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33)
제 233화
233화
카야가 왕실 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영주성 성문으로 나와 마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쥬페토와 아이리, 그리고 두 남매가 정중하게 왕실의 예법으로 그녀를 환대했다.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카야는 도도한 표정과 몸짓으로 쥬페토의 안내를 받았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변한 것은 영주 저택으로 들어간 순간부터였다.
“쥬페토 아저씨, 그간 잘 지내셨어요?”
“하하! 잘 지냈습니다. 1왕녀님.”
“못 뵌 사이에 더 젊어지신 거 같아요.”
“1왕녀님께서는 더욱 아름다워지셨고요?”
“그럼요!”
쥬페토와 카야가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아이리와 가른은 이런 상황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알지 못했던 제론은 살짝 당황했던 속마음을 감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빠나 카야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타이밍이 아니었다.
영주 저택으로 들어가자 왕실 기사 2명은 하녀의 안내로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러 갔다.
카야는 페리안 자작 일가와 함께 티타임을 갖기로 했다.
“잘 지냈어요? 선배.”
“그렇습니다. 1왕녀께서는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말을 편하게 하시면 안 될까요? 편지의 말투와 괴리감이 느껴지는데 말이죠.”
“1왕녀의 명령이시라면.”
제론이 담담하게 말하자 카야가 볼을 씰룩였다.
쥬페토가 그런 제론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막내야, 눈치 챙겨.’
그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제론은 몸을 움찔 떨곤 눈동자만 굴려 쥬페토와 카야를 차례대로 바라봤다. 아빠와 시선이 마주친 다음 카야를 바라보자 그녀의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건 아니니까.’
그랬다.
제론은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한다면 카야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1왕녀라며 딱딱한 호칭으로 부르지 않고 벽을 허물어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길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동생 같은 느낌.’
객관적으로 봤을 땐 카야가 엄청 예쁘고 몸매도 ‘크으-! 주모!’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죽여(?)준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주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의 감상은 ‘음. 그렇네.’였다. 마치 사람과 똑같은 크기의 말하는 피규어를 보는 느낌에 가까웠다.
“흠흠. 저번에 수도로 간 적 있었는데 들었어?”
“……네. 들었어요.”
“들었구나.”
“…….”
“…….”
제론과 카야의 사이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제론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카야의 시선이 이상했다.
그런 어색한 공기를 참기 힘들었는지 쥬페토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흠흠. 곧 식사 준비가 끝날 겁니다. 자리를 옮기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죠.”
카야가 제론에게서 시선을 떼며 대답했다.
그렇게 장소를 옮기자 어색한 공기가 한결 부드럽게 풀렸다.
페리안 자작 가문에서는 잘 먹지 않는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식탁 위로 오르기 시작하며 더욱 분위기가 좋아졌다.
“1왕녀님 오셨다고 힘 좀 쓰셨네요?”
“어허!”
헤샤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쥬페토가 말하지 말라는 듯 꾸짖었다.
물론 진심으로 꾸짖는 것은 아니었다.
페리안 자작 일가는 다른 귀족 가문보다 가족 간의 유대가 끈끈하고 허물없이 친근하게 지내는 편이었다. 아이리의 역할도 컸지만 쥬페토의 성격이 워낙 좋은 탓이었다.
“귀족이라고 호화하게 입고 먹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우리 영지에서는 굶어 배고파 죽는 사람이 없다지만 다른 영지만 가도…….”
쥬페토가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확실히 그의 성격은 좋긴 했다. 가끔씩 심하게 진지한 것만 빼면 말이다. 헤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또 잔소리야?’라는 인상을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만 하세요. 1왕녀께서 계시는데 부끄러운 모습 보여줄 거예요?”
“흠흠.”
엄마가 나서자 아빠는 빠르게 진압됐다. 그 이후에는 식사가 시작되었다.
가벼운 포도주로 입맛을 돋우고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제론의 일행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제론과 카야가 주인공인 자리였기 때문이다.
제론의 일행들은 다른 곳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며 혼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그런데 선배. 저와 선배의 혼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음? 딱히 아무런 생각은 없는데.”
“…….”
카야의 표정이 굳어지며 또다시 어색한 공기가 잠깐 흘렀다는 것을 제외하면 식사시간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식사가 끝나자 본격적인 음주 타임으로 이어졌다.
제론의 일행들도 그 자리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일행들이 한 명씩 들어왔다.
“1왕녀님을 뵙습니다.”
“너무 격식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
에르딘이 들어와 왕실의 예를 올리자 카야가 난처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에르딘이 제이워크 가문임을 알기에 어쩔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제이워크 가문은 왕실에 소속된 정통 있는 집사 가문이었다. 비록 에르딘이 제론의 밑으로 들어갔다고 하지만 집안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다음은 로건.
“태양의 교단의 사제 로건이라고 합니다. 1왕녀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이야스 오른 압실론입니다. 태양의 교단 사제님을 뵙게 되어 기쁘군요.”
그다음은 메이엔.
“마법사 메이엔입니다.”
“혹시 ‘운명을 보는 소녀’라고 불리셨던 메이엔 선배님이신가요?”
