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52)
제 252화
252화
“…….”
에르딘은 한참 동안 닫힌 입술을 떼어내지 못했다.
제론의 힘은 고작 오러 마스터라는 말로 끝낼 수 없었다.
오러 마스터보다 상위의 경지라는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있었지만 지난 몇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전설의 경지였다.
애당초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설령 존재하더라도 제론 님이 더 강할지도 모르지.’
신화시대의 기록 중에서도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신과 1대1로 맞짱 뜰 정도로 강하다는 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제론은 그것을 해냈다. 비록 신이 아닌 악마지만 말이다. 그러나 두 존재가 서로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등하다고 해도 무방했다.
“……뭐 확실히 오크가 몇 명이던 큰 문제는 없겠네요.”
“그래. 우리는 약하지 않아.”
“그런 멋있는 말을 할 거면 턱에 묻은 기름이나 닦고 하세요.”
에르딘이 투덜대자 쟌느가 손끝으로 제론의 턱을 타고 흐르는 고기 기름을 훔쳤다. 그리곤 자신의 입속으로 쏙 집어넣으며 제론에게 윙크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르딘이 으-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아까 생각을 하던 도중 문득 의문이 생겼다.
“현시대에는 왜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그건 너무 쉬운 질문인데.”
“그래요?”
에르딘이 살짝 당황했다.
나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쉽다고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일행들도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대하는 표정으로 제론을 바라본다.
“너 오러 연공법을 왜 수련한다고 생각하냐?”
“음…… 체내에 오러 홀을 만들…….”
“그걸 왜 만드는데?”
제론이 에르딘의 말을 끊으며 질문했다.
잠깐 고민한 에르딘이 말한다.
“강해지려고?”
“그래. 맞아. 강해지려고 그런 거야. 오러 연공법을 익히지 못한 예비 기사나 종자, 그리고 용병들도 강해지기 위해 서로 검을 맞대서 대련을 하거나 목숨 걸고 싸워서 강해져. 오러 유저와 오러 익스퍼트 역시 마찬가지고. 그런데 오러 마스터가 되면 대륙 공통법으로 묶여서 국가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싸우지 못해. 명상을 하거나 허공에 검을 휙휙 휘두르는 게 전부지. 유일하게 무력을 자유롭게 써먹는 방법이 있다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법이야.”
-오러 마스터 급의 전략 병기는 범국가적 규모의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절대로 같은 사람을 향해 칼을 겨눠서는 안 된다.
대륙 공통법에 적힌 내용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바는 한 가지다. 오러 마스터가 전략 병기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자유를 억압한 이유도 이해는 된다.
1인 군단의 힘을 가졌으니까.
저 겁 많은 에르딘조차 진심으로 작정하고 싸우면 웬만한 대도시 하나는 우습게 궤멸시킬 수 있다. 그러할진대 오러 마스터가 자칫 폭주해서 날뛰기라도 하면 엄청난 피해가 생기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몬스터를 상대로 얼마나 수련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으음.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솔직해서 좋네. 맞아. 수련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높은 경지로 올라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이유가 뭘까?”
“……몬스터의 패턴이 단순해서가 아닐까요?”
“정답.”
제론이 꼬챙이로 에르딘을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몬스터의 패턴은 정말로 간단해.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죽을 것 같으면 득달같이 달려들거나 도망치지.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무슨 수련을 하겠어? 게다가 오러 마스터 정도면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가 많지 않아. 오우거만 해도 그래. 오러 마스터만 일대일로 상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싸워보면 진짜 약하거든. 패턴도 단순하고. 오러 익스퍼트인 놈들이나 혼자서 상대가 불가능한 정도야.”
오우거의 가죽과 근육이 단단하고 질기다고 한들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내지 못한다. 유일한 예외가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 재앙급 몬스터 네임드였다.
몬스터 주제에 마나를 체내에 축적해서 힘으로 사용할 줄 안다.
“그런 놈들은 정말로 희귀해서 일일이 찾아다니기도 힘들지.”
“으음. 그건 그래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강해지려는 이유가 뭘까?”
“이기려고요.”
“왜 이기려고 해?”
“그야…… 지면 죽으니까요.”
“맞아. 예를 들어 전쟁이 벌어졌다고 가정할게. 전투에서 패배를 해서 포로로 잡혔을 경우 운이 좋으면 몸값을 내고 풀려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위협적으로 느껴진 존재를 사로잡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절대로 살려서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왜냐고? 몸값을 받고 풀어줬다가 다시 전쟁에 투입되면 아군의 피해가 막심해지니까. 그러다가 패배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그래서 사로잡으면 열에 아홉은 죽는다고 생각하면 돼.”
제론은 잠시 말을 멈추고 빈 꼬챙이를 불 속으로 던졌다. 고기가 꽂혀 있는 꼬챙이를 들어서 한입 베어 물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러 마스터도 마찬가지야. 패배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면 돼. 그럼 패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강해져야겠지. 하지만 혼자서 수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특히나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말이야.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앞서 경지를 이룩한 사람의 조언이나 충고, 깨달음을 전수 받는 거야. 그런데 그것조차도 한계가 있어서 싸우고, 또 싸우면서 몸으로 실험하고 깨달아야 하는 거고.”
말인즉슨 대륙 공통법이 오러 마스터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일전까지는 대륙이 평화로워서 아무렴 괜찮았겠지만 서서히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지금은 그들의 목을 조이는 쇠사슬이 되었다.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탄생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갖고 있는 천재라면 또 모르지.”
“그런 의미로 보자면 저는 운이 좋은 거네요.”
“으음. 그렇지.”
