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47)
제 247화
247화
영혼의 맹세는 마녀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어긴다면 마녀는 영혼이 소멸된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되냐고?
빈껍데기인 마녀의 육체만 남은 채 소멸해서 텅 비어버린 영혼의 그릇을 채울 새로운 영혼을 찾아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마녀의 육체와 파장이 맞는 영혼을 대신할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영원히 생명을 해치고 다니는 ‘괴물’이 된다.
“…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메이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론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다른 일행들 역시 비슷한 표정들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영혼의 맹세’는 행동의 결과로 발동하지 않아요. 행동의 결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 순간 영혼이 소멸하게 되는 거죠.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하더라도 도움을 준 것이라는 강렬한 암시로 스스로를 세뇌시킨다면 영혼이 소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또, 실제로 오른 왕국에 피해를 입히더라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마찬가지고요.”
설명은 쉽지만 실제로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0프로에 가까운 수치가 아닌 진짜 0프로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야 하니까.
메이란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이다.
“흠.”
제론은 메이엔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이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대놓고 수작을 부리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이번 일은 자연재해라고 생각하며 넘어가죠. 앞으로 조금 더 신경을 쓰도록 하고요.”
“…일족에게 언니를 부탁해볼까요?”
“일족이라면…… 괜찮겠어요?”
제론은 살짝 걱정이 들었다.
마녀 일족은 숲을 벗어난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쇠약해지고 수명이 줄어든다.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 말을 꺼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메이엔은 제론의 걱정스런 시선과 표정을 마주하며 웃었다. 그리곤 많은 뜻이 함축된 대답을 했다.
“언니도 마녀니까요.”
“알겠어요. 그럼 메이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메이엔에게 맡길게요.”
“고마워요.”
제론은 작게 고개를 숙이는 메이엔에게 아니라며 말하고 대화를 일단락했다. 곧 국왕을 알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분의 대기 후 국왕과 대면했다.
국왕은 편지를 받아 읽곤 그 자리에서 답장을 써 내렸다.
왕실의 인장으로 봉인하며 그가 흘러가듯 묻는다.
“혹시 내 딸이 마음에 안 드는가?”
“…네?”
“부담을 주려고 묻는 게 아니니까 솔직하게 대답해도 좋다네.”
제론이 난처하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지금은 제 삶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다른 핑계를 대지 않아서 좋군.”
“…….”
“하지만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네.”
국왕이 정색하며 말했다.
‘설마 협박을 하려는 건가?’
제론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국의 지도자가 쪼잔하게 협박이나 할 줄은 몰랐다.
국왕이 여전히 정색한 채 말했다.
“카야는 내 딸이긴 하지만 참 예쁘거든. 아마 내년이면 더 예뻐질 테지. 지금도 칼튼 제국과 다른 나라에서 내 딸과…….”
“네?”
“음? 내가 못 할 말이라도 했나?”
“…….”
이 아저씨 팔불출이었어?
제론은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을 알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억지로 안면의 근육을 움직이며 고개를 들었다.
“솔직하게 묻지. 내 딸 죽여주지?”
“그…….”
제아무리 뻔뻔하고 눈치를 보지 않는 제론이라지만 저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죽여줍니다!’라고 대답해도 문제고, ‘그냥 그런데요?’라고 대답해도 문제다.
그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국왕은 태연하게 인장을 누르는 손에 힘을 주며 말을 이어간다.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인기도 많아. 만약 조금이라도 흑심이 있다면 얼른 채가시게.”
“…….”
혹시 흑심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닐까?
혼란스러운 마음도 잠깐.
국왕의 다음 말을 듣는 순간 제론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참고로 말하자면 카론의 친구라서, 그리고 쥬페토의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네. 알고 있겠지만 서쪽과 북쪽에서 자네의 활약상이 자주 들려온다네. 매우 인상적이었지. 바후르 도적단을 토벌한 이가 전쟁영웅 퓨리온 공작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자네와 자네의 동료들이라는 것도, 악신 베헤못의 강림을 저지한 신의 용사! …라는 소문도 돌더군.”
“…….”
마지막에는 소문이라고 말했지만 진짜라고 확신한 것이 분명했다.
하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서대륙은 몰라도 북대륙에서 엄청 신나게 날뛰었으니까.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 …으음.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내가 새삼 속물처럼 느껴지는군. 아니, 속물이 맞지. 이해를 바라지는 않는다네. 여러 가지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자리에 앉은 늙은이의 고충이라고만 생각해주면 고맙겠네.”
“이해합니다.”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예, 말씀하십시오.”
“부인을 꼭 한 명만 둘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랬다.
이쪽 세상은 현대처럼 일부일처제가 아닌 일부다처제였다.
도의적으로, 혹은 사랑으로, 마지막은 아내의 가문이 워낙 빵빵해서 어쩔 수 없이 일부일처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인을 여럿 두곤 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카야에게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허허. 나와 자네만의 비밀로 묻어둠세.”
국왕이 제론에게 편지를 건네며 어깨를 다독인다. 카야에게는 비밀이니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 * *
페리안 자작령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론과 로한을 만나러 갔다. 인사도 안 하고 가면 화를 낼 게 뻔했다. 빌어먹을(?) 친구 2명은 제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한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한다.
