀히 거래하여 사리사욕을 꾀했던 것이다.
또한 영지민에게 죄를 덮어씌워 노예로 만든 뒤 칼튼 제국에게 팔기까지 했다.
구족을 멸해도 모자라지 않을 명백한 반역죄였다.
“왕실에 보고해야겠군.”
베론드 남작의 완전한 몰락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쥬페토의 보고서를 받은 왕실은 노호하여 베론드 남작의 작위를 박탈하고 노예로 전락시켰다. 이후 베론드 남작을 공개 처형했다. 구족까지는 멸하지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남겨진 재산도 모조리 몰수했다.
한편 그 소식을 들은 제론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내 손으로 처리하려고 했더니.”
살생부에서 그의 이름을 슥슥 지웠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과거 베론드 남작령이었던 영토가 안정화에 접어들며 제구실을 하기 시작했다. 베론드 남작이 얼마나 개판으로 영지를 다스렸던지 안정시키는 시간이 그만큼 걸린 것이다.
또한 제론이 9살이 되어 왕실에서 아카데미 입학서가 날아왔다.
오른 왕국의 모든 귀족 가문 자제는 9살이 되면 왕국 아카데미에 입학해서 7년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이를 전해 들은 제론은 심드렁하게 배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7년이나 어린애들이랑 놀아야 한다고?”
차라리 군대 2년을 가지.
곧 질색했다.
“군대는 무슨! 아카데미도 싫고 그냥 이대로 집에 있고 싶다.”
무림에서 30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 또한 강해지기 위해, 마지막으로 현대로 돌아가 탄산음료를 마시기 위해 부지런히 싸우고 돌아다녔다.
이제는 슬슬 한곳에 정착(?)하고 싶었다.
“그래! 안 간다고 말하자. 어차피 형이 소영주니까 나는 옆에서 적당히 칼이나 휘두르면서 형을 도와주면 되잖아? 게다가 아카데미를 가봤자 뭘 배우겠어. 이미 알 것도 다 아는데!”
제론은 결심을 굳히고 벌떡 일어나 집무실로 갔다.
때마침 바쁜 업무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갖고 있던 쥬페토가 막내아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 막내아들. 무슨 일로 왔니?”
“저 아카데미 안 갈래요.”
제론의 단호한 목소리에 쥬페토가 빤히 그를 쳐다보다가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래, 안 가고 싶다면 안 가야지. 대신 7년만 감옥에 갇혀 있자꾸나.”
“네?”
“왜?”
쥬페토는 제론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카데미를 안 간다고 7년이나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요? 무슨 이유로요?”
“‘왕국법 3조 4항, 오른 왕국의 모든 귀족 가문 자제들은 9살이 될 때 왕국 아카데미에 입학해서 7년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왕실 관할의 감옥에 7년간 구금된다. 혹은 귀족 가문의 모든 재산을 압류 및 몰수한다.’라는 내용이 있단다. 제론 네가 페리안 남작가의 모든 재산이 압류당하거나 몰수당하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 하나밖에 남지 않을까?”
“끙. 알겠어요. 갈게요.”
그렇게 제론의 아카데미 행이 결정되었다.
* * *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알겠지? 무슨 일 있으면 무조건 선생님부터 찾고. 도착하면 꼭 편지하는 거 잊지 말고. 이번에 입학하면 1학년이니까…….”
제론은 익숙한 엄마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가 입학할 때 했던 말인 거 같은데? 설마 형한테도 한 건 아니겠지.’
누나의 표정을 힐끔 쳐다보니까 벌써부터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하긴 누나가 아카데미 입학식을 가기 전에도 몇 시간 동안 똑같은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우리의 형은 변함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알겠어요.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할게요. 무슨 일 생기면 선생님한테 바로 가서 다 이를게요. 도착해서 바로 편지도 보낼게요. 1학년이니까 조용히 평화롭게 살게요. 페리안 남작가의 가훈처럼요.”
“그래. 우리 막내아들은 평소에도 잘하니까 아카데미 가서도 잘할 거라고 믿을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무래도 엄마의 잔소리는 누나 한정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론에게도 마차 앞에서 1시간째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분명히 형한테도 이랬을 거야.’
평소에는 잔소리의 ‘ㅈ’도 안 하는 엄마지만 이상하게도 아카데미로 간다고 하면 단상 위의 교장 선생님처럼 말이 많아진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페리안 남작령의 어디 구석도 아니고 오른 왕국의 수도로 간다.
이동하는 시간만 며칠이 걸린다.
또한 아카데미로 가면 3개월 동안 못 본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만 출발해야 하니 이리 오시오.”
계속되는 엄마의 걱정을 보다 못한 아빠가 그녀를 뒤로 잡아끌었다.
아빠의 표정에도 지친 기색이 잔뜩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형과 누나가 먼저 마차에 올라탔다.
제론이 마지막으로 올라타기 전에 말했다.
“방학하면 놀러 올 거니까. 그때까지 건강하셔야 해요?”
“그…래.”
엄마는 끝내 참지 못하셨는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아빠가 옆에서 그런 엄마를 살포시 안아줬지만, 아들들과 딸을 아카데미로 보내는 어미로서의 마음은 걱정으로만 가득했던 것이다.
“웃으면서 보냅시다. 웃으면서. 아이들이 씩씩하게 잘 컸다는 증거 아니오?”
“그렇죠. 그래도…… 흐윽.”
제론은 차마 엄마를 끝까지 쳐다보지 못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계속 서 있었다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엄마를 놔두고 가지 못할 것 같았다.
‘아이고. 우리 엄마 마음이 너무 약해서 어째.’
짠한 마음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열린 마차 창문 너머로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