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45)
제 245화
245화
“로건 님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한참을 생각하던 메이엔이 말했다.
로건은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었다.
“모험가 길드의 저력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다른 길드나 마탑 같은 세력에 비하면 무력 측면에서 많이 모자라요. 그런 모험가 길드에서 우리 일행은 직접적으로 건드리기 힘들죠. 서대륙과 북대륙의 사건을 알고 조사했다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으니까요.”
“으음. 그럼 아까 만난? 그 정보원은 동대륙의 누군가가 저희를 조사하라고 의뢰했다고 알리기 위해 보냈다고 생각해도 되겠군요.”
“아마도요.”
확실한 건 아니었다. 단순한 추측에 불과했다.
메이엔이 잠시 생각했다.
이 사실을 제론에게 바로 알려야 할까 거듭 고민했다.
“…며칠 동안은 우리 둘이서만 움직여요.”
“알겠습니다.”
“응? 이유는 안 물어보세요?”
“엇. 물어봐야 했던 겁니까?”
로건이 당황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메이엔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너무 당연하다는 듯 알겠다고 하시기에 의아해서 말했던 거예요.”
“하하. 메이엔 양을 믿으니까요.”
“고마워요. 저를 믿어줘서.”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모험가 길드를 찾아갈 생각이에요.”
“지금 바로요?”
로건은 메이엔이 고개만 끄덕인다면 당장 일어나서 나갈 것처럼 침대에서 엉덩이를 뗄 듯 말 듯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젓자 머쓱해져서 뒷머리만 긁적였다.
“마나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럼 제가 문 앞에서 누가 다가오지 못하게 메이엔 양을 지키겠습니다.”
“로건 님만 믿고 있을게요.”
메이엔이 로건을 향해 하얗게 웃어 보이곤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튿날 새벽이 돼서야 눈을 떴다. 그때까지도 로건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문 앞에 앉아 그녀가 눈을 뜨길 지키고 있었다.
* * *
잠깐의 수면을 취하고 호텔을 나섰다.
바로 미행이 붙었다.
모험가 길드의 정보원으로 예상되었다.
“대놓고 저희를 감시하는군요.”
“동대륙의 누군가가 꽤나 거물인 모양이에요.”
두 사람은 정보원을 신경 쓰지 않고 모험가 길드로 갔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가자 여러 시선이 붙었다.
모험가 길드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어둡고 칙칙했으며 뼈가 시릴 것처럼 음습하기까지 했다.
도둑Thief이나 암살자Assassin 같은 어둠의 길드 소속으로 느껴졌다.
메이엔에게 위협이 되지 않지만 시선이 거슬렸다.
“…혼쭐을 내주렴.”
투명한 영체로 이루어진 사역마를 잔뜩 불러내 퍼트리자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두 사람의 피부를 따갑게 만들 정도로 많았던 시선들이 사라지자 다시 골목길을 따라서 이동했다.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인기척이 적어졌다.
로건의 몸이 긴장감으로 굳어진다.
메이엔이 멈춰서며 눈썹을 찌푸렸다.
“우리와 싸우고 싶은 건가요?”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디선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긴장감으로 굳어졌던 로건의 몸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를 긴장하게 만든 것의 정체는 감쪽같이 숨어 있던 암살자 길드원들이었다.
인기척이나 기감을 감지하는 능력은 없었지만 오랜 시간 제론과 함께 행동하며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었다.
“암살자 길드가 무슨 이유로 우리를 막아선 거죠?”
“……!”
로건이 메이엔의 말을 듣고 놀라 재빨리 방어막을 둘렀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희의 구역을 지나치는 손님들께서 누구일까 궁금해서 잠시 나와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하지도 못한 엄청나신 분들이 오셨을 줄은 몰랐지만요.”
“대화를 하고 싶다면 모습을 드러내세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부하들 앞에서 쪽팔림을 당할 수는 없지요.”
10미터 전방에서 어둠이 일렁이더니 그 속에서 작은 키의 소년이 나타났다. 굵직한 목소리와 소년의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저 모습이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서커스 유랑단을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우아한 포즈를 취하며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앙대륙 최고의 암살자 길드 ‘더 문The Moon’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더 문’에서는 고객님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문의는 길드 본부 혹은 지부를 찾아주세요. 24시간 상담원이 상시 대기 중이며, 어떠한 문의더라도 친절하게 상담해드리고 있습니다.”
“암살자 길드에서 무슨 일로 우리를 막아선 거죠?”
메이엔은 소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은 채 대답을 듣지 못했던 아까의 질문을 다시금 이어나갔다.
소년은 뺨을 손톱으로 벅벅 긁으며 무안하다고 티 냈다.
“아까 대답했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희의 구역을 지나치는 손님들께서 누구일까 궁금해서 잠시 나와 봤습니다.”
“이번에는 다르게 질문할게요. 암살자 길드는 누구의 의뢰로 우리를 막아선 거죠?”
“…….”
소년의 눈빛이 음울하게 가라앉았다. 변명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거의 일방통행이었다.
‘실체를 잘 간파하는 것일지도 몰라.’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얕잡아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잠깐 막아서면 된다는 조건과 말도 안 되는 거금에 눈이 돌아가 의뢰를 덥석 수락하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소년은 깊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하아.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예상하긴 했는데, 제가 너무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하고 의뢰를 받아들인 모양이군요. 두 분의 앞길을 막은 점은 정말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의뢰인가요?”
