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24화
제론은 아카데미 정문을 통과하며 형과 누나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대부분이 팁이었다.
처음이 중요하다.
선생님들한테 잘 보일 필요는 없어도 못 보여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 말이다.
다른 궁금한 것이나 자세한 건 입학식이 끝나고 수업을 하면서 천천히 배우게 된다며 알려주지 않았다. 미리 알아도 재미가 없다나?
“응, 고마워 형. 나중에 봐!”
“누나한테는 안 고맙고?”
“누나도 고맙지. 그런데 알지? 혈도 다 외우는 거 잊지 마. 벌써 2년이나 됐어. 형은 이미 다 외웠…….”
“아아악! 안 들려!”
“응, 들려.”
제론은 형과 누나와 헤어지자 바로 입학식을 하는 강당으로 갔다.
위치는 형이 알려줬다.
정문에서 500m 떨어진 작은 강당-3층 높이에 남작 저택보다 컸다-이었다.
강당으로 가면서 아카데미 내부를 구경하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오우야.”
강당 입구에 서자 안에서 후끈한 열기가 풍겨져 나왔다.
제론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좋게 표현해서 후끈한 열기였지 실상은 땀 냄새였다.
엄청나게 퀴퀴했다. 후끈한 열기에 이어 좋은 냄새가 뒤따라 흘러나왔지만 이미 맡아버린 땀 냄새를 코끝에서 지우는 건 불가능했다.
강당 안에서 수많은 기척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강당으로 들어가자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학생들께서는 이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입학생들! 이쪽으로 오세요!”
“곧 교장 선생님께서 오십니다! 가만히 계세요!”
입학생들은 한창 가만히 서 있지 못할 9살이었다.
땀 냄새, 아니 후끈한 열기의 정체는 꼬맹이들을 한 자리에 붙잡아놓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던 재학생들과 아카데미 관계자들 몸에서 나는 것이었다.
어찌나 말도 안 듣고 말썽을 피우는지 재학생들과 아카데미 관계자들의 온몸에서 땀이 뻘뻘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바로 마차에 태운 건지 알겠네.’
수도 거리에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귀물이 잔뜩 있을 것이다.
호기심 넘치는 9살짜리 꼬맹이들이 가만히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리가 없었다.
혹여나 사고를 치거나 손대려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리라.
“저쪽인가?”
제론이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귀족 가문 자제’라고 써진 플래카드가 보였다.
그 아래에는 딱 봐도 부티 나게 생긴 꼬맹이들이 서 있었다.
30m 옆에도 플래카드는 걸려 있지 않았지만 꼬맹이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쟤네는 귀족 가문 자제들은 아닌 모양이네.’
왕국 아카데미는 귀족 가문의 자제만 입학하는 것이 아니다.
기부금이라는 명목 아래 돈을 내면 입학이 가능하다.
실제로도 명망 높은 지역의 지주나 상인, 부호의 자식들이 입학하고 있었다.
바로 저 녀석들이다.
기부금의 액수가 결코 적지 않았지만 귀족 가문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에 투자를 목적으로 입학시키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아카데미를 다니다가 친구가 되거나 가신으로 들어갈지도!
행여나 운이 좋아 눈이라도 맞으면 초대박이다.
귀족 가문과 혈연관계가 되는 거니까!
귀족이 되는 건 아니지만 준귀족의 대우는 받을 수 있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지나자 사태가 조금 진정되었다.
입학생들이 전부 모였는지 아카데미 선생들과 관계자들이 강당 바깥쪽에 길게 줄을 서서 대기했다.
그사이 한참 주변을 둘러보며 멀뚱멀뚱 서 있던 제론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이봐.”
머리카락을 짧게 쳐서 젤이라도 바른 것처럼 바짝 세운 화려한 금발의 소년이었다.
콧날도 날카로워서 인상이 제법 세게 보였다.
