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5)
제25화
25화
선생님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머리에 뭘 바른 것도 아닌데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처럼 풍성하고 웅장하니 멋졌다. 게다가 굵직하고 각진 얼굴선까지 좋게 말하면 남자다웠고 나쁘게 말하면 야만스럽게 보였다.
그를 수인으로 오해하기 충분하게 만들었다.
다행인 건 무서운 인상이 아니랄까?
선생님은 입학생들의 반응이 익숙했는지 검지로 볼을 긁적이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유인물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쉽겠지만 나는 인간이다. 그것도 순혈 100프로의 인간.”
“아……!”
입학생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진심으로 수인이길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 제론은 ‘호오?’라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빠보다 강한데?’
무공을 알려주기 전의 아빠가 아니라 지금의 아빠 정도 수준이었다.
즉, 선생님이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자라는 말이다.
‘그래도 아빠가 곧 최상급으로 올라갈 거 같으니 쪼금 더 위에 있다고 보면 되겠네.’
지난 2년 동안 아빠도 오러 익스퍼트 상급-무공을 익히며 오러 익스퍼트 중급에서 상급으로 올라가셨다-에서 가만히 머물러 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선생님을 보니까 조금 더 열심히 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실력자는 많다.
마스터쯤은 돼야 어디 가서도 맞고 다니지 않을 것 같다.
“내 이름은 유한 데르니안이다.”
“맙소사!”
꼬맹이들이 이번에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반면 제론은 눈을 끔뻑끔뻑 뜨며 생각했다.
‘락스인가?’
현대에서 락스라고 하면 보통 유한락스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제론도 현대에서 27년을 살아서 그런지 유한이라는 이름을 듣자 바로 락스가 떠올랐다.
‘화장실 청소할 때 자주 썼는데.’
5분에서 10분을 기다리고 솔로 벅벅 문댔는데.
잠시 딴생각을 하던 제론은 곧 선생님의 이름이 중앙대륙의 작명법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앙대륙의 작명법은 고풍스럽다. 쉽게 설명하면 혀를 꼬아서 발음해야 듣기 좋게 짓는다는 거다.
“그래, 북부대륙 출신의 기사라고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미리 말해두지만 북부대륙의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긴 건 아니다. 중앙대륙과 북부대륙은 외모가 큰 차이가 없어. 내가 특이한 거지. 이 머리카락도 자연산이다. 누가 다듬어준 거 아니야.”
유한이 말하자 꼬맹이들이 어느샌가 든 손을 차례대로 내렸다.
곧 그가 유인물을 뿌렸다.
“아, 덧붙여서 말하지만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상 모두가 동등한 신분이다. 남작가, 자작가, 백작가, 후작가, 공작가 이딴 거 없다. 아카데미 입학생. 그게 전부니까 내가 어디의 누구네 마네 이런 거 보이면 바로 징계처분이다. 혹시나 어떤 징계를 받는 건지 궁금하다면 해봐도 좋다. 가문의 명예에 아주 제대로 먹칠을 하게 만들어주마.”
유한은 초장부터 입학생들의 기선을 제압했다.
곧 제론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다가 깜짝 놀랐다.
“이런 쓰읍! 재학생이 왜 여기 있어?”
“저 재학생 아닌데요?”
“뭐? 그럼 졸업부생이냐?”
“입학생인데요?”
유한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제론을 쳐다봤다.
어딜 봐도 9살은 아니었다.
아무리 적게 쳐도 12살. 많으면 13살… 14살로 보였다.
“입학생? 정말 9살 맞아?”
“네, 명패도 있어요.”
제론이 명패를 내밀자 유한이 받아서 확인했다.
진짜로 9살이었다.
“대리입학은 아니지?”
“네, 아니에요.”
“그럼 됐다. …하긴, 대리입학이었다면 진작 잡혀갔겠지.”
제론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유한을 무시하고 유인물의 내용을 확인했다.
