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25)
제 225화
225화
제론은 키쿠앙을 노려봤다.
검은 로브의 4인이 달려오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저놈들이 약해서냐고?
그건 또 아니었다.
1명, 1명이 전부 오러 마스터 급의 실력자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조금 전에 죽인 거대한 도끼의 야만족보다 강했다. 에르딘이나 쟌느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제론의 기준에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4명이 아니라 10명, 아니 수십 명이 덤벼들어도 똑같다. 과거 마선이었던 시절의 무공을 회복한 것은 물론 뛰어넘은 순간부터는 말이다.
‘반응을 보니 내가 부순 게 뱀의 굴인지 뭔지 하는 공간이동장치는 맞나 보네.’
검을 휘둘러 맨 앞에 있는 검은 로브의 손목을 절단했다.
놈은 자신의 손목이 잘린 것도 모른 채 쥐고 있던 검으로 제론을 공격하려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곤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
“알아차리는 게 늦어.”
제론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다른 검은 로브의 복부를 발로 찼다. 북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날아간다. 아마도 내장이 파열됐으리라.
그런 와중에서도 제론의 시선은 키쿠앙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놈은 뱀의 굴이 파괴된 순간부터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고 멍하니 있었다. 눈앞에 일어난 사건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도망치지 못할 거다.’
키쿠앙은 오늘 이 자리에서 이승을 하직할 것이다.
“감히! 한눈을 파는 거냐!”
“죽어!”
검은 로브 2인이 연계기를 펼쳤다.
한 명은 오러 블레이드를 길게 뽑아서 제론의 몸을 2개로 쪼개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옆으로 돌며 날카로운 징이 박힌 건틀릿으로 옆구리를 노렸다.
제론은 오러 블레이드를 손으로 잡아 그대로 깨트렸다.
오러의 흐름이 강제로 끊기며 역류해 입에서 피 분수를 뿌리는 검은 로브를 내버려 두고, 옆구리를 노리는 건틀릿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건틀릿이 통째로 우그러지며 주먹까지 박살 났다.
“끄아악!”
“너희 실전 경험이 없구나?”
제론은 피식 웃으며 박살 난 주먹을 다른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검은 로브의 머리통을 그대로 반으로 쪼갰다. 그사이 손목이 잘린 검은 로브가 반대편 손으로 검을 쥔 채 휘둘러왔다. 핏발이 선 눈동자가 검은 로브 안에서 보였다.
“역시 실전 경험이 없어. 그러니까 지금처럼 앞뒤 분간도 못 하고 덤벼들지.”
발로 검을 차올렸다. 검이 하늘로 튕겨 나갔다. 당황하며 주춤거리는 녀석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놈의 턱이 180도 돌아갔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죽는다. 하지만 놈들이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3인의 검은 로브가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내장이 파열된 녀석도, 주먹이 박살 난 녀석도, 그리고 피 분수를 뿜은 녀석도 천천히 신체를 회복, 아니 재생하고 있었다.
“끼, 끼륵!”
180도 턱이 돌아간 녀석이 갈매기 같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잡고 돌리기 시작한다. 고어 그로테스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괴상하고 기이한 모습이었다.
“역시 ‘그쪽’에서 나온 놈들이었군.”
요즘 따라 묘하게 잠잠하고 조용하더니 결정적인 순간을 방해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던 것이다.
제론이 재생하지 못하도록 단숨에 베려는 순간 키쿠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보냈소?!”
“…….”
“아아!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해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키쿠앙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같은 야만족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하지만 뱀의 굴이 파괴되며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은 채 멍하니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탈출구를 찾지 못했던 미로 속에서 빠져나온 뒤의 사람과 같았다.
“어서 저 괴물을 죽이시오! 저 괴물이 힘을……!”
“시끄러워.”
제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4개의 강환이 키쿠앙을 노리며 날아갔다.