‘근데 이 녀석 누구지? 처음 봤는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네.’
제론은 페리안 남작령을 벗어난 적이 없다. 변방에 놀러 오는 귀족도 거의 없어서 비슷한 또래를 만난 적은 전무했다.
그런데 처음 봤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낯설지 않으니 의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자 기시감으로 넘겼다.
“나?”
“그래, 너.”
소년은 날카로운 콧날을 위로 올리며 거들먹거렸다.
거만한 태도였지만 9살짜리 소년이 저러고 있으니 귀엽게만 보였다.
“난 왜?”
“너, 어디 가문의 자제냐.”
“페리안 남작가.”
“…들어본 적 있군. 오른 왕국의 봉신가 중 하나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너 몇 살이냐? 여긴 입학생이 서 있는 곳이다. 재학생은 저쪽으로 가야 한다.”
제론이 고개를 돌려보니 재학생들이 각 학년별로 줄 서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형과 누나도 있었다.
형은 졸업부생들 중에서 맨 앞에 서 있었다. 성적별로 세운 것이라면 수석이라는 뜻이리라. 그런데 누나는 5부생 중에서 중간쯤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어휴. 내가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저 정도라고?’
아무래도 조만간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도 가야 할 것 같았다.
“에취!”
갑자기 누나가 재채기를 하며 팔로 몸을 감싸 안았다.
곧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제론과 시선이 마주쳤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 채 휙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아무래도 정신과 시간의 방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본능이 거의 짐승 급이네.’
금발의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제론에게 다시 묻는다.
“이봐. 지금 내 말을 듣지 못한 건가?”
“나 9살인데?”
“……뭐?”
소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9살이라고?’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제론의 겉모습은 4부생이나 5부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얼굴을 유심히 보면 아직도 젖살로 통통하니 앳됐지만 키와 덩치가 있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무리가 아니었다.
“9살처럼 안 보이는 거 알아. 그래서 준비했지. 자, 명패야.”
“……!”
소년이 명패를 받아서 쭉 훑어보자 제론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명패와 제론을 번갈아 보며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아니.
믿지 못하리라는 말이 맞았다.
“허! 9살이라고? 설마 대리입학은 아니겠…….”
“잠깐만. 교장 선생님 들어오시나 보다. 이따가 계속 얘기하자.”
“감히 내 말을……!”
“교장 선생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전원 차렷!”
금발의 소년이 볼을 씰룩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간다르프처럼 긴 백발에 덩치가 큰 노인-교장 선생님이 단상의 한쪽에서 뒷짐을 쥔 채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허허. 올해도 다들 기운차군.”
교장 선생님이 걸어 나오며 흐뭇하게 웃었다.
9살짜리 꼬마들이 차렷하라고 한들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여전히 사방팔방 뛰어다니기 바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재학생을 형제나 남매로 둔 자제들은 비교적 가만히 있었다.
앞서 이야기를 들은 것이리라.
지금 뛰어다니는 것들은 집에서 오냐오냐 큰 독자獨子다.
반면 귀족 가문 자제가 아닌 꼬마들은 주변 눈치만 살펴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이곳이 아카데미고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많다는 사실을 벌써부터 인자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집에서 단단히 교육을 받았겠지.’
아카데미는 단순한 교육의 장이 아닌 것이다.
“흠흠.”
교장 선생님이 강당의 중앙으로 오더니 마이크처럼 생긴 물건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의 목소리가 강당 전체로 울려 퍼졌다. 마이크처럼 생긴 물건의 정체가 목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아티팩트였던 것이다.
뛰어다니던 꼬맹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멈춰 섰다.
‘캬. 제법인데?’
제론이 감탄했다.
별것 아닌 행동이었지만 꼬맹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라고 하지만 아티팩트는 보기 드문 귀물이다.
물론 귀족 가문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괜히 어린애들한테 쥐여 줬다가 박살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라서 보여주지도 않는 것이다.
