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24)
제 224화
224화
야만족 남자는 성문으로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보고를 들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지금 그게 중요하오?!”
“흐음. 잘못하면 뱀의 굴도 파괴당할 수 있겠군.”
“키쿠앙 대부족장! 지금 내 말이 들리지 않…… 커헉!”
야만족 남자-대부족장 키쿠앙은 시끄럽게 소리치는 야만족의 목을 잡아서 그대로 부러트렸다. 다른 야만족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으나 키쿠앙은 태연하게 부러진 목을 놓으며 말했다.
“뱀의 굴을 지켜.”
“그 지시보다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 있지 않소?”
다른 야만족들이 벌떡 일어나 키쿠앙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왜 타튀 부족장을 죽인 것이오?!”
“하여간 말이 통하지 않는 멍청한 것들은 쓸모가 없다니까.”
키쿠앙은 혀를 차며 일어나 뼈창을 휘둘렀다.
잠시 후 방에 있던 모든 야만족이 서늘한 시체로 변했다.
같은 야만족의 피로 온몸이 물든 키쿠앙은 답답함에 한숨을 푹 내쉰 뒤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갔다.
때마침 키쿠앙이 방에 있던 자들을 죽이며 생긴 소음을 듣고 달려온 야만족들과 마주쳤다.
“무슨 일이십니까!”
“조금 전에 침입자가 나타나 다른 부족장들을 전부 죽였다! 나는 부족장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키쿠앙이 절뚝거리며 걷던 채로 입술을 깨물고 숨을 크게 마셨다.
분노와 슬픔을 힘겹게 참는 모습 것처럼 보였다.
“부족장님!”
“미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가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는데도 완전히 속아 넘어간 야만족들이 부족장 회의가 이루어지던 방으로 들어갔다.
곧 내부의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사라진 침입자를 찾아내기 위해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침입자를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침입자의 정체가 바로 키쿠앙이었으니까.
또한 성문으로 제론을 포함한 소수정예 타격대가 침투했다. 사라진(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침입자를 찾는 것보다 소수정예 타격대를 상대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한 거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몇 명이 남아서 키쿠앙을 호위하려고 했다.
키쿠앙은 주변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 있는 놈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뼈창을 휘둘렀다.
“컥……?!”
놈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쓰러졌다.
“정말 귀찮게 됐어.”
키쿠앙은 중얼거리곤 절뚝거리며 걸었다. 주변에서 야만족이 보이지 않자 걸음걸이를 멀쩡하게 하고 몸에 튄 핏물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잠시 후 자신의 몸을 훑어본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뱀의 굴로 향했다.
놈들의 목적은 하나다.
“뱀의 굴을 노리고 왔겠지.”
야만의 땅과 북대륙을 오가는 유일한 통로가 뱀의 굴이다. 여기서 2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놈들이 뱀의 굴을 파괴하려는 것이냐, 아니면 점거해서 야만의 땅으로 쳐들어가려는 것이냐는 거다.
후자라면 차라리 괜찮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훗날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전자의 경우라면 야만족 모두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야만의 땅에서 대륙까지 이어지는 뱀의 굴을 설치할 수 있는 건 오직 아인호르타하뿐이다. 그가 자신을 버린 이상 뱀의 굴이 파괴된다면 다시 대륙으로 오기 위해선 무조건 설산을 넘어야 한다.
‘이번 일로 큰 피해를 입은 북대륙이 경계를 강화할 거다.’
설산을 넘기 위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아니.
최악의 경우 북대륙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봐!”
“예! 카쿠앙 대족장!”
키쿠앙은 성문에서 벌어진 전투를 지원하러 달려가는 야만족 한 명을 붙잡았다. 녀석의 시선이 키쿠앙의 피투성이 몰골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지금 뱀의 굴을 지키고 있는 건 누구지?”
“대전사 부르쿠입니다.”
로이난 자작성의 연병장에 설치된 뱀의 굴은, 대륙을 기준으로 오러 마스터 급의 힘을 갖고 있는 야만족 3명과 익스퍼트 최상급의 9명이 직속 부하들과 함께 3교대를 하며 지킨다.
그중에서도 대전사 부르쿠는 야만의 땅에서도 2번째로 큰 규모와 세력을 자랑하는 부족의 대전사였다. 말은 즉, 북대륙으로 넘어온 야만족 전사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키쿠앙의 진짜 걱정은 대전사 부르쿠의 실력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하필이면 그 녀석이 뱀의 굴을 지키고 있다고?’
대전사 부르쿠는 우직한 놈이다. 나쁘게 말하면 고지식하다.
보통의 야만족 전사라면 대족장이라는 직위에서 나오는 힘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따르겠지만, 그 녀석이라면 무시할 것이다.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괜찮으십니까?”
야만족이 뒤늦게 물었다. 눈빛이 이상하다는 빛을 품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가봐.”
“정말ㄹ…….”
“괜찮으니까 가라고! 남쪽 성문에서 적이 득실거리고 있어! 잡담을 나눌 시간 따위 없어!”
“알겠습니다!”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후다닥 달려가는 야만족.
키쿠앙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다른 부족장들을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배신자로 찍힌다. 그 순간 모든 야만족들이 적으로 돌아선다.
“젠장!”
키쿠앙은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며 달렸다.
뱀의 굴로 다가가자 야만족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곧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앞을 막아 세웠다. 놈의 시선이 피투성이인 키쿠앙의 전신을 쑥 훑었다. 허둥지둥 남쪽 성문으로 달려가던 다른 야만족 전사들과는 다르게 침착했다.
“키쿠앙 대족장.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리고 몸에 묻은 피는……?”
“지금 바로 뱀의 굴을 사용할 준비해!”