키쿠앙은 깜짝 놀라 도망치려고 했지만 4인의 검은 로브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강환이 그들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치지직-!
복부의 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천천히 재생이 된다.
“아아……!”
키쿠앙은 아인호르타하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100프로 확신했다. 희망에 찬 미소가 지어졌다. 그것이 그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지은 미소였다.
서걱-!
한 자루의 검이 키쿠앙의 미소 띤 얼굴을 반으로 갈랐다. 4인의 검은 로브는 깜짝 놀라 검의 주인을 바라봤다. 제론이 검을 회수해서 그들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흩어져!”
“커헉!”
지시를 따르기도 전에 1명이 당했다. 허리가 깨끗하게 절단되며 내장이 후드득 떨어졌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재생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동료를 걱정할 틈이 없었다. 제론의 검이 또다시 그들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야지.”
제론은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남은 3명 중에서 가장 당황이 크게 드러난 녀석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척추를 가르고 사지를 절단했다. 놈들이 재생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마수인처럼 빠르게 재생하지는 못했다.
순식간에 2명이 당하자 남은 2인의 검은 로브는 강제로 침착성을 되찾았다. 아니, 되찾으려고 했다. 그들은 제론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쭉 말이다.
그 결과가 곧 나타났다.
도륙이었다.
검은 로브 4인은 사이좋게 전신이 분리된 채 누웠다.
“…….”
제론은 그들을 내려다봤다. 심장을 찔렀다. 여전히 꿈틀거리며 재생했다. 뇌까지 파괴시키자 놈들의 생기가 사라졌다. 재생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목숨을 끊은 것이다.
뱀의 굴을 파괴하고 검은 로브 4인과 전투를 하며 난 큰 소리에 야만족들이 몰려왔다. 키쿠앙의 시체를 발견한 그들이 뭐라 뭐라 외치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제론의 털끝 하나 스치지 못했다. 10미터 안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몽땅 차가운 시체로 변했다.
“후우.”
제론은 뺨에 튄 핏방울을 손으로 훔쳐내며 하늘을 올려봤다.
작은 한숨과 함께 허연 김이 뿜어져 나왔다.
* * *
남쪽 성문을 막기 위해 간 야만족들은 슈롬벨 백작과 ‘용감한 사나이들’, 그리고 제1성검과 성기사단에게 무자비한 학살을 당했다.
성기사라고 하면 살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편견에 불과했다. 성기사는 신의 뜻을 받들어 세상에 무력을 행하는 존재였다. 되도록 살인을 하지 않는 거지 무조건 살인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사이 야만족 토벌대가 성벽까지 접근해 포위했고 도망치는 야만족을 모조리 죽였다.
본진이 이런 상황이 됐는데 다른 곳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이미 토벌을 마친 병력이 도시나 마을을 점거했다. 혹시나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런 이들이 있을 경우 보호하며 안전한 장소로 인도했다. 물론 생존자가 많지는 않았다. 식량이 부족해진 야만족에게 잡아먹히거나 운이 좋아 잘 숨어 있었어도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리거나 영양실조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이제 남은 곳은 야만족의 본진밖에 없었다.
슈롬벨 백작은 쟌느와 함께 야만족 오러 마스터를 상대했다.
야만족 오러 마스터는 강했지만 슈롬벨 백작보다 하수였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오러 마스터인 쟌느까지 합공을 하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기껏 몇 분의 시간을 더 끄는 것이 한계였다.
“모두 죽여라! 한 놈도 남기지 마!”
야만족 오러 마스터는 슈롬벨 백작의 검에 운명을 다했다.
또 1명의 오러 마스터가 있었지만 제1성검과 에르딘의 합공에 무너졌다.
익스퍼트 급의 야만족 전사가 많이 남았지만 야만족 오러 마스터-대전사-의 죽음에 전의를 상실해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하나둘씩 쓰러졌다.
