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44)
제 244화
244화
로건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으음. 마녀와 인간은 많이 다릅니까?”
“많은 부분이 다르지는 않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제이나 선생님과 유한 경처럼 서로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결여되어 있어요.”
“부족하거나 적은 게 아니라 결여되었다고요?”
“네.”
결여缺如.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라다는 뜻의 단어다.
“마녀는 생물학적인 임신이 불가능해요. 동물이나 이종족, 또는 몬스터처럼 교배를 통해서 자식을 낳을 수 없는 거죠.”
“그, 그렇군요.”
로건은 낯부끄러운 이야기에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말았다. 하지만 메이엔은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만 갸웃한 채 계속 말했다.
“이상한 것은 인간과 신체적 구조가 똑같다는 사실이에요. 인간 여성의 생식기와 내부의 자궁까지 재현되어 있죠. 감성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생물학적인 임신이 불가능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어요. 마치 인간 여성을 완벽하게 본떠서 만든 인형에 필요 없는 기능과 감정만 제외한 것처럼 말이죠.”
“크흠.”
“그래서 로건 님께서 저를 바라보시는 눈빛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가끔씩 헷갈려요.”
“네, 네? 제 눈빛이 이상합니까?”
“이상하지는 않아요. 다만 좋아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요.”
“…….”
로건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설마 메이엔이 눈치챘을 줄은 몰랐다. 뭐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술이 얼어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 메이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마녀인데, 사랑이라는 것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 말이죠.”
“사랑을 받고 말고의 자격이 어디 있습니까?”
로건이 화내듯 묻자 메이엔의 눈이 커졌다. 그가 왜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자격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드리겠습니다. 메이엔 양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운지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요. 제게 있어서 메이엔 양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람이니까요.”
“그 말…… 제게 고백하신 건가요?”
눈을 깜빡거리며 묻는 메이엔.
“……!”
로건의 두 눈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순간 열이 머리까지 뻗쳐올라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뱉고 말았다.
엄청난 실수였다. 아니, 실수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흥분하면 안 됐다. 전부 망쳐버리고 말았다.
‘어떡하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메이엔이 입술을 뗀 순간이었다.
“로건 님, 조금 전에 고ㅂ…….”
“메이엔 양?”
교직원센터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백발의 덩치 큰 노인이 나오며 반갑다는 듯 메이엔을 부른다. 그녀가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리자 로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등장 타이밍이 굿이었다.
메이엔이 눈을 크게 뜨더니 하얀 미소를 지었다.
“교장 선생님?”
“허허! 제이나 선생이 농담한 줄 알았는데 정말로 메이엔 양이 맞군요! 반가워요. 보기 좋게 잘 자라서 고마워요.”
“교장 선생님도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노인-아브람이 푸근하게 웃으며 메이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 로건을 향해 인사했다.
“아카데미 교장 아브람이라고 합니다.”
“태양의 교단의 사제인 로건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메이엔과 로건은 아브람의 초청을 거절하지 않고 교장실로 갔다.
아브람이 음료를 내오자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아카데미가 방학 중이었지만 선생님들이 남아서 다음 학기를 준비하거나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업무가 많았다.
“메이엔 양.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말도 없이 찾아온걸요.”
메이엔은 아브람에게 앞으로도 건강하시라며 인사를 남기고 로건과 함께 아카데미를 나섰다.
“혹시 뵙고 싶다고 하신 선생님께서 그 분이십니까?”
“네. 어렸을 적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숲을 벗어나게 된다면 꼭 찾아뵙자고 생각했어요.”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몰랐다.
메이엔은 마음속으로 아카데미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혹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음. 짧게 요약하자면 마녀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이해하는 방법?”
“네. 공감하는 것까지는 무리였지만요.”
이해가 타인의 사정을 잘 헤아리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공감은 나의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메이엔은 아브람에게 타인-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공감하지는 못했다. 마녀와 인간의 차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론, 그리고 다른 일행들을 통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었다.
호텔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수도의 거리로 나온 순간, 메이엔은 로건의 옷깃을 잡고 인적이 드문 길로 자연스럽게 그를 이끌었다.
로건이 당황하지 않고 눈짓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메이엔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곁눈질로 뒤를 가리켰다.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언제부터입니까?”
“호텔에서 나온 뒤부터예요.”
두 사람은 목소리를 작게 낮춰 대화했다. 메이엔이 미행이 붙은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가는 길의 방향이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의 부지가 워낙 크고 넓은 탓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카데미 입구까지 뒤따라오자 미행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카데미에서 나오길 계속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에요.”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아니요. 모르는 얼굴이에요. 만약 아카데미를 다닐 때 알던 사람들이었다면 몰래 숨어서 미행하는 게 아니라 접근해왔을 거예요.”
“음. 그 말도 일리가 있군요.”
