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39)
제 239화
239화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다음으로 떠오른 의문에서 제론은 난관에 봉착했다.
“누구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지?”
그래, 이게 문제였다!
바로 누구한테 선물하기 위해 목걸이를 만드냐는 것이다.
제일 먼저 엄마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라고 하는 건 거짓말이겠지?”
다소 놀랍게도 쟌느가 먼저 생각났다.
뒤를 이어 1초 간격으로 카야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쟌느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제법 오랜 시간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온갖 사건 사고를 함께 헤쳐나갔고 여러 차례 호감을 표시해왔으니까. 하지만 카야를 왜 떠올렸는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솔직히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로 큰 관심이 없었다.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 봐야 꼬꼬마 어린애에 불과했다.
사실은 카야의 그 호감이 크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으음.”
꼬꼬마 어린애가 잘 자라서 아름답고 풍요로운(?) 미녀가 되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겉모습은 그렇게 보이지만 이미 머릿속에는 어렸을 적의 꼬꼬마 카야가 투영되었다.
“이유를 모르겠네. 아무튼, 어느 한쪽만 주자니 다른 한쪽의 원망을 살 것도 같은데.”
말은 가정으로 했지만 머릿속으로는 확신했다. 분명히 원망할 것이다. 아니, 한다. 그럴 거라면 카야를 돌려보내고 쟌느에게 선물하는 것도 현명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근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으려나? ……어우. 이러나저러나 문제네. 문제야. 그냥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혹시나 하몬이 말을 할까 봐 목걸이의 ‘ㅁ’도 꺼내지 않았다. 그가 누군가에게 먼저 말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 그대로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워내며 방으로 돌아갔다.
카야가 왕실로 돌아간다고 한 게 내일모레 혹은 며칠 뒤였다.
‘혹은’이라는 어정쩡한 단어가 붙은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
“비가 오려나?”
저 먼 하늘에서 먹구름이 슬금슬금 몰려오고 있었다.
조만간 비가 한바탕 크게 쏟아질 거라는 건 기상학자나 기상예보사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검고 큰 먹구름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다음 여행 준비를 미리 하고 있던 사이 먹구름이 자작성의 하늘까지 뒤덮었다.
쏴아아-!
“오.”
폭우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다.
얼마나 쏟아지던지 저택 창문 밖으로 자작성의 성문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일이나 모레 출발하는 건 글렀네.”
그것은 제론과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몬스터 퇴치에서 하루라도 늦게 돌아왔다면 큰 고욕을 치렀을지도 몰랐다.
“…….”
이렇게나 많은 비가 내린 것이 오랜만인 탓일까?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제론은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봤다.
그 시각, 카야도 세차게 내리는 장대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밖을 지키고 서 있던 로얄가드가 노크를 하며 묻는다.
“언제 출발하실 예정이십니까?”
카야는 살짝 눈가를 찌푸린 뒤 대답했다.
“비가 그친 뒤 땅이 마르면 가도록 하겠다.”
“그때가 되면 너무 늦습니다.”
“땅이 마르지 않은 상태로 출발하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 그대들의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으나 혹여나 도적 떼라도 만난다면 본 왕녀를 지키며 싸우는 것이 힘들어진다. 빠져나가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닐 터. 본 왕녀의 욕심 때문에 출발 시일을 늦추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카야는 로얄가드의 납득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리 없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없다는 건 안다. 그 부족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제론을 만나기 위해 페리안 자작령으로 왔다.
‘너무 성급했어.’
카야는 사실 제론에게 큰 호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혼담이 오갈 정도로 깊은 관계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혼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 역시 그녀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국왕과 1왕비였다.
혼기가 가득 찬 나이가 되자 늦기 전에 자리를 알아보자고 대화가 오갔다.
그 무렵 페리안 자작가에서도 차남의 혼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국왕과 1왕비가 페리안 자작가를 혼담 목록에 올려놓기만 한 상황이었는데 카야가 나섰다. 자신이 직접 페리안 자작성으로 가서 제론을 만나보겠다며 말이다.
‘목적은 이뤘어.’
큰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만나보니까 깨달았다. 어렸을 적 품었던 치기에 가까운 호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문제는 제론의 옆에 있는 여인이었다.
제론이 자신에게 보내는 호감 신호보다 여인에게 보내는 것이 더욱 강했다.
페리안 자작 가문은 오래전부터 정략결혼을 싫어했고 그 가법家法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만약 왕실로 돌아가서 자신이 혼담을 진행해도 좋겠다고 말해도 페리안 자작 가문에서 거부하면 끝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호감이 완벽하게 자리를 굳힌 건 아니야.’
함께 자리를 가졌을 적 눈치챘다.
아직 기회가 있다.
제론의 쟌느에 대한 호감이 더욱 커지기 전에 그 자리를 자신이 채우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몬스터 퇴치를 나갔지.’
그것도 무려 일주일씩이나 말이다. 기회가 신기루처럼 흩어지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제론이 돌아오자 자신도 모르게 서운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엄청나게 큰 실수였다.
“……?”
‘그랬으면 안 됐어.’
카야는 속마음을 드러낸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그런 실수를 또 하면 안 된다.
설령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아직 관계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한다.