“토벌대가 성벽을 완전히 포위했습니다!”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으라고 전하라!”
성벽을 포위한 토벌대가 성문을 부수고 밀려 들어왔다.
도시를 탈출한 야만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야만족 토벌에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그 뒤로 로이난 자작의 성까지 빠른 속도로 진격한 그들은 제론의 검에 숨이 끊어진 야만족의 시체를 발견했다.
“공간이동장치는 어떻게 되었는가?”
“…….”
제론은 고갯짓으로 뱀의 굴을 가리켰다.
대륙의 양식과는 다른 건축물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파괴……했군.”
저 흔적을 단순하게 파괴했다고 표현하자니 부족했지만, 슈롬벨 백작은 굳이 다른 표현으로 어렵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놈들이 나타났었어요.”
“놈들?”
슈롬벨 백작은 제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표정을 굳혔다. 곧 산산조각이 난 검은 로브 4인의 시체를 발견하고 다가가 확인했다.
“……이상하군.”
“그렇죠? 실전경험이 전무한데 오러 마스터의 힘을 갖고 있었어요. 으음. 마치 힘을 주입받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반쪽짜리 같았어요.”
“놈들이 오러 마스터를 양산할 수 있다는 뜻이군.”
“주물鑄物(쇠붙이를 녹여 거푸집에 부은 뒤 굳혀서 만든 물건)처럼 찍어내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스스로 이뤄낸 힘이 아니라면 신체가 그 힘을 버티지 못할 테니까요. 하지만 100명 중 1명, 혹은 10명 중 1명꼴로는 만들어지겠죠.”
“흐음. 얼마나 강했나?”
“가진 오러의 양은 에르딘이나 쟌느보다 많아요. 하지만 싸운다면 두 사람이 무조건 이겨요. 힘을 다루는 솜씨가 아주 형편없었어요.”
“다른 오러 마스터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겠군. 하지만 평범한 병사나 오러 익스퍼트 급의 기사들에게는 큰 위협이겠어.”
“네. 트롤만큼은 아니지만 뛰어난 재생력도 갖고 있어요. 심장을 찔러도 재생하더군요.”
슈롬벨 백작은 검은 로브-만들어진 오러 마스터의 가장 큰 위험이 재생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심장을 찌르고 싸움이 끝났다고 방심하다가 죽는 녀석도 나타날 것이다.
“그게 제일 큰 문제겠군. 알려줘서 고맙네. 서신을 보내서 알려야겠어.”
“그리고, 한 가지 더.”
“음? 말하게.”
“이런 녀석들을 만드는 곳이 있을 거예요. 저는 예전에 그런 곳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그곳이 어디인가?”
“침묵의 안개 숲.”
“……!”
“대륙에서 금지禁地로 지정된 곳이었죠. 그곳에서 놈들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었어요. 아마도 대륙 곳곳에 존재하는 금지가 놈들의 아지트이거나 실험실일 거라고 생각해요.”
“허. 등불 밑이 어두웠던 꼴이군.”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아시겠죠?”
“믿을 수 있다는 거겠지.”
슈롬벨 백작이 씨익 웃었다.
사나운 기세를 흘렸던 전사가 능글맞은 귀족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제론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대륙에서는 퓨리온 공작이라는 능력 있는 조력자를 사귀었다. 북대륙에도 능력 있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지금은 전 연합군 군단장이지만 야만족 토벌이 끝나면 다시 직위가 복귀될 것이다.
‘아인호르타하.’
놈의 목을 딸 시간이 점점 가까워져 간다.
* * *
대륙에서 ‘야만의 땅’이라고 부르는 저주받은 땅의 중심에는 입구가 존재하지 않은 보라색 타워가 높게 솟아나 있었다.
아인호르타하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타워 밖으로 나온 그의 모습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모든 것을 이루었다.”
아인호르타하의 눈빛이 황금색으로 반짝거렸다.
보라색 타워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