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36)
제 236화
236화
오크는 번식력이 엄청나다. 단순하게 엄청나다고 표현한 이유도 그것 말고는 비유할 다른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막말로 눈 한 번 깜빡였다가 뜨면 한 집에 3명씩 아기 오크가 새로 태어난다. 가끔씩 막말이 아니라 진실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번식력이 강했다. 게다가 오크는 성장이 유달리 빠르고 남녀의 성별과 무관하게 태어난 지 2년만 지나도 훌륭한 전사로서 한몫을 할 수 있게 성장한다.
그런 오크에게도 유일한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수명이었다.
오크의 수명은 평균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간혹 20년을 넘게 살아가는 놈들도 나타나긴 했지만 아무리 길어도 30년을 넘지 못했다.
“발자크는 오크의 짧은 수명으로 인해 주체하지 못하는 과도한 욕망이 문제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세력을 점차 늘려가는 인간의 힘을 얕보지 않고 대이주를 선택했지. 인간과…… 아니, 다른 종족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오크가 먼 훗날까지도 살아남을 거라고 판단한 거야.”
투신 발자크는 위대한 전사였으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오크 로드Lord였다. 지능이 낮다고 알려진 오크들 중에서 현자Sage의 칭호를 얻은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수백 년 전에 죽었다.
지금은 뼛가루조차 찾을 수 없는 옛 존재가 되었다.
“그런 오크들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면서 대륙의 새로운 주인이 되라고 부추기면 어떻게 될까?”
“으…….”
에르딘은 제론의 속삭임에 결국 오크들이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끔찍한 상상을 하고 말았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야. 확실한 것도 아니고. 겁먹지 마.”
“아, 진짜!”
제론이 킬킬 웃으며 에르딘의 등을 퍽퍽 때렸다.
메이엔은 얼굴을 굳힌 채 진지하게 고민했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머릿속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생각처럼 만약에라도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한없이 낮으니까. 수치로 표현하자면 10프로도 되지 않는다. 아니, 10프로도 높게 친 것이다. 투신 발자크가 지금은 없다고 하지만 그의 유지를 이어가는 오크들이 제법 많다고 알고 있었다.
“제론! 코볼트의 흔적을 발견했어.”
“고마워, 쟌느.”
잡담을 나누는 사이 쟌느가 코볼트의 흔적을 찾았다.
제론은 쟌느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코볼트가 간 방향으로 움직였다. 노인의 말처럼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쪽에 아마 도시가 있었지?”
“네. 그리고 중간에 작은 숲이 있어요.”
“아마 거기로 피했나 보네.”
코볼트들은 굶주린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숲이라면 몸을 숨기고 사냥을 해서 배를 채우기 딱 좋다.
제론과 일행은 숲을 목적지로 삼아 이동했다. 숲이 가까워지며 코볼트의 흔적이 점점 많아졌다. 중간에 짐승을 사냥했는지 먹고 남은 뼛조각도 발견되었다. 그로부터 1시간을 빠르게 이동하자 숲에 도착했다. 설치류 특유의 냄새가 숲에서 진동했다. 기감을 흘려보내자 제법 많은 숫자의 코볼트가 감지되었다.
“……54마리.”
“꽤 많네요.”
에르딘이 창을 조립했다. 신나게 날뛸 생각에 벌써부터 어깨가 들썩들썩했다.
“제가 숲의 입구에서 로건 님을 지키고 있을게요.”
“그럼 저와 에르딘, 쟌느가 숲으로 들어가서 코볼트를 처치할게요. 혹시나 이쪽으로 빠져나가는 놈들이 있다면 처리해주세요.”
“알겠어요.”
“모두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메이엔과 로건이 남고 나머지 3명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숲에 진입했다.
제론이 중앙, 에르딘이 왼쪽, 쟌느가 오른쪽이었다. 몇 마리를 놓치는 정도는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전멸시킬 생각이었다.
“휘유.”
“키익-!”
제론은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벌건 눈동자로 먹을 것을 찾고 있던 코볼트와 마주쳤다. 코볼트가 조잡한 석궁을 들어서 쐈다.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잡아서 그대로 되돌려줬다. 화살이 코볼트의 이마에 꽂혔다.
“우선 1마리.”
녀석의 울음소리를 듣고 몇 마리가 더 몰려왔다. 가볍게 발을 구르자 주변 땅이 흔들리며 코볼트들의 몸이 휘청거렸다. 지풍을 날려 빠르게 처리했다. 숫자를 세보니 처음의 1마리를 포함해서 총 10마리였다. 남은 것은 44마리. 하지만 숲에 있는 몬스터는 코볼트가 끝이 아니었다.
설치류의 냄새 속에서 개 같은 냄새가 섞였다.
나쁜 의미의 개가 아니라 진짜 개Dog 냄새였다.
“이쪽으로 다 몰려왔나?”
고블린은 감지되지 않았지만 놀Gnoll이 있었다.
놀은 이족 보행을 하는 들개 몬스터다.
늑대인간Werewolf이나 라이칸스로프Lycanthrope와는 다르다.
놀에 대해 설명하기 전 늑대인간과 라이칸스로프의 차이를 말하자면, 늑대인간이 지성과 본능을 절반씩 갖고 있다면 라이칸스로프는 철저한 본능대로만 살아간다.
또한 라이칸스로프는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눈이 벌겋게 광기를 띄고 있고 입에 거품까지 물고 있다.
광견병에 걸린 늑대인간이라고 보면 편하다.
그리고, 놀은 라이칸스로프의 하위 종 몬스터였다.
하위 종답게 허리가 구부렁하고 지능도 높지 않아서 도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전투력의 차이가 컸다.