“자, 말할 시간을 주마.”
“순순히 실토하면 봐주지.”
카론은 수사관처럼 분위기를 무겁게 잡고 추궁해온다.
‘뚝배기를 깨면 되려나?’
강렬한 욕망을 떨쳐내며 일행들과 나눴던 이야기 중에서 마녀라는 키워드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달했다. 녀석들과는 서로 조력자로서 협력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친구들이지만 오른 왕국의 차기 권력자들이기도 했다. 오른 왕국과 중앙대륙에서 활동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시무르 칸이 대륙공통법을 어기고 올 수도 있겠군.”
“뭐… 정체야 들키지 않으면 장땡이니까.”
카론과 로한이 담담하게 말한다. 하지만 말 속에 담긴 내용과 표정은 담담하지 못했다. 짧게 말하자면 심각했다.
시무르 칸은 대륙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56명의 오러 마스터 중 1명이다. 제론의 평가는 반쪽짜리 오러 마스터였다지만 그것도 10년 전의 이야기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강해졌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생각을 해보자.”
카론이 팔짱을 끼며 말하자 로한이 ‘으잉?’ 하는 표정으로 묻는다.
“무슨 생각?”
“…시무르 칸에 대한 대비 말이야. 대비!”
“왜 화를 내고 그르냐. 너 그러다가 스트레스로 탈모 온다.”
로한이 능글맞게 웃으며 손으로 머리를 가리켰다.
카론은 화가 난 짐승처럼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탈모가 온다면 스트레스의 주범이 네놈일 테니, 내 직접 너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함께 탈모가 오도록 만들어주마.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도록.”
“에헤이. 우리 헤샤한테 혼 좀 나볼래?”
그런 2명의 친구를 바라보는 제론의 시선이 따스했다.
‘그래. 탈모는 선 넘지.’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게 아니라 멱살을 잡고 뜯어버려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 와중에 누나까지 이용해?’
누나의 남편이지만 자신의 친구이기도 하다. 친구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손쉽게 제압해서 얍! 혼내주자 녀석이 아프다고 생난리를 친다.
“항복! 항복! 내가 졌으니까 그만!”
“전쟁에서 패배하면 뭐다?”
“닥치고 승자가 시키는 대로 한다.”
제론과 카론의 티키타카가 이어졌다. 카론이 꼴좋다고 비웃으며 로한에게 발길질을 했다. 물론 진심이라기보다는 장난에 가까웠지만 당하는 로한으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마.”
“빌어먹을 새꺄, 얼른 꺼져!”
“조심히 가고, 나중에 또 와라.”
제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아이언하트 공작령으로 가야겠네.”
“내가 너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거 알지?”
태세전환이 빠른 로한이다. 제론은 헛소리하지 말라며 비릿하게 웃어주곤 일행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제론이 떠나고 몇 시간 뒤 쥬페토가 보낸 편지가 왕실에 도착했다.
국왕은 의아했으나 편지를 읽었고, 빠르게 대신들을 소집했다.
* * *
제론은 집으로 돌아와 쥬페토에게 남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놀랍게도 오크가 각 부족을 규합해서 왕국을 세웠고, 그들의 영토를 넓히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대륙에도 소식이 전해졌겠죠?”
“아마도 그렇겠지.”
“중앙대륙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요?”
“지금 당장은 적지 않은 불안을 형성하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오크들의 야욕이 남대륙을 손아귀에 넣는 것이라면 큰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구나.”
“제가 남대륙으로 가볼까요?”
“네 엄마한테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냐?”
어째서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남대륙으로 가려면 엄마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아빠와는 짧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엄마한테 갔다.
엄마는 유모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왔니?”
“어… 올 줄 아셨나 보네요?”
태연한 반응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맞은편에 앉았다.
유모가 일어나 찻잔을 채웠다.
“배 아파가며 낳은 아들을 내가 모를까 봐?”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소자小子, 작게는 페리안 자작가의 안녕과 평화, 크게는 대륙의 안녕과 평화가 심히 걱정이 되어 남대륙에 다녀오고자 합니다. 오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리고 감히 여쭈니 부디 허락을 해주십시오.”
제론은 일기토를 나가는 장수의 심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코웃음을 치며 안 된다고 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쉽게 허락을 받지 못하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공간 주머니에서 서대륙과 북대륙을 돌아다니며 얻은 몇 가지 패물을 꺼내 바쳤다.
“이건 뭐니?”
“진상품이옵니다.”
“양식이 고대시대의 것으로 보이는구나. 요긴하게 잘 쓰마.”
“그럼 허락을…….”
“아이고. 어깨야. 요즘 걱정이 많아서 그런지 어깨가 결리네.”
“제가 풀어드리겠습니다!”
제론은 벌떡 일어나 엄마의 어깨를 주물렀다. 삼매진화를 아주 약하게 일으켜 온찜질효과까지 더하자 엄마의 표정이 나른하게 풀어졌다. 천천히 내공을 불어넣어 근육의 긴장을 풀고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켰다. 땀이 살짝 나며 피부에서 윤기가 돌았다.
“시원하십니까?”
“으음. 시원하구나.”
그런 모자母子의 모습을 지켜보는 유모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맺혀졌다.
“평소에도 잘 해주지 그랬니?”
“충성! 충성!”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