퓨리온 공작과 시무르 칸 역시 마찬가지다. 제론이라는 규격 이상의 존재를 맞닥트리지 않았다면 일평생 제자리걸음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행운으로 작용할지 불행이 닥쳐온 것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무 거대하고 높은 벽은 절망감을 안겨주니까.’
이겨내고 견뎌내며 조금씩 벽을 기어오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이야기는 치우고.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는 놈들이 오러 마스터를 양산형 무기처럼 팍팍 찍어낼 수 있다는 거야.”
“제론 님이 예전에 하신 말씀대로라면 대륙의 오러 마스터 대부분이 반쪽짜리일 테니까…… 그 녀석과 싸운다면 승패를 쉽게 장담할 수 없겠네요?”
“어. 아마 10명 중 5명은 질 거야. 그리고…… 아마 너도 아슬아슬하게 이기거나 질 거야.”
“저도요?”
“실전경험이나 기술을 몸에 익힌 숙련도는 네가 높지만 걔네는 오러의 양이 어마어마하거든. 내가 잘못 느낀 게 아니라면 단순히 오러의 양만 비교해서 너와 쟌느를 합친 정도였을 거야.”
“…….”
에르딘이 침묵했다.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제론의 입으로 직접 듣고 나니 충격을 받은 것이다.
다른 일행들 역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모습을 힐끔 쳐다본 제론이 피식 실소를 흘리고 기지개를 펴며 일어섰다.
“그러니까 뺀질거리면서 건성건성하지 말고 열심히 해.”
“……?”
“뭐 해? 오크가 고기를 노리고 침을 흘리면서 오고 있잖아.”
에르딘이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것도 없다.
감각 수련이 부족하다는 제론의 충고 이후로 오감을 예민하게 끌어올리고 기감까지 주변에 뿌려놓은 상태였지만 느껴지지도 않았다.
“집중해서 느껴봐.”
“…….”
제론의 말에 눈을 감고 집중하자 무언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슴이 근질거리며 머리가 뜨거워진다. 이게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금방 깨달았다.
‘투기鬪氣!’
바로 오크가 뿜어내는 투기였다.
한 번 투기를 느끼기 시작하자 다른 오크들이 뿜어내는 투기들도 한꺼번에 감지되며 목을 쥐어짜듯 숨이 턱 막혔다.
질식될 것처럼 호흡이 가빠진다.
“멍청아. 내공을 끌어올려.”
“……!”
에르딘이 내공심법을 운용하자 전신으로 내공이 퍼지며 투기를 밀어낸다. 이윽고 투지가 뜨겁게 타올랐다. 오크의 투기를 느끼며 호승심이 자극된 것이다. 제론을 바라본 그가 눈빛으로 싸워도 되냐고 묻자 허락이 떨어졌다.
“마음껏 날뛰어라.”
“다녀올게요.”
에르딘이 땅을 박차며 달려간다.
* * *
“취익!”
투하르가 거칠게 콧김을 흘리며 두 자루의 도끼를 들었다.
50m까지 포위망을 좁힌 순간 맛있는 고기를 자기들끼리만 먹던 강하고 치사한 인간들이 눈치채고 일어섰다.
예상보다 반응이 빨랐다.
“라쿠카! 취익! 치사한 인간들이 알아차렸……!”
“크라라락!”
투하르가 경고하려는 순간 라쿠카의 비명이 들려왔다.
창을 든 치사한 인간이 어느새 라쿠카의 가슴에 구멍을 만들고 있었다. 라쿠카가 쓰러진다. 그것을 본 투하르가 분노하며 포효했다.
“크롸라라라라라-!”
오크의 투기가 담긴 포효 배틀 크라이Battle Cry는 단순히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내지르는 함성이 아니라 주변 아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올려주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
투하르의 주변에서 당당하게 숨어 있던(?) 오크들의 몸 주위로 푸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윽고 다른 오크들도 배틀 크라이를 터트리며 동료의 사기와 전투력을 끌어 올렸다.
“치사한 인간을 죽여라! 취익!”
“취익! 오크의 세상을 위하여!”
오크들은 투하르의 좌우를 지나쳐가며 창을 든 치사한 인간에게 덤벼들었다.
투하르는 생각했다. 창을 든 치사한 인간은 분명 강했다.
아무도 모르게 라쿠카를 전신戰神의 곁으로 보낸 것만으로도 증명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오크들 역시 강하다. 모두가 성인식을 마치고 투기를 다룰 줄 아는 전사들로만 구성되었다. 치사한 인간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겨내리라!
“크롸롸라!”
“크롸!”
위대한 전사를 꿈꾸는 오크 전사들이 창을 든 치사한 인간을 공격한다.
투하르는 오크 전사들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투하르의 오크 생(?)에서 한 번도 겪지도, 보지도 못한 압도적인 전투의 향연이었다.
“취익……?”
* * *
에르딘은 말 그대로 미쳐서 날뛰었다. 일격에 오크 한 명을 쓰러트린 뒤 피부가 찌릿거릴 정도로 엄청난 포효를 터트리며 달려오는 오크 무리와 맞서 싸웠다. 언제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른다. 하지만 극한까지 끌어 올려진 기민한 감각이 모든 공격을 감지했고, 최적화된 움직임으로 전부 쳐내거나 피해내며 반격까지 가했다.
“취익!”
한 명.
“크라라라!”
두 명.
쓰러트린 오크가 늘어나면서 에르딘은 숫자를 세는 걸 포기했다. 그럴 심정도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도 감각이 날카로웠다. 작은 바람결에도 몸이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졌다.
‘느려.’
오크들의 공격이 느리게 보인다.
의식이 가속화되며 초집중의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야만족과 싸울 때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오