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35)
제 235화
235화
페리안 자작령에 피해를 끼치고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일 개체만 움직이는 경우는 중형 혹은 대형으로 분류되는 몬스터였다. 그런 놈들은 덩치가 커서 금방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오우거나 트롤 같은 놈들이 그랬다.
반대로 코볼트나 고블린 같은 소형 몬스터일 경우 태생적으로 약하게 태어나 무기를 든 성인 남성과 1대1로 싸워서 제압이 될 정도였다. 그래서 무리나 군집을 이루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다. 수소문을 하면 금방 몬스터의 위치를 확정 지을 수 있다.
제론은 도시를 벗어나 가까운 마을을 향해 이동했다.
자작성이 있는 도시와는 하루의 거리였다.
메이엔의 사역마는 군마보다도 2배 이상 빨랐고 지치지도 않아서 몇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부서진 목책을 수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목책을 수리하던 도구-도끼와 망치를 들며 제론과 일행을 경계했다.
“뉘시오? 강도라면 마을에 재물이 없으니 우리의 목숨을 취하고 돌아가시고, 여행자라면 다른 마을이나 도시를 찾아가시길 권유하겠소. 우리 마을은 몬스터의 공격으로 피해를 수습하기 바빠 외지인을 받아들일 상황이 안 되오.”
마을의 대표로 보이는 노인이 앞으로 나와 서슬 퍼런 기세로 말했다.
제론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노인의 기세가 단순히 궁지에 몰린 쥐새끼처럼 발악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겉모습이 저렇게까지 경계를 할 정도로 위험하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쥬페토-아빠한테 듣기로는 최근에 몬스터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고 했으니 신경이 곤두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경계가 심한데요?”
“아, 평소에는 안 저러는데 몬스터의 습격을 받으면 그래.”
페리안 자작령은 오래전부터 몬스터의 출몰이 잦았다.
지금은 주기적인 토벌로 그런 일이 많지 않았지만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노약자를 제외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는 자경단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을 대표인 노인 역시 자경단의 일원으로서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허리가 구부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백발과 얼굴의 주름이 보이는데 팔과 다리의 근육은 웬만한 병사들도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단단해 보였다.
“강도도 아니고 여행자도 아니니 경계를 푸셔도 됩니다.”
“그대들을 어찌 믿고?”
“흠. 혹시 글자를 읽으실 줄 아십니까?”
“읽을 줄 알긴 한데…….”
제론이 품속에서 신분증을 꺼내며 묻자 노인이 말끝을 흐린다. 곧 노인의 뒤에서 도끼와 망치를 들고 있던 사내들 중 3명이 앞으로 나와 제론한테서 신분증을 받아 돌아왔다.
“제로니아 페……리안?!”
노인이 화들짝 놀라더니 얼른 넙죽 몸을 낮췄다. 도끼와 망치를 들고 있던 사내들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뭣들하고 있나! 페리안이라는 성을 듣고도 모르는 거냐?!”
“페, 페리안이라면……!”
“헉!”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넙죽 엎드렸다. 페리안이라면 자작령을 다스리는 영주님의 성姓-Last name이었다. 말인즉슨 눈앞에 있는 잘생기고(?) 젊은 청년은 영주의 혈족-귀족인 셈이다.
귀족 앞에서 서슬 퍼렇게 으름장을 놓은 것만 해도 큰일인데 영주님의 아들한테 그런 짓을 했으니 병사들을 풀어서 잡아가 혼쭐을 낸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죄송합니다! 제 목숨으로 이 어리석은 것들의……?”
노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다가 점점 몸이 하늘로 떠오르는 부유감 속에 당황하며 팔과 다리를 허우적댔다.
농담이나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 몸이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어, 어어?! 사람이 공중에 떠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귀, 귀신이다!”
“초, 촌댱…… 아악!”
사내들 중 한 명은 오죽 당황했는지 혀까지 깨물었다.
“조용!”
쿵!
“……!”
“…….”
제론이 발을 세게 구르며 외쳐 사내들을 진정시킨 뒤 말했다.
“촌장님을 공중으로 떠오르게 만든 사람은 귀신이 아니라 접니다. 그리고, 선량한 영지민을 죽일 만큼 악독하거나 나쁜 사람도 아니고요.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아ㅃ…… 아니, 페리안 자작님께 저 엄청 혼나요.”
잘못을 했기 때문에 혼난다는 말이었다. 아빠라면 고의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아량으로 이런 상황을 넘어갈 테니까. 은근히 영지민에게는 한없이 약한 아빠였다.
“우선 땅으로 내려드릴 테니까 또 엎드리지는 말아주세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그거 은근히 부담스러워요. ……아무튼, 제가 이 마을에 온 건 다른 목적이 아니라 몬스터 때문에 피해를 본 도시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원인-몬스터-을 해결하려는 거예요.”
“……그게 정말입니까?”
땅으로 착지한 노인이 묻는다. 의심을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일에 제론이 직접 나서서 놀란 것이었다. 다른 영지만 가서 봐도 영주나 영주의 혈족이 직접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꼭 그들이 나서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사실 기사와 병사들만 보내서 몬스터를 퇴치해도 된다.
그러나 영지민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가 자신들을 정말로 신경 써주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원래도 쥬페토가 평소 영지민의 안정된 생활을 중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기사와 병사들만 보내는 것과 혈족이 직접 나선다는 것에서 다르게 체감되는 것이다.
“아이고. 영주님.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미천한 것들을 신경 써주셔서……!”