“암살자 길드 연합을 통해 내려온 의뢰였습니다.”
길드는 각기 하나의 연합체가 있다.
은밀하게 활동하는 암살자 길드 역시 연합체가 있었는데 30분 전, 누군가가 연합을 통해 ‘더 문’에게 메이엔과 로건을 잠시 붙잡고 있으라는 의뢰를 했다.
그 사실을 말한 소년이 어떻게 하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눈빛에 깃든 긴장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아주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됐다. 그러면 자신들이 막고 있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각이 주어지지 않았다.
재빨리 부하들을 움직였지만 의뢰자의 정체를 알아내지도 못했고, ‘더 문’의 힘으로 상대하기 곤란한 대상들을 건드렸다.
‘제거해야 하나?’
소년은 암살자로서 반사적으로 생각했다. 이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바로 지웠다. 그 뒤를 이어 서대륙과 북대륙의 소문을 듣고 조사해서 알아낸 정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 2명-실제 전력은 1명이었지만-에 불과했지만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았다. ‘더 문’의 모든 힘을 쏟아야 하기까지 한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피해가 막심하리라.
‘수도경비대까지 도착한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게 돼.’
제거하는 건 포기한다.
이내 소년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이엔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북대륙에 강림했다는 악마와 시선이 마주쳤다면 이랬을까?
‘더 문’의 부副길드 마스터로서 지난 십수 년 동안 자신보다 강한 자들을 수없이 암살해온 그로서도 이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도망칠 뻔했을 정도로 두려움이 배 속에서 스멀스멀 역류해 온다.
더욱 무서운 점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꾼 건 잘한 선택이에요.”
그 순간 목덜미 아래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 생각을 바꾸지 않았거나, 늦기라도 했다면 목이 땅으로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
“아 참. 질문에 대답을 드리자면 의뢰자의 정체는 저희도 모릅니다. 혹시나 말씀드리지만 숨기는 건 아닙니다. 알아보니까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지한테 용돈 몇 푼 쥐여줘서 이중, 삼중으로 거쳐 전달한 의뢰였습니다. 거지 몇 명을 더 족쳐서 알아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죠.”
“좋아요. 오늘은 이대로 넘어가죠.”
메이엔은 담담하게 말하며 로건과 함께 ‘더 문’의 구역을 통과했다.
두 사람이 사라진 뒤 소년은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재조사를 지시했다.
“어떤 새끼가 의뢰를 넣었는지 반드시 알아내.”
한편 ‘더 문’의 구역을 벗어난 두 사람이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다시 거리가 나타나자 주변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로건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후우. 위험했군요. 설마 암살자 길드 연합에 의뢰해서 우리를 막고 있으라고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한 자와 동일인물의 소행일까요?”
“아마… 그럴 거예요.”
“왜 그런 걸까요?”
“저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무슨 속셈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메이엔은 모험가 길드로 가며 고심에 잠겼다.
‘우리를 암살하라고 한 게 아니야. 단순하게 시간을 끌라고만 했어. 그 이유가 뭘까?’
짐작되는 게 없다. 원한을 품고 있을 만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각의 실타래가 복잡하고 꼬이던 그때 한 건물 앞에서 모여 웅성거리는 인파를 발견했다.
“메이엔 양. 저 건물은 혹시……?”
“…맞아요. 모험가 길드예요.”
인파가 모인 건물.
바로 모험가 길드 오른 왕국 수도 본부였다.
왜 인파가 모였냐며 묻지 않아도 됐다.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짙은 피비린내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제야 알았다.
누군가가 암살자 길드에 두 사람의 앞을 막도록 의뢰를 한 이유 말이다.
“우리가 모험가 길드에 도착하기 전에 정리하려는 거였어요.”
“저희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걸까요?”
“아마도요.”
로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신은 몰라도 메이엔의 감지를 피해 감시한다는 건 엄청난 강자, 그것도 최소한 오러 마스터 급의 실력자라는 뜻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오러 마스터는 아니야.’
현재 대륙에서 공인한 오러 마스터의 숫자는 총 56명이다. 매년 갱신이 되었고, 올해 초에 공표한 숫자였다.
만약 공인된 오러 마스터 중 1명이 움직였다면 각 국가에서 알아차리고 방비를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방비를 하는 태세는 전혀 없었다. 그러한 사실을 통해 로건은 모험가 길드를 학살한 존재가 56명에 포함된 오러 마스터가 아니라고 추측했다.
“오늘은 돌아가죠.”
“알겠습니다.”
메이엔과 로건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도경비대의 모습을 바라보며 호텔로 돌아갔다.
* * *
모험가 길드의 참변은 수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수도경비대의 뒤늦은 출동에 대한 그들의 나태한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지만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서대륙과 북대륙의 사건이 은연중에 소문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것에 비하면 모험가 길드의 참변은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물론 왕실에서는 묻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흐음.”
왕실에서 나온 조사원이 모험가 길드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시체는 치우기 전에 전부 확인했다. 남은 건 흔적뿐이다.
“흉기는 칼이군. 날의 폭이 넓고 길어.”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공격의 형태가 달라진다. 조사원은 두 동강 난 탁자와 의자를 보며 흉수의 무기를 알아차렸다. 또한 칼의 폭이 넓고 길수록 잘려나간 단면의 형태가 달라진다.
게다가 시체에 남은 흔적에는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격一擊으로 베어냈다는 것이다.
“최소한 검술의 달인인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