“……님?”
‘정신 똑바로 차리자.’
“1왕녀님!”
쿵.
문이 열리며 로얄가드 2명이 검을 뽑아 든 채 들어왔다.
카야는 깜짝 놀랐으나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도도하고 오만한 눈빛으로 로얄가드들을 바라봤다.
“무슨 일인가?”
“아…… 대답이 없으시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하여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잠시 깊게 생각에 잠겨 있었다. 미안하게 되었다.”
“아닙니다.”
“그보다 무슨 일로 본 왕녀를 불렀는……가.”
로얄가드에게 질문하던 카야가 문밖에 우두커니 서 있는 쟌느를 발견했다. 그래서 질문이 의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가 음울할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화를 나누러 왔어요. 1왕녀님.”
“…….”
“서로에게 좋았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으니까 잠깐 이야기해요.”
“들어와요.”
카야는 쟌느와 시선을 마주친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얄가드들에게 길을 열라고 보낸 신호였다.
카야에게 아무런 일도 없다는 것을 안 로얄가드들이 검을 집어넣으며 밖으로 나가자 쟌느가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무슨 대화를 하자는 거죠?”
“여자들만의 대화죠.”
쟌느가 손가락을 튕기자 오러가 구체형태의 장막을 만들며 두 사람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막았다.
“무슨 짓인가요?”
“음. 괜한 배려였을까요? 밖에 서 계신 기사님들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 대화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
카야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속으로 삭였다.
이번까지 2패다.
처음의 1패는 순수하게 제론으로 결정지어졌다면 이번 2패는 쟌느의 배려를 가장한 수읽기가 패배감을 안겨줬다.
‘아니. 조급해하지 말자.’
어쩌면 쟌느는 이런 걸 계산하고 움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초조하고 불안해하면 안 된다. 금세 마음을 다잡은 그녀가 쟌느를 바라봤다.
같은 여성이 보더라도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특별한 신체 부위에서는 묘하게 패배감마저 들었다.
“말하세요.”
“좋아요. 대화…… 그러니까 제안을 하고 싶어서 왔어요.”
“제안이요?”
“맞아요. 사실 우리끼리 싸워서 좋을 건 없잖아요?”
카야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제론을 사이에 둔 라이벌(?)이지만 서로를 적대해서 좋을 건 없다. 주변 평가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이런 모습을 보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서…….”
“잠시만요. 생각 좀.”
“…….”
쟌느는 카야가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녀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
* * *
메이란은 동대륙으로 갔다. 최대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공간 이동술을 사용하지 않고 사역마를 타고 갔다.
일주일이 지나 동대륙에 도착한 그녀는 시무르 칸을 찾아갔다.
“너, 뭐냐?”
시무르 칸이 메이란을 노려보며 물었다. 언제 뽑아 들었는지 모를 검에는 푸른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아름답게 맺혀져 있었다.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목을 벨 것처럼 엄청난 기세를 흩날리고 있었다.
메이란은 시무르 칸이 조직의 정보와 다르게 적어도 3배 이상 강해진 사실을 알고 속으로 온갖 욕설을 토해냈다.
‘이것들 똑바로 일 안 하네?’
시무르 칸이 일부러 이루어낸 경지를 감춰냈다면 알아내지 못한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골단과 티아맛을 베어냈다면 예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정보를 일부러 누락시킨 것이다. 조직의 손과 발이 스스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길면 10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최악의 경우로 상정해야 한다.
조직의 간부가 전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로 길게는 2년, 짧게는 1년으로 잡고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까지 고려한다.
아직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않는 손과 발이 있다.
‘아무리 길어봐야 1년.’
최대한 짧게 잡으면 6개월이다.
조직이 붕괴하기 전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아무래도 도박을 할 필요성이 있다.
“너, 뭐냐고 물었는데?”
“미안해요. 제 이름은 메이란. 당신을 노린 조직의 간부 중 1명이에요.”
“나를 노린 조직의 간부?”
시무르 칸이 미간을 좁힌 채 생각에 잠긴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아, 그 느끼한 목소리랑 이상한 괴물을 말하는 거로군.”
“맞아요.”
메이란이 수긍하자 시무르 칸은 담담하게 웃더니 말했다.
“그럼 죽어.”
“잠깐! 좋은 정보가 있어요!”
오러 블레이드가 목을 베기 직전 그녀가 외쳤다. 0.5초만 더 늦었어도 메이란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을지도 몰랐다.
“……좋아. 네 말대로 좋은 정보면 살려는 줄게.”
“남대륙의 오크에 대한 정보예요.”
“호오?”
시무르 칸이 오크라는 말을 듣고 오러 블레이드를 없앴지만 메이란의 목 아래로 여전히 검을 가까이 겨누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베어내려는 속셈이었다.
“오크가 전 대륙으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예정이에요.”
“재밌네. 거짓말이면?”
“제 목을 걸죠. 하지만 이 검을 치워준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증거를 보여줄 수 있어요. 어때요? 저랑 손잡으시겠어요?”
“은근슬쩍 같은 편으로 묻어가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런 건 딱히 끌리지 않아. 나는 혼자가 편하거든.”
시무르 칸은 메이란의 제안을 거절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