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42)
제 242화
242화
“표정이 왜 그러지?”
카론은 질문했지만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남대륙의 정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질문을 한 것은 제론이 그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지 몰라서였다. 그와는 친구 사이지만 예민한 사안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오크냐?”
“으음.”
제론이 물어봤지만 카론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바로 위에 말한 것처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친구의 반응에서 뜻을 알아차린 제론이 말했다.
“최근 페리안 자작령이 몬스터들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어. 사실 거기까지는 특별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갑자기 먹이가 부족해지거나 다른 몬스터와 영역싸움에서 밀려서 오는 경우도 많으니까. 게다가 몬스터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페리안 자작령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지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
“…….”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몬스터 퇴치를 하러 다니다 보니 알게 된 이상한 사실이 있던 거야. 아니, 정정할게. 수상한 사실이 있어.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몬스터를 쫓아 국경까지 왔다고 한 거야.”
“그들과 오크가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국경초소에서 페리안 자작성으로 보낸 병사가 도착하지 않았어. 돌아오지도 않았고. 탈영을 했다면 이미 수색이 시작되었을 거야. 군법으로 탈영병을 엄하게 다스렸을 테고 말이지. 그런데 또 다른 수상한 사실이 있어. 몬스터가 오랜 시간 굶주렸고 이동 경로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졌어. 이게 과연 정상적인 몬스터의 행동일까?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쫓았던 것일까?”
제론은 카론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몬스터는 인간에게 가축처럼 몰이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놈들은 인간들이 자신보다 강자라는 사실을 알아도 죽자 살자 덤벼든다. 고블린처럼 교활한 녀석들은 인간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잠시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일시적인 후퇴를 하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도망치지 않는다.
그건 몬스터의 핏속에 각인된 본능이다.
‘그래서 한때 오크가 몬스터 취급을 당한 것이기도 했지.’
오크는 한때 인간 앞에서 등을 보이는 건 전사의 수치라고 여겼다. 훗날 알고 보니 ‘인간’이 아니라 ‘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오해를 빚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가정을 했어. 누군가가 몬스터를 가축처럼 몰이를 한 건 아닐까? 처음에는 오크라고 말하긴 했지만 농담에 가까웠어. 오크는 남대륙에만 살고 있으니까. 게다가 몬스터들이 인간을 보면 죽자 살자 덤벼들기는 하지만 몰이가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고. 그렇다면 누구일까? 다른 왕국이 오른 왕국을 노리는 걸까?”
에르딘과 나눴던 대화도 사실 진심보다는 농담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아인호르타하가 불러일으킨 혼란을 생각하면 뼈가 있는 농담이었다. 10년의 약속 역시 지켜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카론의 입에서 남대륙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 뼈 있는 농담으로 끝났을 것이다.
‘아빠한테 말한 것과는 다르게 말이지.’
아빠-쥬페토한테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만약의 일을 위해서였다. 말 그대로 의심. 오크일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의심을 지우고 싶어서 한 부탁이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오크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네 반응을 보니까 오크라는 생각이 반쯤은 확신으로 바뀌었어. 무엇보다도 남대륙이라는 말. 숨기려고 했다면 그 눈의 동공 지진 정도는 감춰야 하지 않겠어?”
“이런.”
카론이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실패한 모양이다.
“너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탈이야.”
“설마 비밀을 알아차렸다고 제거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지?”
“제거? 소설을 많이 본 모양이군.”
카론이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제론도 피식 웃어 보였다.
소설을 많이 본 게 아니라 무림에서 겪어봐서 아는 거다.
“뭐…… 제거하지 않는다면 됐어. 그래서 오크 맞냐?”
“아직은 몰라.”
“뭐야? 그 어중간한 대답은.”
“말 그대로 몰라. 오크가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소수의 부족들이 뜻을 달리한 건지, 아니면 다수의 부족들인지, 또 전쟁군주WarLord가 선조의 맹약을 거스르고 대륙진출의 꿈을 꾸는 것인지 밝혀진 건 아직 없어.”
“그러니까 네 말은 오크가 관련되어 있긴 하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래. 그 대답이면 충분해.”
제론이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자 카론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대답이 충분하다는 말은 진짜였다. 오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 변수는 적을수록 좋으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온 이유도 오크 때문이야. 국경 근처까지 몬스터를 몰이해서 온 놈들이 있어. 나는 그놈들을 오크라고 생각해. 그래서 아빠와 이야기를 해서 정식으로 조사를 하고 싶어서 왕실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왔어.”
“그 부분은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군. 하지만 증거를 찾는 건 힘들다고 생각해. 아니. 찾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알고 있어.”
“끙.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겠군.”
“당연한 거 아냐?”
카론은 골치가 아파 오는 것을 느끼곤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반가웠던 감정이 두통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 * *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냐?”
“너는 말투가 그대로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로한은 제론이 대뜸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반면 카론의 낯빛이 검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아, 오랜만에 본 어떤 친구가 있는데 말투가 40대, 60대처럼 늙었더라고. 혹시나 아이가 있는 너도 그런 말투를 쓸까 했는데 아니었네.”
“내 나이가 몇인데 40대, 60대 말투를 써? 그 친구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한…….”
“한? 한 뭐?”
로한은 카론의 살기를 느끼고 그 ‘어떤 친구’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그리곤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심하다고.”
