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21)
제 221화
221화
야만족 남자는 아인호르타하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점점 초조해졌다.
가뜩이나 잔혹했던 성격이 더욱 잔인해졌다.
얼마 전에는 자신의 앞에서 투덜거리며 불만을 드러낸 한 야만족의 머리통을 뽑아서 들짐승의 먹이로 줬다.
형제를 배신했다고 말했다.
꼴좋다며 비웃는 놈들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는 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머리통이 뽑힌 야만족이 형제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녀석들이다.
직접 말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그랬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야만족은 점점 궁지로 몰릴 것이다.
아인호르타하가 자신을 버린 순간 확정된 미래의 결과였다.
다행인 건 저주받은 땅과 이어진 ‘뱀의 굴’이 건재했다.
어느 한쪽의 출입구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계속 야만족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타호른 왕국의 수도를 완전히 전복시키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파웰 자작령도 무너트리지 못했다. 그로 인해 위기를 느낀 북대륙 전체가 움직였다. 야만족이 뛰어난 전사라고 해도 수만 명의 병사들을 전부 상대하지는 못한다. 또한 저주받은 땅과 대륙의 다른 기후, 그리고 훨씬 더 발달된 문명과 기술로 무장된 무기와 갑옷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놈들이 체계를 완벽하게 갖추기 전에 먼저 친다.’
야만족 남자가 뼛조각을 입속에 넣고 씹었다.
까드득-!
* * *
슈롬벨 백작의 계획은 간단했다.
“야만족의 근거지인 로이난 자작령을 공격한다.”
“우리들끼리만?”
쟌느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슈롬벨 백작이 말하지 않았던가. 오러 마스터 급 야만족이 5명, 익스퍼트 최상급이 15명, 그리고 상급과 중급, 하급으로 이뤄진 512명이 로이난 자작령에 있다고.
이쪽 역시 마스터 급 실력자가 4명이지만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로건은 전투 인원이 아니기까지 했다. 물론 제론이라는 전력을 포함시키면 사정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모든 야만족이 로이난 자작령에 주둔하는 게 아니었다.
“그럴 리가. 이미 입을 맞춰놓은 녀석들이 있다.”
“누구?”
“아빠 친구들.”
“……‘바헬의 사나이들’?”
쟌느가 ‘설마?’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슈롬벨 백작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실력도 괜찮고 무엇보다도 믿을 만한 녀석들이지. 요즘 다들 놀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감옥에 갇히기 전에 전부 연락을 돌렸다. 한바탕 날뛸 생각 있냐고 말이야.”
“으음. 아빠의 옛날 동료들이라면 어렸을 때 집에 놀러 온 그 우락부락한 삼촌들 맞지?”
“오오! 기억하고 있구나! 녀석들이 제법 기뻐하겠는데?”
“……까칠까칠했던 턱수염 때문에 볼이 까질 뻔했는데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하하하! 맞아. 그랬어. 그래서 녀석들이 온다고 하면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다가 엄마한테 많이 혼나고 그랬지.”
“하아. 옛날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삼촌들이 끝이야?”
“아이오닉 교국의 제1성검이 성기사단을 이끌고 올 거다.”
“제1성검께서요?!”
쭉 듣기만 하던 로건이 깜짝 놀라 외쳤다.
제1성검은 신실한 믿음과 최강의 실력을 동시에 갖춘 위대한 성기사였다. 대륙에서 오러 마스터라고 말하면 모두가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것처럼 제1성검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는 오히려 오러 마스터보다 더욱 추앙받는 존재였다.
“어어. 그 양반이 저랑 좀 아는 사이입니다. 나쁜 쪽으로 아는 건 아니고 예전에 몇 번 같이 야만족과 싸웠지요.”
슈롬벨 백작도 사제인 로건에게는 함부로 막 대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 양반 부하들을 위기에서 구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나중에 도와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먹겠어?”
“아이오닉 교국도 출병을 했다고 들었는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아마 문제는 없을 거다. 교황과도 이야기가 되어 있거든.”
“백작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제론이 작게 감탄했다.
슈롬벨 백작의 능력은 까고 또 까도 나오는 양파처럼 뛰어났다.
얼마나 능력이 뛰어났는지 욕심이 날 정도였다.
“혹시 나중에 오른 왕국으로 오실 생각 있으세요?”
“오른 왕국이라면 중앙대륙?”
“네. 제가 좋은 자리를 마련해드릴게요.”
“흐하하! 그 제안은 고맙지만 중앙대륙이 너무 더워서 거절하지. 내가 워낙 뜨거운 사나이라 북대륙의 서늘한 기후가 아니면 버티지 못하거든.”
“아쉽네요.”
“……한 번밖에 권유 안 하는 거냐?”
“안 오실 거 알고 물어본 거였어요.”
슈롬벨 백작이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수리의 땜빵이 시원하게 드러났다.
로건과 에르딘이 그것을 발견하곤 저도 모르게 머리로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시선이 마주쳤다.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쉬죠.”
해가 떨어지려고 하자 야영지를 만들 장소를 찾기로 했다. 확 시야가 트인 평원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대비하기 좋지만 포위당하기도 좋다.
나무가 적당히 자란 곳을 찾아서 주변에 메이엔의 비술과 제론의 진법을 설치했다.
혹시 몰라서 트랩도 깔아뒀다.
기감 혹은 기척으로 감지되지 않는 존재가 비술의 경계를 넘거나 진법 안으로 들어온다면 큰 소리로 알려줄 것이다.