키쿠앙이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야만족은 조금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키쿠앙을 쳐다봤다.
“지금 바로요?”
“그래! 지금 바로!”
“뱀의 굴을 사용하는 건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 대족장의 명령이라고 해도 말이죠. 혹시 족장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입니까?”
“그래. 족장 회의에서 결정됐다. 그러니까 어서 뱀의 굴을 사용할 준비를 해!”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확인을 해보고 오겠습니다.”
쾅-!
야만족이 몸을 돌린 순간 폭발음이 들려왔다.
남쪽 성문 방향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 순간 키쿠앙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야만의 땅은 야생이다.
언제 공격받고 잡아먹힐지 모르는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그곳에서 극한까지 단련된 감각이 외쳤다.
‘누군가 있다.’
심지어 이쪽으로 오고 있다.
키쿠앙이 뱀의 굴을 향해 달렸다.
앞을 막고 있던 야만족은 그를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서걱-!
팔이 잘려나가며 땅으로 뚝 떨어졌다.
“끄아아악-!”
절단된 팔의 단면에서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뱀의 굴을 지키던 야만족 전사들이 얼굴을 굳힌 채 무기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키쿠앙의 짓이 아닌 것을 눈치챘다.
“적들이 남쪽 성문을 뚫고 영주성으로 오고 있다! 어서 가서 막아! 뱀의 굴을 지켜야 해!”
“그럴 수 없소.”
대전사 부르쿠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키쿠앙의 앞을 막아섰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 구분하지 못하는군.’
키쿠앙은 이를 까드득- 갈다가 흠칫 놀라며 몸을 숙였다.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전사 부르쿠가 눈을 크게 뜬 채 자루만 남은 자신의 도끼를 쳐다봤다.
“지금 무슨……?”
“대전사 부르쿠?”
“……?”
“목에 이상한 선이 생겼…….”
대전사 부르쿠가 목에 손을 가져간 순간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모두가 경악하며 여전히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대전사 부르쿠의 머리통을 쳐다봤다.
“감이 좋은데?”
“……!”
“……!”
검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키쿠앙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빨리 뱀의 굴을 열라고!”
* * *
제론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버럭 소리치는 야만족을 바라봤다. 놈이 바로 파웰 자작성의 도시에 가짜 유성우를 떨어트린 장본인이었다.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사람마다 갖고 있는 특유의 기운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피한 거지?’
놈의 감각은 예민했다. 가히 야생의 것에 가깝다. 그러나 제론의 존재감은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놈의 앞을 막아선 야만족의 팔이 잘리고, 거대한 도끼를 든 야만족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공격을 피했다.
그 정도의 감각이라면 제론 자신에 못지않았다.
“흐음.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제론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을 들고 휘둘렀다.
검강이 눕혀진 채 긴 초승달의 형태로 날아갔다.
“커헉!”
“저, 적이 뱀의 굴을 노리……!”
야만족들은 검강을 막지 못하고 쓰러졌다.
당연했다.
오러 마스터 급의 실력을 지닌 대전사 부르쿠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당할 만큼 빠르고 강력한 검강이었다. 부르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없다.
키쿠앙의 감각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예민한 것이다.
“젠장!”
“어라? 도망치려고?”
키쿠앙이 뱀의 굴로 달려갔다.
제론은 뱀의 굴-정확한 정체는 모르지만 대륙의 양식과 다른 모습을 한 형태의 건축물이라서 야만족의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과 함께 키쿠앙을 처리하기 위해 장풍을 날렸다.
“크학!”
키쿠앙이 앞으로 몸을 던졌다. 장풍의 범위가 넓어서 등을 강타당하고 말았다. 속이 뒤집어지며 핏물을 쏟아냈다.
“빗맞았군.”
제론은 무뚝뚝하게 중얼거렸다.
장풍이 키쿠앙의 등을 비껴 강타하며 궤도가 틀어졌다. 덕분에 뱀의 굴이 장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결론적으로 예민한 감각 덕분에 두 가지 목적을 다 완수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 그 녀석이군. 큭큭.”
키쿠앙은 몸을 뒤집으며 중얼거렸다. 제론의 정체를 알겠다. 5중의 결계를 종이처럼 찢어버리며 오던 그 괴물이다.
“충분한 대비를 갖추지 못한 내 실수군. 하지만 아직은…… 크윽! 아직은 죽을 수 없지!”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제론이 천천히 걸어오며 키쿠앙의 목에 검을 겨눴다. 그리곤 단숨에 휘둘렀다.
파웰 자작성의 도시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도망친 녀석이다. 이번에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수작을 부리기 전에 일단 죽이고 생각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캉-!
“……!”
검이 키쿠앙의 목에 닿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누군가가 제론의 검이 키쿠앙의 목을 베려는 순간 나타나 막은 것이다.
“누구냐? 너희.”
제론이 흐릿해지더니 몇 걸음 밖에서 나타나 물었다.
키쿠앙의 주변에서 검은 로브를 둘러쓴 4인이 서 있었다.
4인 중 1명이 말했다.
“알 것 없다.”
“거참. 사람 머쓱해지게. 그럼 저 녀석을 지키러 온 거냐?”
“그럴 리가. 뱀의 굴을 사용하려면 이 녀석이 필요해서 살렸을 뿐이야.”
“아, 그래?”
제론은 피식 웃고선 검을 휘둘렀다. 검강이 키쿠앙을 향해 날아가다가 검은 로브 4인이 방어하려고 하자 크게 휘어 뱀의 굴을 파괴했다.
콰가강-!
“……!”
“이제 그 녀석의 목숨은 필요 없게 됐지?”
“이 자식……!”
검은 로브의 4인이 제론에게 달려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