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50)
제 250화
250화
제론이 처음에 말했던 몬스터가 오크에게 쫓겨서 도망쳐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던 말은 일종의 짜깁기 소설이었다.
수도로 가서 카론과 로한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오크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그래. 편지가 도착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지.”
쥬페토가 모험가 길드에 조사를 의뢰한 시점은 제론이 몬스터 퇴치를 마치고 돌아온 날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조사결과가 나왔으니 지금은 대충 보름이 지난 뒤였다.
“이미 전쟁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하더구나.”
모험가 길드가 보낸 편지-조사결과-를 제론의 앞으로 슥 밀었다. 제론이 집어서 읽어보니 아빠의 말처럼 오크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물론 필요 없는 내용은 버리고 중요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뜻이었다.
“규모가 예상보다는 작네요. 대부족 하나와 중소부족 셋의 연합이라니.”
모험가 길드의 조사결과를 읽은 제론이 짧게 평가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안 되는 희망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조사결과에 적힌 팩트만 두고 말했다.
“모든 부족의 뜻을 하나로 합치지 못했다는 거겠지. 하지만 오크들의 전투적인 성향을 생각하면… 아예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시작되었다면 하나둘씩 합류하고 있을 거다.”
오크는 단순하고 야만적이며 탐욕을 억제할 줄 모른다. 비록 수백 년 전 투신 발자크에 의해 강제로 억압되어 남대륙으로 대이주 하게 되었으나 그 태생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오크는 얼마나 강해요?”
“으으음.”
막내아들의 질문에 쥬페토가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강함이란 보통 상대적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수치도 존재한다. 그걸 확실하게 정립하기 위해 유저User와 익스퍼트Expert, 마스터Master라는 기준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쥬페토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크의 강함은 태생 이후의 생존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크는 성체가 되면 최소 오러 유저 이상의 근력을 갖게 된다.”
“오러 유저가 오러를 사용한 기준인가요?”
“그래. 맨손으로 돌을 깨부술 정도로 엄청난 힘이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오크가 강하다고 평가하는 건 어려워. 훈련을 받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상대하기 힘들겠지만 같은 오러 유저라면 익힌 기술의 숙련도에 따라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니까. 문제는… 나이 든 오크다.”
“나이 든 오크가 왜요?”
“너도 알겠지만 오크는 수명이 짧다.”
오크의 평균 수명은 20년.
그 이상의 세월을 사는 녀석도 많지만 아무리 길어도 30년을 채우지 못한다.
오크의 실제 최대 수명은 50살이지만 전부 다 육체가 노화되기 전에 전사로서 마지막 싸움을 나선 뒤 죽어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해 20년도 채우지 못하고 죽는 놈들이 허다하다는 뜻이다. 예외적으로 성인식을 치르는 나이 5살 전까지 죽는 오크는 지극히 적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짐승조차 제 새끼를 보호한다. 이는 오크 역시 마찬가지다. 오크가 전사로서 제 몫을 할 수 있게 되는 신체의 나이가 2살부터다.
“그래서 5살까지 3년 동안 성인 오크가 무모하고 용감한 어린 오크들을 따라다니면서 경험을 전수하지. 5살이 되어 성인식을 치른 뒤에는 철저한 타인으로 돌아가지만 말이야.”
“…….”
“5살이 돼서 성인식을 치른 오크는 그때부터 ‘전사의 길’을 걷는다.”
‘전사의 길’.
부르는 명칭 그대로 전사의 길을 살아간다.
싸우고, 또 싸우는 그런 삶.
“나이가 든 오크는 전투기술이 숙련되고 경험이 풍부해져서 최소 오러 익스퍼트 급의 힘을 갖추게 된다. 거기에다가 재능까지 있는 오크라면 어떻겠느냐?”
“흐음.”
제론은 아빠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오러 마스터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힘을 갖춘다는 말이다. 사실 그런 경지로 올라서는 오크는 많지 않다. 역사를 통틀어도 십수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적다. 수명이 짧은 탓도 컸다.
아무튼, 정말로 위험한 점은 오크들의 평균 전투력이 오러 유저에서 오러 익스퍼트 사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봐라.
저 앞에서 몰려오는 수천 명의 대군이 전부 오러를 다룰 수 있는 기사라면 그 누가 오줌을 안 지리고 배기겠는가?
그 모든 상황을 짧게 요약한 말은.
“엄청 위급한 상황이라는 거네요.”
“그렇지.”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래. 조심히 가……가 아니라! 어디를 가려는 거냐?”
“남대륙이요.”
쥬페토가 벌써부터 아파 오려는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제론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엄마가 허락하든?”
“네. 허락이야 진작 받았죠.”
“…그래. 허락을 받았다니 더는 할 말이 없구나. 그래도 바로 가지는 말고 며칠은 더 머물렀다가 가라. 엄마가 너 없을 때 ‘우리 막내는 뭐 하고 있나?’, ‘우리 막내는 잘 지내고 있겠지?’ 이러면서 걱정 많이 했으니까.”
“넵. 알겠습니다.”
제론은 잠깐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을 반성했다.
* * *
며칠 뒤 제론은 남대륙으로 떠날 채비를 갖췄다. 가족들과는 마지막으로 찐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도시를 벗어났다.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게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던 남대륙행이다.
