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23)
제 223화
223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야만족이 바쁘게 움직였다.
공간이동장치-뱀의 굴로 보이는 것을 통해 본진의 병력이 이동한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절반이 사라졌다. 다른 곳에 있는 뱀의 굴을 지키러 간 것이다. 쓱 훑어보니 남은 숫자는 대충 수백 명가량이다. 확실한 건 500명보다는 적어 보였다.
그중에서 마스터 급 실력자가 3명이다.
“모조리 쓸어버릴 때가 되었군.”
슈롬벨 백작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본진을 중심으로 사방에 숨어 있던 ‘용감한 사나이들’과 제1성검, 그리고 성기사단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그들이 숨은 곳과 본진의 거리가 가깝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론은 은신술 무공을 사용해서 이동했다. 옆에 있던 쟌느와 에르딘조차 그가 사라진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다.
‘그 녀석도 있어.’
제론이 생각했다. ‘그 녀석’은 아인호르타하가 아니었다. 파웰 자작성이 있는 도시에 가짜 유성우를 떨어트리는 주술을 펼친 야만족을 뜻하는 것이다. 그때는 결계를 뚫는 시간 때문에 놓쳤지만 이번에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제론 님?”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제론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차린 에르딘이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제론은 이미 저 앞까지 간 후였다.
“하여간. 맨날 혼자서 한다니까.”
에르딘이 작게 투덜거리며 호흡을 골랐다.
야만족의 본진이 된 로이난 자작성의 도시와 점점 가까워져 간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제론을 뒤쫓아 가겠다고 자리를 이탈하는 건 작전을 망치는 지름길이었다.
도시의 성벽과 100미터 간격으로 좁혀갔다.
더 이상 몸을 숨길 장애물이 없었다.
“……!”
성벽 위에서 경계를 하고 있던 야만족이 그들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몸만 남은 야만족이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제1성검이 감탄한 표정으로 슈롬벨 백작을 바라봤다. 야만족의 머리를 없앤 기술을 펼친 사람이 그라고 생각한 것이다.
“역시……?”
“내가 아니오.”
슈롬벨 백작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제1성검은 그가 야만족을 제거하기 위해 검을 뽑기도 전에 다른 누군가가 먼저 손을 썼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슈롬벨 백작이 검을 뽑기 위해 올린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설마 그 청년인가?’
정체도, 이름도 모르는 일행이 있었다.
슈롬벨 백작의 말로는 실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고 했다.
실제로도 제1성검의 눈에는 사나운 고양이 같은 인상의 여인-쟌느-과 부드러운 인상의 청년-에르딘-의 실력이 대단해 보였다.
물론 제론의 존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아이오닉 교국의 성기사는 기사나 전사처럼 오러를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신성력을 사용한다. 그래서 기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특히나 제론의 경우에는 일부러 기운을 흘려보내지 않는 이상 평범한 청년-외모는 전혀 안 평범하지만-처럼 보여서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다만 슈롬벨 백작의 말을 믿고 숨겨둔 무언가가 있는 청년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을 뿐이었다.
그래서 제1성검이 추측한 대상은 에르딘이었다.
아주 근거가 없는 추측도 아니었다.
성벽 위의 야만족이 성벽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에 무언가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을 보인 사람은 2명이었다.
첫 번째는 당연하지만 슈롬벨 백작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에르딘은 야만족의 머리가 사라진 순간 제론의 짓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튀어 나갈 뻔했다.
그 행동을 감지한 제1성검이 오해한 것이다.
“작전 개시.”
“……!”
제1성검은 슈롬벨 백작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먼저 ‘용감한 사나이들’이 움직였다. 성기사단은 육중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다. 성벽을 타고 올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가벼운 가죽 갑옷 종류를 착용한 ‘용감한 사나이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가기로 이야기되어 있던 것이다.
‘용감한 사나이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갔다.
성벽 위의 야만족들은 몇 분 안 되는 사이 전부 정리되어 있었다.
위로 무사히 올라간 그들이 혀를 내둘렀다. 다른 생각보다도 누구의 솜씨인지 몰라도 엄청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죽은 야만족 전부 적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료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래로 내려가서 성문을 열어!”
“오케이!”
“이제야 제대로 한바탕 해보겠군!”
전의를 불태운 ‘용감한 사나이들’은 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자 김이 잔뜩 샌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 야만족의 시체를 늘어트린 채 창을 빙글 돌리고 있는 에르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정말로 강하군.”
“겉으로 보기에는 비실비실한데.”
그들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에르딘을 바라봤다.
“근육은 엄청나게 딱딱하고 유연했어.”
“응?”
누군가 말하자 일제히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맨들맨들한 대머리의 사내였다.
다른 사내들이 가늘게 뜬 눈으로 대머리 사내를 쳐다봤다.
“언제 만져 본 거야?”
“뭐를?”
“저 비실해 보이지만 강한 친구의 근육.”
“아아. 대련할 때 어깨로 가슴을 밀치더군. 그때 느꼈어. 저 친구는 진짜 사나이구나! ……라는 걸 말이지.”
“휴. 다행이군.”
“……?”
대머리 사내가 고개를 갸우뚱하곤 자신을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이상함을 눈치챈 야만족이 달려오자 검을 뽑고 싸우는 것에 집중해야만 했다.