녀석의 살기는 헤샤의 것에 비하면 애기들의 재롱잔치였다. 친구를 아끼고 사랑해서 다정하게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제론이 키득거리며 두 친구와 어깨동무를 했다. 오랜만에 뭉친 3인방이다. 마음껏 놀고 즐겨도 모자라는데 투닥거리며 싸울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레이디께서는 누구시냐?”
“아. 맞다.”
제론이 깜빡하자 쟌느가 자신을 잊고 있었냐며 흘겨본다.
“이쪽은 쟌느야. 풀 네임은 자이나르 슈롬벨.”
“북대륙의 맹장 슈롬벨 백작의 영애시군요. 저는 로이하른 폰 아이언하트라고 합니다. 편하게 로한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호호. 제론의 친구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혹시 제론 녀석이 저희 얘기를 한 적 있습니까?”
“네. 무척이나 좋은, 그리고 훌륭한 친구들이 있다고 했어요.”
“쟌느 양께서는 거짓말을 하고 계시군요.”
“네? 제가요?”
쟌느가 당황해서 반문했다. 옆에서 카론도 로한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제론이 저희 이야기를 했다면 욕을 실컷 했지, 칭찬을 할 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거짓말을 하고 계시다는 겁니다.”
“오……!”
제론은 로한의 말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제론의 옆구리를 쟌느가 콕 찔렀다.
친구분들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데 꼭 눈치 없이 끼어든다.
“후후. 농담 아닌 농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잔느 양께서는 우리 제론과 어떤 사이십니까? 혹시 미래를 약속한 사이신지요?”
“네가 뭔데 그런 걸 물어봐?”
“너희 누나랑 결혼한 사이니까 물어보는 거지?”
“아, 헤샤 언니의 남편분이시군요.”
쟌느의 미소가 조금 더 가식적으로 변했다.
제론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 그녀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봤다.
요즘 따라 자주 보이는 모습.
보기 싫은 건 아니지만 굉장히 낯설었다. 뭐랄까. 자신의 평판을 높이려는 정치인 같다. 다른 일행들이 있었다면 소름 끼치게 갑자기 왜 그러냐며 식겁했을지도 몰랐다.
카론과 로한이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불상사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직 젊었지만 1명은 왕세자로서, 또 다른 1명은 재상 가문의 차남으로서 일찍이 정치판에 몸을 담았다. 능구렁이 같은 귀족들을 비롯해 곰의 가죽을 뒤집어쓴 여우들을 상대하려면 웬만한 눈칫밥으로는 부족했다.
두 사람은 쟌느의 가식적인 미소를 보며 동시에 생각했다.
‘카야보다 처세가 좋네.’
‘이거 아무래도 어렵겠는데?’
카야와 쟌느 중에서 굳이 누구를 더 응원하냐고 묻는다면, 카론은 그래도 가족이니까 동생을 응원하는 편이었고, 로한은 냉정하게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쟌느의 행동을 보니까 아무래도 카야가 많이 힘들 것 같았다.
“헤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숙녀분이시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연 헤샤의 말이 틀리지 않았군요. 대륙에서 세 번째로 매력적이신 분 같습니다.”
“세 번째요?”
“네, 세 번째요.”
로한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 3개를 들었다.
“앞의 2명은 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머니와 헤샤입니다. 참고로 헤샤가 첫 번째입니다.”
“아, 소름 돋았어.”
제론은 로한이 눈을 찡긋하며 대답하자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버터 수십 개를 녹여서 한 번에 마신 것처럼 느끼했다.
카론은 뭐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대화를 쭉 이어가고 있는 사이 시종장이 와서 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성대한 만찬을 준비한다고 했으니 기대가 되었다.
“너를 위해서 까르페뇽 295년산도 준비해 놨다.”
“비싼 거냐?”
“……겁나 비싼 거다.”
“그럼 맛있겠네.”
제론이 씨익 웃었다. 하지만 로한은 까르페뇽 295년산이라는 말을 듣자 턱이 땅에 닿을 것처럼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거…… 전 대륙에 천 병도 안 남았다는 거 아냐?”
“맞다.”
“젠장할! 오늘 입이 호사를 누리겠네.”
로한은 귀한 술을 마신다는 생각에 들떴는지 코를 벌렁거리며 제론과 카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질질 끌고 갔다.
쟌느가 그런 3인방을 재밌게 바라봤다.
* * *
시간을 돌려 하루 전.
메이엔과 로건은 아카데미로 가기 전에 호텔 방을 예약하러 갔다.
엄청난 우연에 불과했지만 호텔의 이름은 ‘해가 저무는 밤’이었다.
맞다.
제론이 시무르 칸을 참교육했던 그 호텔이었다.
“방을 예약하려고 왔어요.”
“몇 분이신가요?”
“두 명이요.”
“방은 몇 개 필요하신가요?”
“한 개요.”
데스크 직원이 로건의 사제복에서 시선을 잠시 멈춘다.
사제와 마법사로 보이는 여자의 조합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그래서 프로페셔널한 데스크 직원조차 잠깐이지만 당황하고 말았다. 게다가 남녀가 한 방에서 잔다고? 더욱 당혹스러운 상황은 남은 방을 체크한 뒤에 이어졌다.
“……침대 두 개 방이 전부 나갔습니다.”
“침대 한 개 방도 괜찮아요.”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
데스크 직원은 자신의 사상이 불순한 건지 처음으로 의심해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