유인물에는 일주일짜리 계획표와 아카데미에 대한 잡다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 배치 고사를 본다는 거잖아?’
쉽게 설명하면 그랬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성적평가와 지원 분야로 S클래스부터 D클래스까지 반을 나눈다는 것이다.
클래스가 높을수록 아카데미의 지원이 커지고 사용이 가능한 편의시설도 많아진다.
그때 한 입학생이 손을 들었다.
“저… 선생님!”
“말해라.”
“아카데미의 지원이 뭔가요?”
“흠. 간단하게 말하자면 장학금이 있다. 분기마다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그것을 아카데미에서 지원한다는 거지. 그거 외에도 이것저것 있는데 당장은 알 필요 없다. 차근차근 수업을 듣다 보면 알게 될 거다.”
“네!”
“내가 지금 말한 건 유인물에 다 적혀 있다. 그러니까 질문하기 전에 먼저 읽어봐라. 그래도 정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때 질문하고.”
유한은 입학생들에게 유인물을 충분히 확인할 시간을 줬다.
물론 그도 9살짜리 꼬맹이들이 제대로 이해하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귀찮아서는 더더욱 아니었고.
앞으로 아카데미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일이 많기에 선행 학습을 시키려는 것이었다. 또한 오성을 미리 알아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성이 뛰어난 녀석들은 표정부터가 다르다.
‘그래, 저 녀석처럼 말이……야?’
유한은 특이한 입학생-제론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제론의 표정이 다른 입학생들과 달랐다. 유인물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는 것처럼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표정이란 굉장히 솔직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티가 난다. 아는 척을 해도 소용이 없다.
바로 앞서 말했지만 티가 나니까.
실제로도 유인물에는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많다.
아카데미 안의 생활방식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다.
바깥과는 많이 다르다. 귀족 가문 자제의 경우에는 제멋대로 살아왔을 텐데 규칙이 생기면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저 녀석은 안 그런 것 같단 말이지.’
심드렁한 표정이 쪼금 마음에 걸렸지만 유인물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30분 뒤 유한이 다시 일어나 유인물을 나눠줬다.
“이번에 나눠주는 건 배치 고사 문제다. 다음 교시에 바로 치르긴 하지만 어려운 문제는 없으니까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으면 된다.”
유한은 말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 * *
‘저 선생은 자꾸 왜 쳐다보는 거야?’
제론은 속으로 끙- 하고 앓았다. 아까부터 유한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물론 같은 9살 또래라고 생각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건 제론 본인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래도 그만 좀 쳐다봤으면 좋겠다.
‘얼굴 뚫어지겠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유인물에 집중했다.
다음 교시에 본다는 배치 고사 문제였다. 그런데 저 인간 거짓말했다. 어려운 게 없다고 해놓고 ‘오른 왕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9살짜리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풀겠는가?
멀뚱멀뚱 두 눈을 뜨고 있어도 다행일 것이다.
다음 문제가 더 가관이었다.
‘현재 오른 왕국에 올바르지 못한 관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에 대해 서술하시오.’였다.
‘여긴 철학이나 그런 게 엄청 발달한 건가?’
이쪽 세상에서 9년을 살았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제론이 황당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아리송한 표정으로 끙끙 앓는 꼬맹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긴 나도 심정이 이런데 저것들은 오죽하겠어.’
‘이게 무슨 소리야?’라는 심정일 것이다.
바로 그때 선생님이 일어나서 말했다.
“시험은 오픈 북으로 할 거다. 필요한 책이 있다면 하인이나 시녀, 아카데미 관계자를 찾아가서 말해라.”
말을 마치자 바로 나가는 선생님.
“어, 어어?”
“우리 이제 어떡해야 해?”
꼬맹이들이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
몇 명은 이미 배치 고사에 관하여 들은 것이 있는지 재빨리 교실을 나갔다. 선생님이 말한 내용 그대로 하인이나 시녀, 아카데미 관계자를 찾으러 간 것이다.