노인이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자 그에 감화된 사내들도 함께 펑펑 울었다.
제론은 뒷목을 주무르며 노인과 사내들을 진정시키고 질문했다.
“마을을 공격한 몬스터의 종류와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몬스터는 코볼트였고, 대략 30마리의 무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능수능란하게 맞서 싸우자 당황했는지 금방 물러나긴 했지만 목책이 많이 부서지고 몇 명이 다쳤습니다. 다행인 건 다친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지요.”
경계를 푼 노인은 제론의 질문에 자세하게 대답했다. 코볼트 외에도 몇 차례 몬스터의 공격이 있었으며 고블린이나 놀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블린과 코볼트, 그리고 놀?’
전부 흔하게 마주치는 몬스터다. 하지만 페리안 자작성의 도시와 가까운 마을이어서 코볼트나 놀처럼 산이나 숲에서 자주 발견되는 몬스터가 잘 공격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고블린이야 산이든 숲이든 들판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군락을 만들지만 말이다.
“주변에 산도 없고 그래서 그런 놈들이 나타날 줄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노인은 꽤나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했다.
불필요한 설명까지 덧붙이려는 순간 말을 잘라냈다.
“혹시 놈들이 나타난 방향을 아십니까?”
“으음. 아마 저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인이 가리킨 방향은 남쪽이었다.
페리안 영지는 오른 왕국의 남서쪽에 위치한 변방이었다.
남쪽이든 서쪽이든 바로 국경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남쪽?”
제론은 턱을 쓰다듬었다. 서대륙에 이어 북대륙, 그리고 이번에는 남대륙의 차례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아 참!”
노인이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지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려쳤다.
“이건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말씀하세요.”
“마을을 공격한 놈들 전부 굶주려 있던 것 같았습니다.”
“굶주려 있었다고요?”
“예.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이 늙은이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칼밥을 좀 먹고 살아서 몬스터를 자주 퇴치하고 그랬는데, 마치 굶주린 녀석들처럼 행동했습니다. 피골도 살짝 상접한 몰골이었고요.”
“고마워요. 아주 좋은 정보였어요.”
“별말씀을요.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합니다.”
“목책 수리할 때 보태 쓰세요.”
제론은 노인에게 금화 몇 개를 쥐여줬다. 대충 손에 잡히는 데로 쥐여준 거라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얼핏 10골드는 되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영주님 만세!”
“영주님 만세!”
“페리안 자작 가문에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역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현물인 모양이었다. 노인과 사내들의 복명복창을 뒤로 한 채 제론과 일행들은 마을을 떠났다. 몬스터가 다시 마을을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미 혼쭐나서 도망친 녀석들이다. 또 마을을 공격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게다가 굶주렸다면 가까운 숲이나 산, 들판으로 가서 사냥을 하거나 낙오하는 동족을 잡아먹을 테지.’
마을을 공격하더라도 그 이후에 할 것이다.
그 전에 제론은 코볼트를 모조리 퇴치할 생각이었다.
“코볼트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던 것 같은데요?”
“100프로 확신은 못 하지만…… 아마 그럴 거야. 최근에 갑자기 몬스터가 잦은 출몰을 한다면 그 이유밖에 없지. 한겨울이라면 과도한 번식이나 식량으로 인해 대이동을 하지만 고블린은 부족이나 부락을 이루기 때문에 함부로 마을을 습격하지 않아.”
“무엇보다 주변에 산이나 숲도 없죠.”
제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산이나 숲이 있었다면 거기서 내려온 녀석들이라고 의심해볼 만하지만 저 마을 주변에는 들판밖에 없다. 게다가 남쪽을 가리킨 것도 수상했다. 어쩌면 남대륙에서 도망쳐온 녀석들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오크들한테 쫓긴 걸지도 몰라.”
“오크들요?”
중앙 대륙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종족이 바로 오크였다.
왜냐면 오크들은 남대륙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크가 하나의 종족으로 인정되기 전까지는 전 대륙에 퍼져 있었는데, 수백 년 전에 전 대륙의 오크를 규합시킨 위대한 전사 투신 발자크가 그들을 이끌고 남대륙으로 대이주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오크들이 반기를 들었다.
오크가 종족이 아닌 몬스터로 취급된 이유 때문이었다.
그들은 도시나 마을을 공격해서 약탈하고 인간을 노예 혹은 욕구 풀이로 삼았다. 단순하고 야만적이며 탐욕을 억제할 줄 몰랐던 오크에게는 당연한 생활이었다.
반기를 든 놈들이 바로 그런 부류였다.
욕망을 마음껏 분출하고 살았는데 억제하려고 하니까 못 참는 거다.
반기를 든 대가는 간단했다.
투신 발자크의 손에 모조리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그렇게 대이주가 끝났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은 몬스터 같은 행동보다는 단순한 사람처럼 무식한 짓을 할지언정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간간이 남대륙이 아닌 타 대륙에 나타나는 오크는 두 가지 부류 중 하나였다.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른 뒤 도망쳤거나, 용병으로 고용된 것이다.
후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같은 오크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발자크가 오크들을 이끌고 남대륙으로 대이주를 한 이유를 알아?”
“아카데미에서 배웠잖아요. 이대로 가면 오크들의 미래가 없어서 그렇게 했다고요.”
“만약 새로운 미래가 제시되었다면?”
“새로운…… 미래요?”
“응. 오크들이 대륙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거야. 그럼 어떨 거 같아?”
“……맙소사.”
에르딘은 상상만으로도 오싹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