도시를 벗어나자 바로 메이엔에게 부탁해 사역마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이 하루 이틀 늦는다고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유유자적 여행하듯 다닐 생각도 없었다.
오른 왕국의 국경을 넘자 바로 아래의 왕국 국경이 나타났다.
국경초소에서 검문을 받는 건 필수였다.
행동이 수상하지만 않으면 신분증만 검사한다.
“…일 텐데, 아무래도 그 일 때문인 거 같죠?”
“음.”
에르딘이 일행들을 자세하게 검문하고 있는 병사들을 힐끗거리며 제론에게 속닥거렸다.
제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며칠 전에 몬스터와 전투를 벌였나 보네.’
흔적을 열심히 지운 모양이지만 전부 다 없애지는 못했다.
전문적인 추적기술을 훈련받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탐색할 정도다.
‘몬스터의 숫자는… 대략 30마리에서 50마리인가?’
어떤 몬스터인지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자세하게 살펴보기에는 병사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직 남대륙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고 치면 안 된다.
검문을 마친 병사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쑥덕거린다.
대충 들어보니 아무 문제가 없으니 통과시키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어떤 병사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몬스터의 습격이 잦으니 안전을 위해서 돌려보내자는 것이다.
‘그거 오지랖인데.’
제론과 일행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결론만 말하면 무사히 통과했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병사들에게 금화 1개씩 조심히 찔러주자 바로 통과시키자고 돌변한 것이다. 역시 돈이 최고였다. 비슷한 방법으로 국경을 넘고 또 넘자 중앙대륙과 남대륙의 경계에 도착했다.
중앙대륙과 남대륙의 경계에는 거대한 숲과 넓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숲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들끓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들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냥 다 때려잡으면 되는 일이다.
넓은 강물 역시 등평도수로 뛰어넘으면 그만이다.
등평도수를 못하는 사람은 어떡하냐고?
메이엔이 비행형 사역마로 태워서 넘어오면 된다. 멀리 돌아가도 됐지만 많은 시간이 걸려서 그냥 통과하기로 한 것이다.
“제론 님도 메이엔 님의 사역마에 같이 타면 되지 않아요?”
“그러네.”
에르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제론을 바라봤다. 요즘 따라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건 알고 있지만 점점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나쁜 변화가 아니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잠깐만.”
“응? 제론 님, 왜요?”
“숲도 날아서 가면 되지 않아?”
“…어. 그러네요.”
제론이 지적하자 모두가 메이엔을 바라봤다.
“비행형 사역마는 소환시간이 길지 않아요. 숲을 지나가다가 소환이 해제될 거예요. 땅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라고 하네요.”
“메이엔 양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십니다.”
로건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왜 뿌듯해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게슴츠레 눈을 뜬 쟌느가 로건과 메이엔을 번갈아 보며 묻는다.
“로건 님. 혹시 메이엔 님과……?”
“커흠! 허흠!”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로건이 헛기침을 했다. 묻지 말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변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렸다.
‘사제가 결혼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의외로 잘 어울리긴 해.’
‘우리 자기는 언제 나를…….’
마지막으로 생각한 쟌느가 로건과 메이엔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수도에서 단둘이서만 있던 시간이 두 사람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됐다. 그 순간 쟌느는 깨달았다.
‘그렇구나!’
단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다음 도시까지 얼마나 남았지?’
이제 막 남대륙으로 넘어왔으니까… 적어도 십수 일은 남았다.
쟌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망했어. 망했다고!’
어떻게든 될 거라며 자포자기하며 정신건강을 지켰다.
그런 쟌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론은 지도를 펼쳐서 현재 위치와 숲의 위치를 확인하고 방향을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
“저쪽으로 가면 되겠다.”
“제론 님.”
“어?”
“눈치를 좀… 하아. 아니에요. 그냥 포기하죠.”
에르딘도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제론이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쟤네(?)는 쟤네고.’
저 두 명의 숙맥이 열심히 날고 기어봐야 진도가 나가기는 할까. 한 명은 신을 모시는 사제고 나머지 한 명은 마녀다. 결합(?)이 이루어지더라도 몇 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일단 움직이자고.”
제론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숲을 향해 전진했다.
중앙대륙과 남대륙의 경계에 있는 숲의 이름은 ‘마물의 숲’이다.
에버로스트 산맥처럼 몬스터가 더럽게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에버로스트 산맥은 이름이 그럴싸한데 왜 마물의 숲은 건성으로 지었냐고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에버로스트 산맥은 2천 년 전 대륙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존재해왔고 마물의 숲은 수백 년 전에 생겨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비화가 더 있었다.
남대륙으로 대이주를 한 오크들은 앞으로 살아갈 땅이 필요했다. 인간들과 영역 다툼을 하기에는 장시간 이동을 해서 모두가 지쳐 있던 상황. 짧은 고민 끝에 몬스터들의 영역으로 쳐들어가 모조리 쫓아내 버렸다. 그로 인해 쫓겨난 몬스터들이 북쪽의 작은 숲에 조금씩 모여들었는데, 그 숲이 수백 년이 지나면서 울창해졌다.
마물의 숲은 처음부터 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해서 마물의 숲에는 또 다른 이름이 붙어 있어요.”
“그게 뭔데?”
“전사의 길을 증명하는 숲.”
바로 성인식을 치른 오크들이 한 명의 전사로서 인정받기 위해 다니는 사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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