인적이 드문 길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로건은 은밀하게 신성 마법으로 몸 주위에 방어막을 둘렀다. 미행하는 자가 기습을 가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주의한 것이다.
그사이 메이엔은 마녀의 비술을 펼쳤고, 자신과 로건이 사라지려는 순간 그의 팔목을 잡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
두 사람을 미행하던 자가 다급하게 골목길로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메이엔과 로건은 마녀의 비술로 모습이 감춰져서 육안으로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촤라락-!
땅에서 쇠사슬이 솟아나며 미행하던 자의 두 발을 속박했다.
“이, 이건 뭐야!”
“누구시죠?”
메이엔이 조용히 묻자 미행하던 자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법의 힘이리라. 단검을 뽑아 쇠사슬을 내려쳤다.
캉-!
“큭!”
손아귀가 찌릿하며 아팠다. 단검으로 자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그가 메이엔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단검을 던졌다.
“소용없어요.”
텅.
단검이 날아가다가 힘없이 떨어졌다. 로건의 방어막이 날아오던 단검의 법칙을 흩어버린 것이다. 강력한 마법이나 오러 블레이드가 깃들어졌다면 방어막이 깨졌겠지만 그런 강자가 미행이나 하고 있었을 리가 없었다.
“젠장!”
미행하던 자는 자포자기했는지 양손을 높게 들었다.
메이엔이 빗자루로 바닥을 두드리며 마녀의 비술을 펼쳤다. 쇠사슬이 전신을 포박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했다. 대답을 들어야 하니 입과 눈은 내버려 뒀다.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가요?”
“…….”
“고민할 여유가 있군요.”
“으아악!”
쇠사슬이 놈의 몸을 조였다.
미행하던 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비명을 지를 정도로 세게 조이지는 않았기에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듣고 달려오도록 일부러 크게 낸 것임을 알았다.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막았어요. 수도경비대가 마력을 느끼고 오고 있겠지만 적어도 10분 이상은 걸릴 테죠. 그사이에 당신의 입을 열지 못할 것 같아요?”
메이엔은 담담하게 말하며 이번에는 쇠사슬을 정말로 세게 조였다.
뚜둑.
몸이 비틀리는 소리가 났다. 미행하던 자의 눈이 커졌다.
“……!”
많이 고통스러웠는지 입술이 크게 벌어졌다. 하지만 비명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너무 아프면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는 말처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묻겠어요. 누구인가요?”
쇠사슬을 살짝 느슨하게 만들며 묻는다.
미행하던 자는 고통으로 인해 결정을 내렸는지 순순히 대답했다.
“모……험가 길드 소속 2급 정보원이다.”
“이다?”
“……입니다.”
“좋아요. 이제 대화를 제대로 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할게요. 하지만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런 기색을 비치기라도 한 순간 당신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메이엔은 마녀의 비술을 해체했다. 그녀와 로건의 모습이 나타나며 정보원의 전신을 옥죄던 쇠사슬이 사라졌다.
“왜 우리를 미행했죠?”
“의뢰내용은 비ㅁ…… 끄윽!”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정보원의 목을 세게 움켜잡았다. 그것의 정체는 언데드 계열의 스펙터와 다른 투명한 영체로 이루어진 메이엔의 사역마였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목이 강하게 움켜쥐어졌고, 두 눈이 뒤집어지기 직전 놓았다.
정보원이 눈물범벅이 된 채 외쳤다.
“도, 동대륙의 지부에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누가요?”
“그건 저도 알지 못합니다!”
사실이다.
2급 정보원은 의뢰주의 정체까지 알 정도로 높은 위치가 아니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미행한 건가요?”
“모릅니다!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들은 건 동대륙 모험가 길드 지부에서 조사를 지시했다는 것과 당신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보고하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좋아요. 협조를 잘해둔 대가로 당신의 목숨은 살려드릴게요.”
“가, 감사합니다……!”
정보원이 털썩 주저앉았다. 동시에 메이엔과 로건이 사라졌다.
“……귀, 귀신인가?”
* * *
메이엔과 로건은 공간 이동술을 사용해 좌표로 지정해둔 호텔 방으로 이동했다.
“후우.”
“괜찮으십니까?”
로건이 비틀거리는 메이엔의 몸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메이엔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조차 없이 공간 이동술을 사용해서 많은 양의 마력이 고갈되었다. 탈진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잠깐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모험가 길드에서 왜 우리를 조사하고 있을까요?”
“으음. 저도 짐작되는 게 없군요. 그런데 저희의 정체를 정말로 모르고 있던 걸까요?”
“……적어도 정보원이라던 자는 저희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았어요. 상층부에서 일부러 감춘 것일지도 몰라요.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니까요.”
“언제든 잘라낼 수 있는 꼬리……라는 거군요.”
로건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언제든 잘라낼 꼬리치고는 너무 쉽게 입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가 길드가 우리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돌려서 알린 걸까?’
그것을 메이엔에게 말하자 그녀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