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49)
제 249화
249화
탁.
땅에 착지한 제론은 바로 발을 튕겨 앞으로 달려나갔다.
힘을 많이 주지도 않았는데 주변 사물이 휙휙 지나간다.
‘내공을 쓰지 않았는데도 빠르네.’
단순히 힘이 세져서 빠르게 달려간다는 느낌이 아니다.
바람이 불고,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설명이 왜 이렇게 개떡 같냐고 따져도 할 말이 없었다.
제론이 체감하는 감각이 실제로 그랬으니까.
더불어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머리가 살살 아파 오네.’
탈각을 이루며 세상을 느끼는 감각이 달라졌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변 사물의 모든 정보가 뇌로 전달된다. 지금 당장은 작은 두통에 불과했지만 아주 조금씩 고통이 커져 가고 있다. 이대로는 뇌가 버티지 못하고 망가지리라.
‘받아들이는 감각을 줄여야겠어.’
기감으로 주변을 탐색하는 방법처럼 비슷하게 흉내 내보자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성공했다. 두통이 금방 사라진다.
잠시 후 수련장에 도착했다.
밤이 깊어진 탓에 아무도 없었다.
주변으로 기감을 흘려봤지만 근처에서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신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게 진법을 설치해야지.’
은신의 진법과 바깥으로 기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진법까지 완벽하게 설치를 마치고 제어해둔 감각을 천천히 풀었다. 뺨을 간지럽히는 바람과 발이 딛고 있는 땅의 흙 알갱이가 느껴진다. 사소하고 자잘한 것까지 느끼려고 감각을 기민하게 끌어올린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니 신기하면서도 부담이 된다.
‘이거 잘 조절해야겠는데?’
머리가 다시 아파 오기 시작한다. 풀어놓은 감각을 조금씩 줄이며 지금 상태에서 어느 정도까지 부담 없이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범위는 대충 10미터.’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을 때의 기준이다. 아주 미세한 입자, 그러니까 허공에서 떠다니는 먼지 같은 것까지 느껴진다.
최대 유지시간은 10분 정도.
그 이후부터는 머리가 조금씩 아파 오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한계는 이 정도인가?’
제론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누르며 잠시 휴식을 가졌다.
두통이 가시자 감각을 조금씩 죽이며, 반대로 감각권의 범위를 늘렸다.
‘50미터에서도 10분 정도인가.’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르자 두통이 찾아온다.
그대로 범위를 유지한 채 감각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10m 범위에서도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왔을 지경인데 50m로 확장한 상태로 감각을 끌어올리니까 머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늘어나며 과부하가 찾아온다.
쿵쾅쿵쾅!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주르륵.
뇌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피가 안면으로 쏠리더니 코피가 흘러내렸다.
30분 정도를 유지했을 때 신체의 변화였다.
제론은 이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익숙해지면 괜찮아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후폭풍도 장난 아니다.
“아오. 머리야.”
제론도 웬만한 고통은 코웃음을 치며 넘어가겠지만 뇌를 송곳으로 찌르는 통증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멈추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큰 고통이 찾아왔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코피를 닦고 통증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신성’을 끌어올렸다.
기존에 상단전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기’와 ‘신성’은 질적으로 차이가 컸다. 보다 순수하고 점액질처럼 끈적거렸다.
‘기’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골똘히 생각한 제론이 정답을 내렸다.
“신성과 신성력의 차이라고 해야겠어.”
단순히 ‘력’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냐 없냐의 차이로 볼 수 있지만 개념을 정확하게 알면 얼마나 크게 다른지 체감하게 된다.
쉽게 설명을 해서 ‘신성’이 자신의 것이라면 ‘신성력’은 남의 힘을 빌려온 것이다.
“프리스트가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인가?”
단순한 추측에 불과했지만 루나를 섬기는 신도를 만나보면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어쨌든, 자신의 ‘신성’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할 시간이다.
상단전의 힘과 ‘신성’은 다르다. 예전에는 같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경지로 올라선 지금 본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성’은 ‘존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블린이 교활하고 반짝이는 물건을 광적으로 좋아하고 집착하는 것처럼 ‘존재’는 그 자체의 본질을 일컫는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루나는 ‘달’과 ‘어둠’의 신이다. 다른 설명을 보태지 않아도 모두가 그렇구나, 하고 알아듣는다.
그것이 바로 ‘존재’의 본질이다.
또한 루나가 설명했던 것처럼 그녀의 ‘어둠’은 끈적끈적하고 불길한, 사악한 어둠을 의미하지 않았다. 낮의 태양이 저물면 밤을 밝히며 모든 것을 포근하고 자애롭게 감싸 안는 어둠을 뜻한다.
‘나의 본질은 무엇일까?’
제론은 진지하게 고민에 잠겼다. 현재의 삶과 유민현의 삶을 전부 더해도 지금처럼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적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냐고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것과는 다르다.
나는 제로니아 페리안이고 페리안 자작 가문의 차남이다.
라는 식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니까.
차라리 나는 싸가지가 없고 뭐 같은 놈이라고 말하는 게 질문의 핵심에 더욱 가까웠다.
제론은 질문을 살짝 바꿔봤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지?’
제로니아 페리안의 삶 이전에 유민현의 인생을 더듬어갔다.
태어나 한 달도 되지 않아 고아원 앞에 버려졌다.