놀은 라이칸스로프와 다르게 키와 덩치가 작고 손톱도 짧았다. 얕잡아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훈련받지 않은 성인 남성이 무기만 들고 있어도 침착하게 맞서 싸운다면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두 몬스터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광견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아, 진짜로 광견병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는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렇다는 말이다.
“흐음. 코볼트가 숲으로 가는 것을 발견한 놀이 뒤따라왔다. ……라고 보면 되겠네.”
코볼트가 굶주렸다면 놀 역시 비슷한 상황일 확률이 높았다. 조잡한 석궁과 단검을 다룰 줄 아는 코볼트라고 하지만 전투력은 놀이 위였다. 화살 한 대만 적당한 곳에 맞아주고 잽싸게 다가가서 이빨로 물어버리거나 손톱으로 찔러버리면 코볼트는 저항을 하지 못한다. 코볼트가 약한 탓도 있지만 들개와 들쥐라는 포식자 개념 때문에 그런 것이다.
“놀도 이참에 다 정리해버려야지.”
일행들에게는 전음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다들 좋아 죽겠는지 움직임이 더욱 빠르고 활발해진다.
“몸이 어지간히 찌뿌둥했나 보네.”
제론은 절레절레 고개를 젓곤 살짝 느긋하게 움직였다.
일행들을 위해 천천히 사냥을 나설 생각이었다.
* * *
아인호르타하가 돌아온 이후로 메이란은 초조와 불안 속에서 살아갔다. 그가 자신을 제거하려고 생각하거나 행동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관심 속에서 방치했다.
그렇다면 왜 초조하고 불안해하냐고?
아인호르타하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혼이 짓눌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딘가를 다녀온 이후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격의 상승.
가뜩이나 힘의 끝이 보이지 않았던 그가 심연처럼 깊은 존재로 변했다.
메이란이 마녀였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간부 후보들이 다 죽었어.”
“그렇군.”
아인호르타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것인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인지 추측이 되지 않는다. 정말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에 말했던 목적이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 역시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 있는 거지만.’
메이란은 긴장감으로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쓸며 현존하는 간부 3인 중 마지막 1명을 바라봤다. 평소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남자. 날카로운 손톱으로 철판을 긁는 것처럼 듣기 거북하고 끔찍한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마이얀, ‘그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짧은 대답.
메이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데카론이 있을 때는 짜증 나긴 했어도 시끌벅적 분위기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데카론과 골단이 죽자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무거운 침묵만이 맴돈다.
간부 후보라고 내정된 놈들은 몽땅 죽어버렸다.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이대로는 조직이 붕괴된다. 전 대륙에 뿌려놓은 점조직들이 조직과의 선이 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정보가 차단된다. 대륙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
생각이 꼬리를 물어 거기까지 이어진 순간 아인호르타하가 더 이상 조직을 유지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메이란은 알아차렸다.
‘아무리 길어도 10년.’
마이얀과 자신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조직을 존속시킨다는 기준이다. 하지만 두 사람 역시 손을 놓아버리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이 한계다. 조직이 무너지기 전에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한 메이란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공간을 벗어나려고 한 순간 아인호르타하가 그녀를 붙잡았다.
“어디를 가려는 거지?”
“답답해서 바람 좀 쐬려고.”
“정말인가?”
무미건조한 눈빛이 다리 사이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담력이 조금만 더 적었다면 주저앉아서 창피한 꼴을 보일 뻔했다.
“왜? 내가 거짓말이라도 할까 봐?”
메이란은 코웃음을 치며 휙 나갔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 아인호르타하의 시선이 한참 동안 꽂혀 있었다.
* * *
코볼트와 놀을 일망타진하고 모였다. 쟌느와 에르딘은 누가 더 많이 죽였는지 서로 우열을 가렸다. 결론만 말하자면 느긋하게 움직인 제론이 제일 많은 숫자를 처리했다.
쟌느와 에르딘이 날뛰며 제론이 있는 방향으로 코볼트와 놀이 도망쳐 온 것이다.
“사냥의 기본도 모르는구먼.”
제론이 몸을 뒤로 눕히며 다리를 꼬았다.
의자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어서 허공답보로 공중에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마법이라고 우겼을 광경이었다.
“다음에는 지지 않아요!”
“꼭 이기고 말 테다!”
쟌느와 에르딘이 이를 갈며 훗날을 기약했지만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두 명의 결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몬스터를 퇴치하는 것도 가능했다. 숲 주변에 다른 몬스터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다음 마을로 떠났다.
역시나 전 마을처럼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 상태였다.
차이가 있다면 죽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마을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들에게 정보를 묻고 금화를 쥐여줬다.
“쯔읍.”
제론은 마을을 벗어나며 입맛을 다셨다.
무척이나 썼다.
“돌아가면 대대적인 토벌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야겠어.”
“맞아요. 그게 좋겠어요. 어? 그런데 우리 6명 아니었어요?”
“그럼 6명이겠지. 5명이겠냐?”
제론은 일행의 숫자를 셌다.
에르딘과 쟌느, 메이엔, 마지막으로 로건까지.
자신까지 더한다면 총 5명이었다.
“……어?”
“5명인데요?”
“왜 5명이지? 유한 경 어디 있어?”
“아무래도 같이 안 온 모양인데요?”
* * *
“으음. 미안하게 되었네.”
유한은 멍하니 쥬페토를 바라봤다.
제론과 함께 자작령을 어지럽히는 몬스터를 퇴치하러 간다고 들었다. 그래서 무장을 갖추고 떠날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쥬페토를 찾아가니까 아까 떠났단다.
“어디로 갔습니까?”
“그게…….”
쥬페토는 유한의 시선을 조심스럽게 피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