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30)
제 230화
230화
“유한 경과 함께 주변을 정리할까요?”
가른의 목소리와 함께 쥬페토는 씁쓸한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막내의 안위가 걱정되지만 몬스터의 대이동이 먼저였다. 영주로서 책임을 잊으면 안 된다.
마음속으로 짧게 명복을 빌고 하인에게 집사장을 불러오라고 말했다.
집사장은 총관을 겸직하고 있었다.
정말로 중요한 몇 가지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그가 총괄했다. 작위가 없는 평민이었지만 쥬페토를 곁에서 보좌한 시간만 20년째였다. 그래서 페리안 자작령 내에서 총관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웬만한 준귀족이나 남작들도 총관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쓸 정도였다.
잠시 후 집사장이 도착했다.
“부르셨습니까.”
“영지의 현황이 어떠한가?”
집사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했다.
“…….”
영지의 현황을 들은 쥬페토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몬스터의 대이동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부족 단위의 무리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며 페리안 자작령의 도시와 마을에 피해를 입혔다. 아직 그 피해가 적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고, 그다음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비해야 한다.
‘하지만 가른을 보내서는 안 된다.’
녀석은 소영주였다.
물론 대단한 무공을 갖고 있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함부로 앞에 나서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혹여나 자신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생긴다면 영지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맡아야 한다. 또한 후계자로서 아직 나설 때가 아니다.
“유한 경.”
“말씀하십시오. 주군.”
“기사 4명과 병사 1,500명, 그리고 마법사 2명을 이끌고 가서…….”
쥬페토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허겁지겁 달려오는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기척의 주인은 영주성 성문을 지키는 병사였다. 성문부터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는지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수련장 입구에서 멈춰선 병사가 쥬페토를 향해 경례했다.
“무슨 일인가?”
“그것이…… 헥헥!”
“우선 숨부터 고르거라.”
쥬페토는 병사가 숨을 고르길 기다렸다.
그리고.
약 5분 뒤 병사의 보고를 들은 쥬페토가 다급하게 영주성 성문으로 뛰어갔다.
이에 질세라 가른과 유한도 뒤따라 달렸다.
* * *
제론은 영주성이 있는 도시 성문에서 잠시 붙잡혔다.
당연하지만 검문 때문이었다.
신분증을 꺼내 병사들에게 보여준 순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제론 도련님! 돌아오셨군요!”
“제론 도련님이 돌아오셨다! 영주성으로 소식을…… 아니! 내가 직접 갈 테니 너희는 도련님을 모셔라!”
성문의 검문은 베테랑 병사와 신입 병사가 짝을 지어서 한다. 하지만 제론이 페리안 자작령을 떠난 몇 년 동안 많은 병사들이 들어왔고, 그사이 제론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병사가 선임으로 있었다.
신입 병사가 신분증을 검사하자 제론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선임 병사에게 말하자 그가 꼬리에 불이 붙은 고양이처럼 경비초소로 들어갔고, 경비대장이 나와서 제론을 반겼다.
경비대장은 과거 제론이 아카데미 입학식을 참석하러 갈 때 마차를 호위했던 백부장 알프레드였다.
백부장-알프레드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제론과 일행을 안내했다.
“몇 년 동안 영지를 비우셔서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잘 지내셨지요? 어디 다치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잘 지냈어요. 다친 곳도 없어요. 형은 잘 지내셨어요? 경비대장을 하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저야 잘 지냈지요. 작년에는 결혼까지 해서 벌써 애가 3명입니다.”
“……?”
결혼을 작년에 했는데 아이가 3명이라는 말에 잠시 뇌정지가 온 제론이었다.
“혼전임신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내한테는 참 미안했지요.”
알프레드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넉살 좋게 말했다.
“그런데 이분들은…….”
“제 동료들이에요. 신분은 제가 보증할게요. 아, 그리고 에르딘은 아시죠?”
“예, 예. 물론이죠. 에르딘 도련님께서는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셔서 잠깐 알아보지 못했지만요.”
알프레드의 마지막 말은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에르딘이 그것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많이 달라졌다는 말에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제가 그렇게 많이 달라졌어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로건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일행 중에서 에르딘의 어렸을 적 모습을 본 사람은 제론이 유일했다. 하지만 제론조차 에르딘이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는 큰 관심이 없었다.
“집 나가서 고생을 좀 했더니 팍 늙더라고요.”
“저런……! 그래도 저보다는 낫지요. 전 아직도 사람들이 40대로 보고 있습니다.”
“…….”
제론은 알프레드에게 묻고 싶은 것이 생겼지만 꾹 참았다.
‘십몇 년 전에도 40대로 보였는데 도대체 몇 살인 거야?’
제론은 알지 못하지만 알프레드의 현재 나이는 36살이었다. 제론이 9살이었던 당시로 계산하면 22살이었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40대의 엄청난 노안을 유지하고 있던 셈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굉장히 능력이 뛰어난 병사였다. 국가적 규모의 전쟁으로 빠른 진급을 하지 않는 이상 22살에 백부장이 된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하하! 영주님께서 많이 기뻐하실 모습이 보이는군요. 제론 도련님께서 돌아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셨답니다.”
“아빠가요?”
“네. ……혹시 무슨 일 있었습니까?”
“으음.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빠라면 왠지 돌아오면 엄마한테 등짝을 맞을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멀리 돌아서 오라고 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화가 별로 안 나셨나?’
