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3)
제23화
23화
머엉-!
제론은 멍하니 마차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푸르른 하늘을 바라봤다.
오른 왕국의 수도로 향하는 여정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너무 평화로워서 지루하고 심심했다.
“하아아암.”
제론이 하품을 참지 않고 토해냈다. 이내 볼을 긁적이며 생각했다.
‘평화롭지 않으면 이상하려나?’
페리안 남작가의 3남매가 탄 마차들을 호위하는 병사들만 3백 명이다.
모두가 주기적인 몬스터 토벌에서 승리를 거두고 살아남은 정예 중의 정예였다. 소규모 무리로 움직이는 몬스터나 들짐승조차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기세가 날이 잘 선 칼처럼 예리했다.
하물며 도적 떼는 어떻겠는가?
마차들 지붕 위로 귀족 가문의 깃발까지 흩날리고 있으니, 감히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가오지도 않을 것이다.
‘아, 뭐 할 거 없나?’
너무 평화로워서 심심했다.
형과 누나의 무공을 봐주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도 한계가 왔다. 마을이나 도시에서 머무를 때는 봐줄 수 있지만 야숙을 하면 병사들의 시선이 있어서 누나가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앉아만 있을 때는 좀이 쑤셔서 뜀박질이라고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누나가 왜 어렸을 때 우다다- 뛰어다녔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흠.’
한참 동안 짱구를 굴리던 제론이 창문 밖으로 보이는 병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내 무심코 생각했다.
‘나중에 군진이나 진법 같은 것도 훈련시키면 좋겠네.’
남작 저택에서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병사들은 십여 명이 한계다.
주기적으로 임무를 교대한다고 하지만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몬스터 토벌이나 전쟁을 빼면 없다고 봐야 한다.
멀리서 지켜보면 얼마나 훈련이 잘 됐는지 대충은 가늠되지만 어느 수준의 실력을 갖췄는지 알아보는 건 무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3백 명의 병사들을 한자리에 모아보니 알겠다.
제법 수준이 높다.
‘이 정도면 왕국 내에서도 어느 정도 수준이려나?’
제론은 아직 호기심이 넘칠 9살(?)이었다.
호기심을 바로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기에 마차 바로 옆에서 걷고 있는 백부장-1백 명의 병사를 이끄는 대장-을 불렀다.
“저기요. 형?”
“……?”
백부장은 제론의 부름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 자신을 형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깨닫자 당황하더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형이라고 불린 탓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겉모습은 40대로 보이니 당연하리라.
“하하하! 막내 도련님,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페리안 남작령의 병사들 수준이면 왕국에서 몇 번째로 센 거예요?”
“으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로군요.”
백부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페리안 남작령은 변방-국가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에 위치해 있어서 국가적 규모의 큰 전쟁이 아니면 타 영지의 병사들과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2년 전 베론드 남작령과의 영지전에서도 페리안 남작의 맹활약으로 전투라고 지칭할 만한 건더기가 없이 압승을 거뒀으니, 병사들이 한 것이라고는 위협용으로 창이나 검을 겨눈 게 전부였다. 그러자 베론드 남작령의 병사들은 지레 겁을 먹고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웠다.
비교할 상대가 있어야 비교하지 않겠는가?
잠깐 곰곰이 생각하던 백부장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한 손에 꼽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와!”
“흠흠. 제가 말하긴 했지만 참 부끄럽군요.”
“킥킥!”
“누구야? 누가 웃었어!”
백부장은 주변에서 소리를 죽이며 웃는 병사들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병사들이 바로 키득거리며 웃던 것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백부장은 ‘나중에 두고 보자.’라고 눈짓으로 으름장을 놓고 말했다.
“해가 저물기 전에 도시에 도착해야 하니까 속도를 조금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백부장이 말을 마치고 손짓으로 신호하자 마차가 속도를 올렸다.
병사들은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려 행군했고, 페리안 남작령을 떠난 지 정확하게 19일이 지난 뒤 오른 왕국의 수도에 도착했다.
왕국 수도에는 귀족 가문의 사병이 들어가지 못하기에 성문 앞에서 헤어져야 했다.
“고맙소. 또한 모두 다 고생이 많았소. 훗날 이 노고를 잊지 않고 반드시 치하하겠소.”
형이 3남매를 대표해서 백부장들과 병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3남매가 아카데미로 가는 게 아니었다면 그들이 이렇게 먼 곳까지 영지를 오가는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씀만으로도 기쁩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백부장들이 꾸벅 인사를 하고 병사들을 이끌어 페리안 남작령으로 돌아갔다.
* * *
머엉-!
제론은 성문을 통과하자 바로 아카데미 마차에 몸을 싣고 천장을 바라봤다.
창문이 닫혀 있어서 수도가 어떤 곳인지 구경도 못 했다.
‘아니! 얼마나 신기하고 진귀한 구경거리가 많길래 그러는 거야?’
마차에 바로 올라타서 아카데미로 향하는 이유가 황당했다.
3남매를 마차로 태운 아카데미 관계자가 말하길, 아카데미 입학생이 처음 수도를 방문하면 수도의 신기하고 진귀한 구경거리에 미혹되어 입학식에 늦는 경우가 많단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카데미 직행 마차를 성문에 대기시킨다는데, 제론이 보기에는 단순한 패악질이나 다름없었다.
‘인권의 자유가 없어! 인권의 자유가!’
제론은 내심 투덜거렸다. 하지만 알고 있다. 노예가 존재하는 세상인데 인권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을 리가 없다. 무림의 경험도 없이 바로 이 세상에서 환생했다면 인권운동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형이랑 누나는…….’