“입학생들을 대표해서 오른 왕국의 카이론 오른 압실론 1왕자께서 선서를 해주시겠습니다. 카이론 오른 압실론 1왕자께서는 단상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가 교장 선생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 입학식을 진행했다.
‘1왕자?’
제론이 1왕자가 누구인지 두리번거리려는 순간.
바로 옆에 서 있던 금발의 소년이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하! 그래서 낯설지 않게 느껴졌던 거구나.’
아빠나 엄마한테도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왕실에 대한 것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유독 남는 것은 왕실을 상징하는 머리카락이었다.
마치 하늘 위에 떠 오른 태양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고 했었다.
요놈이 머리카락을 짧게 쳐서 흔한 금발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보통의 금발보다 더욱 화려한 색조였다.
“오우. 내가 너무 오른 왕국의 내부 사정에 관심을 안 가졌나?”
제론은 금발의 소년-카이론을 잠깐 신기하게 쳐다봤다.
곧 흥미를 잃고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카이론의 대표 선서가 끝나고 곧 카이론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녀석의 거만한 표정이 변해 있었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겠냐?’라고 묻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론이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자 묘하게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민다.
‘짜식. 은근히 귀여운 맛이 있네.’
진짜로 거만하면 당장 생떼를 쓰면서 악에 받쳐 소리친다.
1왕자-카이론이 실제로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 참고로 나 대리 입학 아니야. 제로니아 페리안 막내아들 본인 맞아.”
“그게 정…….”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있겠습니다.”
카이론의 말이 또다시 잘렸다. 이번에는 제론이 끊은 것이 아니었다.
사회자가 입학식을 순서대로 진행하며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이거 괜히 누나가 생각나네.’
한마디로 괴롭히고 싶다는 뜻이었다. 제론이 간만에 샘 솟는 변태성에 입맛을 다시는 사이 교장 선생님이 훈화를 시작했다.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으로 시작해서 흔해 빠진 레퍼토리로 이야기를 쭉 늘어놨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입학생 모두 졸업할 때까지…….”
“후우.”
누군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당이 조용해서 한숨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지만 누구도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저 마지막이라는 말만 5번째였다.
‘어느 세상을 가도 똑같군.’
* * *
훈화는 30분을 더 하고 끝났다.
제론은 빠져나간 영혼을 다시 몸으로 불러들이고 아카데미 선생님들과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입학 반으로 이동했다.
1왕자 카이론과는 눈빛만 교환하고 이별했다.
같은 입학생이니까 금방 또 만나겠지만 ‘나중에 두고 보자!’라고 눈빛으로 말해오니 귀엽기만 했다. 물론 저런 친동생이라면 사양이었다. 다른 집안 자식이니까 귀여운 거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과학기술도 발전을 많이 한 모양이네.’
아카데미의 건물은 하나같이 높고 컸다.
현대의 신식 건물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이 세상이 중세시대에 가까운 배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기술력이었다.
‘1관’이라고 써진 건물로 들어가자 한산한 복도가 나타났다.
내부 구조는 현대의 학교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제로니아 페리안.”
“네.”
“1반입니다. 들어가세요.”
아카데미 관계자가 차례대로 호명하자 입학생들이 1반을 금방 채웠다. 대부분이 초면이어서 그런지 다들 눈치만 살피면서 언제 말을 걸어야 할까 타이밍만 보고 있다.
“흠흠. 듀켈 아프리칸이다.”
“나는 소른 퓨리온이야.”
5분 정도 지나자 1명씩 바로 옆에 앉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제론에게 말을 거는 녀석들은 없었다.
압도적인 신장의 차이 때문인지 지레 겁을 먹은 눈초리였다.
‘아, 편하다.’
얼른 아카데미의 7년이 지나가길 바랐던 제론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쿵.
“다들 반갑다.”
문이 열리며 1반 담당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런 선생님을 본 1반 학생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수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