“성문이 열렸습니다!”
“빠르게 진입한다!”
제1성검이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성기사단이 열린 성문으로 들어갔다. 바로 뒤를 이어 슈롬벨 백작과 남은 ‘용감한 사나이들’이 진입했다. 수십 명의 야만족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살기가 깃든 미소를 띄웠다.
“저들에게 신의 철퇴를!”
“신의 철퇴를! 하!”
제1성검은 중앙에서 선두로 달렸다. 성기사단이 그의 뒤를 따라서 달렸다. 슈롬벨 백작과 ‘용감한 사나이들’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제론의 일행들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론은?”
“저도 몰라요.”
쟌느가 제론을 찾자 에르딘이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 * *
제론은 모두가 성벽으로 접근하는 사이, 여유롭게 성벽을 평지처럼 걸어서 올라간 뒤 야만족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머리가 사라진 야만족의 시체가 떨어지며 난 소리에 다른 야만족이 반응했다. 하지만 모두가 입술을 열었지만 말을 뱉어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벌써부터 시끄러워지는 건 질색이었으니까.
‘어디에 있냐?’
제론은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바람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곧 땅에 착지했다. 발과 땅이 닿는데 깃털이 떨어진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성벽 안쪽 아래에도 야만족들이 많았다. 경계 인원과 교대를 하러 온 것 같았다.
“#$@!”
“@$@&#@?”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제론은 은신술을 유지하고 다가가 놈들의 목을 모조리 부러트렸다.
야만족들이 혀를 길게 빼내며 쓰러졌다. 성문을 지키던 야만족들이 멀리서 그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달려왔다. 그들 중 몇 명을 처리하는 사이 에르딘이 성벽 위에서 내려왔다. 녀석에게 야만족을 맡기고 도시를 달렸다.
물론 맡기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알아서 잘 알아듣고 행동하겠지.’
도시 내부는 쑥대밭이었다.
가짜 유성우를 잔뜩 처맞았는지 곳곳이 불타고, 깨지고, 박살 났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야만족은 평범한 사람, 아니 대륙인이 아니었다. 폐허를 안식처로 삼아 지내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정도 폐허는 야만의 땅에 비하면 안전하고 포근한 보금자리였다.
제론은 달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어느새 주워든 돌조각이 날아가 야만족의 머리를 터트렸다.
‘500명보다 적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
멀리서 지켜본 야만족의 숫자는 얼핏 500명이 안 됐다.
당연했다.
폐허 안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교적 멀쩡한 영주성과 성벽 위의 야만족만 눈짐작으로 셌다.
‘대충 1,000명은 넘네.’
눈짐작으로 센 것과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척들을 합친 숫자였다. 어쩌면 본진이 공격받을 거라고 예상하고 남겨둔 전력일지도 몰랐다. 그것이 맞는다면 싸움이 쉽게 흘러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경우 뱀의 굴을 통해 놈이 도망칠 수도 있어.’
오러 마스터 급의 야만족 5명이 이곳에 있다. 다른 곳을 지키러 몇 명이 떠났더라도 최소한 2명 혹은 3명은 남았을 것이다.
놈들을 제물로 바치며 시간을 끌어 도망칠 수도 있다.
‘그럼 뱀의 굴부터 파괴해야지.’
야만족을 오랜 시간 지켜본 척후병들의 정보를 조합한 결과 뱀의 굴은 거대한 구덩이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제론은 그것을 가장 먼저 제거할 생각이었다.
뱀의 굴이 파괴되면 야만족은 크게 당황할 테고, 그 혼란을 이용한다면 순식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 뒤에는 도시를 포위한 군대가 천천히 포위진을 좁히며 압박하고, 야만족을 전멸시킨다.’
사실 처음부터 슈롬벨 백작과 ‘용감한 사나이들’, 그리고 제1성검과 그의 성기사단만으로 야만족의 본진을 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론이 전력을 다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만에 하나 야만족이 도망치는 선택지를 고른다면 제법 많은 숫자를 놓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다른 사람도 아닌 슈롬벨 백작이 생각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소수정예 타격대가 시선을 흐트러트린 틈을 타 수천 명의 병사들이 비밀리에 움직여 아주 먼 곳부터 포위망을 구축한 채 아주 천천히 간격을 좁히고 있었다.
‘뱀의 굴이 이어진 다른 장소에서도 비슷한 작전이 펼쳐진다고 했지. 하지만 작전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고 했고.’
만약 야만족이 소수정예 타격대와 군대의 포위망을 알아차렸다면 북대륙의 배신자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게 함정까지 설치해 놨다.
그 모든 작전이 슈롬벨 백작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일단 이런 생각은 나중에 하자.’
슬슬 주변의 동료가 하나둘씩 죽어가는 것을 알아차린 야만족들이 범인을 찾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포위되거나 가짜 유성우를 떨어트린 놈이 뱀의 굴로 도망친다. 그 전에 뱀의 굴을 파괴해야 한다.
“$#$%#! %#$%#$!”
제론이 모습을 드러내려는 순간 한 야만족이 성문 방향을 가리키며 뭐라고 외쳤다. 성문이 열리고 침입자가 들어왔다며 알리는 것 같았다.
‘나이스 타이밍.’
제론은 야만족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자 조금 더 경공에 박차를 가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