형과 누나는 익숙한지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었다.
쿵.
“아코. 머리야.”
누나는 졸고 있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고개가 옆으로 훅 떨어지더니 머리를 벽에 박고 고통을 호소했다. 제론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동안 쩝쩝 입맛을 다시더니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잘 자는구먼.”
고개를 절레 내저은 제론이 형처럼 명상에 잠겼다.
대단한 것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천장만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그냥 눈을 감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마차의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제론이 실눈을 떴다.
‘길이 바뀌었나?’
잘 깔린 포장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마차를 타고 수도로 오면서 바퀴가 작은 자갈 하나만 밟아도 엉덩이가 0.1m에서 0.5m까지 떠오르곤 했는데, 지금은 마차가 달리며 흔들리는 작은 진동밖에 안 느껴진다.
‘킁킁. 공기가 다르긴 하네. 이게 수도물이라는 건가?’
마차의 환기구로 들어오는 냄새가 똥이나 오줌이 아니라 산뜻한 허브 향이었다.
은은하게 코끝을 머무르며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혀 준다.
창문을 열어서 밖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차의 창문은 못질이라도 된 것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힘을 준다면 못 열 정도는 아니었지만 괜한 사고를 치면 페리안 남작가에 누가 된다.
‘흐음. 아마 마법의 일종이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30분을 이동하자 천천히 마차의 속력이 줄어들었다.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다. 주변에서 기척도 많이 늘어났다.
어른의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기척이!
“이제 내리시면 됩니다.”
마차가 완전히 멈춰 서자 밖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이 자연스럽게 눈을 뜨며 내렸고, 그다음으로 누나가 내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귀족 가문에서 형이 장자이고, 누나가 장녀라서 순서대로 내린 것이었다.
마지막 순서는 자연스럽게 제론이 되었다.
‘오우. 제법인데.’
제론은 마차에서 내리며 왕국 아카데미를 대충 훑어봤다.
멀리서 봐도 휘황찬란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성과 궁전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건물 높이도 전부 고층-그래 봐야 최대 15층 정도 높이였지만-이었고, 부지도 아파트 단지 10개를 합친 것처럼 넓었다.
내부는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할지 기대가 되었다.
한편 마차 앞에 있던 노인이 두루마리를 꺼내서 펼치며 물었다.
“가르시안 페리안 졸업부생 맞으십니까?”
“그렇다.”
형이 자연스럽게 하대하자 제론은 노인의 정체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 소속된 하인이나 노예이리라. 노인의 목덜미를 확인하니 노예를 증명하는 낙인은 찍혀 있지 않았다.
‘그럼 하인이겠네.’
하인과 노예를 구분하는 간단한 논리였다.
늙은 하인이 형에 이어 누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럼 헤이샤르 페리안 5부생이시겠고. 다음 분께서는……?
늙은 하인이 제론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가 전해 듣기로 페리안 남작가의 3남매 중 막내는 9살이라고 했다. 그런데 적게 잡아도 12살이나 13살은 되어 보이는 소년이 서 있었다.
함께 마차를 타고 온 손님이라고 생각하며 마차 안을 쳐다봤지만 텅 비었다.
“제로니아 페리안 입학생은 오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제로니아 페리안 맞는데요?”
“예?”
“네?”
늙은 하인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제론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성문을 통과하면서도 경비병이 똑같은 반응을 했다.
잘못하면 성문을 통과하지 못할 뻔했다.
“후후.”
“킥킥킥!”
형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고 누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제론은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말했다.
“제가 아카데미 입학생 제로니아 페리안 맞아요. 여기 명패-신분증-도 있어요.”
“그, 그렇습니까?”
늙은 하인이 여전히 갸우뚱하며 제론에게서 명패를 받아 확인했다. 전달받은 페리안 남작가 자제들의 신분 명세서가 그대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현대처럼 증명사진이 박혀 있는 게 아니라서 제론의 얼굴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형이 말했다.
“페리안 남작가는 어릴 때부터 비이상적으로 성장이 빠르다.”
“죄, 죄송합니다! 대리입학을 의심한 것이 아니라……!”
늙은 하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재빨리 넙죽 엎드려 땅바닥에 고개를 조아렸다.
대리입학에 대해서는 ‘ㄷ’도 꺼내지 않았는데 이실직고했다.
“무슨 일이야?”
“늙은 하인이 실수라도 한 모양인데?”
주변 이목이 집중되자 형은 늙은 하인을 일으켰다.
“안다. 누구라도 내 동생이 9살이라고 하면 믿지 못하니까. 나 역시 가끔 내 동생이 9살이 맞는지 가끔 헷갈릴 때가 많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니 일어나거라.”
“푸하하하하-!”
더불어 누나가 배꼽을 잡다 못해 숨이 넘어갈 것처럼 눈물을 글썽였다.
“감사합니다!”
늙은 하인은 감동한 표정으로 크게 절을 하고 일어섰다.
‘크! 우리 형 멋있구먼.’
제론이 흐뭇하게 형을 쳐다봤다.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인지 카리스마가 쩔었다!
쌍 따봉까지 해줬지만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머쓱해진 마음에 코밑을 훔치며 늙은 하인의 안내를 받아 아카데미로 들어갔다.
“쟤가 9살이라고?”
“5부생이나 6부생 선배가 아니라?”
“제로니아 페리안이라고 했지?”
페리안 남작가 3남매가 사라진 뒤 새로운 입학생들이 수군거렸다.
기존의 재학생들은 제론의 등을 빤히 쳐다보며 눈빛을 빛냈다.
어쩌다 보니 시작부터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제론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