“…….”
메이엔은 갑자기 꺼내진 흑역사에 얼굴을 붉혔다.
카야가 실수를 깨달았지만 수습은 불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쟌느.
“……?”
“……?”
“……?”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쟌느의 모습을 발견한 페리안 자작 일가-쟌느를 꾸며준 헤샤는 제외하고-는 잠깐이지만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쟌느임을 깨달았고 머리 위로 느낌표 여러 개를 띄웠다.
“자이나르 슈롬벨이에요. 1왕녀님을 뵈어요.”
“카이야스 오른 압실론……이라고 해요.”
카야가 쟌느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쟌느는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변했다. 그 부분을 설명하기 앞서 쟌느의 키는 176cm로 웬만한 성인 남성과 비슷하거나 컸다.
물론 176cm보다 큰 남자들도 많았지만 머리는 작고 다리가 길어서 비율이 너무 좋았다. 키를 재보지 않았다면 176cm가 아니라 180cm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황금비율이었다. 쟌느의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흑갈색 중단발은 목을 감싸듯 끝이 부드럽게 말려져서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깊게 움푹 들어간 쇄골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볼은 홍조를 띤 듯 터치가 들어가서 무척이나 고혹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시선을 조금 더 아래로 내리면 보이는 언덕(?)은 제법 자신의 것도 대단하다고 자부하는 카야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났다. 무술로 단련이 된 군더더기 없는 허리 라인은 가히 조각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골반이 허리 라인과 함께 두드러지며 업up된 힙이 사과처럼 탐스럽게 보였다.
“……뭐야?”
“으응?”
“왜 쟌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왔어?”
제론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어서 여러 차례 비벼봤지만 진짜였다. 처음에는 쑥스러웠던 쟌느였지만 제론의 반응을 보고 점점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헤샤에게 고맙다며 눈으로 인사했다.
‘별말씀을.’
헤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썹을 까딱였다.
“언니가 도와주셨어.”
“맙소사.”
헤샤는 탄식을 토했다. 저런 말을 순순히 할 줄 몰랐다.
“언니? ……아, 누나?”
“으응. 내가 꾸미는 법을 잘 몰라서 도와달라고 부탁했거든.”
쟌느가 어색하게 웃으며 제론의 옆자리에 앉았다.
‘저 여자 뭐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야의 볼이 씰룩였다. 앉는 자리마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물론 가족을 제외하고 말하는 것이다. 제론의 옆에 앉았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말이다.
‘함께 대륙을 여행한 동료가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바로 옆에 찰떡처럼 달라붙어 앉았다는 건…….’
카야는 작게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냈다.
부끄러워하는 저 여자의 모습과 당혹스러우면서도 놀란 제론의 반응을 보면 아직 깊은 관계로 맺어지지는 않았다.
그건 확실했다. 하지만 자신을 봤을 때와 반응이 다르다는 점에서 1패를 했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후우.’
카야는 심호흡을 하고 제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는 제대로 보지 못한 제론의 변화가 느껴졌다. 쟌느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로 변한 외모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어렸을 때라서 젖살이 빠지지 않아 풋풋한 외모였다면 지금은 젖살이 빠져서 선이 굵어지고 남자답게 변했다. 페리안 자작과 자작 부인의 외양을 반반씩 섞은 느낌이니 미청년이라고 말하는 게 맞다. 가끔씩 소매나 옷깃 사이로 보이는 단단한 근육은 남성성을 부각시켰다. 저 시니컬한 표정이 부드럽게 풀리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때는 훈훈한 바람까지 분다.
‘……는 게 내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향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화가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1패를 한 시점에서 자신보다 쟌느가 제론과 이성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질투로 2패를 겪는 것이 아니라 철옹성(?)을 공략할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우선 얼굴로는 내가 조금 더 나아. 하지만 몸매로 그것을 커버해. 외모는 동점. 그렇다면 성격은 어떨까? 내 성격도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저 여자도 나쁠 것 같지 않아.’
카야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구르기 시작한다.
폭주하는 말이 끌고 가는 마차처럼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니야. 동점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이성적으로 느낀다는 점에서 이미 동점이 아니야.’
1패를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동점이 아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아카데미를 함께 다녔다는 추억뿐이다. 하지만 졸업을 하면서 의미가 사라졌다. 또한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제론에게 밝힌 적이 없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그때는 내가 어렸어.’
지금도 어리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는 안다.
오순도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그때 저 대화를 끊을 주제가 떠올랐다.
“……아 참, 제가 깜빡 잊고 있었는데 오빠가 선배한테 전하라는 말이 있었어요.”
“카론이? 나한테?”
“맞아요. 수도에 왔다 갔다는 말을 듣고 미안하다며 대신해서 전하라고 하셨어요.”
“하긴. 오라고 해서 갔더니 없었으니까. 미안할 만하지. 그래서 뭐라고 하던데?”
“다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오라고 하셨어요.”
“아하. 그랬구나.”
제론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카야가 쟌느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슬쩍 올린 채 뒷말을 이어 붙였다.
“저랑 같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