제론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교실에서 한숨을 팍 쉬었다. 그리곤 말했다.
“애들아.”
“우리도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냐?”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애들아?”
제론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여 꼬맹이들을 불렀다.
그러나 난장판에서 제론의 목소리가 전달될 리가 없었다.
하물며 한참 말 안 들을 미운 9살!
제론은 아주 살짝 내공을 끌어올려 다시 외쳤다.
“애들아!”
“…….”
“…….”
9살 꼬맹이들이 눈을 댕그랗게 뜨고 이쪽을 쳐다본다.
전부 깜짝 놀란 표정이다.
당연했다.
그냥 내공을 담은 게 아니었으니까.
‘육합전성의 묘리를 섞었으니 바로 옆에서 말한 것처럼 뚜렷하고 들렸겠지.’
제론은 흠흠 헛기침을 하고 9살 꼬맹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마 교실 밖에 시녀나 하인, 아카데미 관계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선생님이 말했잖아. 시녀나 하인, 아카데미 관계자를 찾아가서 필요한 책을 말하라고. 이것도 일종의 시험인 거지.”
“응?”
“아……!”
반응은 2가지로 갈렸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대다수와 바로 깨닫고 얼른 달려나가려고 자세를 잡는 소수.
“기다려!”
제론은 교실 문을 잡은 꼬맹이들을 붙잡았다. 녀석들의 눈동자에 불만이 깃든다. 이래서 꼬맹이들이랑 어울리기 싫은 거다.
‘교실을 들어온 순간부터 배치 고사가 시작된 거다. 이 꼬맹이들아.’
제론은 교실을 나간 선생님의 시선을 감지했다. 모르는 척하고 싶었지만 우왕좌왕하는 꼬맹이들을 보다 못해 통제했다.
‘이거 괜히 시선을 끄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
아카데미는 조용히 졸업할 생각이었다. 초장부터 초를 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들었지만 이 9살짜리 꼬맹이들이 신경 쓰였다. 정확하게는 난장판 분위기가 싫었던 거지만 말이다.
“왜 기다리라는 건데?”
“빨리빨리 하는 것도 좋은데 그러다가 다쳐. 다치면 아프잖아? 그래서 기다리라고 한 거야.”
“으음.”
제론이 이유를 말하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꼬맹이들이었다.
“나갈 거면 차례대로 나가. 밖에 사람들은 충분히 많을 테니까 급할 필요 없어. 아, 내가 마지막으로 나갈게. 먼저들 나가도 돼.”
“내가 먼저 나간다!”
“그, 그럼 다음은 나!
꼬맹이들이 하나둘 순서대로 교실 문을 나갔다.
나름 순서를 지키며 천천히 나갔다지만 역시나 꼬맹이들이었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교실이 휑- 비었다.
제론은 벌써부터 피곤함을 느끼며 주먹으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교실을 나섰다.
* * *
멀리서 1반을 쳐다보는 2개의 시선이 있었다. 1개의 시선은 1반의 예비담당 선생인 유한이었고, 나머지 1개는 2반의 예비담당 선생인 로쿤이었다.
로쿤은 신기한 눈빛으로 제론을 쳐다봤다.
2반은 더 볼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덕분에 1차 평가가 금방 끝났다.
그런데 유한이 아직도 가만히 서 있자 무슨 일인가 싶어서 1반을 쳐다봤다.
9살이라고는 믿기 힘든 키와 덩치의 소년이 입학생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제로니아 페리안이라고 했던가?”
“그래.”
“페리안이라면… 오른 왕국의 봉신가군.”
로쿤이 미간을 가운데로 좁혔다.
페리안 남작가를 금방 떠올린 이유는 졸업부생인 가르시안 페리안 덕분이었다.
이번 학기 성적만 탑을 찍으면 다음 학기에 0점을 맞아도 100프로 수석으로 졸업하는 전도유망한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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