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37)
제 237화
237화
페리안 자작령을 전부 돌면서 몬스터를 퇴치하는 시간은 일주일이 걸렸다. 제론이 자작성이 있는 도시로 돌아가며 말했다.
“일주일이라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그건 제론 님의 착각이에요.”
“맞아요. 병사들이 움직였다면 한 달은 족히 걸렸을 테니까요.”
에르딘과 메이엔이 고개를 저었다.
로건은 옆에서 반쯤 넋을 놓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사역마에서 떨어지려고 하자 쟌느가 재빨리 잡아준다.
“한 달? ……하긴 그 정도 걸리겠다.”
병사들은 자주 쉬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신체 스펙이 달랐다. 오러 연공법을 익힌 것도 아니라서 한 차례의 전투가 끝나면 하루 내지는 이틀을 쉬어야 하니 한 달도 적게 잡은 셈이다.
도시에 도착하자 제론에게 근심이 생겼다.
“유한 경은 어떡하지?”
“글쎄요.”
에르딘도 이때만큼은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같이 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덩그러니 혼자만 남게 된 유한. 그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새겨졌을지 상상되지 않는다.
모두가 난처해진 상황 속에서 로건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런데 정말로 보고하실 생각이십니까?”
“해야죠.”
제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무슨 말이냐고?
몬스터를 토벌하며 발견한 몇 가지 수상한 흔적이 있었다.
바로 무언가에게 쫓겨서 북쪽으로 이동한 몬스터들.
놈들이 먼저 국경 근처에서 발견되었던 것이다.
국경초소에서는 페리안 자작성으로 병사를 보내 그 소식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병사는 도착하지 않았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고 했으니 지금은 돌아왔어야 맞다. 그러나 병사는 돌아오지 않았고 탈영이나 살해를 당했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전자일지, 아니면 후자일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제론은 병사가 살해되었다고 확신했다.
그다음은 몬스터들을 쫓아온 몇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고 국경초소 병사들이 말했다.
너무 멀어서 그림자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다급하게 말을 타고 쫓아가 봤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으며 국경을 넘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돌아와야만 했다고 한다.
“……어쩌면 오크들일지도 모르니까요.”
“제론 님도 아시겠지만 병사들이 보았다던 그림자가 오크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남대륙에서 오른 왕국까지 오려면 3개의 나라를 경유해야 합니다. 오크들이 신체적 능력이 좋다고 해도 몬스터들을 계속 쫓아 3개의 나라를 경유해서 오른 왕국까지 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맞아요.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래서 보고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예요.”
제론이 담담하게 대답하자 로건의 표정이 신중하게 변했다.
‘그래. 불가능에 가까울 뿐 불가능한 게 아니야.’
0프로와 0.1프로는 다르다. 0프로에는 몇의 숫자를 곱하더라도 0프로이다. 하지만 0.1프로부터는 곱하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수치도 함께 커진다.
불가능한 것과 불가능에 가까운 것의 차이였다.
제론이 말한 바가 그것이었다.
“로건 님이 걱정하시는 바는 알겠어요. 오크를 자극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로건 님의 말씀처럼 그 그림자가 오크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대로 수수방관하는 건 더욱 페리안 자작령을 위기로 몰아가는 일이나 다름없어요. 만약에 정말로 그 그림자가 오크가 맞는다면 남대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니까요.”
“으음. 제 걱정이 너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신의 ㅅ…… 아니, 제론 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맞군요. 조사를 해보는 것이 맞는 듯합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해라니요.”
로건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
도시를 통과해서 자작성으로 들어갔다. 제론과 일행의 도착을 미리 알려서 쥬페토와 아이리, 그리고 가른이 나와 마중을 했다.
여담이지만 헤샤는 제론이 출발하는 날 떠났다.
“돌아왔구나.”
“무사히 다녀왔니?”
“환영한다.”
쥬페토와 아이리, 가른이 순서대로 말했다.
“왠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드네요.”
“이 아빠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같은 마음이었구나. 그래, 고생이 많았을 텐데 이렇게 밖에 서 있는 것보단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지. 에르딘, 로건 사제님, 메이엔 양, 쟌느 양도 모두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 일은 잊지 않고 반드시 수고로움을 치하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화를 간단하게 나누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유한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에게 한 줄기의 전음을 남겼다.
-미안해요.
“흥.”
유한이 짧게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 달래줘야지.’
검술을 한 번 봐주기로 했는데 두 번으로 늘려야 할 것 같았다.
* * *
제론은 일행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고 쥬페토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몬스터로 인한 도시와 마을의 피해 상황과 후속 조치, 그리고 일행들과 함께 처치한 몬스터의 종류와 숫자까지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한 것은 국경초소에서 목격했다는 그림자였다.
“처음에는 농담이었지만 지금은 살짝 의심이 생겼어요.”
“흐음.”
쥬페토는 이야기가 끝나자 깊은 고민에 잠겼다.
사실 제론과 일행들이 자작성을 떠나 있는 사이 다른 영지에서 도움을 요청해왔다. 몬스터가 출몰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영지민이 다쳤다는 것이다. 피해가 엄청 큰 것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빨리 수습을 하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제론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수상하긴 했다.
“남대륙과 오크라.”
툭. 툭. 툭.
쥬페토가 중얼거리며 검지로 탁자를 두드렸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제론에게 말했다.