만 18세가 되어 퇴소했고, 어찌어찌 살아가다가 대학교를 졸업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삶을 전전긍긍 이어나갔다.
27살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다가 차에 치일 뻔했고, 몸을 던져 피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 감전되어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땐 현대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무림이라는 곳이었다.
무협 소설의 배경인 그곳이 맞다.
제론… 아니, 유민현은 무림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아카데미 학생 시절 메이엔이 카드 점을 봐준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유민현의 삶이 나왔다.
‘끊임없는 싸움과 싸움의 연속. 투쟁의 삶.’
허면 유민현의 본질이 투쟁이었을까?
아니다.
유민현이 투쟁한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죽기 싫어서 싸우다 보니 투쟁을 하게 된 것에 불과했다.
‘투쟁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였어.’
마선이 되어 중원의 모두가 그를 두려워하자 투쟁은 끝났다.
중원과 서역을 돌아다니며 현대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봤다.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유민현이 죽거나 사라지길 바라는 자들이 많았다. 방법이 있었다면 양손을 번쩍 들고 갖다 바칠 놈들이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우화등선이었지.’
유민현이 절망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10년의 시간이 지나 탈마를 뛰어넘어 원영신이 하늘 너머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반선이 아닌 진정한 신선의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화등선은 실패했다. 몸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엄마의 배 속이었지.’
제론의 삶은 유민현과 달랐다. 소중한 가족과 친구가 생겼다.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존재였다. 때로는 어색하지만 행복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재미를 느꼈다. 투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유가 달랐다. 살아남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서 싸웠다.
‘이게 내 본질인가?’
무언가 알 듯 말 듯 가슴이 근질거렸다.
* * *
새벽이슬이 맺힐 무렵.
“크롸라라-!”
흉부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온 사나운 포효가 일대를 뒤흔들었다.
그린 스킨-초록 피부의 등장에 병사들은 두려움에 몸부림쳤다.
“오크Orc! 오크가 쳐들어왔다!”
“제엔장! 벌써 남부 전초기지가 뚫린 거야?!”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라! 제깟 놈들이 대단해 봐야 숫자는 이쪽이 우세하다! 분대를 이뤄 맞서 싸우면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천막에서 튀어나온 지휘관이 외쳤다.
병사들은 두려움을 이겨내며 오크와 맞서 싸웠다. 하지만 태생부터 전사로 태어난 그들은 맨손으로 인간의 신체를 잡아 뜯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근력이 대단했고, 압도적인 병력의 차이를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천 명이 넘는 병사들이 몇 시간 만에 도살되었다.
천막을 불태우고 식량은 약탈당했다.
“크롸-! 우리는 승리했다!”
병사들의 시체를 산처럼 쌓은 오크들이 포효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 * *
제론은 새벽이슬이 맺힐 무렵 방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본질을 알아내는 건 실패했지만 신성을 다루는 방법을 찾아냈다.
무공을 펼치는 것과 똑같았다.
아, 물론 평범한 무공과는 다르다.
무림에서 의기상인意氣傷人이라고 부르는 경지가 있다.
뜻을 해석하자면, 의지로 기를 뿜어내 상대를 상처 입힌다는 것이다. 더욱 높은 경지로 올라선다면 심검心劍이라는 것을 펼칠 수 있는데, 마음을 먹는 순간 눈앞의 적이 죽는 희대의 사기적인 무공이다.
신성을 다루는 방법이 의기상인, 더 나아가 심검과 비슷했다. 무지하게 내공을 잡아먹는 비효율적인 수법이라서 잘 사용하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신성을 사용하면 달라진다. 적은 양으로도 심검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다루기 힘들다는 점이다.
“으음. 어렵네.”
아침 일찍 일어난 제론이 나무를 향해 신성을 사용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일어나지 않았다.
파괴되거나 전보다 더욱 찬란하게 생명력을 뽐내는 둥 하나의 현상이 생겨야 하지만 나무는 평소처럼 멀쩡했다.
저게 사람이었다면 ‘뭐 하냐? 혹시 개븅신 짓?’이라며 물어왔을 것이다.
“여기 계셨군요.”
“아, 찾고 있었어?”
에르딘이 왔다.
제론을 깨우러 방으로 갔지만 그가 없자 뭐 하고 있는지 찾아다니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네. …그런데 뭐 하고 계셨어요?”
“무공수련하고 있었어.”
나무를 가리키고 있던 무안한 손가락을 내리며 제론이 대답했다.
에르딘은 무공수련이라는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참. 자작님께서 찾으시던데요?”
“아빠가?”
“자작성에서 자작님이 몇 분 더 계셨나요?”
“아침부터 딴지 걸지 마라.”
제론은 에르딘에게 땅콩을 먹이고 아빠한테 갔다. 일찍부터 집무실에 앉아 계신다는 말을 듣고 시원한 향기의 차를 가져갔다.
“오, 고맙구나.”
“형이 안 보이던데 어디 갔어요?”
“아침 운동 겸 영지 순찰을 갔단다. 앉아라. 어제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혹시 남대륙 일인가요?”
“그래. 네가 수도로 간 이후에 모험가 길드한테 의뢰를 해서 남대륙의 정세를 조사했다. 그런데 오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구나. 으음. 짧게 말하마. 오크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