편지로는 위험했던 상황이나 등짝을 맞을 만한 일들은 전부 생략해서 보냈다.
그냥 이러저러했지만 잘 지내고 있다는 식으로 썼다.
중앙대륙도 아니고 북대륙의 일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마도 대충이나마 아실 것이다. 그런데 왜 자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여쭙는데…….”
알프레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제론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질문하라고 말했다.
“일행 중에 계신 여인 분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그건 왜요?”
쟌느의 귀가 쫑긋거렸다.
“제론 님의 혼담이 오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핵폭탄이 떨어졌다.
* * *
“……그래요?”
섬섬옥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긴 손가락이 찻잔을 들었다.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이만 가보세요.”
“예, 자작 부인.”
아이리는 뒷걸음으로 나가는 하녀의 등을 바라보며 고운 이마를 찡그렸다. 하녀가 무례나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었다. 조금 전 도시 성문을 통과한 막내아들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휴우.”
아이리가 길게 한숨을 흘려보냈다. 어느새 40대가 된 그녀였지만 겉모습은 아직도 20대 중반처럼 보였다. 제론이 전수해준 옥녀궁의 선술에 포함된 주안술 덕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귀족 가문의 부인들과 여식들조차 부러워하는 그녀에게도 작은, 정말로 작은 걱정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막내아들인 제론이었다.
‘어렸을 때처럼 혼낼 수도 없는 나이야.’
부모의 눈에는 자식이 20살이든 40살이든 60살이든 다 작고 어리게 느껴진다지만, 현실적으로 제론은 하나의 가정을 꾸리고 있어야 할 장성한 사내였다.
사내가 된 아들을 어렸을 때처럼 혼내면 안 된다. 부모 된 자로서 걱정과 근심, 화가 나지 않는다면 이상하지만 그게 맞는 것이다.
아이리의 마지막 작은 걱정을 해결해줄 방법이 있었다.
바로 혼인이었다.
소영주인 가른은 내년에 결혼이 약속되었다.
정략결혼은 아니었다.
그건 아이리가 싫었다. 그녀는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 귀족 가문의 여식들과 가른의 만남을 주선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가른과 귀족 가문의 여식이 첫눈에 반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순식간에 날짜까지 잡았다.
아주 흐뭇하고 뿌듯했던 경험이었다.
남은 사람은 제론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역마살이라도 꼈는지 헤샤의 결혼식을 마치고 서대륙과 북대륙을 떠돌아다녔다.
‘적어도 손주는 안겨줘야 하지 않니?’
원래 막내가 가장 걱정이 되는 법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혼처를 알아봤다.
“……다행스럽게도 왕실에서 제론을 좋게 봐주는 모양이구나.”
왕실의 낙인이 찍힌 편지가 며칠 전에 도착했다.
참 시기가 적절했다.
때마침 제론이 돌아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아이리는 음모를 꾸미는 악당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 * *
“욘석아!”
쥬페토가 번개처럼 달려가 제론을 껴안았다.
“아빠!”
제론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를 안아줬다. 바로 뒤에서 달려오는 형과 유한도 보였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다들 열심히 수련을 했는지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하하! 이 아빠가 누구니? 페리안 자작령을 다스리는 영주란다!”
아무튼 잘 지냈다는 말이었다.
“형은 잘 지냈지?”
형도 과묵한 표정이 아닌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유한이 주먹을 쥐고 왼쪽 가슴 위로 가져갔다. 다들 잘 지낸 모양이다.
“자작님을 뵙습니다.”
알프레드와 일행들이 각자 예를 갖춰 인사했다.
쥬페토의 시선이 알프레드와 일행들에게 차례대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쟌느에게 향했을 때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론과 쟌느 사이에서 흐르는 공기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막내야.”
“네.”
“혹시…… 그런 관계니?”
“…….”
제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슈롬벨 백작 부인의 말처럼 ‘아직’은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쟌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도는 안다.
“맞구나.”
쥬페토는 제론의 침묵을 긍정으로 생각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냉정한 시선으로 쟌느를 바라봤다.
쟌느의 몸가짐이 바르게 변했다.
‘시아버지께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야지.’
조금 전에 제론의 혼담이 오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 했다.
“아버님. 자이나르 슈롬벨이라고 합니다. 짧게 쟌느라고 부르시면 된답니다.”
“제론 님, 쟌느 님의 말투가…… 컥!”
제론은 에르딘이 눈치 없이 끼어들려고 하길래 옆구리를 후려쳤다. 쥬페토와 쟌느가 녀석의 비명을 듣지 못하게 기막을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이나르 슈롬벨?”
“…….”
쥬페토가 고개를 갸웃했다.
슈롬벨이라는 성을 어디서 들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곧 한 명이 떠올랐다.
“……설마 북대륙의 맹장 타이론 슈롬벨 백작의 여식이오?”
“예, 그렇사옵니다.”
“허!”
쥬페토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정체를 알기 전이었다면 편하게 대했겠지만 안 이후에는 많은 고민이 들었다.
덩달아 쟌느도 긴장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아버님.”
“으음. 그렇게 하겠소. 그런데 어쩌다가 제론과 만나게 되었는지…….”
“아빠! 우선 엄마한테 가볼게요.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제론은 얼른 대화의 흐름을 끊었다.
‘도둑질을 하다가 들켜서 도망치던 도중에 나한테 걸렸다고 설명할 수는 없잖아.’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