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48)
제 248화
248화
제론의 노력이 하늘… 아니, 엄마를 감동시킨 것일까?
엄마가 나른한 표정으로 물어보신다.
“그래서 언제 가려고?”
“3일 ㄷ… 아니! 7일 뒤! 7일 뒤에 갈게요.”
“됐다. 갈 거면 얼른 가.”
제론은 상태 이상 ‘혼란’에 빠졌다.
이렇게 쉽게 허락한다고?
어깨를 주무르던 손마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아들에게 엄마가 말했다.
“네가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오래 있으면 괜히 더 있기를 바라게 되니까 얼른 가라는 거야. 에휴.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어.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어.”
엄마, 그거 그런 뜻 아닌데.
제론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켰다.
“봐봐. 20년 동안 키웠더니 맨날 싸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
솔직히 억울했다.
그 20년 중에서 7년은 아카데미를 다녔다.
안 가면 감옥에 갇힌다는데 어쩌겠는가?
게다가 아카데미를 입학하기 전에는 철없을 나이 8살의 꼬꼬마였다.
“저 옆집 누구는 아카데미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손주를 안겨줬다더라.”
죄송합니다.
아직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대였다면 30살이 넘어야 명절 때 친척들이 모여서 ‘언제 장가가니?’, ‘여자 친구는 있고?’라면서 멘탈을 갈기갈기 찢었겠지만, 유민현에게 가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집 누구는 엄마의 정성도 몰라봐 주고 기껏 혼담을 알아봤더니 아무 말도 없이 사귀는 사이도 아닌 귀족 가문 여식을 데려와서 파투나 내고 그랬지 뭐니?”
아니, 정략결혼은 싫다면서요?
억울한 제론이 마음속으로 투덜거릴 때 엄마의 손이 올라왔다.
어깨를 주무르는 손을 부드럽게 감싸시며 말씀하신다.
“그래도 이 엄마는 우리 막내를 많이 사랑한단다. 이건 사실 비밀인데 아빠보다 우리 아들들을 사랑해. 맨날 말썽 피우고 속만 썩이지만 말이야.”
잔소리 끝에 병 주고 약 주기가 시전되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저도 사실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아요.”
이 대화를 들었다면 아빠가 많이 섭섭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내일이라도 당장 출발하라고 했지만 제론은 며칠 더 머물렀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왜 더 있다가 가게?”
“엄마랑 아빠 무공 좀 보게요.”
“아빠는 그렇다 쳐도 엄마는 왜?”
옥녀궁의 선술은 특별한 수련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경지가 상승한다.
물론 그 속도가 빠른 건 아니다.
지독하게 느리다.
기본적으로 선술은 무武, 그러니까 치고 박고 싸우는 용도로 만들어진 무공이 아니라 신선이 되기 위한 길잡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주안술의 경우에는 옥녀궁의 궁도가 전부 여인이라서 부수적으로 넣은 것에 불과하고 말이다.
뭐, 면벽수련을 하는 소림의 고승이나 속세와 인연을 끊은 심산유곡의 도사들처럼 엄마도 오랜 시간 명상과 수련을 반복하면 선술의 극의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까지 바라고 선술을 가르친 게 아니다.
‘불 속성 효자도 아니고 말이야.’
아무튼, 그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서 엄마가 의아해하는 것이다.
“그냥 어디 이상한 구석이 없는지 확인하려고요. 형식상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구나.”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의심이 하나도 없는 표정이다.
제론이 엄마의 손목을 잡고 내공을 흘려보냈다.
‘형식상 하는 건 맞지.’
신선이 오래 사는 이유는 탈각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쪽 세상에서 말하는 초월자가 무림에서 우화등선으로 탈각을 한 신선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확인이 필요했다.
이 세상에서 선술을 수련한 사람은 엄마가 유일하니까.
‘흐음. 큰 변화는 없네.’
제론은 엄마의 신체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몸은 무공을 수련한 무림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무슨 말이냐고?
그냥 단전이 형성된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다.
‘혹시나 달라진 점이 있을까 했는데 상단전을 열지 않아서 그런 건가?’
제론은 상단전의 기운이 베헤못이 말한 ‘신성’이라고 생각했다. 옥녀궁의 선술 역시 하단전과 상단전을 동시에 이용하지만 엄마한테는 상단전을 열어주지 않았다. 상단전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뇌가 버티지 못해 미치광이가 된다.
사실 이 케이스도 운이 좋은 편이다.
상단전의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면 뇌가 흐물흐물 녹아버리거나 신체가 감당하지 못하고 폭탄처럼 펑! 터져버린다. 그래서 엄마의 상단전을 열지 않았다. 언제 불이 붙어버릴지 모를 폭탄의 심지를 심어두고 싶지 않았으니까.
복잡해진 생각을 정리한 제론이 엄마의 몸속에 흘려보낸 내공을 거둬들이려고 할 때였다.
“응?”
“왜 그러니?”
“엄마 피부가 예전보다 더 좋아졌는데요? 이제는 완전 애기 피부예요! …막 이러고. 킥킥.”
“하여간 아부는.”
태연하게 대답하자 엄마가 피식 웃는다. 그리곤 마저 내공으로 엄마의 몸을 살펴봤다.
‘왜 백회가 열려 있는 거지?’
옥녀궁의 선술로 인한 육체의 변화가 있다.
바로 백회혈이다.
엄마의 상단전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백회혈로 대자연의 기를 받아들이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제론조차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적은 양의 기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내 기운과는 조금 다른 거 같은데?’