“식사 준비할게요.”
“제가 돕겠습니다.”
에르딘과 로건이 먼저 나섰다.
두 사람의 요리 실력이 제론 다음으로 제일 뛰어났기 때문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을 치는 건 오랜만이군.”
“…….”
“나 때는 말이야. 이런 좋은 천막이 없었어. 헝겊을 기워서 만들거나 시중에서 파는 군용 구형 천막이 전부였지. 찬 바람 불면 구멍으로 송송 들어오는데, 밤마다 자기들끼리만 뜨뜻한 신형 천막에서 자는 놈들의 목을 슥- 베고 싶은 욕구가 샘솟더라고. 뭐, 진짜로 하지는 않았어. 일개 용병한테 그런 깜냥이 어디 있겠나? 나 혼자도 아니고 부하들이 있었는데.”
슈롬벨 백작은 신나서 재잘거렸다.
함께 텐트를 치던 제론이 내공으로 귀를 막았다. 메이엔도 살짝 지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듣다 못한 쟌느가 제발 좀 조용히 하라고 슈롬벨 백작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혼쭐이 난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그가 입을 다문다. 마침내 모두의 마음이 평온해졌다. 세계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해가 완전히 저물자 주변이 캄캄해졌다. 구름이 잔뜩 껴서 달빛도 비추지 않았다.
누워서 천막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던 제론이 일어났다.
탁.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두꺼운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아서 크게 숨을 마셨다.
북부의 차가운 공기가 배 속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로이난 자작령까지 앞으로 사흘.’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면 하루나 이틀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바헬의 사나이들’과 제1성검이 도착하지 않았다. 혼자서도 야만족을 상대할 수 있지만 많은 시간이 든다. 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려놨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무쌍을 찍는 건 도박이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아이오닉 교국을 거쳐서 중앙대륙으로 돌아가야겠어.’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빠르게 움직일 예정이었다.
많이 도와줬는데 그 정도는 허락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다가 문득 아인호르타하가 떠올랐다.
‘그 녀석의 진짜 목적이 뭘까?’
놈의 조직은 대륙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올 여러 가지 사건을 일으켰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특별한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세력을 이끈 경험이 있던 제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소모품을 쓰는 것 같아.’
놈은 강했다.
베헤못과 싸운 이후로 더 강해진 제론조차 승리를 함부로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평범한 인간도 아니었다.
오러 마스터처럼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명이 늘어난 케이스가 아니다.
‘가죽. 그래, 마치 가죽을 뒤집어쓰고 흉내를 내는 것 같았어.’
눈썰미나 기감을 느끼는 능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존재. 아인호르타하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제론은 고개를 흔들어 깊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나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안 자?”
“잠이 안 와.”
쟌느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슈롬벨 백작이 일행에 합류하며 제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졌다. 혼자 있는 지금이 잠깐이라도 단둘이서 있을 절호의 기회였다.
쟌느는 자연스럽게 제론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앉았다.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어색하지도 않았다.
사실 말을 꼭 주고받아야 할 관계가 아니었다.
나쁜 의미가 아닌 좋은 의미로 말이다.
“이번 일 끝나면 중앙대륙으로 갈 거야?”
“어.”
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쟌느는 괜히 섭섭해졌다. 아빠한테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다며 오라고 해놓고 자신은 쏙 빼놨기 때문이었다. 평소였다면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았겠지만 오늘따라 괜히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그렇구나. 그랬어.”
“음? 무슨 일 있어?”
“아니? 왜?”
“같이 안 갈 것처럼 반응하길래.”
“아?”
쟌느가 입을 살짝 벌리고 제론을 쳐다봤다.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입술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크게 휘었다.
“자기야.”
“응?”
“소리가 밖으로 안 흘러나가게 기막 좀 쳐볼래?”
“……아니.”
제론은 갑자기 몰려오는 불안감을 감지하고 얼른 대답한 뒤 내려갔다. 머리 위에서 쟌느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뻔했어.’
그 엄청난(?) 일이 뭔지 알 것 같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천막으로 들어가자 두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슈롬벨 백작과 시선이 마주쳤다.
“……!”
제론은 흠칫 놀랐고, 슈롬벨 백작이 그런 제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을 저질렀다면 책임을 지게.”
“아직 아무 일도 안 저질렀습니다?”
“쯧. 말까지 꼬인 걸 보니 많이 당황했나 보군. 다 좋은데 숫기가 없어.”
슈롬벨 백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제론이 자리에 누웠다.
그리곤 깨달았다.
일행들 중에서 잠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큰일 날 뻔했군.’
제론은 생각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로건이 안타까움의 기도를 올렸다.
‘하아. 답답하긴.’
에르딘이 한숨을 내쉬었다.
* * *
로이난 자작령은 곡창지대였다.
야만족이 로이난 자작령을 근거지로 삼은 이유도 바로 부족한 식량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참 수확을 해야 할 시기에 야만족이 쳐들어왔고, 농부들은 전부 죽거나 도망쳤다. 수확을 앞둔 시기였기에 저장된 식량을 모두 분출해서 남아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조금씩 야만족은 굶주려가기 시작했다.
* * *
“꺽.”
야만족 전사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의 목에는 날카로운 창날이 꽂혀 있었다.
창날이 목에서 뽑히며 옆의 다른 야만족을 공격했다.
“@#%&@#!”
놈이 뭐라고 소리쳤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