“한 번 알아보도록 하마.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남대륙은 다른 대륙과 다르게 폐쇄적이니까. 아마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거나, 진실이라면 그 사실을 은폐할 거야.”
“은폐를 한다면 오히려 진실이라고 시인하는 꼴이니까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건 그렇지.”
쥬페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를 시작한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또 나 혼자서 조사하기에는 제법 민감한 사안이라서 왕실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그래. 그럼 다녀오너라.”
제론이 고개를 갸웃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다녀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어디를요?”
“방금 말했잖느냐. 왕실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어…… 그러니까 아빠 말은 제가 왕실의 허락을 구하러 다녀와야 한다는 거죠?”
“그래. 편지배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으음. 전령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어.”
“알겠어요.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그래. 1왕녀님을 모시고 가거라.”
“네?”
“설마 그새 까먹은 거냐? 너랑 같이 왕실로 복귀한다고 하시지 않았더냐.”
“아, 맞다.”
“아, 맞다…… 가 아니라 욘석아.”
쥬페토는 갑자기 몰려오는 두통으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 * *
제론은 쉬고 있는 일행을 찾아가 쥬페토와 나눈 대화를 짧게 전달했다.
수도로 가야 한다는 말에 다들 기꺼워했으나 카야도 함께 간다고 하자 모두가 합을 맞추기라도 한 듯 쟌느를 바라본다.
제론은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다른 일행이 전부 쟌느를 쳐다보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리곤 발견했다. 살짝 더러운 뭔가를 씹은 표정으로 변해 있는 쟌느의 표정을 말이다. 제론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재빨리 표정을 화사한 미소로 바꿨지만 이미 모두가 목격한 뒤였다.
“음. 쟌느는 여기서 기다리…… 헙.”
“제론 님.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랍니다.”
제론의 입을 막은 사람은 로건이었다.
그가 무서운 눈빛으로 귓가에 속삭이며 고개를 작게 저었다.
제론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뗐다.
“흠흠. 어떻게 할래?”
“뭘 어떻게 해? 그냥 같이 가는 거지. 내가 왕실에 도착해서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성질 죽이면서 있어 볼게.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런 표정을 봤는데 어떻게 신경 안 쓸 수가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더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화제를 바꿨다.
“오크에 대해서는 당분간 신경 끊고 있어도 될 거 같아요. 조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니까…… 수도를 갔다가 돌아오면서 동대륙으로 갈지 남대륙으로 갈지 결정하면 되고요.”
“제론. 남대륙은 조금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메이엔이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오크에 대한 것 때문에 남대륙으로는 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제론도 그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만약 중앙대륙으로 몬스터를 쫓아낸 것이 오크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문제로 남대륙을 목적지에서 뺄 수는 없었다.
‘동대륙을 돌아다니고 오면 그사이에 조사가 끝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제론이 일행들에게 말했고, 이야기를 듣자 메이엔을 비롯한 모두가 충분히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제론 님이세요.”
“내가 좀 현명하긴 하ㅈ…….”
“어떻게든 될 거야! ……마음가짐이 참 보기 좋아요!”
“야!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당연히 칭찬이죠. 긍정적인 마인드! 세상을 살아갈 때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그런 거예요. 설마 욕으로 알아들으셨던 건 아니죠? 그거 자격지심인데.”
“너 오늘 한 번 죽어보자.”
제론이 벌떡 일어나자 에르딘이 기다렸다는 듯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한바탕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얼마 도망치지도 못하고 붙잡힌 에르딘이 대련을 가장한 일방적인 폭력을 경험하곤 떡실신되었다.
“사, 사람 살……!”
“쉿. 소리친다고 해서 누가 올 것 같아?”
제론이 에르딘의 아혈을 점혈해서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엄청난 공포에 에르딘의 안색이 변해갈 무렵 소동의 진상을 확인하러 온 가른이 도착했다.
“무슨 일이니?”
“아, 형이었네. 와서 얘 좀 볼래?”
“에르딘? 표정은 왜 저런 거니?”
“하도 까불거려서 손금 좀 봐주고 말도 못 하게 만들었거든.”
“점혈을 했나 보구나.”
“형도 할래?”
동생의 순수 악 같은 질문을 쓴웃음과 함께 거절한 가른이 에르딘을 놓아주라고 말했다. 제론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며 에르딘의 아혈을 풀고 놓아줬다.
“나중에 절벽에서 밀어버릴 거야! 창으로 찔러버릴 거야! 알겠어?!”
에르딘은 악담을 퍼부으며 제론이 쫓아올세라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가른이 멍하니 에르딘의 꽁무니를 쳐다봤다.
“내가 왜 응징을 가하는지 알겠지?”
“그래도 친구를 너무 괴롭히면 안 된단다.”
“형은 너무 착해서 탈이야.”
제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참. 형수님은 어떤 분이셔?”
“음? 어머니께 못 들었나 보구나. 프론디안 후작의 영애란다.”
“프론디안 후작이면…… 로얄가드 단장?”
“맞다. 그분의 영애란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등 뒤에서 후광이 비추더구나. 그래서 나는 첫눈에 반하고 말았지.”
대충 엄청나게 예뻐서 반했다는 말이다.
‘우리 형 얼빠였구나.’
형의 몰랐던 점을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