엄마가 익히고 있는 내공심법은 선술에 기반을 두었다.
제론의 역혈마공과는 상반된 정순한 정공의 내공을 모은다.
내공을 거르는 필터가 다르니까 당연히 달라야 정상이지만 제론이 느낀 바로는 그런 종류의 ‘다름’이 아니었다.
‘…아니야. 엄마 게 다른 게 아니라 내 기운이 변했어.’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확실하게 알았다.
자신의 기운이 변한 것이다.
의문을 해결하기 전 엄마의 혈도를 점해서 백회혈로 기가 흘러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몸에 퍼진 상단전의 기운도 전부 거둬갔다.
상단전이 열렸다면 모를까 형성조차 되지 않은 엄마한테는 상단전의 기운은 독이다.
“끝!”
“이상한 거 있니?”
“없어요. 아주 좋아요. 아, 그리고 운기조식은 하고 있어요?”
“물론 하고 있지. 그래야지 이 미모가 계속 유지된다며?”
“맞아요.”
유지라는 단어는 어떠한 상태나 상황을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 지탱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옥녀궁의 주안술은 운기조식을 멈추거나 내공을 전부 잃는다고 해도 주름살이 생기거나 노화하지 않는다. 선천지기를 전부 소모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외로 쳐야 한다.
“알려드린 무공도 꼭 하시고요.”
“엄마의 이 늘씬한 몸매가 안 보이니?”
엄마가 우쭐하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귀를 씻고 공손하게 경청해드리자 엄청 기분이 좋으셨는지 깔깔거리며 수다를 늘어놓으셨고, 금세 해가 떨어져 밤이 되었다.
* * *
방으로 돌아온 제론은 가부좌를 틀고 내면을 관조했다.
엄마의 백회혈로 들어온 상단전의 기운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내 기운이 변질됐어.’
변질이라는 표현이 맞나 싶긴 하지만 하단전과 중단전의 내공과 상단전의 내공이 다르긴 했다.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고작 2프로 정도? 하지만 본질이 변했다는 점에서는 엄청난 변화였다.
‘왜 변질된 거지?’
제론의 기 응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런데 변질되었다는 느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은밀하게 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베헤못과의 싸움 이후 상단전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이 상단전의 기운을 변질시켰을까?
키워드는 ‘신성’이다.
‘신성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게 베헤못과의 싸움에서였지.’
제론은 기억을 천천히 더듬어갔다.
그러다가 문득 베헤못과의 싸움을 복기하던 도중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베헤못은 처음부터 ‘신성’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싸우던 중간에 초월자도 아닌 인간이 어떻게 ‘신성’을 가졌냐며 말했다.
‘내가 무엇을 놓친 거지?’
놈은 왜 제론이 ‘신성’을 가졌다는 걸 몰랐을까?
어쩌면 상단전의 기운이 ‘신성’이 아니지 않았을까?
‘여태껏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면?’
만약의 가정을 세웠다.
상단전의 기운은 아스트랄의 존재가 말하는 ‘신성’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성’일까?
싸우던 도중 베헤못은 왜 갑자기 ‘신성’을 느끼고 놀란 것일까?
‘원영신을 흡수한 이후였어.’
원영신이란 탈마의 경지에 오르면서 자신의 혼의 일부를 떼어내 만드는 일종의 화신化身이자 분신이다. 제론으로 환생한 이후 원영신을 만들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고 파편에 불과하지만 유민현의 원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영신을 우화등선의 길로 이끌어주는 인도자라고 생각했지.’
탈마를 뛰어넘어 하늘 너머를 본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신선은 인세의 모든 것에서 초월한 존재다. 베헤못의 말처럼 ‘초월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혼의 일부가 결여된 존재를 ‘하나의 완벽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유민현은 곧 제론이다.
제론은 곧 유민현이다.
원영신의 파편이 남아 있던 제론-유민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원영신을 흡수하며 홀로 존재를 이루었다.
“……!”
우화등선을 실패한 이유와 함께 상단전의 기운과 ‘신성’의 차이를 깨달았다.
그 순간 백회혈이 따끔거리며 세상과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단전과 중단전, 마지막으로 상단전이 하나로 이어졌다. 단전이 몸 그 자체가 되었다. 또한 육신이 탈피를 이루며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뼈가 움직이며 재조립되었다. 동시에 전신의 피부가 벗겨지고 재생했고 모든 털이 하나도 남김없이 빠진 뒤 새로 자라났다. 그 변화는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잠시 후 눈을 뜬 제론이 깊게 숨을 마시고 뱉어냈다.
숨결에서 짙은 대자연의 기운이 섞여서 흘러나왔다. 기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뛰어난 제론조차 전부 거둬들이지 못한 엄청난 농도였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따로 있었다.
“…이야. 이 새끼들, 여태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거였어?”
제론은 입술을 비틀며 ‘어딘가’를 보았다.
‘어딘가’에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놈들이 느껴졌다.
* * *
[크하하하-!]휘광으로 이루어진 사슬에 묶인 베헤못이 크게 웃었다. 역시 재미있는 인간이다. 필멸자가 ‘신성’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놀랍건대 스스로 필멸을 벗어던져 불멸자와 대적할 수 있는 초월자가 되었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베헤못은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 * *
제론은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놈들의 눈깔을 전부 파버리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내는 게 우선이야.’
기분 나쁜 눈초리를 계속 받고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렇게 하면 되려나?’
기막을 치는 것처럼 ‘신성’으로 두르자 놈들의 시선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결 불쾌감이 덜어지자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신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바로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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